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장마철 죽어가는 토끼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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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네. 안녕하세요.

MC: 6월 노동신문을 보니까 평안남도에 축산기지를 건설하는 등 북한이 축산업을 통해 먹거리 증산을 야심차게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조현:북한엔 "풀과 고기를 바꾸라"는 구호가 있는데요. 전쟁 끝나고 생긴 말인데 60~70년대 좀 먹을 만 하니까 쑥 들어갔다가 고난의 행군 이후 다시 나왔어요. 지금처럼 축산 기지 건설하고 우량 품종 기른다 해도 사료나 위생 관리, 전염병 등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아서 이번 정책도 얼마 가다가 실패할 겁니다. 북한은 사람과 가축이 곡물 가지고 경쟁하는 사회잖아요. 그러니 육식동물 키우는 건 부담이 되고 풀은 언제든 넉넉할 것 같으니까 토끼, 염소, 거위 등 초식동물 기르는 걸 굉장히 장려하는 편이에요.

MC: 그래서 그랬군요. 저도 탈북민들에게 북한에서 학교에 토끼 갖다 바쳤다는 말 자주 들었어요.

북한에서 토끼사육 장려하는 이유

조현:맞아요. 그래서 오늘은 토끼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토끼는 새끼를 빨리, 많이 낳다 보니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고기 생산이 가능합니다. 북한에서 토끼는 국영농장, 기관, 기업소, 학교, 가정에서 등 누구나 키울 수 있습니다. 3~6월이 토끼풀이 제일 많을 때라 번식이 가장 왕성하고요. 따라서 지금 개체수가 가장 많을 때입니다. 토끼 가죽 벗겨다가 인민군 내피로 사용하는 등 털도 요긴하게 사용하는데 중요한 건 북한 사람들은 소, 돼지를 잘 못 먹으니 토끼 고기를 정말 좋아하죠.

MC: 그렇군요. 그런데 남한의 정서로 볼 땐 토끼 고기라는 게 좀 낯선 것도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먹는 사람을 찾아보긴 힘들어요. 남한에선 '토끼'하면 식용보다는 애완동물로 더 많이 인식되거든요.

조현:맞습니다. 저도 한국 와서 많이 놀랐습니다. 토끼 고기 먹고 싶으면 서울에서 먼 토끼 농장을 찾아가거나, 미리 예약하고는 며칠 기다렸다 먹어야 합니다. 사실 굳이 토끼 고기를 찾을 필요가 없죠. 하지만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찾아 먹을 수는 있습니다. 또 유럽에선 일반적으로 꽤 많이들 먹어요.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문화가 다른 것뿐이죠. 토끼 고기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 구성이 꽤 몸에 좋을 뿐더러, 육질도 부드럽고 맛도 닭고기 맛이 나거든요. 돼지나 소고기처럼 든든하지는 않지만 토끼 고기는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몸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토끼 가죽은 특별히 옷, 가방, 장갑 등 경공업이나 모피산업에서도 가치 있게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에서 토끼 사육을 주력산업으로,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MC: 토끼가 이렇게 훌륭하고 유용한 품종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네요. 북한의 식량이나 경공업 부문에 큰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토끼의 생명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토끼는 장마에 약하다?

조현:워낙 약합니다. 감기나, 세균성 질병 한번 앓으면 고쳐볼 새도 없이 그냥 픽 하고 죽어버립니다. 특히 장마 땐 엄청 죽어나갑니다. 그래서 지금 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요. 북한은 국영농장에서 토끼를 대량으로 사육하니까 당국이 조금 변화를 주면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일단 청결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래 장마철에는 토끼우리를 제대로 비우고 소독약을 다 뿌린 후에, 거기서 자라는 미생물들을 다 박멸한 후,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될 때 토끼를 들여야 하는데요. 북한엔 우리를 소독할 만큼 약품이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을 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선진국의 방법이니 가능하면 중국이나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약품 소독하는 방법을 일반화시켜야 하고요. 현재까지는 화염 소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무나 헌 신발을 태워서 불로 소독하는데 고무를 태우면 그을음이 많이 나서 위생학적으로 나쁩니다. 안 한 것만 못해요. 거의 다 이런 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거 확실하게 효과 없다는 말씀을 명확하게 드립니다. 또한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지켜야 하는데요. 바로 '도축'입니다. 북한에선 토끼 도축장이 따로 없으니까 개 우리나, 토끼우리 주변 등 아무데서나 죽이거든요. 그러나 토끼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피, 내장, 부산물은 엄청난 질병을 유발합니다. 당연히 사람한테도 해가 되지만 다른 토끼들한테도 치명적입니다. 해결할 약품도 없잖아요. 따라서 토끼는 도축할 때 최대한 우리와 먼 곳에서 해야 하고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니까 가능하면 토끼 도축장을 마련해서 수시로 소독하고 청소해 준다면 훨씬 건강한 토끼들을 키울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 위생적인 도축방법 몰라

멀쩡한 토끼 죽이기도

MC: 이런 건 토끼 키울 때 기본 상식 같은데 북한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나요?

조현: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제가 북한에 있을 땐 아무도 그 위험성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토끼 가죽 벗길 때도 대부분 손으로 쭉 잡아당기고 대충 소금 쳐서 우리 주변에 말려 놓으셨을 겁니다. 그럼 쉬파리, 구더기가 쓸고 지나가는 거 여러분들 엄청 많이 보실 텐데요. 이렇게 하면 가죽 상품성도 떨어집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안 드는 그늘에 토끼 가죽 건조장을 만드십시오. 토끼 가죽을 벗기자마자 소금이나 가성소다를 잘 발라 놓으면 지방질도 제거되고 잘 말라서 좋은 가죽이 될 수 있습니다.

MC: 전문적인 약품을 구하는 것은 비용이 꽤 들겠지만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비용을 들이기 이전에 조금만 신경 쓰고 몇 가지 방법만 바꿔줘도 지금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네요. 다만 북한 가정에서 도축장까지 만드는 건 어렵잖아요.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없습니까?

소독약 없는 북한

화염소독 대신 마늘, 쑥 이용해야

조현:있죠. 보통 대부분 산에 가서 토끼풀을 뜯어다 먹이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비가 올 땐 물기 있는 풀을 그대로 먹이지 마시고요. 물기를 살짝 말려서 초들초들하게 먹여야 토끼가 질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한 토끼우리에 꼭 나무토막을 넣어주세요. 토끼는 설치류라 나무토막을 갉아서 이빨 손질을 하지 않으면 시멘트, 돌도 건드리거든요. 이것도 죽는 원인이 됩니다. 장마 시기엔 우리 소독이 중요한데 가정에선 약품이 없으실 테니, 마늘이나 쑥을 토끼우리에 매달아 놓으면 그것도 일종의 소독 작용을 합니다. 조금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끼 사육에선 자기 지역에 맞는 품종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요. 평안북도 정주, 황해북도 사리원 토끼가 기본적으로 북한 환경에 잘 적응이 되어있어요. 가능하면 이런 품종들을 사다가 집에서 키우시고요. 혹시 그게 어렵다면 집에서 교배할 때, 집에 있는 다른 개체와 교배시키지 말고 자전거에 토끼 한 마리 싣고 딴 동네 데려다가 쌍을 붙이세요. 근친교배하면 열성 유전자가 발현되어서 비만 조금 와도 금방 죽습니다. 또 새끼 생산할 때 첫 젖 먹이는 게 중요하잖아요? 어미 토끼가 새끼 낳다 죽은 경우는 딴 어미한테 젖을 물려주기도 하는데 보통 어미들이 자기 새끼를 알아봐서, 남의 새끼는 젖 안 주려 하고 더러 물어 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어미에게 젖을 물려줄 때는 그 어미의 오줌을 묻혀주면 좋습니다. 저는 북한 당국이 토끼 사육을 장려하는 건 얼마든 찬성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 개 단위에 몇 백 마리, 몇 천 마리, 바치라는 등의 요구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민간이 토끼를 사육해서 이득을 보게끔 제도를 좀 바꾸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토끼도 살고 사람도 살고 북한도 살아요.

MC: 네. 소장님 오늘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