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네. 안녕하세요.
MC: 추석명절을 맞았습니다. 정말 '한가위'가 되니까 덥고 비 오고 습하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맑아졌어요.
조현 : 고향 생각 많이 나는 날씨입니다. 요즘 한국은 평소도 먹을 게 넘쳐서 오히려 명절을 좀 간소하게 지내자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명절이라고 해서 저도 평소보다 뭘 대단히 많이 먹지는 않고요. 소불고기 혹은 소갈비 이런 것들을 좀 더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소고기를 못 먹지만 대신 염소고기는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염소고기에서 나는 향을 '누린내'라며 싫어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염소를 고급스런 고기로 취급하거든요. 그리고 젖소보다 염소 젖이 지방과 당의 함량이 높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염소 젖이 더 맛있던데요. 사실 지금이 염소 사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중요한 염소인데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북한에서 대중적 인기 높은 염 소
개체수 줄어들고 있어 문 제
MC: 염소가 그렇게 인기있군요. 저는 아직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요. 하지만 북한 분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염소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혹시 먹이가 부족해선가요?
조현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민둥산이지만 지금 있는 풀을 잘 관리하고 염소에 집중하기만 하면 염소 먹일 건초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품종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키우는 몇 가지 염소 종이 있어요. 자넨종, 조선염소, 사모아… 이런 것들이 20~30년 전에 들어와서 퇴화가 되었어요. 북한이 외부와 교류가 없으니까 동물들이 근친교배를 하게 된 겁니다. 세계를 보면 마릿수나 젖 생산량이 높은 염소 품종이 많거든요. 북한이 이런 종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고요. 염소가 9월~10월부터 쌍붙이기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올핸, 늘 하던 대로 같은 농장 염소끼리 교배시키지 말고 먼 지역 숫염소들을 찾아 번식시켜보세요. 원래 북한은 염소 고기도 먹고 염소 젖 가공해서 빵, 크림도 만드는데 새끼 생산이 안 되니 이것도 줄었죠. 하지만 지금부터 관리법을 조금만 바꾸면 확실하게 다시 늘릴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9월~10월이 교미 시기라면 바로 지금이네요. 당장 어떻게 해야 하죠?
조현 : 가장 먼저 새끼 생산에 참여할 개체를 선별해야 합니다. 염소가 새끼 낳으면 1년에 보통 한 마리, 많아야 두 마리 낳거든요. 그러니 어미, 아비를 잘 관리해 줘야 하는데요. 먼저는 지난 3~4월에 태어난 새끼들을 잘 지켜보세요. 그 중에서 교미에 참가할 염소로, 암컷은 먹성이 좋은 애들, 병에 걸리지 않은 애들, 이력을 봐서 어미 아비의 새끼 생산이나 젖 생산 성적이 좋은 애들을 고르십시오. 또 수컷은 새끼라면 건강한 개체들, 지난해 생산에 참가한 아이들이라면 생산 성적이 좋았는지 그리고 해당 수컷의 후대들이 젖생산이나 발육이 좋은지를 보시고 고르면 됩니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50:1정도만 보유하면 충분하니까 그 외엔 당장 식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MC: 가을에 교미가 시작되면 암소들은 겨우내 임신기간을 보냈다가 봄에 출산을 하게 되는 거군요. 겨울을 잘 보내는 게 관건이겠네요.
염소 개체수 늘리려 면
9 월 교미부터 겨울나기까지 잘 관리해 야
조현 : 맞는 말씀입니다. 염소는 5개월 정도 임신기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보통 겨울에 염소들이 먹지 못해서 새끼도 못 낳고 임신상태에서 많이 죽어버려서 문제입니다. 그런데 또 강조하지만, 북한이 지금부터 준비하고 관리 잘 하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일단 겨울 먹이를 충분하게 미리 준비해주세요. 겨울 건초가 될 강냉이짚, 볏짚을 잘 모아주십시오. 이것들 보관할 때 그냥 보관하지 마시고 운정1호균이나 만경대1호균 등 주변 목장에서 사용하는 균들을 물에 잘 풀어서 축축하게 부어주신 후 그걸 잘 말아주세요. 제가 볼 때마다 가슴 아픈데요. 한국은 건초 만드는 기계가 있습니다. 커다란 기계에 그냥 풀만 쏟아 넣으면 돼요. 그 안에서 미생물이 섞여서 최종적으로 돌돌 말아놓은 이불처럼 딱 정돈되어서, 비닐이 씌워져서 나오거든요. 북한과 많이 다르죠.
MC: 그러네요. 기계에 풀을 넣은 후에, 미생물 뿌리고 섞는 작업, 말리고 압착하는 작업, 이불처럼 둘둘 말고 비닐을 씌우는 것까지, 사람이 한다면 노동인원이 적어도 5배 이상 늘어나겠네요.
조현 : 네. 사실 제가 말씀 드리는 방법들이 남한에선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텐데요. 북한에선 기존 관습에 젖어서, 또는 정보가 부족해서, 혹은 여러 노력동원이나 행사로 인해 농민들이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 이 쉬운 걸 못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그래도 북한이 할 수 있는 게 노력뿐이니까 염소 먹이는 사람 힘으로라도 잘 압착시켜서 종이나 비닐박막으로 싸 주십시오. 바깥 공기랑 차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끼 생산에 참여하는 염소들 중엔 지난 봄에 태어난 애들도 있잖아요? 얘넨 어리고 아직 영양상태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탄수화물, 단백질 먹이를 잘 만들어줘야 해요. 옥수수가루 남은 것들을 끓여서 죽으로 꾸준히 먹여주십시오. 그 다음 또 중요한 것이 염소는 겨울에 호흡기 질병에 취약합니다. 한 우리에 너무 많이 몰아넣지 마시고요. 너무 꽉 막아 놓으면 습도까지 높아지는데 환기 잘 하면 습기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큰 사육장이라면 환기장치인 환풍, 배풍시설 점검도 지금 해 놓아야 할 때고요. 그리고 염소들이 야생동물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하게 울타리를 쳐주십시오. 한국에는 20~30달러면 곰, 멧돼지들을 쫓아버리는 음파기계가 있어요. 원래는 100 달러 정도였는데 요즘 잘 안 팔리는지 농민들에게 할인행사를 많이 하더군요. 막대기 같이 생겼는데, '음~음' 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거 염소우리 옆에 세워놓으면 주변의 밭과 가축들이 모두 보호됩니다. 얼마 하지도 않는데 국가적으로 이런 기계 좀 다량으로 사들여서 농민들에게 공급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장은 그럴 수도 없으니 울타리라도 잘 만들어야죠. 북한에서 염소는 이렇게 중요한데 축산정책에선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염소 사료 만드는 체계나 사육사 증축, 온습도 조절, 질병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백신, 이런 정책이 지금부터라도 세워져야 하겠습니다.
체계적인 염소 관리 어려우 면
북한 주민 개인에게 맡겨 야
MC: 염소를 모두 농장에서만 관리하는데 주민 별로 몇 마리씩 담당하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조현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 북한 농장들 환경이 너무 안 좋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쁜 농민들이 직접 키워야 하니까 새끼를 생산하면 농장에다 되팔 수 있게 하는 체계를 세우면 좋겠습니다. 한국 얘기를 좀 해보면, 염소 농장이 대체적으로 크지는 않은데요. 여기서 나오는 염소 젖 가지고 버터, 치즈, 요구르트 이런 것들을 만들어 파는 식품기업으로 운영합니다. 생산도 잘 되는데다 좋은 용기에 포장도 잘하고 보관도 잘해서 식품들이 꽤 고급스럽게 팔리거든요. 북한에서도 비슷한 곳을 찾자면 평양시 구빈축산농장이라고 있어요. 여긴 20년 전에 한국에서 지원해준 기계들 가지고 염소 젖 생산하고 식품 가공하는 일을 합니다. 기술은 20년 전에 지원받은 것에서 더 발전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지방의 염소농장들은 이곳에 견학해서 염소를 통해 어떻게 부를 창출할 수 있을 지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지방 염소농장에 한국에서 좋은 설비를 가져다 공급해주면 참 좋을 텐데 그걸 안 하네요. 인민생활이 중요하다고 회의 열고 모였으면 현대적인 기술 도입하는 것 토론해야지 현장에 도움 안 되는 사상적인 얘기나 하고 참 그렇습니다.
MC: 네 그렇군요. 어쨌든 염소의 겨울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잘 관리해서 봄에 새끼도 많이 낳고 고기나 젖도 많이 생산되면 좋겠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십시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