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요즘 한국 사람들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식재료에도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TV에 나오는 음식 광고 보면 '스트레스 조금도 받지 않은 닭으로 만든 닭튀김, 무항생제 돼지고기만 취급하는 식당, 넓은 목장에서 방목한 소에서 짜낸 우유, 이런 상품이 인기입니다. 가격도 훨씬 비싼데 말이죠.
조현: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내 입에 들어갈 가축들이 얼마나 깨끗하고 건강하게 자랐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거죠. 일례로 요즘 한국에선 단고기 인기가 전만 못한데요. 개는 집에서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란 인식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식용 가축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정식 도축장에서의 유통과 도살이 불가합니다. 비법적인 유통과 도살은 믿을 수도 없고 대개 지저분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남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기는 돼지 같습니다. 소고기가 더 부드럽고 맛나지만 북한에선 소고기 먹어본 사람이 얼마 없고요. 남한도 가격 부담이 덜한, 돼지갈비에 붙어있는 부위인, 삼겹살이 아주 인기입니다. 그래서 전 지금 같은 무더위 철이면 항상 북한 돼지들이 걱정입니다. 이렇게 무더울 땐 1~2주 사이에 10% 이상 죽어나가거든요. 수인성 질병, 부패한 사료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무더위입니다.
북한 돼지들이 무더위에 죽어가는 이유
MC: 10% 이상이라면 너무 큰 피해네요.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돼지농장 가보면 여름엔 공기 순환시키는 장치, 특히 온도를 내려주는 냉풍기의 역할이 절대적이더라고요.
조현: 당연합니다. 돼지의 평균체온은 38도로 사람보다 높고요.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 메탄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이게 바닥에서만 순환합니다. 그러니 돼지우리는 항상 공기의 순환, 배풍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북한 돼지우리는 구조 자체를 다 러시아에서 따 왔습니다. 추운 지방의 사육사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니까 창문이 작고 공기 빠져나가는 통로가 없습니다. 그나마 시설도 노후했고 공기 순환 장치는 전력부족으로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MC: 제가 이 시간을 진행하면서 계속 궁금했던 게, 소장님만 봐도 그렇고 탈북한 분들 중에도 북한에서 전문가로 불릴 만큼 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가졌던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렇다면 분명 가축을 기르는 효율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가 됐을 것 같은데, 소장님 말씀 들어보면 북한엔 아직까지 기초적인 사육환경이 너무 안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의 정보력 부족이 낳은 재앙
조현: 확실한 이유는 변화에 맞춘 정보의 부족입니다. 북한에선 연구자들이 '경험'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세계는 바뀌고 있어요. 기후도 바뀌고 돌고 도는 전염병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북한 전문가들도 세계에서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 정부에 의해 장려되는 돼지 품종인 평양종과 대백종은 북유럽에서 사육되던 바쿠샤와 요크샤 등을 북한 기후에 맞게 개량한 것입니다. 나름 추위엔 강하지만 무더위엔 너무 약하고요. 고기 생산성, 새끼 생산성이 높지 못한 품종입니다. 게다가 1960년대에 들여왔으니 지금은 품종의 장점도 소멸되어 종자로서의 가치도 떨어졌죠. 이런 상황에서 돼지들이 요즘 같은 열대야를 만난다면 이건 그들에게 엄청난 재앙이에요. 총체적인 부분을 다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품종을 바꾸거나 개량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을 과감하게 바꾸고 해외 사례를 배워보면 어떨까요?
MC: 소장님은 지금도 해외의 다양한 농축산 현장을 방문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에 적용하면 좋을 사례들이 좀 있었나요?
조현: 있죠. 이건 개량이라기 보다 멸종된 종을 부활시킨 얘기인데요. 3년 전 독일의 슈베비쉬라는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지역 이름과 같은 슈베비쉬라는 토종돼지를 키우는 양돈마을이었는데요. 여기 돼지는 머리와 후구는 검은색, 몸통은 흰색이고 등에 안장모양의 검은 점무늬가 있는 게 특징입니다. 원래 이 지역은 1960년대 이전엔 야생돼지의 천국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독일에도 경제 혁명이 일어나면서 다량의 살충제와 화학비료가 농장에 사용됐고요. 돼지도 생육이 빠르고 살코기가 많은 교잡종이 도입됐답니다. 그래서 1960~1980년, 20년 사이에 이 지역에선 독일의 토종돼지 15종 중에서 12종이나 멸종되었다네요. 물론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해냈지만 항생제와 약품사료를 먹인, 결국 사람에게 좋지 않은 먹거리였다고 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농민들이 다시 전통돼지를 부활시키기 시작했는데요. 멸종 직전에 있던 슈베비쉬 돼지를 전국에서 20마리 겨우 모아다가 다시 키웠습니다.
건강하게 키운 가축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비록 살코기는 적지만 자연에서 콩과 목초를 먹고, 사육환경을 청결하게 하고, 너른 풀밭에 방목시켜서 건강한 먹거리로 만들어냈죠. 항생제 사용 금지, 유전자 조작 사료 금지 등 엄격한 품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답니다. 물론 초기엔 마을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손해도 봤지만 다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한 마음으로 협동해서 돼지들을 잘 살려냈고요. 현재 이 돼지는 품질을 인정받아 최고급 고기로 시장에 출하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양돈농가들은 어디서나 최고의 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MC: 결국 돼지를 키우는 농민들이 스스로 좋은 종을 선택하고 사육환경을 개선해서 국제사회에서까지 인정받는 최고급 돼지고기를 만들어낸 것이군요.
조현: 네. 양돈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세계의 성공한 양돈 역사를 봐도 종자와 품종은 바로 농민들로부터 선택되고 대를 이어 개발되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듀로크나 란드라스 같은 고급 돼지 종을 들여오는 것이 좋은데 이런 순종을 수입하는 건 너무 비싸고요. 또 많은 돈을 줘도 아무한테나 팔지 않아요. 가장 빠른 방법은 한국 축산업계에서 사육되는 1대 잡종을 가져다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지금 북한에 있는 종 중에서 피현, 신계 돼지가 좀 좋습니다. 현지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이 돼서 적은 옥수수와 콩, 목초를 먹고도 고급 단백질을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이 종을 주력해서 잘 이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돼지를 지키는 방법
MC: 네. 계속적인 품종개량이나 발전노력을 통해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상품성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변화가 필요하겠죠.
조현: 먼저 지금 돼지들을 잘 지켜야죠. 더위를 피하기 위한 비법을 드린다면 우선 즙 많은 먹이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기가 50% 이상 있는 자연 그대로의 채소나 풀은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서 돼지들이 즐겨 먹습니다. 이건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붉은 진흙은 돼지에게 철분을 비롯한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을 보충하는, 좋은 광물질 먹이입니다. 붉은 진흙을 말려 사료에 섞어 먹이면 좋고요. 솔잎도 돼지의 성장발육에 필요한 아미노산,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가정에서 돼지를 키우시는 분들은 소금에 약하게 절인 풀김치를 만들어 먹이면 사료의 부피가 줄어들고 돼지에겐 위액분비를 촉진시켜 다른 먹이 소화도 잘 되게 합니다. 무더위에 먹성이 떨어진 돼지에겐 정말 효과적입니다.
MC: 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 분들 중에 단 한 분의 농민이라도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기보다는 저희가 알려드리는 현실에 맞는 방법을 과감하게 적용해보보고 그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