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큰물 피해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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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 저희가 경상남도의 산불 소식으로 시작했는데요. 안타깝게도 한국의 지리산에 또 산불이 발생했다가 진화됐습니다. 이런 산불의 원인은 혹독한 겨울 가뭄이라는데… 기후 전문가들은 이렇게 겨울 가뭄이 극심하다면 여름에는 그만큼 더 큰 폭우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네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의 예상으론 지금처럼 겨울 가뭄이 계속된다면 분명 7~8월 여름에는 엄청난 폭우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북한 농업 관계자들은 이걸 꼭, 반드시 유념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3~4월은 기본적으로 땅 다루기를 많이 할 때잖아요? 이때 폭우를 대비해 배수 체계를 반드시 갖춰놔야 하거든요.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북한 배수 체계 전망 불투명

MC: 얼마 전 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도 배수체계에 해당하는 관개공사 추진에 대해 논의를 좀 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는지요?

조현: 아닙니다. 준비하는 움직임은 하나도 안 보이고요. 북한은 관개공사에 대해서 그저 편파성을 극복하고 균형성을 보장하라는, 틀에 박힌 지시만 하는데요. 뒤에 얘기하겠지만 배수공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또 농산물의 생산 정도에 따라 순번을 정해서 시작해야 합니다. 노동당은 그저 핵미사일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이번 전원회의 확대회의도 그저 자기네가 농사에 관심이 있다, 이 정도만을 보여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MC: 안타깝네요. 작년에도 폭우 피해가 극심했는데 아직 복구를 다 못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조현: 그럼요. 작년에 피해를 당한 평안남도, 황해도 지역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평안남도 온천, 중산, 대동군 지역에 큰물 피해로 관문이 부서지고 양수장이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복구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참 안타깝습니다. 현지농장은 자재와 설비가 없어서, 국가는 관심이 없어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을 보면 황해남도, 평양, 남포, 평안북도 지역에서 해일 등 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기록되고 있습니다. 제가 배수 체계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폭우는 물론이고 풍수해가 해마다 2~3회나 되더라고요. 그로 인한 삼림 황폐화, 풍화, 침식, 사태, 홍수, 범람을 일으키는 상황들… 그 피해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어서입니다. 전에는 피해가 50이었다면 지금은 100이 넘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에선 치산치수에 대해 투자가 전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해일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솔직히 겁도 나는 게 사실이고요.

MC: 아, 북한에서 해일을 경험한 적이 있으셨군요. 언제쯤이죠?

조현: 2000년 폭우와 해일이 와서 평안남도 안주와 숙천, 문덕이 피해를 입을 때 제가 문덕에 있었어요. 20층, 30층 높이의 물이 처음엔 서서히 오나 싶더니 한순간에 육지로 밀려와서 손으로 땅을 할퀴듯 다 끌어가더군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해양경비대 초소도 콩가루처럼 없어졌습니다. 제가 당시 평안남도 숙천, 문덕 쪽 농장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때 수십 정보의 논이 바닷물에 잠겨서 벼가 빨갛게 변해버려 다 불태웠고요. 그게 끝이 아니라 이후 물을 빼주지 못해서 문덕군의 190정보에 달하는 면적은 2~3년간 농사도 못 지었습니다. 이외에 북한에선 2002년 청천강 하류지역 범람으로 안주, 청남, 문덕의 매몰 피해와 함께 함경남도, 강원도 해안 등 수차례의 해일이 있었습니다.

농어촌 정비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계획 세워야

MC: 한국도 지난 2월 27일, '농어촌 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앞으론 배수 체계 등 농촌 물 문제와 관련한 계획을 10년마다 한 번씩 세우고 5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서 해당 계획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계획을 수립할 때, 기간에 대한 한정은 법에 명시되지 않았는데요. 이제부턴 5년마다 철저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관리를 하겠다는 거죠.

조현: 그렇습니다. 큰물 피해, 이건 위기거든요. 한국은 기후 위기를 대비해 농촌의 배수 체계 보강을 조속하게 수립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국회의원들이 연일 토의하고 있습니다. 해결안을 내놓고 의견이 안 맞아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은 농민들을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거든요. 또 외국 얘길 해보면 제가 몇 년 전에 가본 네덜란드는 수백 년 동안 농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던 나라인데요. 거긴 농지 보호를 위해서 국가가 지속적으로 투자해서 훌륭한 배수 체계를 만들어 놓았는데요.

MC: 맞습니다. 더욱이 네덜란드는 지대가 바다보다 더 낮기로도 유명한 곳이죠.

조현: 네. 그렇게 훌륭한 배수 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계속, 수시로 관리해서 배수 체계를 계속 보강하고 있습니다. 농업을 국가 제일의 산업이라고 하면서 매번 똑같은 내용이나 선포하고 그저 농민의 사상 지적질이나 하는 북한과는 너무 차이가 나네요.

MC: 북한 주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일하게 안타까워하는 부분이죠. 물론 북한에도 제대로 된 배수 체계가 필요하겠지만 이건 대공사라 사실 단번에 해결하긴 어려울 겁니다. 최소 몇 년은 걸릴 일인데 좀더 빠르고 정확하게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배수 체계

피해 극심 지역, 주요 농산물 생산 지역부터

조현: 저도 단번에 해결하라고는 말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장 얘기를 충분히 들어야 하고요. 제일 피해가 극심한 지역 또는 배수 체계를 세웠을 때 농산물이 가장 많이 생산될 지역 한두 군데에 집중해서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수시설을 만드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직각식 배수시설, 평형식, 방사식도 있는데 북한은 누가 직각식이 좋다고 하면 전국에 무조건 직각식으로 만들라고 내려먹이거든요. 절대 그래서는 안 되고요. 지역 특성에 따라 정해야 합니다. 또 무조건 사람 동원만 시키지 말고 기계 장비, 건설 장비를 제대로 된 거 가져다가 써야 합니다. 장비가 없으면 한국에서도 도와줄 수 있으니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생각해야만 하고요. 이렇게, 올해 3~4월에 다만 몇 개라도 해 놓으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지역에 따라 배수시설을 만드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북한 농민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조현: 이건 사실 일반 농민들이 할 수는 없는 부분인데 저는 이 얘기를 꼭 하고 싶더라고요. 어떨 땐 남쪽에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항상 남한이 북한보다 피해가 덜 했던 이유는 한국이 지역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배수시설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배수시설은 대체로 직각식, 차집식, 편형식, 방사식, 평행식, 집중식으로 구분되는데요. 가장 일반적인 직각식은 하수관 방류 수면에 직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하천이 논과 밭의 중심을 지나거나 해안 농업지역에서 집수지가 없는 경우 이들 수역에 직각으로 수로를 배치하는 방법입니다. 평안남도, 평안북도, 황해남도 등의 서해안 지역에 적합합니다. 또 편형식이 있는데요. 이건 지형이 경사졌을 때 수로를 수직상으로 배치하여 빗물을 1개소로 모아 배수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지세가 단순하고 쉽게 한 지점으로 하수를 집결할 수 있을 때는 경제적이지만 지역경제 중심의 밀집지역의 수로, 간선이나 펌프장이 집중된 평지에는 부적당합니다. 제 생각엔 황해북도나, 평안남도 중부 산지, 강원도, 함경남북도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사식은 농토가 광대해서 쏠리는 물을 한 곳으로 배수하기 곤란할 때, 배수 지역을 여러 개로 구분해서, 중앙으로부터 방사형으로 배수하는 방법입니다. 당연히 중소농장에는 부적당하지만 열두 삼천리벌, 재령평야, 남포, 연백, 룡천 등 대규모 농장에는 적합하겠죠.

MC: 네. 큰물 피해는 전체의 90%가 장마가 시작되는 6월 하순부터 우기가 끝나는 9월 초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최소한 작년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요. 북한 농업 관계자들의 탁월한 선택이 간절해지는 이유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