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북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 농축산업의 변화나 동향을 알려드리면서,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리실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게 저희 목표인데요. 지난 1년 돌아보니 저희가 참 많은 얘기를 나눴더라고요.
조현: 그랬죠. 저도 꼭 필요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더욱 공부를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MC: 네. 저는 그 중에서도 소장님이 외국의 농축산 현장들을 방문하셨던 얘기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독일 양돈 농장 방문기가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멸종 위기의 돼지를 살려
세계 최고급 양돈농가로 우뚝 선 슈베비쉬
조현: 네. 그랬죠. 멸종 위기의 돼지를 살려낸 독일 마을 얘기였습니다. 4년 전 제가 독일의 슈베비쉬라는 마을을 찾았는데요. 독일 토종 돼지를 키우는 양돈 농장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엔 이 지역이 야생 돼지 천국이었다는데 1960년대부터 공업화가 시작되고 농장에 다량의 화학비료가 사용되면서 돼지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마을의 주민들이 양돈 산업의 위기를 깨닫고는 2000년대에 전국에 겨우 20마리 남은 토종 돼지를 데려와서, 힘을 합쳐 수천, 수만 마리까지 번식시킨 건데요. 좋은 사료 주고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한 결과였습니다. 초기엔 경제적 손해도 많이 봤지만 마을 농민들이 최고급 품종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협동을 잘 했고요. 마을의 이름을 붙인 이 슈베비쉬라는 돼지는 지금 세계 시장에서 최고급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다양한 돼지 요리도 개발하고 식당, 호텔 사업까지 추진해서 마을 전체가 훌륭한 관광지도 되고 있습니다.
MC: 네. 작년에 방송을 하면서 이런, 협동농장 방식의 양돈 산업이 북한에도 이어지면 좋겠다고 저희가 얘기했는데요. 어떻습니까? 최근 북한 양돈 산업에 어떤 변화라도 있었을까요?
조현: 안타깝게도 그 반대입니다. 북한 양돈 산업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미 생산성은 수년간 마이너스고요. 코로나19 봉쇄로 옥수수 같은 탄수화물 사료와 콩깻묵 같은 단백질 사료 공급도 줄었습니다. 지금은 토착질병이 된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공세가 매년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어서 빨리 모돈 관리를 면밀하게 해서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돈의 분만사고 발생율이나 폐사율을 줄이는 기술을 어서 북한이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MC: 당연히 근본적인 관리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모돈이 지금 얼마나 많이 사라졌나요?
조현: 양돈 농장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를 PSY라고 하는데요. 모돈 1마리가 낳는 새끼 수를 말합니다. 올해 한국은 24.3마리, 북한은 6.8마리입니다. 제게 이 소식을 보내온 북한 주민이 말하기를 10년 전 즉 2013년에는 8.9마리였다고 하더라고요. 가격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18년만 해도 돼지고기 1kg당 북한 돈으로 8,000원이었는데 최근 16,000원이 훨씬 넘었고요.
북한 양돈 농장 생산성
한국의 4분의 1에 그쳐
MC: 한국에서는 어미 돼지의 1년 출산 횟수가 2~2.3회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요. 북한은 어느 정도입니까?
조현: 지금 연 1회 정도 됩니다. 전문가들은 그걸 모돈 회전율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요. 모돈 회전율은 365일을 임신 일수와, 젖먹이는 일수 또 비생산 일수를 합친 값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모돈 회전율을 높이려면 분모의 값을 줄여야 하잖아요? 그러나 임신 일수와 젖먹이는 일수는 줄일 수 없으니 결국 비생산 일수를 줄이는 것이 생산성 개혁의 핵심입니다. 농장에서는 수컷 돼지의 재발정을 꼼꼼히 체크해서 최대한 모돈이 자주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요. 모돈의 건강을 위해 방역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국영목장과 농장 종축작업반은 오히려 개인들이 운영하는 종축생산협동조합보다 더 생산을 못 합니다. 종축생산협동조합에선 연간 1마리가 7.3마리 정도 생산한다는데 국영농장은 6.8마리로 집계되고 있거든요.
MC: 결국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걸 증명하는 사례 같고요. 또 좋은 품종의, 다산성 모돈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세계시장의 품종이 너무 다양해져서 북한 분들이 생각하는 돼지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돼지가 다를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조현: 그렇습니다. 세계 돼지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요즘 '이베리코' 하면 한국 사람들 다 알아 듣는데요. 이건 스페인이 원산지인 돼지 품종입니다. 이게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아서 이 품종만 구입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는데요. 이처럼 국제사회는 점점 더 맛있고 영양가 높은 돼지 품종을 원합니다. 그래서 국가마다 그것들을 도입하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는 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죠. 한반도에서 60~70년대 있었던, 비계 많은 돼지들은 이제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년 방송에서, 북한은 한국에서 잘 정착한 품종을 가져다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거죠.
MC: 그랬군요. 사실 양돈 산업은 먹거리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돼지 분뇨는 땅을 비옥하게 하는 좋은 비료가 되고 돼지가죽은 신발이나 가방 같은 경공업 원료로도 쓸 수 있죠. 북한 분들도 이걸 다 아실 텐데 돼지 사육마리수가 줄어드는 걸 막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위기를 맞은 북한 양돈산업
근본적인 해결책
조현: 단순합니다. 사료입니다. 북한 양돈 산업의 가장 큰 문제죠. 한국에선 6개월 동안 사료 100kg 만드는 것, 일도 아닌데요. 북한은 1년에 80kg 만들기도 쉽지 않아요. 북한이 잘 따르는 중국을 볼까요? 거기 땅이 얼마나 넓어요? 하지만 중국도 돼지 사료는 미국이나 브라질에서 나는 가축용 옥수수를 수입해서 들여옵니다. 필요한 성분이 골고루 들어있는 영양 사료가 필요하니까요. 이젠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지났습니다.
MC: 사실 중국이 국토 면적이나 인구수에 있어 대국이고, 때론 그들 스스로도 14억이라는 인구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할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는데, 자국에서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해 외부 교류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조현: 네. 중국의 행보가 북한에 영향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경로가 사실 중국 동북지방에 먼저 들어갔다가 북한에 들어가고, 결국은 한국으로 이어진 것이거든요. 중국도 그때 방역을 잘 못해서 엄청난 손실,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고는 2020년부터 방역 위주의 아파트형 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거의 완공됐다고 들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이자 돼지 목장입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체계라, 앞으로는 전염병 피해를 상당한 정도로 차단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결코 중국인들만의 기술로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의 자원이나 투자, 기술, 축산전문가들의 지식을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들여오는 거고요. 그걸 연구해서 자기네 현실에 도입해 쓰는 것입니다. 제가 너무 교류를 강조하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쌀이 남아돌아 대학생 150만 명에게 아침을 무료로 공급할 계획을 논의하는 걸 보노라면 북한당국의 변화를 촉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이런 현실을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MC: 네. 품종과 개체수가 점점 더 사라져가는, 북한 양돈산업의 위기… 위기를 해결할 비법은 명백한데요. 아무쪼록 내년에는 훨씬 더 낳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