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 농사에 있어 '소'는 굉장한 의미를 갖죠. 사람만큼이나 죽을 고생을 하며 일하는 동물인데요. 소에게 있어선 요즘처럼 뜨거운 여름이 차라리 다행인 걸까요? 지금이 그나마 좀 쉬는 기간이지요?
조현: 네.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7월부터 9월까지는 절대 소한테 일 시키면 안 돼요. 전염성 질병에 워낙 취약해서 이 시기 건강을 확실하게 잡아놓지 않으면 겨울을 넘기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은 겨울 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할 때인데요. 북한에선 대부분 풀 베어다 그냥 먹이기만 하는데, 한국에서 볏짚을 멍석처럼 둘둘 말아 소 먹이 만들어 놓은 거 보셨죠? 북한에서도 강냉이짚을 살짝 눌러서 미생물 균을 뿌려준 다음에 그걸 둘둘 말아 멍석처럼 만들어 보세요. 그 상태로 공기 중에서 말려 놓고 겨울에 소들 먹이면 영양가 높은 건초사료가 됩니다. 북한에선 안 하는 방법이지만 이거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각 지역마다 미생물 비료공장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평양엔 만경대 1호균, 운정 1호균,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런 정도면 충분합니다. 강냉이짚에 부으세요. 영양가 높은 겨울사료 만드는 법은 이거 말고도 많습니다. 균이 없고 또 멍석말이가 어렵다면 강냉이짚에 쌀뜨물이라도 축축 뿌려준 후에 땅에 묻어두고 겨울에 꺼내서 먹이면 고급 사료가 됩니다. 아니면 소가 잘 먹는 풀을 베어다가 구덩이를 파고 비닐박막 깔고 김치 만드는 것처럼 소금을 뿌려 절여준 후에 흙으로 덮어놓고 겨울에 먹이셔도 좋습니다.
북한도 이제 소를 먹어야 할 때
일단, 북에서도 소가 중요하니까 이렇게 먹이 제조 방식을 말씀드린 건데 사실 북한도 이젠 소를 일하는 동물이 아닌 고기 생산용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한국도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한국인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이유가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MC: 하지만 남북한은 소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잖아요. 북한은 소를 평생 농사짓는 동물, 남한은 최고의 먹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탈북민이 북한에서 소를 먹어봤는데 당시 별 맛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탈북해서도 한동안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소고기에 열광하는지 이해를 못했다네요.
조현: 에이, 아니에요. 물론 북한 소고기 맛을 한국과 비교할 순 없죠. 한국은 워낙 소들을 잘 먹여 키우고 소고기 도살, 가공, 유통 과정도 청결하게 하고 육질 관리도 잘 하니까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소고기 좋아합니다. 없어서 못 먹어요. 그래서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소는 맛있는 먹거리가 될 뿐 아니라 엄청난 경제 이득을 창출하는 동물이라는 것, 이거거든요.
일 소 vs 식용 소에 대한 기회비용
MC: 한국에서 지금 소고기 한 마리 값이 제가 알기론 6~700만 원, 5500~6500 달러 정도 하나요?
조현: 네. 그런데 그건 순 고기값이고요. 가죽과 내장까지 합하면 10,000 달러 정도 된다고 봅니다. 소는 버릴 게 없잖아요.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인데 이게 다 팔려요. 조선시대에 양반집 자식들도 그랬고 1950, 60년대 전쟁과 복구로 인해 힘든 시절에도 그때 부모들 지방에서는 소를 팔아서 자식들 서울까지 유학시키고 대학 보낸 분들 많습니다. 그때 공부한 사람들이 지금 한국을 이끌어가는 기성세대가 됐고 국가 성장 발전의 기반이 됐습니다. 지금 북한이야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버렸지만 다시 소를 민간에게 풀어주면 얼마든 가능한 일입니다.
MC: 그렇군요. 소장님이 소를 먹거리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조하셨는데 소가 먹거리가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도 현실적인 이득이 있어야 하잖아요?
조현: 일을 안 시키고 사람이 먹는다고 할 때, 소 한 마리의 가치는 훨씬 늘어납니다. 당연히 국가와 개인 경제에 이득을 주죠. 염소 열심히 키워봐도 고기 14~15kg밖에 안 나오는데 소는 고기 양이 그 5배 이상이고요. 게다가 돼지처럼 곡물 사료 쓰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경제적입니까? 북한 소는 몇 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하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죽게 되는데요. 고기로써의 가치가 없어요. 물론 그것마저 민간인들은 못 먹지만 사실 맛도 없고요. 소가죽은 원래 경공업원료로 신발공장에서 쓰이는데 워낙 개체수가 얼마 없으니 사업성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350만 마리 소가 다 먹거리입니다. 소를 도살하고 고기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며 판매하는 과정에 정말 많은 직업이 생겨납니다. 북한에서 소 한 마리를 고기로 생산했을 때 가치를 살펴보면요. 소 한 마리 국제시장에 내다 팔면 1만 달러 이상 받습니다. 북한에서 농민이 1만 달러 잡아 보는 게 쉽겠습니까? 정부는 농민들에게 1인당 1년에 쌀 300kg씩 먹으라고 하는데요. 전체 인민의 34%가 농민이니까 쉽게 말하면 800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럼 생산해야 하는 쌀의 양이 24억 kg입니다. 실제로 그만큼 생산 못 하죠.
북한서 소를 식용으로 전환하면
먹거리도 해결?
만약 외국에서 식량을 사온다고 하면 1kg당 0.5 달러 될 겁니다. 24억 kg이면 12억 달러가 필요한데요. 그렇다면 소 12만 마리만 잘 키워서 먹거리로 팔면 농민의 식량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현재 북한에 소 10~15만 마리 있을 텐데요. 이걸 먹거리로 전환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제 말처럼 농민에게 소를 풀어주기만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그게 싫다면 국가적으로라도 먹거리로 전환해보세요. 최소한 인민들 먹고 살 걱정은 안 할 거 아닙니까?
MC: 이론상으로는 듣기만 해도 대단하네요. 물론 소 개체수를 늘리는 등의 여건이 잘 갖춰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이렇게 경제적인 가치가 어마어마한데 북한 당국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조현: 북한이라고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농기계가 부족하니 소를 일하는 동물로 계속 써야 하는 거죠. 그 밑바탕엔 정부가 소 관리와 새끼 생산, 사후 처리까지 틀어쥐고 관리하니까 민간은 접근하지도 못한다는 허점이 있고요. 턱없이 부족한 농기계 문제를 해결해야 소가 먹거리가 됩니다. 한국 농민들은 보통 농기계 임대사업을 통해 농사를 짓습니다. 자기가 직접 사는 게 아니라 농기계를 임대해주는 회사가 많이 있어서 매달 적은 금액을 내고 일정 기간 동안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한국엔 중고 농기계가 너무 많이 남아돌아요. 북한 정부가 이런 중고기계를 한국으로부터 들여다가 각 농장에 농기계 임대를 해주기만 해도 소를 안 쓰고도 얼마든 농사지을 수 있습니다.. 자, 이거야 말로 풀과 고기를 바꾸는 겁니다. 남한 소는 한우라고 부르는데요. 이 한우가 상당한 인기라 국제시장에서도 꽤 높은 값에 쳐줘요. 한국에서 이 소 종자 가져다가 조선소와 잘 교배도 시키고, 그렇게 엄청난 부를 창조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이렇게 설레는 데 왜 안 하십니까?
MC: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인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기에 이런 말이 나온 게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부터라도 소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현재 북한이 가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신선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