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가을을 맞이하는 자세

개성 근교 도롯가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개성 근교 도롯가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옥수수를 말리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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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금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위협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파키스탄에서도 거대 규모의 홍수가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올해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자그마치 1100명을 넘어섰다고 하네요.

조현: 너무 심각하네요. 북한도 올해 홍수로 적어도 1000명 이상은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지금 한국의 지리산에선 '구상나무'라는 한국만의 고유한 나무 종자가 기후 온난화로 인해 다 고사되고 사라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다른 건 둘째치고 이런 기후 위기가 먹거리 부족으로 바로바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평소 재배하던 벼, 밀, 옥수수 종자가 이상기후 때문에 잘 수확되지도 않아서 작물 관리도 더 잘 해야 하고요. 곧 종자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농민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어요. 9월이라 농장원들께서도 가을 준비를 좀 더 바쁘게 진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먹을 게 너무 없는 상황이라서요.

농작물 도둑 등으로 인한 조기 수확은

정상 수확량의 20% 손해

완숙 기다려야

MC: 그렇군요. 지금 대북제재는 계속되고 있고, 조충희 소장님은 "올해 북한 농사는 완전히 망했다"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북한대사관이 인도나 캐나다의 모 단체들에게 쌀이나 밀 기부가 가능하냐는 문의를 드디어 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조현: 어서어서 요청해야죠.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먹을 게 없어서 정말 다들 배고파 한답니다. 옥수수 1kg에 1800원 하던 것이 지금 3000원을 넘어섰는데 시장에서 사려고 해도 현품이 없다네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일부 주민들이 농장 옥수수를 도적질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차라리 지금 수확해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이거 한국처럼 농장마다 감시 카메라를 달 형편도 안 되니 참 걱정이네요. 하지만 지금은 옥수수가 마지막 양분을 저축하는 시기입니다. 완숙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셔야 합니다. 도적질 문제가 없다 해도 지금 수확하면 나중에 수확할 때보다 수확량이 20% 이상 줄어버립니다. 지금은 옥수수 이삭이 80% 정도 수분으로 되어 있는데 이 수분양이 30% 이하로 내려가야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거든요.

MC: 평소 소장님께서도 북한에선 농작물 수확 과정에서 20% 정도 손실을 본다고 자주 말씀하셨거든요. 하지만 식량이 부족한 올해는 정말로 최후의 남은 한 톨까지 지켜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조현: 당연히 있죠. 북한은 원래 마무리를 못해서 손실이 더 많은데요. 올핸 정말 조금도 잃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올해 농사 잘 안 됐다고 손 놓지 마시고요. 지금부터 마무리를 잘 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이, 옥수수를 수확하기 전에 정말 중요한 시기거든요. 당장 옥수수 내부의 영양분이 필요 없는 데로 빠지는 것을 막아야 됩니다. 옥수수 뿌리와 잎이 빨아들이는 양분을 이제부턴 이삭에 집중시켜야 해요. 옥수수에 이삭 아래 붙어있는 잎들을 지금부터는 다 따 주시고요. 옥수수 위에 꾀꼬리도 꺾어주십시오. 9월 초는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옥수수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데에 온 힘과 양분이 집중됩니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게 새끼줄로 울타리를 잘 만들어주세요.

MC: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태풍 힌남노가 일본에서 한반도쪽으로 북상 중입니다. 예고된 바로는 건물도 쓰러뜨릴 만한 위력이라고 하니 울타리를 든든하게 쳐 주셔야 되겠습니다. 9월 중순이 넘으면 옥수수 수확을 하게 될 텐데요. 그렇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옥수수 썩지 않게 보관하는 법

조현: 아니죠. 한 달 정도는 말려야 합니다. 생각해보니 지금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북부지역은 내주부터 옥수수 수확에 들어가야 하겠네요. 한국처럼 기계 사용은 못하니까 낫으로 베어야 할 겁니다. 공구 준비를 잘 하셔서 최대한 힘을 덜어내시고요. 가장 중요한 것, 수확한 옥수수를 빨리 탈곡장으로 옮겨오도록 운반 기계도 잘 점검해 놓으세요. 빨리 옥수수 건조시켜놓고 벼 추수에 들어가야지요. 수확한 옥수수는 탈곡장에서, 자연상태에서 한 달을 건조시키고 마른 상태로 탈곡해야 잘 떨어집니다. 그래서 옥수수 추수 준비를 하려면 건조장을 잘 만들어야 해요. 북한 분들은 옥수수 이삭껍질을 다 벗겨놓고 땅에 그냥 쌓아두고 말리십니다. 이번에는 절대로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바닥 위로 20cm정도 떨어진 단을 만들어서 거기 쌓아두십시오. 바닥에 놓아두면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습기 때문에 건조시키는 한 달 내에 아랫부분부터 시작해서 다 썩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게 농사지은 것들을 버릴 때가 많거든요.

MC: 북한에도 건조용 기계들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건조장에 선풍기 같은 것들도 놓을 수 있죠?

조현: 그럼요. 북한도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다만 전기가 문제죠. 그래서 중요한 게 용기를 잘 준비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좋은 마대가 많은데요. 북한 경제상황으론 가마니는 못 짤 거고요. 협동농장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장마당에서 마대를 가져다가 거기 보관해야 옥수수가 썩지 않습니다. 북한 분들은 주로 뒤주에다가 한번에 1톤, 2톤씩 쌓고 그래요. 그럼 밑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옥수수 알이 다 변합니다. 또 건조장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해 놔야 뱀이나 쥐의 피해도 줄일 수 있어요. 북한에 항상 나도는 말이 "흉년에 뱀이 조 이삭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올해와 같이 흉년이 들었을 때 관리를 정말 잘 해야 합니다.

MC: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것만큼이나 관리도 중요하네요. 한국은 올해 무더위가 너무 심해서 농작물이 햇빛에 타고 말라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농민들이 크게 상심하셨는데 지금 막바지 옥수수가 자라는 중에 특별히 북한 농민들께서 올해 더욱 유념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조현: 그렇습니다. 올해 주의점은 토양 수분을 적게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오늘부터 옥수수밭에 도랑을 깊이 쳐 주셔서 배수를 잘 해주십시오. 도랑으로 물이 빠지면 옥수수에 수분 대신 양분이 올라가니까 제때에 여물 수 있을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옥수수가 완숙했을 때의 수확과 수분이 많은 지금의 수확은 굉장히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약 20%~30% 정도나 됩니다.

김정은 정권 유지하려면

농민들의 민심부터 챙겨야

MC: 정말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이 많네요. 탈북민들 얘길 들어보면 북한 내부엔 정권에 대해 불만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이 농업부문에서 충분한 수확과 소득이 농민에게 돌아간다면 떠났던 민심도 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조현: 그렇죠. 그게 안 되니까 이렇게 다들 고생하고 분노하는 겁니다. 제가 농민들이 해야 할 일을 여러 가지 말씀드렸지만 사실 국가가 손 놓아버리면 농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농업 부문 간부들이나 협동농장경영위원회 관료들은 힘든 수확을 농장원들에게만 맡기지 마시고요. 옥수수 탈곡기 좀 제대로 준비해 두세요. 손으로 탈곡하는 건 옛날 방식입니다. 탈곡기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기계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부품인 베어링을 충분히 갖추고 미리미리 또 중간중간 보수도 잘 해줘야 합니다. 전동기와 옥수수 탈곡기를 연결하는 벨트, 북한말로 이건 피데라고 하는데요. 그런 것도 좋은 것들로 미리 준비해 주셔서 옥수수 탈곡이 빨리빨리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올해 농사가 잘 안 됐다 해도 옥수수 탈곡이 끝나면 농장원들 식량부터 보장해주세요. 그래야 곧 시작될 벼 추수에 힘을 다할 수 있습니다. 농민에겐 벼 추수를 준비할 정신적, 육체적 준비가 정말 필요합니다. 가을을 이렇게 맞이한다면, 식량이 부족한 올해이지만 우리 예상보다 조금 더 괜찮은 겨울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