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가성비 갑’ 겨울철 오리 사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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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기상 예보를 보면 12월은 작년보다 더 춥다고 합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기록적인 추위도 예상되는데요. 북한 농민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소득을 늘릴 방법이 없을까요?

추위 잘 견디는 오리 사육

겨울 농가 소득 향상에 효자 종목

조현: 네. 저도 늘 그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단 자체로 소비할 곡물이나 축산물도 필요하고요. 시장에 내다 팔 것도 있어야 하니까, 저는 집에서 오리를 키우는 게 상당히 유리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돼지나 닭보다 훨씬 쉽습니다. 아시다시피 오리는 다른 가축에 비해 사료 소비가 적고 또 추위를 견디는 힘이 좋습니다. 2019년부터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또 곡물 사료 부족 때문에 시장에 공급되는 축산물이 급격히 감소했어요. 축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죠. 그러니, 우리 농민들이 겨울에 오리 관리만 잘 해도, 다가오는 봄에 남의 돈을 꾸러 다니지 않을 정도의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C: 오리 고기 너무 좋죠. 한국에서도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잖아요. 다만 지난 7월, 평안남도에서 오리 5만 마리가 더위에 폐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신 적이 있는데 지금 농민들이 오리를 구하기는 쉬운 실정입니까?

조현: 네. 그랬죠. 그때 이후로 사료나 방역 등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국 대부분 시장에서 종자 오리는 구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오리는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각 농가에서 5~10마리만 잘 키워도 아까 말씀드린, 봄에 돈 꾸러 다니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돼지고기가 요새 1kg당 북한 돈 3만원에 거래되는데요. 오리 고기는 1kg당 35,000원쯤 됩니다. 요새는 1달러는 북한 돈으로 3~4만원 정도 합니다. 어쨌든 가축 마리 당 비용, 들어가는 사료 양까지 비교해 볼 때, 오리는 한국에서 쓰는 말로 '가성비 갑'이라고 할까요? 지금 털갈이 시기라 오리가 알을 안 낳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인공 강제 탈피를 해주시면 7~8일부터 날개나 꼬리 쪽부터 새 털이 나기 시작하고요. 그로부터 20~30일 뒤에는 알을 생산합니다. 이미 탈피를 끝낸 오리는 보름 만에도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MC: 유용한 조언입니다. 다만 오리는 이렇게 추운 겨울에 알 생산을 잘 못 하거든요. 아무리 집 안이라 해도 방에 오리를 끼고 살 수는 없을 텐데 생산이 가능할까요?

조현: 맞습니다. 너무 추울 땐 알을 못 낳죠. 그래서 함경북도나 양강도, 자강도에서는 겨울 사육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에는 관리만 잘 해주면 이 겨울에도 충분히 생산합니다. 한국은 사육 시설에서 빛과 온도 보장을 잘 하니까 사철 내내 알을 생산하잖아요. 한국 얘길 먼저 하면… 빛은 오리의 뇌하수체와 내분비샘을 자극해서 오리가 더 많은 알을 생산하도록 돕습니다. 겨울의 자연광은 시간이 짧기 때문에, 가을처럼 높은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빛을 보충해야 하는데요. 한국의 오리 사육장에선 30㎢마다 40W의 전구를 지면으로부터 2m 높이에 달고 갓으로 덮어줍니다. 보통 저녁에 5~8시간, 아침에 4~7시간, 이렇게 하루 총 16시간의 빛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개인 농가나 목장에서 전력 사용이 가능하다면 이렇게 해주시면 좋지요. 만약 빛을 보장해줄 만한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면 온도라도 13~20℃ 사이로 유지할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MC: 전력을 맘껏 이용할 수 없는 농가가 대부분일 텐데 결국 온도 보장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겠네요.

조현: 네. 그게 핵심입니다. 오리를 사육하고 알 낳기에 적당한 온도는 13~20℃이고요. 이보다 높거나 낮으면 생산량이 감소합니다. 이 온도를 유지하려면 바람 특히 도둑바람을 주의해야 합니다. 사육사 틈새를 잘 막아 주시고요. 사육사 안에는 30cm 정도 두께의 밀짚을 깔아주세요. 그리고 1㎢당 오리 8~9마리를 채우면 오리 자체의 체온이 있어서 온도 맞추기에 용이합니다. 단열도 중요하지만, 너무 닫아 놓으면 통풍도 안 되고 암모니아의 농도가 높아져서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낮에 먹이를 찾기 위해 오리를 내보낼 때 환기해 주시고 배변을 치워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리가 사육사 안으로 들어오면 반드시 문을 닫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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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가을이라면 야생 음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오리가 먹이를 찾기 쉬운데요. 겨울엔 사정이 다르잖아요. 그런데도 밖에 내보내야 할까요?

조현: 경험 많은 오리 농부라면 "오리는 쪼그리면 안 되고 가을에 달려야 한다"는 속담을 알고 있습니다. 가을엔 먹을 게 많으니,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면 몸이 뚱뚱해져서 알을 못 낳는다는 뜻입니다. 겨울에도 집안에만 있으면 오리는 대부분 사료에 의존합니다. 오리의 체중을 1.5~2kg으로 유지시켜야 알을 많이 생산하거든요. 물론 충분한 인공사료를 공급해야 하지만 살아 있는 먹이를 찾아 물에 자주 가게 해줘야 합니다. 추운 겨울에도, 물에 얼음이 있더라도 오리 스스로 얼음을 깨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리가 정기적으로 물에 가서 살아 있는 먹이를 찾아 먹음으로써, 사료를 절약하고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죠. 다만, 오리는 물은 좋아하지만 가을비나 찬바람 특히 사육사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병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아지거든요.

MC: 그렇군요. 몰랐던 부분이네요. 하지만 겨울철 자연에 있는 먹잇감은 오리에게 충분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인공 사료가 필요할 텐데요. 어떻게 먹여야 할까요?

산란 오리는 사료 양 10% 더 필요해

조현: 한국은 알 낳는 오리는 더 많은 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반 오리보다 10% 사료 양을 증가시킵니다. 배합사료를 만들 때 통상 단백질 비율은 15%를 유지시키고 있고요. 겨울엔 옥수수나 밀 등의 에너지 사료 비율을 높입니다. 또 동물성이나 식물성 기름을 사료에 1~2% 추가 시키면서 산란 오리의 에너지를 충족시킵니다. 특히 상당수 오리 농장에선 8~10일에 한 번씩 대구 간유를 보충해 주는데요. 북한에도 간유 공장이 있고 명태 간유도 시장에서 구할 수 있으니, 가능할 때마다 이런 걸 얻어 먹이면 산란 효과는 더욱 좋아질 겁니다.

MC: 네. 지금까지 겨울철 오리 사육법을 알려주셨는데요. 처음부터 건강한 오리를 잘 고르는 것도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건강한 오리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조현: 그럼요.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만약 오리 사육이 처음이시면 시장에서 건강한 개체로 구하시고요. 지금 오리 사육을 하고 계신 상황이면 '오리 조정'을 해야 합니다. 당장 늙고 약하고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오리를 제거해야 알 생산을 잘하는 오리를 선별해 낼 수 있습니다. 우선 겉모습에 날개 깃털이 많이 빠져 있거나, 부리 밑부분이 노란색이거나, 깃털은 좋아 보여도 뚱뚱한 개체는 골라 내셔야 합니다. 또한 배설량이 적고 산도에 알이 없는 개체도 골라내야 하는데요. 이런 개체들은 주로 활동을 안 하고 쉬고 있는 오리들 사이에 많이 있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