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금 같은 환절기엔 사람은 물론 가축들도 전염병이 잘 번지는 시기입니다. 북한에도 분명 피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북한 내 퍼지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AI)
국가에선 해결책 없이 그저 주의만 줄 뿐
조현 :네 맞습니다. 지금 북한 청천강 하류의 가금농장들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해서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발병은 작년 12월부터 1주일에 2~4회씩 꾸준히 증가되고 있다고 하네요. 1월 중순에 평안남도에 있는 제 소식통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숙천, 문덕 주변의 닭공장과 오리공장 7군데가 문제가 되어 이 지역의 축산물이나 사료는 2월 16일까지 반출하지 못하게 됐다고 해요. 문덕 쪽엔 이번 겨울 들어 10번 정도, 안주 쪽엔 5번 정도 발병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MC: 사람도 걸리면 위험한 조류독감입니다. 소독과 방역이 중요할 텐데요. 약품이 부족한 북한에선 지금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처지겠지요?
조현 :그렇죠. 소식통에 따르면 백신은 당연히 생각도 못하고 있고요. 각 농장엔 변변한 소독약도 없다고 합니다. 도 가축방역소에서도 그저 주의를 주는 것으로만 끝났다고 해요. 지금도 계속 발병 사례가 보고된다고 하니, 일단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철새가 북상하는 봄이 오기까지 가금농장에서 기본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습니다.
MC: 그렇겠네요. 격리 말곤 할 게 없겠지요?
조현 :네. 안타깝게도 농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격리뿐입니다. 보통 지금 같은 시기엔 먹을 게 없어서 닭이나 오리를 근처 하천이나 개울에 몰고 나가서 거기서 먹이를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인데요. 올 겨울이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것만 주의해도 병이 퍼지는 것은 상당히 줄일 수 있으니 꼭 유념하시기를 바랍니다.
MC: 사실 고병원성 조류독감은 북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북한과 다른 점이라면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는 방역과 소독으로 해결하고 있고, 전염을 막는 백신도 갖고 있어 위태로운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탈북민에게 들어보니 북한에선 이런 동물 의약품이 없어 가짜가 판을 친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원래도 문제였지만 최근엔 더욱 심하게 농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피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거든요. 최근 북한 시장엔 여러 종류의 가짜 약품이 판매되어 가축 사육하는 농민의 불만이 높다고 합니다. 일례로 이번 달 평성 지역 시장에서 유통된 가축 진드기 퇴치제, 복막염 치료제는 개인이 만든 가짜라고 밝혀졌다고 하고요. 또 평남 순천시의 제 소식통은 가짜 약 때문에 가축이 폐사하거나 병이 장기화 되는 등의 피해를 입은 축산 농가가 그 지역에서 벌써 85%나 됐다고 말했습니다. 가짜 약의 60%는 시장에서 유통되는데요. 심지어 나머지 40%는 도나 시·군 가축방역소에서 유통된다고 하네요. 유통되는 가짜 약은 페니실린, 마이신 등의 항생제는 물론 예방약들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가짜 치료제도 여러 종류고요.
MC: 농민이 믿어야 할 가축방역소에서도 가짜 약이 유통된다고 하니 큰 문제네요. 가짜 약을 뿌리 뽑기 위한 대응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현 :네. 물론 실력이 없다고 생각될 수 있고 신뢰를 못할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도 수의사들은 나름 경험이 있습니다. 수의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들은 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고요. 아무리 동물을 위하려는 선의의 목적이라고 해도 자칫 그것은 동물 학대 행위라는 것을 알고 계셔야 하겠습니다. 일단 북한의 모든 약품에는 국가 규격이 있어요. 국규, 도규, 군규라는 말을 쓰는데, 먼저 약품을 구입하기 전에 꼭 한 번씩 국가에서 만든 게 맞는지 확인을 하셔야 하겠습니다. 개인이 전문성 없이 대충 만든 것보다는 국가에서 수의학자들과 함께 전문공장에서 만든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인들은 워낙 말을 잘 하잖아요. 물론 그 중엔 좋은 약도 있겠지만 80% 이상이 가짜약이라고 하니 농민들이 좋은 약품을 찾아낼 확률이 너무 적습니다. 꼭 의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각 농장 내에는 적어도 수의사가 1명씩은 있으니 꼭 수의사와 상의 후에 약품을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MC: 네. 한국에서 '약장사꾼'이라는 말은 과거에 가짜 약을 만병통치약처럼 팔던 사람을 말합니다. 지금은 무조건 전문가가 아니면 약 취급을 할 수 없죠. 하지만 여전히 북한에선 약장사꾼이 존재하고, 그 이유가 국가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짜든 진짜든 장사꾼을 통해서라도 약을 사야 하는 사회 구조가 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건 북한 당국을 탓할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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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만드는 동물 의약품
조현 :당연하지요. 이건 북한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와의 차단을 고집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도 북한 현지 수의사들을 알고 있는데 그들은 "가짜 약 시장은 진품보다 수익이 너무 커서 너도 나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이 답입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약을 받아야 북한 주민들에게 질 좋은 동물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고,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MC: 사실 한국에서도 동물 의약품이 불법으로 유통된다고도 해요. 북한과는 또 다르게 전 세계와 통하는 인터넷이 열려 있어서 해외의 검증 안 된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조현 :네 맞아요. 한국은 동물병원, 동물약국 등 정해진 곳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근거 없는 제품을 아주 값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간혹 중국 등의 지역에서 불량품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제품이 한국 세관에서 통관되어 소비자 안방에 정상적으로 들어올 지는 모르겠습니다. 워낙 검역이 철저해서, 검역 단계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높고요. 작년에 적발된 사례가 130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모두 처벌받게 됩니다. 북한도, 이렇게 부당한 이익을 내는 거짓 사업자들에 대한 대책은 좀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MC: 보통 이 방송에서, 농민의 영역은 국가가 간섭하지 말고 농민에게 맡기라고 강조하는데 이 경우엔 반드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군요.
조현 :네. 단속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거야 말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문제니까요. 그러나 단속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불법 거래를 제거하려면 안전한 약품을 생산해야 하고요. 그걸 이루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리는 장기과제이기 때문에 당장은 해외에서 들여다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생산 비용이 더욱 적게 듭니다. 그럼 지금 자체로 생산하는 것보다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약품을 얻을 수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축산물 증가로 더 저렴한 값에 시장에 공급될 수 있습니다. 동물 의약품만 수입해 줘도, 올해 농사 많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먹거리 문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