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장마, 준비한 만큼 이겨낼 수 있다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 저희가 단비가 내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주에 남한은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섰습니다. 농민들에게는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죠.

조현: 그렇죠. 특히 북한은 남한보다 장마 피해가 비교할 수 없이 크니까 많이들 두려우실 겁니다. 이번 장마는 밀, 보리를 수확하는 시기에 시작되는 보리장마거든요. 원래 북한 장마기간이 7월 초부터 8월 15일 정도인데요. 올핸 6월 말부터 7월 전체가 장마라고 예보되었고 특별히 야행성 폭우가 지속된다네요. 그럼 농민들과 수로, 관개시설 관계자들은 밤에 자지도 못하고 논밭과 양수기를 지켜야 할테니, 북한의 입장에선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 겁니다.

북한 장마 대비 제대로 마쳤을까?

MC: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남한에서도 해마다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홍수나 가뭄,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그 피해는 여전히 막심합니다. 그래서 각 도, 시, 군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떻게 하면 장마 피해를 줄일까 연구하고 모의실험을 하기도 하거든요.

조현: 네. 이건 좀 다른 예인데요. 최근 남한엔 강원도에 산불이 나서 서울 면적의 1/4이나 타버렸거든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 1000명이 넘었는데 이들을 동네 체육관이나 학교 강당에서 피신하게 했습니다. TV를 보니 큰 체육관 안에 각자 자기만의 공간, 즉 4면을 다 가리는 천막을 쳐서 그 안에서 사생활 보장이 다 되도록 피신시설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이들에겐 음식도 주고 침구류도 지원해주곤 합니다. 홍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숱한 큰물 피해자들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게다가 한국은 지금 장마에 대한 사전준비를 다 해놓았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투자해서 배수시설과 수로, 강하천의 보수도 거의 마쳐놓았거든요. 북한도 빨리, 장마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북한 관개시설의 특징은 물을 공급하는 것만 가능할 뿐 배수체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마 때면 각 지역마다 물이 쏠리는 장소가 있거든요. 북한은 거기에 임시 양수장을 설치해야 하고요. 또 갑문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MC: 방수할 때 물높이를 조절하는 갑문 말이죠?

전력공급 중단으로 갑문 관리도 어려워

조현: 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서해안에서 물이 육지 논밭으로 흘러드는 걸 막는 문인데요. 강, 하천 곳곳에 건설되어 있습니다. 황해남도 서해안지대, 평안남북도에는 갑문이 굉장히 많은데요. 평안남도 온천군 한 시에만도 갑문이 12개가 있어요. 장마철엔 물이 바다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이 갑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갑문은 보통 전동기를 이용해 열게 되어 있는데 북한은 전동기도 부족하고 전력도 부족하잖아요. 특히 비가 오면 전주가 다 넘어져 정전이 다반사입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전력공급을 미리 잘 해놔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특징상 비가 많이 오면 전력공급을 중단하기 때문에 그건 꿈같은 이야기죠. 결국 갑문을 손으로 열어야 하는데, 비가 쏠리면 녹슬고 무거워진 갑문에 압력이 생기면서 사람의 힘으로 열기가 힘들어져요. 비가 많이 오기 전에 사전에 기름 좀 발라놓고, 나무 몽둥이 같은 거 잘 끼워서 돌릴 수 있도록 기구들 준비하고, 힘센 장정들 잘 먹여서 배 좀 채워놓아야 합니다. 그 외에도 전동기 보수, 북한 전역의 흙도로 보수, 바다에 해안방조제 보수 등등 정말 할 게 많네요.

MC: 그렇네요. 하지만 저는 가장 걱정인 것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바로 농민들이거든요. 이제 모내기를 겨우 마쳐놨는데요. 농작물을 어떻게, 잘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북한농민들이 장마로부터

농작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조현: 비만큼이나 센 바람의 피해가 커서 그걸 막아야 합니다. 먼저 강냉이 밭 전체와 중간중간에 지지대를 박아주시고 길게 새끼줄로 둘러주셔서 강냉이대가 쓰러지지 않게 해주세요. 이건 농민들께서 아시는 방법이긴 한데 빠뜨리는 곳이 많아서 다시 강조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기 작황이 너무 안 좋아요. 모내기를 지금 마쳤다고는 하지만 벼들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럼 비가 올때 둥둥 뜨거든요. 사전에 논밭에 물 흘러가는 길을 잘 만드셔서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해주시고요. 현지 소식을 들어보니 전략을 수정해야 조금 더 작물을 지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6월 보리장마 때는 비가 아주 많이 오진 않을 겁니다. 비가 오면 비료가 다 씻겨 내려가니까, 비가 오기 전에 빨리 거름을 주셔야 합니다. 이번주에 벼는 아지비료, 옥수수는 이삭비료를 과감하게 주세요. 그럼 좀 더 괜찮은 작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지 상황을 아는데요. 나중에 장마처리한다고 협동농장위원회에서 또 다른 과제 수행시키면 그거 한다고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게 되거든요. 따라서 지금 비료 안 주면 농사 다 망합니다. 그리고 곧 산사태도 날 겁니다. 전에는 평안남도 양도, 청천강 유역 등 산사태 특별지역이 있었는데 이젠 북한 전체가 민둥산이라 전역이 산사태 위험 지역입니다. 이제 와서 무슨 나무를 심을 수도 없잖아요. 2000년대 들어와서만도 평남 양덕, 함주, 청천강 근처, 압록강 근처 산사태로 엄청나게 많이들 죽었어요. 농민들께선 강 하천 주변에 돌이라든가, 통나무 등등 떠내려갈 수 있는 것들을 사전에 치우시고요. 산사태 지역에 비상 경보체계 만들어놓고 주민들이라도 빨리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MC: 현장에서 고생하셨던 선생님의 다급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가 하면 장마철엔 축산업계도 비상일 것 같아요. 수인성 전염병, 이런 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까? 한국에서도 장마철 전염병을 매우 큰 위험으로 생각하면서 최근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국에 있는 축산시설의 사전 점검도 했고요. 위생이나 환경에 문제가 있으면 즉각 시정조치도 요구하고 있거든요.

장마 시 북한 수인성 전염병

동물보다 사람이 더 시급

국제사회에 도움 요청해야

조현: 매년 장마가 지나면 북에선 사육되는 가축의 5~10%가 떠내려가거나 전염병으로 죽습니다. 하지만 동물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 아닙니까? 사람들 역시 장마 때 수인성 질병으로 엄청 고생합니다. 콜레라, 장티푸스 다 농민들이 흙탕물 먹어서 생기는 병이거든요. 그 중에 황해도 쪽이 수인성 질병에 많이 취약합니다. 얼마 전에 김정은, 김여정, 현송월, 조용원 등이 황해남도에 자기 약 상자 전달했다고 떠들던데 이거 말도 안 되는 수작이에요. 그거 새발의 피같은 약 몇 상자 전달했다고 무슨 피해를 어떻게 막겠습니까? 콜레라와 장티푸스는 국제사회에 훌륭한 백신이 만들어져 있어요. 북한은 한국이나 국제사회에 지원을 좀 요청하세요.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진 일어났다는데 거기서 바로 국제사회에 지원요청을 하더라고요. 예전에 우리도 그런 적 있었어요. 2004년에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있었거든요. 그때 한국에서 자재와, 기술, 정비들을 다 지원해줘서 이거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됐습니다. 주민들이 빨리 피해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다들 눈으로 봤잖아요. 1990년대 후반 압록강, 신의주 홍수 피해 때도 국제사회가 도와줘서 재빨리 복구가 되었고요. 2005년에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진, 해일 사고가 났는데 그들이 손을 내미니 많은 나라들이 조건없이 엄청난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 코로나 예방약도 북한이 요청만 하면 무상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주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