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김맬 수 있는 도구는 호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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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은 코로나 유열자 수가 점점 줄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봉쇄가 이어지면서 물가는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오르고 있죠. 실제로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조현: 전체 물가가 다 올라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직전과 비슷합니다. 쌀 1kg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20%가 올랐고요. 강냉이도 1kg당 1,700원~1,800원 했는데 지금 3,000원으로 50% 이상 뛰었어요. 코로나 봉쇄로 북한 내 곡물이동도 중단되면서 돈 내고 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 농업전문가들 역시, 장기간 국경 봉쇄에 코로나 발병까지 겹친 현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8월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북한인민위원회는 매년 지금 같은 춘궁기에 식량이 떨어진 농가를 조사하는데요. 당국은 지금 전체 농가수의 20~30%가 먹을 것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정도 통계면 북한도 심각한 상황을 인정한 겁니다. 실질적으로 지금 풀죽 먹거나 굶는 사람이 엄청납니다.

코로나 봉쇄로 어려워진 모내기 전투

비상인력까지 투입된 김매기 전투

MC: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북한에선 김매기 전투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가뭄이 극심해서 이번엔 성, 중앙기관 사무원까지 투입됐다던데요.

조현: 그 말이 사실입니다. 앞서 모내기도 코로나 발병자와 극심한 가뭄 때문에 전체적으로 늦어졌거든요. 그래서 김매기라도 어떻게든 해내야 하니 전국, 전당이 나서서 농촌지원하자고 구호까지 만들었습니다. 평소엔 안 하던 사무원 투입까지 됐으니 거의 총동원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에선 김매기철 논밭에 가면 흔히 보이는 모습이 있는데요.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땅에 비닐박막을 깨끗하게 입혀놓고 벼나 농작물을 심은 부분만 뚫어놓거든요. 그게 땅의 수분이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잡초는 못 자라게, 작물만 영양분을 오롯이 받을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북한은 비닐박막 자체가 부족하니까 이 방법을 도입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김매기 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 살초제를 뿌리는 법입니다. 남한과 동일한 방법이지만 남한의 살초제는 북한과 달리 친환경적입니다. 국가가 사람의 몸과 토양 환경, 곡물 성장에 해를 입히는 제품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거든요. 북한은 독하고 해로운 중국산 살초제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부족해서 걱정이네요. 두 번째 방법은 소나 기계를 이용하는 건데요. 소의 연결기구에 갈퀴를 달거나 트랙터가 고랑을 쭉 지나가게 하면서 흙을 파내고 김을 덮어주는 방법입니다. 이건 김매기 초기에 해야 합니다. 풀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 즉 풀이 작고 연할 때 흙을 덮어줘서 잡초가 자라는 걸 방해하는 방법인데요. 이건 북한 소들이 다 비실비실하고 트랙터는 연료가 부족해 가동도 거의 안 되는 상황입니다.

트랙터도 농약도 부족한 북한

김 맬 수 있는 도구는 호미뿐?

MC: 농약이나 기계를 사용할 상황이 못 되니 결국 사람 손 밖에 없는 거군요.

조현: 네. 그런데 사람 손 갖고 뭐가 되나요? 사람들 사이에서 "풀이 너무 무성해서 범이 새끼 칠 정도"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한국에선 일부 꽃밭이나 맬 때 사용하는 호미 있잖습니까? 북한은 그 호미 가지고 흙을 긁어내고 손으로 풀을 뽑습니다. 북한 전체 김매기 양 중에 손으로 하는 김매기의 양이 전체 50% 이상입니다. 한국은 사람이 기계 한 대 가지고 하루에 3~4정보(1정보 = 3,000평) 김을 매는데요. 북한은 사람 한 명이 손으로 하루에 100평이나 할까요? 소를 이용한다 해도 하루 1,000평을 못합니다. 이쪽 김을 다 매고 돌아보면 이미 지나온 자리에 김이 또 나와 있어요. 땅에 있는 영양분을 작물 혼자 먹어야 하는데 늘 그렇듯 잡초가 생명력이 더 강하고 영양분을 많이 빨아 먹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가뭄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 김을 잘 매야 수확이 조금이라도 더 나올 텐데요. 이건 노력동원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MC: 사람만으론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말씀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북한이 김매기에 점점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으로선 처음 겪는 일이 아닐 텐데요. 이만하면 농업간부들도 새로운 농법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농법 개발 절실하지만

농촌사정까지 신경 쓰지 않는 북한

조현: 네. 북한 농업간부와 협동농장에서도 계속 기계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계속 나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배당되는 예산이 너무 부족합니다. 국가가 농촌까지 신경 쓰지 않아요. 그 가운데 새로운 농법이라는 것이 일부 농장들에서 우렁이나 오리를 풀어놓는 방법 정도입니다. 우렁이가 잡초를 갉아먹고 오리가 논바닥을 갉아주거든요. 하지만 개체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렁이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못하거든요. 아마 일부 농장에선 지금 이 방법을 쓰고 계실 텐데요. 지금 단호히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지금은 애벌 김매기를 할 땐데요. 지금은 우렁이나 오리가 벼와 강냉이까지 쪼아 먹을 겁니다. 이 방법은 놔 두셨다가 벼가 20cm정도 자란 다음에, 벼가 아지를 7대 정도 쳤을 때 그때 하시면 효과를 좀 볼 수 있습니다.

MC: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는데, 기술적인 대처 방법이 적은 북한에 특히 더 잘 맞는 말 같아 안타깝네요. 세계적인 식량난에 코로나, 가뭄까지 올해 유독 농민들이 힘들 것 같습니다.

조현: 네. 잘 넘기셔야 해요. 그래서 더 많은 농민들이 저희 방송을 들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김을 잡아야 하는데요. 일단 물 조절을 잘 하면 좀 쉬워집니다. 농민들께서 물을 주실 때 주로 일정한 양을 주시거든요. 논에 물을 주실 땐 전체적인 물량을 유지하되, 낮밤에 동일하게 주지 마십시오. 낮에는 물을 많이 주시고 저녁에는 좀 적게 주세요. 밤에 물을 많이 주면 작물이 숨쉬기가 힘들어 집니다. 또한 모내는 기계의 하단 부분을 떼고 제초기를 달면 김매는 기계가 됩니다. 이건 기계가 없는 지역이 많아서 일정 지역서에만 가능하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보세요.

북한 김매기 최선의 방법은 물 조절

기계가 사람 100명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 너무 가물어서 땅 속 수분의 증발을 당장 막아야 하거든요. 따라서 땅에 물을 붓는 것만큼이나 땅을 들춰줘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물을 호스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물을 길어와 땅에 붓거든요. 그 품이면 수시로 땅을 파고 들춰주는 것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힘들겠지만 계속 땅을 들춰주면서 토양 속 수분을 유지하시고요. 또 하나, 이건 김매기와 관계없는 내용인데 벌써 올감자, 밀, 보리 수확철이 다가왔습니다. 빨리 수확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북한은 올곡식 수확을 위해 일시적으로 노력조직을 만드니까 빨리 노력조직을 짜고 들어서 탈곡기도 문제 없는지 확인하고 탈곡기가 없는 곳엔 낫과 농기구도 정비해 놓으십시오. 밀, 보리 등의 건조장도 당장 곡식을 건조해서 털어놓을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이거 제대로 준비 못하면 곡식 또 날립니다. 지금까지 키운 곡식 잘 보존해서 빨리 수매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합니다.

MC: 전문가들도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성적 문제로 꼽히는 농업환경을 개선할 것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얼마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식량 생산량 결과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