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최근 노동당이 제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마쳤습니다. 식량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소집한 회의니 만큼 기대가 컸는데, 별 성과가 없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죠?
조현: 노동당이 농사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회의를 진행한 건 시기적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태껏 전원회의에서 농업을 기본 주제로 선정한 적이 없었거든요. 회의라도 해서 각성하나 싶었는데 결과적으론 회의를 안 한 것보다 못했습니다.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선
안 하느니만 못한 전원회의
MC: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조현: 식량부족이 마치 농업 연구자들이나 농민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처럼… 농민들이 사상적으로 뒤떨어지고 정신무장이 덜 됐다고 했고 결국 해결방도도 거기서만 찾았거든요. 그러나 북한은 경지면적이 적기 때문에 식량을 자체 생산한다는 건 절대 불가합니다. 북한 인민들의 기본식량이 1년에 쌀, 옥수수 합쳐 600만 톤이 필요한데요. 노동당이 30만 정보를 간석지대로 만들고 "새 땅 찾고 산을 다락밭으로 만들자"… 이런 구호 외치면서 나무 다 찍어내고 환경 파괴하고… 그런 식으로 경지를 만들었어도 1960년대 이후 식량이 부족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MC: 결국 노동당이 농사가 안 되는 원인을 아예 잘못 짚었다, 이런 말씀이군요.
조현: 그렇습니다.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인데요. 지금 북한엔 우량 품종이 없고요. 땅의 기력도 떨어지고 게다가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 앞으론 농사를 더욱 못 짓게 될 겁니다. 또 농민들은 최소한의 건강과 기본 생활 보장이 필요한데 농민에 대한 처우는 점점 낮아지고 있고요. 필요한 농기계, 비료, 농약, 농업자재들을 제때 보장해주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겁니다. 전문가로서 말씀드리면 오늘날 북한의 식량위기는 이러한 잘못된 농업정책과 코로나19를 빙자한 긴 시간 국경 봉쇄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딴 소리할 것 같으면 회의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나요?
MC: 그러게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한동안은 북한 경제도 성장한다고 느끼는 해외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장의 역할이 커져서 그런 게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의 탈북민들은 "아니다, 북한은 과거보다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대책
또 다음으로 미뤄
조현: 같은 의견입니다. 북한 인민은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때 보단 조금 낫지만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그때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단 김정은 초기엔 지금처럼 농촌지원을 안 보낸 게 사실이에요. 농민들이 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재를 충당하면서도 농업생산도 일정 규모 올라갔습니다. 2019년까지는 쌀 1kg에 미화 0.5 달러가 유지됐거든요. 그러나 계속되는 핵무기 개발과 또 국경 봉쇄까지 해버리니까 쌀이 kg당 북한 돈으로 6000원까지 올라갔습니다. 북한 지도부도 올해 식량부족을 타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했어요.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몇 가지 표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농촌문제에 대해 반드시 풀어야 할 전략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긴 했는데 "가까운 앞날에…"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가까운 앞날에 농촌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최소한 올해는 아니라는 겁니다. 또 "관수체계를 가까운 몇 해 안에 해결한다"고 했는데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지금 관수체계를 정비, 보강해야 된다고 우리 방송에서도 몇 차례나 강조했잖아요. 그런데도 몇 해 안에 해결한다는 건 이게 먹고 살기 위해 당장 하겠다는 대책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예를 들어볼까요? 현대적, 능률적인 농기계를 공급하라고 얘길 했어요. 북한은 지금도 60년, 70년 되어 오는 기계를 쓰는데요. 현대적인 기계라고 표현하면 이건 굉장히 애매합니다. 현대적인 것이 어느 시대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고요.
MC: 소장님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걸 어떻게 만들겠다는 이런 논의가 필요했다는 거죠?
조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북한에 28마력짜리 트랙터밖에 없으니 현대적인 75마력짜리 트랙터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고, 또 국가가 돈을 대서 사온다거나 농장이 어디서 돈을 꿔서 마련하라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여전히 따르고 있는데 이미 반세기가 넘은 상태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똑같이 따른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해법입니다.
북한보다 못 살았던 라오스 본받아야
MC: 소장님처럼 많은 전문가들도 북한 지도부의 동문서답에 안타깝다고 말하는데요. 북한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라오스도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았기 때문에 농촌이 많이 발전되지 않았습니까? 최근에도 지원을 위해 라오스를 방문하셨는데, 요즘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조현: 작년에 제가 라오스 얘길 하면서 국가에서 농가 경영을 자율적으로 하게 해주니까 농민 소득이 늘어나 굉장히 좋은 주택을 가지고 살더라는 얘길 했었는데요. 이번에 보니 코로나19에도 라오스 농촌이 끄떡없었다는 겁니다. 라오스도 외부적으로는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경제 파동이 있었거든요. 도시 물가도 많이 상승했고요. 그러나 1차생산물이 확실하게 버텨주고 농촌 소득이 굳건해지니까 농민들이 체감하는 코로나19, 3년은 크게 힘들지 않았답니다. 또 농업생산을 알아서 하라고 하니 농민들은 돈 되는 작물을 선택했습니다. 라오스는 지금 꾸준히 선진국가로부터 농업에 대해 배우는 입장인데요. 사실 70년대 베트남 전쟁 때문에 라오스도 미국에 대해서 굉장히 안 좋은 감정이 여전히 남아거든요. 그럼에도 기술이나, 우량품종 도입 등 배워야 할 것들은 미국에 현지 유학을 하면서도 배워옵니다. 그들은 한국과 일본 따라잡는 게 머지않았다고 말하더라고요.
MC: 한때는 같은 사회주의를 표방했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낙후되었던 라오스가 이런 성장세를 보이는 걸 북한도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안타깝지만 고통은 또 농민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혹여 지금이라도 북한 지도부가 마음을 돌린다면 당장 올해 농사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말뿐인 정책 말고
농약수입, 기름 제공 등 구체적인 해법 제시해야
조현: 일단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있는 자원을 농촌에 먼저 공급해야 하는 건데요. 지금은 파종기간이니 안전하게 파종할 수 있도록 비닐박막과 비료를 확실하게 보장해야 합니다. 초기에 보장하면 얘네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올해 이상기후 현상이 있더라도 튼튼하게 곡식을 키워낼 수 있습니다. 또 농사는 어쩔 수 없이 농민이 지어야 합니다. 작년 농사가 너무 안 되어서 농민들이 굶고 빚에 허덕인다고 하는데요. 어서 군량미를 공급하는 것처럼 농민들 식량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또 지금 북한 농촌 상태에선 잡초와 벌레 피해를 막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계속 사람이 허리 굽히고 김을 매는데 이래서는 더 이상 생산성이 없습니다. 어서 농약부터 수입해 와서 뿌려야 병해충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또 농촌에 필요한 건 휘발유, 디젤유거든요. 트랙터도 기름이 없어 뛰질 못하니 농촌에 먼저 공급해야 하지요. 간부들이 승용차 좀 못 타도… 이렇게 있는 자원을 농촌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시작해야 하고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간석지 개간에 돈 쓰고 경지면적 늘린다고 산의 나무들 찍어 내리는 건, 지금까지 보셨다시피 소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올해는 부족한 식량분을 외국에서 사올 수 있도록 전략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MC: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좀 더 현실적인 결과를 낳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쉽지만 북한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농민을 위한 진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