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의 소 개체수를 늘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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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네. 안녕하세요.

MC:날씨가 너무 더운 요즘입니다. 원래 음력 6월과 7월 사이에 세 번의 복날이 있잖아요? 선생님 어떻게 보양식 좀 챙겨 드셨습니까?

조현:요새 한국에선 먹을 것도, 약도 많아서 굳이 꼬박꼬박 날짜 맞춰 챙겨 먹진 않더라고요. 저는 몸이 좀 든든하고 싶을 땐 그저 소고기를 좀 챙겨 먹습니다. 먹으면 맛도 좋고 힘이 나니까요. 북한에선 일반 주민들은 소고기 구경하기 힘들어요. 소가 농업생산에서도 주역이고 4호물자(군수물자)로 등록되어서 맘대로 잡아먹지 못합니다. 전쟁 때 소가 포탄도 나르고 식량도 날라서 4호물자가 됐다는데 6.25가 언제적 일입니까? 세계가 대부분 소고기를 맛있게 먹고 사는데, 항상 그걸 생각하면 안쓰럽지요.

MC:그래도 소가 죽으면 누군가는 먹을 거 아닙니까?

북한서 죽은 소는 무조건 간부용

주민들에겐 귀한 약 대접

조현:말로는 "죽은 소는 탁아소 간다", "유치원 간다"고 하지만 제가 그 일을 담당 했어요. 소가 죽으면 왜 죽었는지 원인을 살펴보고,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판정도 했는데요. 이때 간부들 수십 명이 달라붙어요. "나 머리 달라", "꼬리 달라"… 실제로는 간부들한테 다 갑니다. 북한에서 소고기 먹으면 여전히 잡혀가지만 북한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북한 사람들은 소고기를 약으로 생각해서 간염, 결핵, 영양실조 환자들은 약재처럼 구해 먹습니다. 소고기에 진짜 약 효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몸에 기력을 넣어주니 북한에선 효과적인 거죠. 한국에선 소고기 구하려면 동네에 널렸고요.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산 소고기는 좀 싼 편이지만 한우는 맛도 훨씬 좋고 비싸죠. 그래도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도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데 쓰는 비용 좀 줄이고 맘대로 사먹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 당국은 소가 4호물자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도 개체수를 좀처럼 늘리지 못합니다. 일단 북한은 정확하게 통계를 내기 어려운 사회인데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땐 보통 1개 군당 5,000~10,000마리, 그러니까 전체적으로는 약 20만 마리 정도 있었고요. 그나마도 요즘은 먹거리가 없어서 겨우 10~15만 마리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 군수물자가 아니라 실제로는 농사에만 사용할 뿐이죠.

MC:네. 남한에서도 소가 밭을 갈았다는 건 먼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인데요. 농사를 지을 때 소가 동원되는 나라를 검색해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이 농사짓는데 여전히 소를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요?

조현:협동농장 간부 정도면 대부분 나라의 농업이 이미 기계화되었다는 것을 잘 알 겁니다. 하지만 발전된 나라의 문명을 따른다는 건 북한이 지금껏 고집하는 체제를 부정하는 뜻일 테니 그래서 쓸데없는 옛날 방식을 쫓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도 소 가지고 농사짓는 나라는 없어요. 중국 정말 산골, 원시종족 같은데 좀 있고, 한국에서 아주 간혹 옛날 방식으로 소가 달구지 매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관상용입니다. 한국에선 농촌에서 소가 필요 없어요. 완전히 현대화된 기계를 쓰는데다 요즘은 사람 없이, 기계가 알아서 하는 무인기계까지 사용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어느 나라에서 소로 농사를 짓나요?

소떼 방북 그 후

MC:그렇군요. '소' 하면 생각나는 것이 북한 분들도 다 아신다는, 1998년 정주영 선생의 소떼 방북이 있지 않습니까? 공식적으로는 1,001 마리가 북한으로 갔다고 하지만 그 안에는 새끼 밴 소들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요. 북한에서 소를 식용으로 쓰지 못하니 잘 번식시켜 농업이나 경제발전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선뜻 받았을 텐데요. 26년이 지난 지금 어떻습니까? 번식이 잘 되었나요?

조현:그동안 관리를 못해서 그 소의 종자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때 각 도에 20~30 마리씩 보냈고요. 국가 전용 목장에 좀 더 보내고 또 누군가가 좀 먹었겠죠? 지금 평남 안주에 가면 송암명기목장이라고 있는데요. 거기가 주석목장이어서 비교적 잘 보존했습니다. 거기 지금 2,000 마리 정도 있는데 그 안에 정주영 회장이 보낸 건강한 종자들이 좀 남아있어요. 지금이 시기적으로 소 쌍을 붙이는 때입니다. 원래 7~9월에 교배를 잘 마쳐야 봄에 새끼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겨울, 봄에 계속 일한 소들이라 지금 암컷들이 영양상태가 매우 안 좋아요. 지금 암소들부터 풀 많은 초지에 데려가 쉬게 하십시오. 또 그냥 풀만 먹이면 얘들이 설사 만나서 곧 죽습니다. 옥수수나 콩을 좀 먹여서 영양상태를 올려줘야 합니다.

소 개체 수 늘리려면

소에게 개고기를 먹여야 한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뭘 또 먹이나 하겠지만 결국 이것도 사람을 위한 일이거든요. 얘네들 굶으면 암소가 사람처럼 월경이 멈추고 배란이 안 됩니다. 옥수수와 콩이 있다면 죽이나 우유로 만드는 기술이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 옥수수 죽이랑 콩우유로 만들어 먹이세요. 소는 위가 4개인데요. 먹이가 이 4개를 다 통과해야 하니 제가 말씀 드린 대로 먹이면 소화과정과 기력회복 시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소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개를 먹이는 농장도 있으실 거예요. 개를 삶아서 먹이는 것보다 생고기에 참기름을 좀 발라 주시는 것이 흡수도 잘 되고 영양가도 높습니다. 단, 소가 직접 삼키지 못하는 걸 유의하시고 손으로 고기를 목에 넘겨주세요.

MC:말씀처럼 소들이 과도한 노동으로 힘이 없을 텐데요. 자연적인 교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를 먹거리로 이용하는 한국은 인공수정을 통해 건강한 소의 개체 수를 늘리는데요. 북한은 어떤가요?

조현:북한도 인공수정 방법을 더 많이 씁니다. 각 시마다 인공수정사업소가 있는데요. 비교적 소 관리가 잘 되어있어 여기 종자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나마 낫다는 거지, 외국과 비교해보면 소들이 오래 됐고 정자가 건강하지 못해요. 인공수정할 땐 암소가 건강하게 새끼 생산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잘 쉬게 하고 충분히 먹이면 암내가 올라올 겁니다. 암내를 확인한 후에 암소가 수컷을 보고 반응하는 정도를 잘 봐서 정자를 넣어주세요. 인공수정사업소에서는 인공수정 도구들을 잘 소독해주시고 소 담당자께서는 인공수정을 한 번만 하지 말고 3개월 동안 여러 번 정자를 넣어주셔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북한은 일단 정자를 빼내면 물에 희석시켜서 바로 옆의 암소에게 주입하는 것 정도인데요. 한국은 정말 좋은 소의 정액을 채취해서 희석시켜 동결 보관할 수 있는 설비가 잘 되어있어요. 그걸 인공수정사가 가지고 다니면서 수십 마리 암소에 넣어주니까 성공률이 높습니다. 북한도 한국 같은 시설을 구비하는 것이 좋아요. 이거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 달라 그러면 아마 그냥 줄 겁니다. 50년 전만 해도 30만 마리에 불과했던 한국의 사육 소가 현재 350만 마리에 달한 것만 봐도 확실한 성공이잖아요. 번식 방법과 먹이 만드는 법을 말씀 드리고 싶은데 이 얘기는 시간상 다음에 해야겠네요.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북한이 소를 농업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먹거리로 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인민이 살거든요. 이런 생각을 좀 해보면 좋겠습니다.

MC:어쩌면 미래 북한사회를 위해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국가 재산으로, 금지되어왔던 소고기 식용이 과연 가능할까… 청취자 여러분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를 먹거리로 전환했을 때 발생하는 농업 발전과 경제적인 이득이 크다면 어떨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