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소장님, 지난주에 아프리카에 다녀오셨다고요?
조현: 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우간다에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는 태어나서 처음 가본 건데요. 우간다는 세계적인 시선에서 보면 아직 빈곤 국가에 속하지만 선진국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그것을 조사하러 갔다고 보면 됩니다.
MC: 의미 있는 방문이었네요. 우간다는 멀기도 하고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 않아서 한국에도 좀 낯선 나라인 것 같아요. 어떤 나라인가요?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우간다
국제사회와 협력하다
조현: 저 옛날에 북한에 있을 때 아프리카에 다녀온 사람이 "아프리카에선 거지도 통닭을 먹더라"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보통 아프리카 하면 굉장히 가난하고, 먼지 날리는 사막, 또는 윗옷을 벗고 다니는 원주민들을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방문한 우간다는 생각보다 현대화 되어 있었고 환경도 좋았습니다. 일단 우간다는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나라입니다. 물이 풍부해서 너무 좋은 나무들, 과실들이 많이 있고요. 곡물도 풍성해서 자국민을 다 먹이고 수출할 정도까지 됩니다. 우간다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구도 매년 3% 비율로 성장해왔습니다. 2000년엔 2,400만 명이었던 인구가 현재 4,200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2050년엔 1억 명이 예상됩니다. 이 나라는 특히 젊어서 인구의 48%가 15세 미만이며, 매년 100만 명이 취업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농업이 우간다 경제의 핵심인데요. 우간다 국내총생산(GDP)의 21.9%를, 고용의 64.3%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MC: 한국이나 북한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 저출생이 문제되고 있는 요즘인데, 반대로 젊은 우간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겠네요. 최근에는 또 국제 지원 단체나 사업체들이 우간다를 찾고 있다면서요?
조현: 안 그래도 처음 공항에 내렸을 때 공항 근처에 반고정 텐트(천막)가 마치 한 도시처럼 가득 메운 것을 봤습니다. 안내하는 분에게 저게 뭐냐고 물었더니 각종 국제 단체에서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서 구조 물자나 일상생활용품을 쌓아놓는 텐트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국제 사회의 원조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만 정치적 불안이 심해 보이긴 했습니다. 우간다도 현 대통령이 30년 정도 장기 집권하고 있었고요. 또 길에 무장 군인들도 많고, 시내에도 총을 소지한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 내내 많이 불안했습니다. 그런 면에선 본받을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처럼 굶고 살진 않더라고요. 우선 자유가 있고 시장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상인들의 돈을 빼앗아 가지도 않습니다.
MC: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선 비교적 안정된 국가이긴 한데요. 그래도 농산물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것까지는 저도 몰랐던 부분입니다. 축산업 쪽은 어떤가요?
연간 1인 고기 소비량
우간다는 5.75kg, 북한은 0.8kg
조현: 네. 우간다의 축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밖에 안 됩니다. 비율이 적지만 그래도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고 해요. 사육의 규모가 대형화 되지 않았을 뿐이지, 전체 가구의 40%에 해당하는 260만 가구가 닭을 한 마리 이상 키우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가계 경제에 큰 보탬이 되거든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AWARDS)에 따르면 우간다의 축산물 공급량은 2017년 기준 1인당 1년에 가금육 1.52kg, 돼지 2.93kg, 소나 염소 1.4kg 등 고기가 5.75kg이고 계란은 1년간 180개로 북한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계란의 경우는 주민들이 소비하기 보다는 상당량을 비공식적으로 수출하고 있다고는 하네요. 그래도 북한과는 차이가 큽니다. 북한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제발전전략 2020에 따르면 2020년 북한 주민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은 연간 0.8kg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오니까요.
MC: 수치상으로만 봐도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집니다. 사실 우간다는 1970~80년대엔 북한 농업기술대표단의 도움을 받던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와는 상황이 정반대가 된 건데요. 주된 이유를 무엇으로 보시나요?
조현: 네. 우간다는 북한이 돕던 나라가 맞습니다. 당시에 우간다 국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북한 측 원조의 목적은 따로 있었죠. 현지를 공산화 시키려고 계속 내전에 사용할 무기를 지원하고 농업기술도 그 목적으로 보급했어요. 그러나 우간다는 북한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선진국들에게도 문을 열어서 발전하기 시작했고, 지금 1인당 국민 소득이 이미 1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북한은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1달러도 못 벌고 있습니다. 닭만 봐도 차이가 납니다. 북한은 60년대 말 이탈리아산 '레그혼'을 가져다가 '만경닭'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는데 품종 유지도 제대로 안 되어 알과 고기 생산량이 떨어집니다. 반면 우간다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 우량한 품종의 병아리를 구입해서 현지 농민들은 '브로일러', '로드아일랜드 화이트', '와이안 도트' 등 생산성과 육질이 좋은 품종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또 농기계만 봐도 다르더라고요. 우간다는 자체로 농기계를 만들지 못하지만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아 성능이 좋고 첨단기술이 장착된 트랙터와 경운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반면 북한은 60~70년대 망치로 두들겨 만든 트랙터가 대부분이며, 최근 75마력 트랙터를 자체적으로 만들었지만 짐을 싣지 않고 평지만 운행할 때도 연기가 정말 많이 난다고 합니다.
MC: 그렇군요. 북한에 비해선 훨씬 낫지만 세계적인 시선에서 우간다는 여전히 빈국에 속하는데요. 벌써 개방한 지 오래 되었음에도 더 발전을 빨리 이루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북한이 우간다에서 배워야 할 점
조현: 정치적 불안 때문입니다. 위정자들의 부정부패가 심하고 또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고 종족간 분쟁도 있어서 여전히 화합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현지인들의 말로는 우간다도 1980년대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하네요. 그때 받은 경제적 피해가 회복하기 힘들만큼 엄청났다고 합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지요. 축산업 분야를 살펴보면 사실 우간다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선 동물을 기술 조금만 배워서 그냥 키우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우간다에서 닭고기가 좀 모자라니까 가금업이 발전한 브라질에서 닭고기를 사오더라고요. 물론 브라질 산 닭고기는 우간다산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시선에서 보면 안타깝기도 해요. 현지에서 기술을 잘 발전시키고 사육 규모를 대형화시켜서 자급자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기술 전수, 그것이 이번 방문 이후 제가 해야 할 일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북한 소식을 들으니까 또 이번에 생산된 밀, 보리, 감자 등에 대한 의무 수매를 진행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김정은 정권은 농민이 어렵거나 말거나 그저 체제유지를 위한 충성만 요구합니다. 저개발 국가로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했던 우간다가 지금 국제 사회와 협력하고 부패를 청산하면서 많이 개선되고 있는 이 모습을 북한이 배우면 좋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