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안타깝게도 또 다른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어 세계를 또 한번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원숭이 두창'이라는 전염병인데요. 지금 미국, 남미, 유럽, 아시아까지 20여 개 국가에서 계속 감염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죠?
세계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
원숭이 두창
조현: 맞습니다. 원숭이 두창이란 50여 년 전에 처음 발견된 서아프리카 풍토병인데요. 지난 5월초부터 유럽에서 발견되어 6월이 된 지금, 미 대륙,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이미 600여 명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감염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원숭이 두창은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사이에서 전파되는 비루스인데요. 인수공통 전염병입니다. 온 몸에 수포가 올라오면서 두창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그 피나 체액을 접촉한 경우 또는 감염된 동물로 만든 제품을 먹거나 심지어 만지기만 해도 걸린다네요. 사람간의 전염도 물론 가능하고요. 감염되면 초기증상은 열, 두통, 근육통, 탈진처럼 독감과 유사한데요. 며칠이 지나면 얼굴에서 울퉁불퉁한 발진이 생기기 시작해서 다른 신체부위와 전신으로 번집니다. 중증으로 가면 폐출혈에 이르러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MC: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면 사실 해외국가들 사이에선 북한에 대한 염려를 많이 합니다. 전문가들은 비루스가 전파되기 시작하면 북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거든요.
북한에 동물방역은 없다?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계속되는 이유
조현: 속수무책이란 말이 맞습니다. 북한은 사실 방역이라고 할만한 활동이 아무것도 없어요. 코로나 때는 완전봉쇄가 최상의 방역이라고 자랑했지만 결국 지금 난리가 났잖아요. 세계 기후가 바뀌면서 아프리카에서나 걸리던 병들이 북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축산업계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를 체제 위협이라 말하는데 오히려 이런 전염병이 북한에 체제 위협이 될 지도 모를 일이죠.
MC: 사실 그동안 전 세계 축산업계는 많은 동물성 전염병과 싸워왔는데요. 북한에서도 동물성 전염병이 돌았다는 얘기는 가끔 뉴스로 들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 했는지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조현: 현재 북한은 이 동물성 전염병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큰 고통을 받고 있어요. 청천강 하류 등 야생조류 서식지에서는 새들의 변에서 지속적으로 고위험성 조류독감 비루스가 계속 검출되고 있고요. 청남, 개천, 안주, 광포 등 가금공장에선 매일 수십 마리씩 조류들이 독감에 걸려 폐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계란 가격이 쉬지 않고 오르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이 계속되는 이유가 닭, 오리의 사료 부족 때문인데요. 닭과 오리들이 대부분 강과 하천에서 철새들과 함께 같은 먹이를 먹고 있고 또 협동농장 탈곡장, 정미소에서 사람들이 먹다 버린 찌꺼기, 야생조류와 같은 먹이를 먹습니다. 약품과 소독제가 부족한 현실에서 그저 해결하는 방법이 김치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젖산균을 물에 희석해 닭들에게 먹이는 것 정도인데요. 그에 반해 국제사회에서는 철새와 기르는 새의 분리작업을 먼저합니다. 일단은 사육하는 닭이나 오리가 안전하도록 기준을 만들어 놓았어요. 기르는 닭이나 오리는 정확하게 오염되지 않는 사료만을 먹고 사육장 내에 방역 울타리라는 것을 만들어 수시로 소독약을 뿌릴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소독약의 기준도 동물에 적합하게 기준을 정해놓았고요. 또한 예방주사를 충분히 만들어 시설 내에서 기르는 새들에게 투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방식을 지금 북한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어요. 또한 오늘날의 동물성 전염병에 있어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북한의 풍토병이 되어버린 아프리카 돼지열병
MC: 아 그렇네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있었죠?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조현: 아예 아프리카처럼 북한에선 토착질병이 됐습니다. 북한 돼지고기 가격이 한 근에 7,000~8,000원이었는데 돼지열병 사건 후 17,000~18,000원이 됐어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이 병에 걸린 돼지를 먹으면 변을 통해 병균이 퍼지는 위험이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돼지열병 발생 초반에는 북한도 각 기관과 기업소마다 돼지고기 판매 및 유통, 식용을 금하는 통지를 내렸다고 해요. 그러나 제가 들어보니 단속으로 회수된 돼지고기가 일부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사람에게 공급되고 있었답니다. 방역 때문이 아니라 당국이 고기가 필요해서 몰수했던 거죠. 한국은 방역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돼지 사육시설을 많이 바꿨고요. 사육장의 온도, 습도, 소독약 등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기준을 지키면서 다시 정상으로 회복했습니다. 사실 올해 2022년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한 건도 없었는데 5월 말에 올해 처음으로 감염 사례가 나오긴 했어요 그러나 워낙 검사와 살처분, 소독, 격리를 바로바로 하고 있어서 아마 한국엔 큰 영향은 없을 겁니다.
MC: 그렇습니다. 아까 감염된 돼지고기 식용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2001년 독일에서 광우병이 발병했을 때, 독일에서 살처분하려던 소들을 북한에 식용으로 보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어요.
광우병 의심 소 선물(?)받은 북한
주민들도 감사히 먹어
조현: 네. 2001년 1월 독일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되어서 독일정부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감염이 우려되는 40만 마리의 소를 도살하기로 했는데요. 그 소식을 접한 김정일이 도축하려는 소 20만 마리를 요청했답니다. 저는 그때 참 고맙게 잘 먹었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뒤 2007년, 한국에서는 광우병 논란이 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려고 하자 수십 만명 시민들이 소 수입 반대 시위도 하고 그랬다네요. 저는 광우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소를 익혀서 먹으면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인간 광우병 의심환자들이 나오고 있어 정확한 피해 여부는 솔직히 모르는 상황입니다. 당시 독일이 북한에 광우병 의심 소를 보낸다고 했을 때 국제사회의 비난이 컸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 있을 땐 전혀 몰랐던 일입니다. 국제사회의 방역기준에 따르면 조류독감이나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가축들을 모두 살처분합니다. 한국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절대 시중에 유통하지 않습니다. 땅에서 식용으로 이용하면 만에 하나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과는 전혀 다르죠.
MC: 자, 그럼 여태껏 속수무책으로만 당했던 북한이라면 앞으로 계속될 동물성 전염병에 대한 대책, 생각하시는 방법이 있습니까?
조현: 지금 상태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돼지나 조류가 외부와 접촉하지 않게 하는 건데요. 사실 북한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더 이상의 기술이 없습니다. 방법은 결국 하나, 북한은 국제사회와 손잡아야 합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조류독감의 확산을 줄이는 일정한 지침들을 만들었는데요. 그 지침을 따르려면 사실 돈이 들어요. 소독약, 방역물품, 방역 울타리 등을 만드는 건데 이게 북한의 경제실정으론 절대 불가능합니다. 남한은 돈을 받지 않고 이것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과감하게 문을 열고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북한은 한국의 도축기술이나 도축장 건설, 이런 것들을 잘 배워서 살처분이나 도축과정에서 퍼지는 전염도 막아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부세계의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더 늘어나는 각종 비루스에 동물이나 인간 모두 점점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MC: 네. 국제사회와의 협력, 또 다른 동물성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금 시점에 북한에 꼭 필요해 보입니다. 소장님 오늘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