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국가수매제도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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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서울 거리에선 벌써 옥수수를 쪄서 파는 가게들이 보입니다. 예전엔 옥수수는 강원도에서 주로 생산됐고 한여름에나 먹을 수 있었는데요. 요즘은 품종도 다양해지고 제주도에서도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어 5월 말~ 6월 초면 쉽게 구할 수 있거든요.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죠?

조현: 네. 북한엔 옥수수가 암만 빨라도 7월 말~8월 초에나 나왔는데요. 이젠 여러 농법 개발이나 품종 개량이 이뤄졌어요. 옥수수는 밭에서 재배되지만 그 외 대부분 과일과 채소들은 온실재배로 바뀌어서 생육시기 조절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각종 채소나 과일들, 참외, 수박, 토마토도 생산되는 계절이 따로 없습니다. 북한은 현재로선 이런 상황을 전혀 꿈꿀 수 없습니다. 일단 비닐박막이 없어 온실재배가 힘들고요. 그러다 보니 오로지 제철에 생산되는 식재료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 딱 밀, 보리, 감자 수확철이거든요. 그것 아니고선 다른 먹을 것을 생각하기 힘든 거죠.

북한 밀, 보리, 감자 수확량

심각한 가뭄으로 지난해 60~70% 될 듯

MC: 그렇군요. 밀, 보리, 감자가 많이 생산되면 정말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가뭄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현지 수확 상황이 어떻습니까?

조현: 분명히 감자는 사람들이 배고프니 이미 다 캐먹었을 거고요. 다른 작물도 심각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작년의 반도 안 될 거라는 걱정이 현지로부터 들려옵니다. 수확량의 정확한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제 생각엔 작년의 60%~70% 정도 될 것 같아요. 또한 지금은 수확철인 동시에 김매기철인데 북한 전역에서 논에 물이 말라 바닥이 갈라터질 정도여서 김매기를 못한다네요. 다행히 며칠 전 비가 좀 내렸는데 다음 주엔 좀 더 희망적인 소식을 기다릴 뿐입니다.

MC: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북한에선 지금 막 생산된 밀, 보리, 감자로 쌀을 수확할 때까지 몇 달을 버텨내야 할 텐데요. 말씀 들어보니 현재 상황으론 어렵게 보이네요.

조현: 네.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은 수확량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지금 같은 춘궁기엔 밀, 보리, 감자 수확으로 북한 주민의 식량을 해결해야 하는데 문제는 국가의무수매제도입니다. 이건 농사가 잘 되든 안 되든, 국가가 계획한 양만큼 엄청 싼 값으로 곡물을 가져가 버리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장마당과 국가수매 가격차이가 기본 100배가 넘어요. 지금 장마당 얘길 해보면 밀가루 가격이 kg당 15,000원, 밀가루로 만들기 전 통밀 가격은 4,000~5,000원 하는데요. 하지만 농민에게 지불하는 국가수매가격은 통밀 1kg 당 25~28원 밖에 안 해요. 현재로선 200배 가까이 되는 겁니다.

북한의 곡물 국가수매 가격 : 시장가격

100배 이상 차이나

MC: 국가의 수매가격이 턱 없이 낮은 상황에서 국가수매량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농민에게 분배된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게 생계에 보탬이 되는 정도이긴 한가요?

조현: 원래는 국가수매제도로 당국이 생산량의 30%를 가져간다고 말했는데, 그건 거짓이고요. 예를 들어 1정보에서 밀 10톤이 생산됐다고 합시다. 그럼 국가에서 3톤을 가져가야 맞죠. 그런데 만약 5톤이 생산되었어도 3톤을 가져갑니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계획한 생산량의 30%를 챙겨간다는 얘깁니다. 이런 수매제도 때문에 농민들이 이중 타격을 입어요. 협동농장은 수확을 하면 국가수매량을 제외하고 다음 농사짓는데 필요한 비료, 농약, 물 등의 비용을 제외한 후에 나머지를 농민에게 주거든요. 이게 바로 농민들이 식량으로 소비하거나 장마당에 가서 팔 분량입니다. 올해처럼 농사가 안 되면 농민들이 받을 게 없어요. 지역에 따라 주는 곳이 좀 있기는 한데 이건 개인이 농장에 지는 빚으로 남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가의무수매제도를 시장가격으로 보상해야 합니다. 게다가 생산량이 부족하면 먼저 농민부터 소비하도록 해야죠.

MC: 과거 소련이나 중국의 사회주의 집단농장제도들이 결국 무리한 집단체제와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실패로 끝났잖아요. 현실성 떨어지는 국가수매제도 등을 보면 북한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현 상황에서 북한의 농업제도가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조현: 글쎄요. 일단 전 세계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수매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도 농민들이 직접 농장을 경영합니다. 품종부터 농사방법, 수확물 처리 방식까지 모두 자유입니다. 한국은 이런 예가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FTA라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는데요. 따라서 미국의 질 좋은 쌀들을 한국 쌀보다 값 싸게 사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농민들은 쌀을 못 팔 수도 있겠죠. 안 팔리면 농사 안 지을 거고요. 그런데 국가 입장에서는 국내산 쌀로 전 국민 평균 소비량의 3년치 정도는 저장해 놔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지금처럼 전쟁이나 기후 위기로 곡물가격이 오르면 마냥 사먹을 수 없거든요.

북한의 식량 안보 문제 심각

부당한 농민 수탈 멈춰야

이런 걸 식량 안보 문제라고 하는 건데요. 그래서, 국가가 농민들에게 지원금까지 주면서 농사짓게 하는 겁니다. 이 지원금은 농민들의 초보적인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인 거죠. 또한 농민들이 생산된 것을 팔지 못하면 ‘공공비축제’를 통해 국가가 사들이는데요. 이게 바로 한국판 국가수매제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공공비축제는 정부가 일정량의 쌀을 시장가로 매입해서 시장가로 방출하는 제도입니다. 한국의 올해 쌀 생산량은 375만 톤 정도 예상하는데요. 작년 쌀 수요량은 361만 톤 정도였답니다. 작년 한국에선 공공비축제로 한국에서 생산한 쌀 품종, 삼광벼와 새일미 등 총 35만 톤의 쌀을 매입했고 매입가격은 40kg당 7만 4,300원이었으니 1kg당 1.5달러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수매가격은 쌀 생산비용에 약간의 소득보상까지 감안해서 결정되는데 해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적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이 제도가 그동안 쌀값 안정이나 농가 소득증대에 나름대로 기여해왔다는 사실이죠. 이런 방법들이 바로 북한이 보고 배워야 하는 제도들입니다. 제발 농민들의 것을 빼앗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북한은 농민을 천대시하지만 농민들이 먹고 살아야 내년 농사도 또 지을 거 아닙니까?

MC: 그렇습니다. 혹독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지만 농민 여러분들 힘내시고요 다행히도 이번 주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농민들, 이번 주는 어떻게 보내셔야 할까요?

조현: 단비가 너무 감사하지만 일단 준비부터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올 여름은 비가 많이 오고 강풍이 세게 불 것으로 예보됩니다. 큰물 피해가 예상됩니다. 일단 논밭에 물길부터 잘 만들어 놓으시고요. 지금은 밀, 보리, 감자 1차 수확이 끝났으니 다시 이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요. 전체적으로 가뭄 때문에 시기가 조금씩 늦어졌거든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과감하게 밀, 보리 파종면적을 줄이고 채소 중심으로 품종배치를 해야 가을에 좀 더 소득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땅 배치, 품종 배치는 협동농장경영위원회가 결정하는데요. 해당 간부들께서 결정하실 땐 국가 계획만 생각하지 마시고 농민들의 소득을 한번 살펴주세요. 여느 때와 달리 코로나로 농사도 잘 안 됐고 작황도 떨어지는 조건에선 이모작 품종을 채소 위주로 바꿔야 합니다.

MC: 네.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새 판을 잘 짜서, 다음 수확철엔 모두가 웃음 짓는 소식 들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