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네. 안녕하세요.
MC: 요즘 서울에 감기, 독감 환자들이 많아요. 이럴 땐 따뜻한 꿀물 한 잔씩 꾸준히 섭취하면 예방도 되고, 가벼운 환자라면 치료도 된다고 하잖아요? 저도 먹어보니 참 좋더라고요.
조현 : 네. 꿀 좋지요. 꿀은 오랜 시간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서 약용으로 사용됐습니다. 사실 한국엔 좋은 약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은 꿀물을 달콤한 음료 정도로 생각하는데, 북한에선 실제 약으로 많이 쓰입니다. 꿀물을 마시면 기침 증상도 완화되고 심혈관 건강도 좋아지죠. 특히 항산화, 항염, 향균 특성이 있어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북한에는 아직 꿀이 많이 부족해서 값이 비싼데, 노동당이 빨리 개방을 좀 해서 주민들이 여러 가지 꿀을 먹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랍니다.
MC: 언젠가 소장님이 방송에서 농장의 빚을 해결하려면 양봉업에 집중해 보라고 추천하신 적이 있어요. 혹시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양봉업이 가능할까요?
부가가치 높은 양봉업
산지 농민에겐 오히려 이득일 수도
조현 : 그럼요. 북한에서 겨울철 꿀벌 관리만 잘하면 농장과 농민들의 소득을 늘릴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농장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꿀벌 치기만 잘 해도 상당한 이윤이 남을 겁니다. 사실 북한에는 꿀벌 생산에 실제로 참여하는 '밀원', 그러니까 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을 말하죠. 그런 식물이 100 종류가 넘고요. 아직 그렇게 쓰이지는 않지만 북한 곳곳에 자라고 있는 다른 식물들까지 합하면 약 320종의 밀원이 자랍니다. 꿀벌 1통에서 약 25kg의 꿀을 생산한다면 약 300~400 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지금 그 돈이면 쌀을 약 800kg 살 수 있어요. 사실 양봉업은 세계적으로도 돈을 많이 버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꿀벌을 비롯한 화분 매개자가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약 5800억 달러나 되는데요. 한국의 꿀벌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가치만 해도 약 45억 달러라고 하네요.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MC: 북한에서도 양봉업을 좀 더 규모 있게 해 보면 좋을 텐데요. 하지만 지금 북한은 여러 가지가 부족합니다. 양봉에 쓸 양질의 벌을 구하기는 쉬운 상황일까요?
조현 : 아니오. 당연히 외국과 협력해서 더 좋은 벌통을 구해 와야만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양봉을 하려고만 하면 아직 벌통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못 먹여서 그렇지, 다행히 토종벌은 기본적으로 질이 좋으니까요. 북한 형편에서 있는 벌들 가지고도 해볼 만한 사업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산이 많아서 농업 생산물이 적은 자강도, 양강도, 강원도, 함경북도 지역은 오히려 꿀벌로 덕을 볼 수 있어요. 보통 농장들은 기본적으로 50개 정도의 꿀벌통을 갖고 있고요. 산지 지역은 개인 농민들이 3~10개의 벌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집중해서 잘만 관리하면 이 겨울에 벌의 수를 2배까지도 늘릴 수 있거든요. 산지 농민들이 빨리 이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한번 도전해 보면 좋겠습니다.
MC: 네. 오늘 방송,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소장님, 그럼 이 겨울철에 꿀벌 관리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데요. 꿀벌은 봄철에 활동하는데, 지금 같은 영하의 온도에선 벌들이 얼어 죽지 않나요?
조현 : 네. 얼어버리죠. 꿀벌은 겨울이 되면 야외 활동이 거의 정지 상태입니다. 10℃ 이하에선 벌이 비상력을 상실하고 7℃ 이하에선 활동력을 잃습니다. 5℃ 이하에선 거의 움직일 수가 없어서 만약 얘들이 벌무리에서 이탈하면 그대로 낙봉합니다. 그리고 -2℃가 되면 얼어버리죠. 그래서 겨울철 양봉은 온도 관리가 생명입니다. 다만 그게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만약 바깥 기온이 내려 가면 벌들은 집단을 밀집하여 온도를 상승시킵니다. 그래서 보통 겨울철 벌통 안의 온도는 25℃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온도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바깥에서 약간의 보완만 더 해주면 되는 거죠. 보통 여왕벌의 교미 비행이 20℃, 수벌은 16℃만 넘으면 날 수 있으니까 그 정도의 온도를 만들어 주면 번식이 가능합니다. 벌통 안의 온도를 25℃로 만들려면 벌통 밖의 온도는 7~8℃ 정도면 된다고 해요. 겨울에 벌들이 꿀을 가져올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벌들이 안에서 번식할 수 있어서 다가오는 봄을 준비할 수 있는 거죠.
MC: 아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한국에선 보통 겨울철에 벌통에 마대자루나 스티로폼 같은 걸 덮어두기도 하더라고요. 북한도 같은 방법을 쓰면 될까요?
북한 벌은 동사가 아닌 아사가 문제
겨울철 양봉업은 온도 관리가 생명
조현 : 네. 맞습니다. 춥기 시작하면 벌통에 사료 포대를 씌워 놓고 거기에다 무언가를 한 겹 더 씌워서 보온을 강화해 주면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 월동 보온이 꿀벌 치기의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렇게 잘 보온해주면 북한 토종벌은 추위에 강해서 동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아사하는 게 문제죠. 온도가 낮아지면 벌들은 서로 모이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다리나 날개를 움직이고 배를 신축 시키면서 추운 겨울 동안 알맞은 벌통 온도를 만들어 겨울을 나게 됩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릴게요. 벌통 안의 온도를 25℃로 만들려면 외부 온도는 7~8℃가 되어야 하는데, 이 온도가 꿀벌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저의 온도입니다. 주의할 점은 무엇을 덮어 놓을 때 그 안에 있는 수분은 다 방출이 되어야 해요. 그러니까 비닐류로 겉포장을 해선 안 됩니다. 사료 포대 쌓고 그 위엔 스티로폼이나 합판, 이런 걸로 보온하시면 되겠습니다.
MC: 아까 토종벌은 겨울철에 동사가 아니라 아사한다고 하셨는데요. 겨울철에 주는 벌의 먹이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설탕물을 먹이려고 해도 설탕 가격이 꽤 올랐단 말이죠.
조현 : 그렇습니다. 최근 북한 시장에서 설탕 1kg 가격이 북한 돈으로 약 2만원 정도 한다고 해요. 이건 쌀 3kg에 해당합니다. 그래도 이 방송을 하는 이유는 빚을 내서라도 벌들의 월동을 잘 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토종벌은 생활력이 뛰어나고 질병, 해충 피해가 적으며 추위에 매우 강하지만 북한 농장에서 사육하는 벌들은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바로 먹이 때문인데요. 월동 양식은 당액(설탕물)을 급여하면 됩니다. 그 양은 벌통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북한에선 대부분 같은 크기의 벌통을 쓰거든요. 벌통 하나당 대략 설탕 2되(6~7kg)만 있다면 3월 말, 벌들의 활동시기까지는 충분히 버틸 겁니다. 참, 이게 설탕물이다 보니 수분이 많아요. 그런데 수분이 다 증발하지 않으면 벌들의 활동에 지장을 줍니다. 보통 3월 말이 되어야 벌들이 활동하니까 그 전에 충분히 수분이 날아갈 수 있도록 설탕물 공급하는 걸 조절해 줘야 하고요. 평소에도 자주 수분이 빠지는지 확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물과 설탕의 비율은 1:2로 하면 되는데 북한에서 파는 설탕 15kg 한포에 물을 4~5되 섞으면 되더라고요. 설탕이 없다면 벌들 먹이는 먹이용 벌집이 있는데 이것도 6~7kg이면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MC: 네. 소장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양봉업에 대해 얘기해 봤는데요. 올해는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농민 여러분도 변화를 시도해 보신다면 삶이 좀 더 넉넉해지지 않을까, 그런 의견을 조심스럽게 드려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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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