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 1~2주간 한국은 굉장한 폭염과 폭우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사람도 견디기 힘든 요즘인데 북한의 가축들은 괜찮을까요?
북한, 폭염으로 가축 폐사 위기
조현: 안 괜찮죠. 또 북한의 국영 닭공장들에선 지금 폭염으로 닭들이 성장을 멈추고 폐사 되는 마릿수가 증가한다고 들립니다. 여러 가축이 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특히 닭은 이 시기에 3분의 1이 죽어 나가요. 올해 7월은 역대 7월 중 가장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북한의 도마다 있는 축산관리국 닭공장들은 러시아 방식을 따른 밀폐형 사육장이기 때문에 더더욱 환기가 안 되는 구조입니다. 여름에는 최악이지요.
MC: 사육장도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닭들이 넘어서지 못하도록 1m 정도 울타리만 치거나, 철망을 두른 구조를 본 적이 있는데요. 북한 닭공장이나 개별 농장에서 이렇게 개방형의 구조를 선택했다면 훨씬 나았을까요?
조현: 여름엔 당연히 나았겠죠. 그러나 겨울은 또 추우니까 북한에서도 밀폐식 닭장이 필요하긴 합니다. 여름엔 워낙 더운 데다가 닭 자체가 다른 가축에 비해서 체온이 높아서 40도 정도 됩니다. 깃털로 덮여 있고 땀샘도 발달되지 않아서 체온 조절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반드시 닭장 내 열을 떨어뜨려줘야 합니다. 폭염은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 한국에선 벌써 이에 대한 대비를 다 하는데 북한에선 그런 작업이 없어서 그냥 죽어나가는 걸 눈으로 봐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에서 쓰는 방법을 공유해서 비극을 막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MC: 그럼 오늘은 그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네요. 먼저 온도가 상승하면 닭에겐 어떤 현상이 나타납니까?
조현: 네. 닭장의 온도는 15~25도가 적당한데요. 만약 실내온도가 30도가 넘으면 얘들이 호흡수가 증가합니다. 입을 벌려서 숨을 쉬고 날개를 벌리고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그럼 사료 섭취는 감소하고 물 섭취만 늘어나거든요. 30도가 넘으면 보통 사료는 30% 덜 먹고 물은 3배를 더 먹어요. 그럼 체내 영양과 호르몬의 균형이 파괴되면서 탈수, 혈액 내 전해질 불균형, 질병 저항 능력 감퇴… 그러다 폐사로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변이 무르거나 설사가 일어나는데 이때 각종 악취나 파리 발생을 증가시켜서 또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거죠.
MC: 그렇다면 북한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먼저인 것이… 환기 맞나요?
환기, 단열재 설치와 깨끗한 물 공급이 중요
조현: 그렇죠. 환기가 가장 시급합니다. 한국도 개방식, 반개방식 등 여러 형태의 사육장을 쓰는데 밀폐식도 많이 써요. 하지만 그 안엔 환기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전력이 풍족하니 언제든 돌릴 수 있는데 북한은 그게 안 되거든요. 일단 닭의 고온 스트레스를 방지할, 가장 좋은 방법은 환풍기를 돌리는 건데요. 풍속이 초속 0.25m/s인 경우엔 체감온도가 0.5℃ 내려가고 풍속이 초속 2.53m/s가 되면 체감온도가 5.6℃까지 내려갑니다. 그 정도로 환풍기가 중요하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이게 쉽지 않다면 평상시에 비해서 단위 면적 당 마릿수를 20%, 아니 10%만이라도 줄여주세요. 닭 1마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지요.
MC: 북한에선 보통 여름에 어떤 방법으로 대처했나요?
조현: 네. 대부분이 오래된 닭장이라 지붕을 통해서 많은 열이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보통 단열을 위해 지붕에 보온 덮개를 올려놓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런데 여름엔 장마도 있잖아요? 보통 보온 덮개가 젖어 있는데 이게 물에 젖으면 단열재 역할을 할 수 없어요. 오히려 닭장 온도를 더 상승시킵니다. 이걸 주의하시고요. 또 돈을 좀 쓸 수 있는 국영 닭공장은 지붕이나 닭장 주변에 파이프나 스프링쿨러(분수기)를 설치해서 15도 내외의 지하수를 수시로 살수해주면 좋겠습니다. 또 한낮의 태양보다 석양 무렵의 직사광선이 닭에겐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꼭 그늘막을 설치해 주세요. 지붕이나 벽에서 1m 띄어서 그늘막을 설치하면 공기가 더 많이 통할 테니 훨씬 낫겠죠.
MC: 환풍기나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이건 당연히 농민들이 할 수 없는 일이고 그 외에 보온보냉 자재를 구입하는 것도 농장이나 개별 농민들 입장에선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조현: 네. 어렵죠. 하지만 여기서 우리 생각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농장에서 닭이 죽어 나가면 주민의 수요를 타산해서 계란과 닭고기를 수입하는 등,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시장에서 축산물 가격이 심하게 오르는 걸 방지하는데 북한 노동당은 아예 손을 놓아 버리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뭐가 더 이득인지는 이제 농민이 직접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물을 공급하는 것도 그래요. 여름이니까 당연히 시원한 물을 공급해야죠. 10~20도의 물 1리터 당 비타민 0.1g과 아스피린 0.3g을 첨가하면 닭이 건강해집니다. 비타민C는 이제 북한에서도 구할 수 있고요. 아스피린은 돈이 좀 들 텐데요. 그래도 시장에서 팔고 있으니까 제 생각엔 이걸 구하고 닭을 지키는 게 경제적 이득입니다. 닭이 죽을 땐 한두 마리 죽는 게 아니라, 한번 시작하면 모조리 죽어 나가거든요. 제가 지금 알려드리는 건 모두 한국에서 쓰는 방법인데요. 돈이 들어도 해 보시면 확실한 효과를 보실 겁니다. 물에 비타민C를 섞어서 급여하면서 낮에 태양을 좀 가려주고 야간에 점등하는 방식으로 닭을 관리하면 사료 섭취량이 증가하고 소화불량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속는 셈 치더라도 한번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MC: 초복과 중복의 영향으로 한국에선 7월 한 달, 식용으로 쓰이는 닭이 1억 3천만 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기사에서는 몇몇 양계 농장들에서 닭을 많이 생산하려다 보니 닭들이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높은 밀도로 사육되었고 이에 따라 질병, 영양상태,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고 해요. 저도 기사를 보면서 좀 불편한 맘도 들더라고요.
이젠 폭염에 강한 품종 도입해야
조현: 저도 봤습니다. 한국은 지금 동물 복지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먹는 닭이라고 해도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키워야 하고, 안 그러면 적발되어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문제된 기사보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닭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는데요. 이게 사실 사람이 먹고 살만 하니까 동물을 걱정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한국과 북한을 비교하긴 힘들고, 먹는 것도 부족한 북한 관점에서 동물 복지까지 생각하기는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한국은 대형 닭공장, 양계 농장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여름에 닭을 관리할 때 전기도 들고 사료값, 약값이 들면 북한과 달리, 그 비용이 닭이나 계란 가격에 포함되어서 비싸집니다. 그러니, 대부분이 가축 사육의 기준을 잘 지키지만 더러 일부는 효율성을 따지고 사육할 때 적은 비용을 들여 최종적으로 이윤을 많이 남기려 하다가 이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데요. 그럼 또 적발되어 처벌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제가 방송을 통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국에선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생산을 하든, 수입을 하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없으면 없는 대로 견디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찾아내고 들여오는 습관이 지금부터라도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위에 잘 견디는 품종의 도입도 필요하고요. 일단 오늘 말씀드린 방법을 모두 지켜주시면 그 효과가 배 이상 상승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