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의 산림이 살아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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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최근 한국의 경상남도 합천은 축구장 228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봄철 산불이야 원래도 잦았다지만 계속되는 이상기후와 심각한 가뭄으로 여러 수종은 사라지고 산은 바짝 말라있는 상태… 한국 산림청은 더욱 세심하게 주의하며 산불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숲이 많아서 이렇게 산불이 염려가 되는데 반대로 북한은 나무가 너무 없어서 문제라고 들었어요. 지난주가 북한의 식수절이었죠? 들리는 소식이 있습니까?

조현: 북한도 산림복구전투라고 해서 현재 산림재건에 총력을 기울이는데요. 늘 그렇듯 또 군인들과 주민들, 학생들까지 대거 동원해서 억지 노동만 시키는 중입니다. 남한의 식목일이 4월 5일인데 북한 식수절도 원래는 4월 6일, 비슷했어요. 그런데 1999년부터 식수절을 3월 2일로 바꿨습니다. 김정일이 5살 때 김일성과 모란봉에 함께 올라 나무 심은 걸 기념하기 위해서랍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느 시기에 나무를 심어야 잘 자랄 수 있는가, 이것이지 누가 누구랑 나무 심은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MC: 그렇죠. 그래도 3월에 심든 4월에 심든 북한에서도 울창한 숲과 나무 가득한 산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한국은 이제 식목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학교에서 기념하는 정도로만 나무를 심고 그마저도 생략하는 곳이 더 많죠. 아마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산과 수목을 잘 관리하니까 일반인의 참여가 덜 필요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조현: 그렇죠. 국가 소유 산림은 공공기관에서 잘 관리하고 개인 소유의 산도 너무 울창해서 식목일이라고 해도 굳이 산에 가서 나무 심을 필요가 없죠.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에선 식수절을 전후해 한 달, 길게는 두 달 동안 나무심기를 하는데요. 이땐 북한의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등 모든 주민이 동원되고요. 소학교 4학년부터는 해마다 나무심기에 참여해야 합니다. 시군에 있는 청년동맹위원회에서 모든 학교에 학급별 구획을 나눠줍니다. 학생 1명이 식수절 기간 동안 하루에 심어야 할 그루 수는 학년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보통 80그루~100그루나 됩니다.

MC: 굉장하군요. 그런데 그만큼 효과를 보는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누구나, 해마다 나무를 심는다고는 하지만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동일하게 하는 말이 북한에선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산을 보기 힘들다는 얘기였거든요.

조현: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식수절에 심은 나무들이 잘 살아남지 못하는 건 어떻게 심는지 몰라서가 첫 번째 이유입니다. 10대 초반에 어린 학생들이 심기엔 수량이 너무 많다보니 대충 심는 거죠. 규정대로 묘목을 심자면 나무뿌리가 굽지 않게, 조심스럽게 곧추펴고 우선 보드라운 흙으로 채운 후 거친 흙으로 묻고 잘 다짐을 해야 하는데요. 80~100그루 심으려면 하루로는 모자랄 수밖에 없죠. 어른들도 힘든데 이런 학생들 사정 생각하지 않고 국토관리부 관계자들은 학생들을 독촉하니 얼마나 잔인합니까? 결국 식수절에 심은 나무 생존율은 10%라고 합니다. 또 이 묘목을 각 도시군 산림경영소에서 생산하는데요. 그쪽 책임도 큽니다. 거기 토양의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요. 산림경영소는 가축을 키우는 단위와 잘 공조해서 퇴비 거름을 잘 생산하고 관리해서 토양미생물 상태를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 지역 특성에 맞게 잘 자라는 나무가 다르거든요. 침엽수, 활엽수, 어떤 산에는 과일나무, 도토리나무 또는 일정한 수종의 배합이 지역마다 다 다른 겁니다. 이런 부분을 간과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MC: 그렇군요. 북한의 언론매체들을 보면 "가까운 몇 해 안에 나라의 모든 산들을 푸른 숲이 설레는 황금산, 보물산으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식수절에 심고 살아남는 나무가 겨우 10% 정도라면 당장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조현: 당장 바꿔야죠. 북한 정권이 해마다 나무심기를 강조하지만 청취자 여러분께선 산림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유엔기구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삼림(森林) 비율은 1990년 68.1%에서 2010년 47.1%로 급감하였다고 합니다. 아까는 식수절을 예로 들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얘길해보면 북한 삼림 황폐화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다락밭 정책입니다. 다락밭은 산을 농경지로 이용하기 위하여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만든 밭인데요. 북한은 전체 면적의 약 80%가 산인데, 그래서인지 1976년부터 경지 면적을 늘리는 방법이 다락밭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어요. 이른바 '새땅 찾기 운동'으로 명명된 다락밭 조성으로 숲속 나무를 모두 베었습니다. 그러자 장마철에 폭우로 다락밭들이 쓸려나가기 시작했고 산사태와 홍수로 토양유실이 심해졌으며 푸른 숲이 우거졌던 산들은 사막처럼 벗겨져 나간 거죠. 새땅 찾기 운동이 오히려 심각한 재앙을 불러온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게다가 요즘은 기후변화도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최근 2년 동안 한국에선 구상나무, 한국의 고유종인 상록침엽수로 기독교 성탄절에 사용하는 성탄장식에서 많이 쓰이는 나무인데, 이 나무가 기후변화로 인해 90% 이상 사라졌다고 하고요. 또 아까 시작할 때 말씀드렸던, 잦은 산불 뉴스도 들으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북한 주민들도 그러시겠네요.

조현: 당연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선 이 밭들이 개인 소유가 아니다보니 누구도 이걸 가슴 아파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다락밭 피해를 줄이고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선 토지의 사유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해마다 어린 학생들 동원해서 노동 착취를 할 게 아니라 농지와 토지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주인 입장에서 관리하면 정말 책임의식이 커지거든요. 당장 국토관리부가 관리를 독차지 하지 말고 최소한 협동농장에만 권한을 줘도 훨씬 달라질 겁니다.

MC: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더 좋은 것을 심고 잘 가꾸게 되겠죠. 그런가하면 북한의 산들이 대부분 민둥산인 이유가 다락밭 건설도 있지만, 땔감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도 문제잖아요? 그렇다고 살기 위해 나무를 베는 주민들 탓만을 할 수도 없는데 이 부분도 산림유실에 있어선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조현: 그렇죠. 북한의 산이 황폐화된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가정에너지 부족에 원인이 있습니다. 한국도 전쟁이후엔 대부분 민둥산이었잖아요. 그런데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이 사업에 관심을 돌려 산림사업이 체계화됐고… 한국에서 그때 나무를 심음과 동시에 연탄도 생산했습니다. 한국의 에너지 기술은 점점 발전해서 2020년대인 지금 연탄을 사용하는 주민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가스, 전기를 이용해 밥을 해 먹고 난방을 합니다. 영국에 있는 위험지역 정보제공업체인 <메이플크로프트>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 개 나라 중에서 북한은 가장 심각한 산림황폐화국가 9개 나라에 포함되어 있으며 삼림감소 지수도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국가로 평가됩니다. 북한에서 연탄, 가스, 전기난방 같은 에너지를 공급해주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아무리 온 인민을 동원해도 산림을 회복시킬 수 없습니다. 국가는 빨리 자라고 수종이 좋은 나무를 잘 공급하고, 주민들에겐 소유권을 주어서 자기 산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며, 국민들에게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가정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북한의 산을 살리는 길입니다.

MC: 탈북자들에게 들어보니 먹고 살기 위해 시간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강압적인 복종만을 강조해서는 되던 일도 안 되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된 산림조성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율적 참여를 위한 올바른 민주적인 노선과 정책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북한의 산림관계자들이 유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