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에서도 농민 보조금 지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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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추석 명절 즐겁게 보내셨나요?

조현: 네. 때마침 날씨도 좋았고요. 파주에 있는 통일전망대에 가서 가족, 친지들과 북쪽을 바라보면서, 잘 보냈습니다.

MC: 추석 바로 앞서 다녀간 태풍 힌남노 때문에 북한도 피해상황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조현: 네. 특별히 평안남도와 황해남도의 피해가 극심합니다. 황해남도 과일군, 평안남도 숙천군에 있는 과수농장에서 대부분 과일이 다 떨어져 나갔다고 합니다. 평안북도 정주, 신의주, 용천 쪽에는 벼농사 피해가 극심하고요. 평안남도 개천, 안주, 문덕에는 옥수수 농장이 초토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국을 통으로 짜내어도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국가가 다 빨아들여서, 농민에게 갈 분량이 없다고 합니다. 들리는 소식으론 옥수수 추수해서 먼저 군량미로 다 가져갔다고 하고요.

북한 농작물, 태풍 피해 속

군량미로 싹 쓸어가

농민들 시름 늘어

MC: 군인도 중요하지만, 1년 내내 피땀 흘려 곡물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들 먹거리가 우선시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더구나 농민 인구가 전체의 20%나 된다고 하셨는데, 그럼 국가에선 농민의 식량에 대해서 어떤 계획이라도 있을까요?

조현: 없습니다. 굶어죽게 생겼어요. 지난 8월 장마 때 피해입은 대동강 하류, 청천강 하류 지역 농민들은 지금 농사 다시 짓기는커녕 모두 피해복구에 동원되어서 다음 살 길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이번 태풍 피해가 심했거든요. 한국 대통령은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피해복구 비용으로 국가 예산 500억 원을 긴급 편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화로 3,500만~4,0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한국에 가장 극심한 피해를 안겼던 태풍, 2003년 '매미' 때는 피해 복구비용으로 1천억 원 즉 7,000만~8,000만 달러를 썼다는데요. 이 금액이 실제 농민들에게도 전해져서,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도 피해 보상이 이뤄졌답니다. 그때 물가는 지금보다 1/3~1/4 정도 낮았을 때인데 보상액이 정말 큰 거죠. 이런 재해 피해 보상금 외에도 한국은 농민들에게 주는 농업보조금이 수백 가지나 됩니다. 물론 그 수백 가지를 한 사람이 다 받는 건 아닙니다. 각 보조금은 그걸 받으려면 어느 정도의 지원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서 지금 경기도 이천시에서는 다른 일을 하다가 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준다고 합니다. 물론 이천시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고요. 이렇게 신청해서 승인되면 주택 수리비, 혹은 농기계 구입 같은 비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한국 농민들은 기름을 살 때, 면세유라고 해서 좀 싸게 살 수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작년에 한국 돈으로 1리터 당 781원 하던 면세유가 올해 1,333원까지 치솟았으니까 거의 1.5배 상승한 셈인데, 전라북도 무주군은 상승분의 반 정도 되는, 1리터당 276원씩을 지원해준답니다. 보조금을 주는 주체도 국가와 각 도․시․군 별로 나뉘고요. 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도 있습니다. 다시 태풍으로 돌아가서 이번 태풍 때는 경상북도 포항이 제일 피해가 심했거든요. 포항과 경주가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나서 이 도시들의 태풍관련 보조금을 어느 정도로 편성할지 지금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MC: 물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모두 국가가 보상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농민을 도우려는 국가의 노력이 농민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는 건데요. 북한은 지금 대북제재로 인해 무역활동도 어렵고 먹거리도 턱없이 부족한 환경인데, 농민을 위한 보조금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수백 가지의 농업보조금과

기상 이변 대비 보험까지 따로 드는 남한 농민들

조현: 국가가 돈도 없지만, 없는 돈을 다 끌어다가 핵 개발에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죠. 하지만 늘 하던 소리 더 해봐야 머리 아프고요. 그냥 현재 농업에 편성된 예산, 가진 돈, 할 수 있는 방법 내에서 머리라도 굴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협동농장이나 개별 농민들에게 최소한 농사를 짓고 결실이 나올 때까지 그 기간만이라도 생존할 수 있는 보조금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네. 그런데 한국 농민들도 사실 농업보조금이 많다고 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한국 농민들은 은행에서 저리로 돈 빌려 농사 짓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기상이변으로 농사를 망쳤을 때 농업보조금만으로는 넉넉지 않은 거죠. 그래서 오히려 농민들 거의 대부분 보험을 들고 있거든요.

조현: 네. 한국도 국가가 다 먹여 살려주는 것 아니죠. 자유경제를 채택한 한국에선 농민들이 자기 잘 먹고 잘 살려고 농사하지 국가 위해 억지로 농사짓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 빌려서 농사짓거든요. 그런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한국농민들도 논밭에 주저앉아 울어요. 그런데 북한과는 정말 다른 게 그렇다고 한국은 먹을 것 걱정하지 않습니다. 국가에서 최소한의 생존권, 즉 다음에 농사지어 갚을 때까지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은 국가나 각 지역, 또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내게 도움 될 만한 보조금 정책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신청해서 도움을 받고 있고요. 또 아까 보험 말씀하셨는데, 여러 기업에서는 사전에 큰물이나 산불 등 각 재해에 맞게 보험상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더러는 국가나 시, 도에서 농민들 대신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납부해주기도 합니다. 국가, 농민, 보험사 모두 상생하기 위한 방법이죠.

MC: 그렇습니다. 아무쪼록 북한 농민들도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소장님이 생각하시기에 현실적으로 북한정부가 어떤 식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북한에서도

농민들을 위한 보조금 정책 가능하다?

조현: 먼저 피해 조사를 잘 해야 합니다. 각 지역 협동농장 경영위원회는 각 지역의 피해를 조사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이 다 있어요. 축산, 농산, 과수, 채소, 농업자재, 관개, 다 부서와 분야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동원해서 정확하게 피해상황을 조사하되, 방법을 좀 바꿔야죠. 옛날처럼 총화하듯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현실성 있게 조사해서 그 자료를 공유해야 합니다. 돈으로 도와주면 좋은데 만약 불가능하다면 농민의 식량을 먼저 100% 배분해 준다든지, 재해 이후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를 대여해 준다든지, 피해에 기초해서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종자, 비료, 농업자재, 비닐박막, 농약 등을 무상으로 공급해주는 겁니다. 한국 같으면 그 정도가 농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북한은 이런 현물이 큰 도움이 되거든요. 다 지원할 수 없다면 국가에서 일정 정도의 물량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고요. 나머지는 유상으로 지원해주되, 농민들이 정부에 갚을 땐 단번에 물어내게끔 하지 말고 농사를 지어서 조금씩 갚아나가는 할부제도를 운영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다음 농사가 잘 될 수 있도록 국가가 한 발짝 뒤에서 도와주고, 결국 자기 농사가 잘 되면 그것 가지고 갚아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농업 관련 재정 보조금 예산이 16조원이라고 합니다. 120억~130억 달러나 됩니다. 그럼 농민 1인당 기본적으로 연간 700만원, 5,000 달러 넘게 지원을 받는 겁니다. 북한은 이 정도는 아니라 해도 정부가 농민이 최소한 삶의 안정을 가질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건 16조원, 240여 가지 넘는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세세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정부에선 농민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과연 잘 알고 있을까요? 이게 바로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MC: 네. 바로 그런 지원이 북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북한정부가 꼭 알았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농민의 시름을 덜 수 있는 농업보조금 정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