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이번주는 다행히 한반도가 심각한 폭우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마음의 여유를 좀 가지셔도 좋겠지만 피해 복구라는 어마어마한 작업이 남았네요. 북한의 피해 상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조현: 네. 심각합니다. 지금 평양시는 시 자체의 남새 공급이 중단되었고요. 지방도시들이 먹을 남새를 평양시가 공급하라는 지령까지 떨어졌답니다. 사실 지금, 생육기간을 봤을 때 다시 심을 수 있는 것은 무와 배추뿐입니다. 지난주에 말씀 드렸지만 북한 농사가 다 망가져서 벼나 강냉이 수확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아마 지금은 북한 전역에서 폭우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에 다 동원될 텐데요. 그것보다 남새를 심는데 먼저 신경써야 합니다. 곧 겨울이 다가오니 부족한 종자 생각하지 말고 무, 배추를 많이 심어야 합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1차에 심었던 것보다 최소 2배는 더 뿌리셔야 합니다. 지금 심으면 10월 말, 11월 초엔 수확하거든요. 얼마 전에도 제가 강조했는데, 배추보다는 무를 더 심어야 합니다.
올 겨울 북한 식량난 시급
무와 배추 농사에 전력해야
무는 잎이나 뿌리까지 다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거든요. 절박한 채소인 만큼 퇴비를 다 꺼내서 쓰십시오. 그리고 무와 배추를 심을 때 너무 가까이 심으면 또 사람들 노력동원해서 뽑고 옮겨 심어야 합니다. 종자를 구한다고 해도 어차피 많이 부족할 테니 폭우 피해를 덜 받은 땅, 토양이 중산성 정도 되는 좋은 땅에 무, 배추를 넓게 심으십시오. 그게 올 겨울을 날 수 있는 최선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논은 좀 힘들긴 해도 흙으로 둑을 만들어 둑에다 씨앗을 뿌려주면 얼마든 남새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총동원이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만, 지금은 모두 먹고 살야 하니까 총동원해서 파종부터 하십시오. 농민이 아닌 분들도 꼭 같이 해주셔야 합니다.
MC: 자유아시아방송을 듣는 분들이라면 많이 아시겠지만 국제사회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올 겨울 북한의 식량난을 많이 염려합니다. 사실 피해복구보다 파종이 먼저라고는 하셨지만 복구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거든요. 혹시, 상한 곡물이나 채소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방법은 없을까요? 예를 들어 거름으로라든지요.
조현: 네. 위기는 기회라고 했는데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물에 다 잠겨서 썩어버린 곡물이나 채소는 어쩔 수 없지만 옥수수, 벼, 고구마 등 피해를 좀 적게 받아서 미숙한 상태로, 더 자랄 수 없는 것들은 당장 축산사료로 전환시킬 수 있어요. 옥수수나 벼는 볏짚이나 풀 등을 가축이 먹을 수 있습니다. 볏단, 강냉이단을 잘 말린 후에 절단해서 비닐에 쌓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땅에 묻어두셨다가 겨울에 파서 먹이면 됩니다. 북한도 동물사료는 외국에서 수입해 오거든요. 이렇게 하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남은 돈으로 농민들의 식량을 구입한다면 더 좋겠지요.
지금 북한은 변화된 기후에 맞는
농업정책이 필요한 때
MC: 효과적인 조언입니다. 아무쪼록 농민들이 빨리 제자리를 찾으셨으면 하고요. 올해 한반도에 이상 기후현상이 참 많았죠. 남한이나 북한이나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정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조현: 한국도 변화된 기후에 맞는 생산량 증산을 위해, 올해 봄에 크게 산불피해를 입었던 경상북도-남한 강원도 접경지역, 해발 500m이상 고지대에 150~200헥타르를, 내년부터 고랭지 농업전용지역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무, 배추, 사과, 배들이 더 많이 재배될 거고요. 지금 한국내 공급부족 품목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도입할 겁니다. 감자도 7~8월 중에 호주산 700톤을 들여올 거고요. 그 외에 미국산도 들여온답니다. 배추도 8~9월 중으로 1600톤을 수입한다네요.
MC: 네. 변화된 기후에 맞는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면서 또한 당장 부족분을 수입하는 이유는 곧 추석도 다가오니까 폭우로 인해 높아진 물가를 좀 낮추기 위해 국가 예산으로 사들이는 것이기도 하죠.
조현: 맞습니다. 또 올해 말까지, 가격이 높아진 무기질 비료의 가격인상분을 농가에 80% 보조하는 정책도 진행한다네요. 그런데 북한은 뭘 하고 있나요? 북한은 가장 먼저 농업의 기계화를 이뤄야 합니다. 올해 곡물이 부족하니 차라리 이때 기계들을 좀 들여와 일종의 모의실험을 해보면 어떨까요? 곧 가을걷이를 해야 하니 당장 그때 필요한 농기계를 준비하면 좋겠는데요. 워낙 필요한 게 많지만 지금 가장 떠오르는 품목은 탈곡기계입니다. 협동농장 간부라면 탈곡기계를 잘 아실 테지만 일본과 한국제품은 그 성능과 기능면에 있어 비교가 안 될 만큼 훨씬 우수하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북한은 수십 년간 벼를 수확하고 탈곡장까지 옮겨와서 탈곡하는 과정을 밟는데요. 번거롭고, 불편하고, 또 엄청난 인력이 동원됩니다. 올핸 곡물 양도 많지 않으니 중국에서 중고기계만 들여와도 훨씬 편할 겁니다. 북한의 현재 상황에서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MC: 그런데 북한엔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라 곡물 운반과정에서 손실이 많다고 들었어요.
조현: 네. 그게 맞는 말입니다. 북한은 포장도로가 없습니다. 한국은 저 시골 깡촌도 최소한 차는 다닐 정도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잖아요. 북한 농촌도 이젠 구형 트랙터, 도르래 이런 거 말고 농업용 트럭을 이용해야 하는데요. 도로도 문제지만 북한에 타이어가 없어요. 북한에 만포타이어라고 공장이 있지만 수요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아주 오래된, 옛날 일본타이어를 가져다 썼는데 그것도 이젠 다 낡아서 쓸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 와 보니 여기 중고타이어가 엄청 많습니다. 그것 좀 와서 가져가면 좋겠는데…. 한국 보니 그 타이어들 다 동남아시아에 수출하더라고요. 북한에서 가져간다고 하면 우리 민족이라 더 줄 텐데요. 북한 간부들, 제발 동남아 나라들 보다 못하게 행동하지들 마시고 타이어 좀 한국에서 가져가면 좋겠네요.
MC: 소장님이 농업의 기계화를 매번 절박하게 강조하시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요. 협동농장의 중심에서 북한의 농업정책을 가장 깊이 경험하시다가, 한국에 오셨을 때에 아무래도 체감한 변화가 정말 컸던 것 같아요. 농업의 기계화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농업의 기계화가 생산에 미치는 영향
조현: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북한에서 모내기를 하려면 1정보(3,000평)당 하루 종일 7~8명 정도는 투입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한 사람이 기계 하나 이용해서 두 시간 만에 끝내더라고요. 게다가 이젠 한국은 사람도 타지 않는 무인기계가 도입되는 시대거든요. 북한은 현재 28마력의 천리마호, 풍년호 이런 트랙터를 사용합니다. 발동도 잘 걸리지 않아요. 어렵게 발동 걸어놔도 두세 시간도 못 버팁니다. 당장 한국에서 쓰는 60마력, 75마력 트랙터를 수입하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요? 이런 농기계들은 스위치만 누르면 소리도 안 나고 발동이 걸립니다. 북한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계 고치느라고 또 자금을 들이는데 이젠 농기계의 현대화를 빨리 시도해야 합니다. 고민하지 말고 뭐라도 사들여 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아까 탈곡기계 말씀드렸는데 또 생각나는 것이 10월쯤 되면 또 논밭갈이를 해야 하는데요. 여기 와 보니 논밭 가는 대형트랙터에 좌우 다른 기계가 달려 있어 한 쪽은 땅을 부숴서 깨 내고 다른 한 쪽은 그 부숴진 땅을 갈아버리는 기계도 있더라고요. 농기계 얘기는 밤을 새도 못 끝냅니다. 그래서 다음시간부터 세계적인 농기계의 흐름을 알아보고 지금 북한엔 어떤 농기계가 필요한지 간단하게 몇 개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현실적인 조언들이 북한 농업정책과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