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개체수 줄어드는 염소관리 개인에게 맡기는 게 답

북한군 제621호 육종장. 이 육종장은 염소를 비롯한 우량 품종의 초식가축을 기르는 군부 소속의 축산농장이다.
북한군 제621호 육종장. 이 육종장은 염소를 비롯한 우량 품종의 초식가축을 기르는 군부 소속의 축산농장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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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네. 안녕하세요.

MC: 추석명절을 맞았습니다. 정말 '한가위'가 되니까 덥고 비 오고 습하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맑아졌어요.

조현 : 고향 생각 많이 나는 날씨입니다. 요즘 한국은 평소도 먹을 게 넘쳐서 오히려 명절을 좀 간소하게 지내자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명절이라고 해서 저도 평소보다 뭘 대단히 많이 먹지는 않고요. 소불고기 혹은 소갈비 이런 것들을 좀 더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소고기를 못 먹지만 대신 염소고기는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염소고기에서 나는 향을 '누린내'라며 싫어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염소를 고급스런 고기로 취급하거든요. 그리고 젖소보다 염소 젖이 지방과 당의 함량이 높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염소 젖이 더 맛있던데요. 사실 지금이 염소 사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중요한 염소인데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북한에서 대중적 인기 높은

개체수 줄어들고 있어

MC: 염소가 그렇게 인기있군요. 저는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요. 하지만 북한 분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염소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혹시 먹이가 부족해선가요?

조현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민둥산이지만 지금 있는 풀을 잘 관리하고 염소에 집중하기만 하면 염소 먹일 건초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품종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키우는 몇 가지 염소 종이 있어요. 자넨종, 조선염소, 사모아… 이런 것들이 20~30년 전에 들어와서 퇴화가 되었어요. 북한이 외부와 교류가 없으니까 동물들이 근친교배를 하게 된 겁니다. 세계를 보면 마릿수나 젖 생산량이 높은 염소 품종이 많거든요. 북한이 이런 종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고요. 염소가 9월~10월부터 쌍붙이기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올핸, 늘 하던 대로 같은 농장 염소끼리 교배시키지 말고 먼 지역 숫염소들을 찾아 번식시켜보세요. 원래 북한은 염소 고기도 먹고 염소 젖 가공해서 빵, 크림도 만드는데 새끼 생산이 안 되니 이것도 줄었죠. 하지만 지금부터 관리법을 조금만 바꾸면 확실하게 다시 늘릴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9월~10월이 교미 시기라면 바로 지금이네요. 당장 어떻게 해야 하죠?

조현 : 가장 먼저 새끼 생산에 참여할 개체를 선별해야 합니다. 염소가 새끼 낳으면 1년에 보통 한 마리, 많아야 두 마리 낳거든요. 그러니 어미, 아비를 잘 관리해 줘야 하는데요. 먼저는 지난 3~4월에 태어난 새끼들을 잘 지켜보세요. 그 중에서 교미에 참가할 염소로, 암컷은 먹성이 좋은 애들, 병에 걸리지 않은 애들, 이력을 봐서 어미 아비의 새끼 생산이나 젖 생산 성적이 좋은 애들을 고르십시오. 또 수컷은 새끼라면 건강한 개체들, 지난해 생산에 참가한 아이들이라면 생산 성적이 좋았는지 그리고 해당 수컷의 후대들이 젖생산이나 발육이 좋은지를 보시고 고르면 됩니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50:1정도만 보유하면 충분하니까 그 외엔 당장 식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MC: 가을에 교미가 시작되면 암소들은 겨우내 임신기간을 보냈다가 봄에 출산을 하게 되는 거군요. 겨울을 잘 보내는 게 관건이겠네요.

염소 개체수 늘리려

9 교미부터 겨울나기까지 관리해

조현 : 맞는 말씀입니다. 염소는 5개월 정도 임신기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보통 겨울에 염소들이 먹지 못해서 새끼도 못 낳고 임신상태에서 많이 죽어버려서 문제입니다. 그런데 또 강조하지만, 북한이 지금부터 준비하고 관리 잘 하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일단 겨울 먹이를 충분하게 미리 준비해주세요. 겨울 건초가 될 강냉이짚, 볏짚을 잘 모아주십시오. 이것들 보관할 때 그냥 보관하지 마시고 운정1호균이나 만경대1호균 등 주변 목장에서 사용하는 균들을 물에 잘 풀어서 축축하게 부어주신 후 그걸 잘 말아주세요. 제가 볼 때마다 가슴 아픈데요. 한국은 건초 만드는 기계가 있습니다. 커다란 기계에 그냥 풀만 쏟아 넣으면 돼요. 그 안에서 미생물이 섞여서 최종적으로 돌돌 말아놓은 이불처럼 딱 정돈되어서, 비닐이 씌워져서 나오거든요. 북한과 많이 다르죠.

MC: 그러네요. 기계에 풀을 넣은 후에, 미생물 뿌리고 섞는 작업, 말리고 압착하는 작업, 이불처럼 둘둘 말고 비닐을 씌우는 것까지, 사람이 한다면 노동인원이 적어도 5배 이상 늘어나겠네요.

조현 : 네. 사실 제가 말씀 드리는 방법들이 남한에선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텐데요. 북한에선 기존 관습에 젖어서, 또는 정보가 부족해서, 혹은 여러 노력동원이나 행사로 인해 농민들이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 이 쉬운 걸 못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그래도 북한이 할 수 있는 게 노력뿐이니까 염소 먹이는 사람 힘으로라도 잘 압착시켜서 종이나 비닐박막으로 싸 주십시오. 바깥 공기랑 차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끼 생산에 참여하는 염소들 중엔 지난 봄에 태어난 애들도 있잖아요? 얘넨 어리고 아직 영양상태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탄수화물, 단백질 먹이를 잘 만들어줘야 해요. 옥수수가루 남은 것들을 끓여서 죽으로 꾸준히 먹여주십시오. 그 다음 또 중요한 것이 염소는 겨울에 호흡기 질병에 취약합니다. 한 우리에 너무 많이 몰아넣지 마시고요. 너무 꽉 막아 놓으면 습도까지 높아지는데 환기 잘 하면 습기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큰 사육장이라면 환기장치인 환풍, 배풍시설 점검도 지금 해 놓아야 할 때고요. 그리고 염소들이 야생동물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하게 울타리를 쳐주십시오. 한국에는 20~30달러면 곰, 멧돼지들을 쫓아버리는 음파기계가 있어요. 원래는 100 달러 정도였는데 요즘 잘 안 팔리는지 농민들에게 할인행사를 많이 하더군요. 막대기 같이 생겼는데, '음~음' 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거 염소우리 옆에 세워놓으면 주변의 밭과 가축들이 모두 보호됩니다. 얼마 하지도 않는데 국가적으로 이런 기계 좀 다량으로 사들여서 농민들에게 공급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장은 그럴 수도 없으니 울타리라도 잘 만들어야죠. 북한에서 염소는 이렇게 중요한데 축산정책에선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염소 사료 만드는 체계나 사육사 증축, 온습도 조절, 질병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백신, 이런 정책이 지금부터라도 세워져야 하겠습니다.

체계적인 염소 관리 어려우

북한 주민 개인에게 맡겨

MC: 염소를 모두 농장에서만 관리하는데 주민 별로 몇 마리씩 담당하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조현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 북한 농장들 환경이 너무 안 좋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쁜 농민들이 직접 키워야 하니까 새끼를 생산하면 농장에다 되팔 수 있게 하는 체계를 세우면 좋겠습니다. 한국 얘기를 좀 해보면, 염소 농장이 대체적으로 크지는 않은데요. 여기서 나오는 염소 젖 가지고 버터, 치즈, 요구르트 이런 것들을 만들어 파는 식품기업으로 운영합니다. 생산도 잘 되는데다 좋은 용기에 포장도 잘하고 보관도 잘해서 식품들이 꽤 고급스럽게 팔리거든요. 북한에서도 비슷한 곳을 찾자면 평양시 구빈축산농장이라고 있어요. 여긴 20년 전에 한국에서 지원해준 기계들 가지고 염소 젖 생산하고 식품 가공하는 일을 합니다. 기술은 20년 전에 지원받은 것에서 더 발전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지방의 염소농장들은 이곳에 견학해서 염소를 통해 어떻게 부를 창출할 수 있을 지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지방 염소농장에 한국에서 좋은 설비를 가져다 공급해주면 참 좋을 텐데 그걸 안 하네요. 인민생활이 중요하다고 회의 열고 모였으면 현대적인 기술 도입하는 것 토론해야지 현장에 도움 안 되는 사상적인 얘기나 하고 참 그렇습니다.

MC: 네 그렇군요. 어쨌든 염소의 겨울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잘 관리해서 봄에 새끼도 많이 낳고 고기나 젖도 많이 생산되면 좋겠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십시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