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이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최대 비상방역체계' 속에서도 연일 모내기전투를 강조하는 상황입니다. 이 시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료일 텐데, 듣자 하니 지금 북한에선 도시거름, 그러니까 개인의 인분까지 총동원하라고 했다는데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여태껏 늘 비료 생산량이 부족해서 중국에서 수입해다 썼는데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막았으니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당국이 농민들 보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 겁니다. 간부들을 시작으로 아래, 아래로 계속 도시거름을 바치라고 양을 정해 내려먹이니 농민들이 심각한 고충을 겪는 거고요.
MC: 그런데 그 도시거름을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알고 있거든요.
코로나로 비료 수입 막히면서
인분 동원하고 있는 북한
조현: 네. 바로 사용 못해요. 1년 이상 땅 속에 묻혀놓고는 잘 삭혀야 합니다. 삭히지 않은 변은 독이 있어서 비료로 쓰면 오히려 곡물에 역효과가 나거든요. 게다가 도시거름엔 각종 오물이 섞여 있잖아요. 심지어 병이나 플라스틱 깨진 것들도 많아서 농민들이 맨발로 논밭에 들어가 일하다가 그것 때문에 손발 상하고 피부에 독 오르는 일이 많습니다. 결국은 악순환의 계속이죠. 하지만 북한에선 그것조차 없어서 못 쓴다는 게 답답한 현실입니다.
MC: 북한에선 대형 비료공장에서 비료생산을 독점하고 있잖아요. 결국 비료가 부족하다는 건 국가가 그만큼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조현: 물론입니다. 북한엔 총 5종류의 비료가 있고 각 비료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질소비료는 흥남비료공장, 요소비료는 남흥화학비료연합기업소, 인은 순천린비료공장에서 생산하고요. 이외 복합비료공장으로 흑보산비료공장이 있는데요. 복합비료는 황해도, 평안남도에 많이 묻혀있는 니탄을 이용합니다. 니탄이라고 아직 썩지 않아서 누런 색을 띠는 석탄이 있어요. 니탄과 질소비료를 잘 섞으면 쓸만한 유기질비료가 됩니다. 흑보산비료공장은 그런 비료를 만드는 공장인데, 지금 니탄과 섞어야 할 질소비료도 보장 못 하고 있으니 흑보산비료공장도 지금 공장운영이 안 되고 있고요. 미생물비료는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다 만들었는데 곡물찌꺼기에서 성분을 빼내어 물과 섞어준 다음에 토양에 뿌리는 겁니다. 이건 아직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죠.
북한 단순 화학비료 사용 대신
다양한 복합비료 연구, 개발 시급
MC: 제가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료에 대해서 조사해 보니까 굉장히 종류가 많더라고요. 질소, 인, 칼리, 규소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이런 비료들을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섞던데요?
조현: 그게 바로 복합비료라는 겁니다. 한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은 모두 북한처럼 단순비료가 아닌 복합비료를 씁니다. 예를 들어 인이나 요소같은 단순비료는 30%만 넣고 그 외엔 돼지와 같은 가축의 배설물에 들어있는 각종 유기물질을 섞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북한도 곡물생산을 위해 농지의 지력을 높이려면 비료 만드는 방식을 바꿔서 단순비료가 아닌 복합비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단 지금은 비료가 너무 부족하니까 어서 정책을 바꿔서 빨리 중국이나 한국에서 수입하는 게 맞고요. 협동농장위원회나 농업간부들은 중국에서 사오는 걸로 그치지 말고, 필요한 비료들을 사다가 복합비료 연구를 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MC: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비료 양이 어느 정도 되는데요?
조현: 주체농법에선 비료 사용법에 대해 1:10 원칙을 강조하거든요. 화학비료 1kg을 주면 곡물 10kg이 생산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의 올해 곡물 목표생산량이 600만 톤인데, 그럼 비료는 질소, 인, 요소, 다 합쳐 60만 톤을 생산해야 한다는 얘기죠. 하지만 공장들의 전력문제, 설비 노후화, 기본 재료들의 고갈로 북한은 지금 그중 30%도 못 채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MC: 북한에선 비료공장 말고는 연구소나 민간에서 비료를 생산하는 경우는 없나요? 제가 단순하게만 생각해봐도 농작물에 따라서 각기 다른 비료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국가가 비료생산 독점하는 건
농업 망치는 지름길
조현: 그 단순함이 전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와서 엄청 놀랐거든요. 한국은 농민들이 직접 자기가 연구해서 비료를 만들더군요. 잘 만들어서 남한테 팔기도 하고요. 말씀대로 벼, 옥수수, 남새, 과일, 곡물, 모든 품종에 따라 각각 맞춤형 비료가 있어야 되고 게다가 토지에 따라서도 제각기 다른 비료가 필요합니다. 한국이나 유럽 등 발전된 나라는 자기 지역과 농작물에 맞는 비료를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땐 국가가 화학비료를 안 만들거나 중국에서 사다주는 비료가 아니면 농사를 못 짓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말씀을 북한 농민들께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에도 말 좀 하고 싶은데, 국가가 비료생산을 독점하는 건 농사를 망치는 길입니다. 농민들이 제각기 화학비료를 섞어서 작물에 적합한 비료를 만들어 유통,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자유를 주면 북한 농업은 단번에 크게 성장할 겁니다. 당장 한국에선 비료의 수를 제가 세지도 못합니다. 대략 알고 있는 것이 70여 가지인데요. 한국 농민들은 농사짓는 것 외에 이렇게 비료 생산으로도 부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MC: 네 그렇습니다. 내가 경작하는 땅과 곡식을 가장 잘 아는 농민이 직접 비료를 연구한다거나, 혹시 연구가 어려우면 적절하게 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만 주어도 생산량엔 훨씬 효과적일 것 같네요. 그나저나 어떤 비료든지 간에 올해 비료 양이 턱없이 부족할 텐데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이렇게만 하면 비료를 최대한 줄이고
알곡생산량을 최대로 늘린다?
조현: 네. 그래서 오늘은 비료 주는 횟수를 줄이거나 양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했습니다. 북한 농민들은 거의 모두 주체농법을 따르거든요. 거기엔 벼를 심을 때 거름 주는 법에 대해서 밑거름비료, 아지비료, 이삭비료 이렇게 3번 줘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밑거름은 모내기할 때 주는 거름이고 아지비료는 벼가 땅에 뿌리를 내려 나뭇가지처럼 아지가 많이 생기라고 주는 거름입니다. 이삭거름은 벼의 이삭이 줄기 속에서 막 자라나기 시작할 때 주는 거름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아지비료는 안 주셔도 됩니다. 아지비료만 안 줘도 생산량엔 변함이 없다는 걸 여러 과학자들이 이미 실험했고 증명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비료 주는 비율을 조금 바꿔보세요. 원래는 밑거름비료 50%, 아지비료 20%, 이삭비료 30% 이렇게 주셨을 텐데, 앞으론 밑거름 때에 아예 70%를 주시고 이삭거름 때에 30%를 주시면 훨씬 좋습니다. 또 한 가지, 지금 드리는 제안은 쌀의 맛과 관련된 방법인데요. 모내기하고 벼 심을 때 생산량을 높이려면 당연히 질소비료를 많이 줘야 하지만,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완전미가 줄고 싸라기, 유색미, 변색미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어요. 또 단백질 함량도 높아져서 밥맛도 떨어지고 밥이 식었을 때 퇴색되어 변질도 빨라집니다. 반대로 질소비료를 조금 줄이면 쌀알이 맑고 깨끗하여 풍부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고 밥에 윤기가 넘치면서 쫄깃한 맛이 납니다.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질소비료를 1 정보 당 3.6kg 정도 주라고 하는데 그걸 2.8kg 정도로 줄여보십시오. 아마 쌀 생산량은 전체적으로 4~5% 정도 낮아질 겁니다. 하지만 유색미, 변색미가 줄면서 쌀 품질이 좋아지고 먹을 수 있는 쌀알이 훨씬 많아지니 더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실용적인 조언들 감사합니다. 다음주에는 농업만큼이나 중요한 먹거리, 축산업에 대해 짚어볼 텐데요. 전 세계적으로 신종 동물 감염병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북한의 축산업 현황은 어떤지 다음시간에 알아봅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