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우유 생산을 위해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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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탈북민들이 한국에 처음 오시면 크고 작은 상점들에 가득 진열된 우유 보고 많이들 놀라셨다고 하더라고요. 들어보니 북한에선 지역마다 우유공급 상황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조현: 네. 평양시민 혹은 고위층 간부가 아니면 우유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겁니다. 한국은 지금 우유 1리터에 1~3달러 정도 하는데요. 요즘 이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가격이 아주 저렴한 유럽산 우유 구해 마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이건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북한은 우유 1리터를 얻기 위해서 쌀 5kg 이상을 팔아야 합니다. 솔직히 누가 먹겠어요? 북한에선 그렇게 귀한 우유를 구했다 해도 한국 우유와는 질적으로 다르거든요. 북한은 그저 염소젖을 끓여 먹는 정도라서, 한국처럼 젖소에서 짜내어 살균하고 가공시킨 무균우유, 멸균우유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북한은 정권 초기부터 아이들 우유 먹여서 쑥쑥 크는 걸 외부에 보이고 싶어 했는데요. 그걸 못하니 애가 닳아서, 지금도 농장마다 어떻게든 염소 키워서 우유 만들어내라고 권고 또는 강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MC: 그렇군요. 말씀 들어보니 또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네요. 북한은 주로 염소젖, 그러니까 산양유를 생산하는데, 한국에서 우유 생산은 거의 젖소가 담당하고 있거든요.

조현: 그게 원래 맞는 겁니다. 북한 사람들이 우유를 못 먹는 이유가 바로 젖소가 적어서 그래요. 북한은 정권 초기 외국에서 수입한 젖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다 죽였어요. 한국처럼 젖소를 오롯이 우유만 생산하게 했어야 했는데, 젖소를 일도 시키고 고기도 생산하게 하면서 젖도 짜내려는 욕심에, 조선소와 교접을 시켜 잡종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런 잡종 소들은 젖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새끼 낳으면 자기 새끼 먹일 정도 우유만 만들어요. 그렇게 줄어서 지금 북한 젖소의 1마리당 젖 생산량은 한국의 1/30밖에 안 됩니다. 한국 젖소들은 1년에 우유를 1톤씩 생산합니다. 이런 우량 품종의 젖소 가격은 사실 좀 비쌉니다. 한 마리당 10만 달러 이상입니다. 이게 바로 북한 사람들이 우유를 못 먹는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는 젖소를 위한 질 좋은 풀판(초지)이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북한 사람들은 그냥 산에 젖소를 방목하면 알아서 풀 뜯어먹고 젖이 나오는 줄 압니다. 젖소들은 아주 예민해서 사일로스 같은 영양풀이나, 풀을 정성껏 절인 풀김치를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MC: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강조하고 있는 염소 우유가 사실 젖소보다 꼭 못한 것만은 아니잖아요? 염소 우유는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고 우유보다 유당이 적어서 속이 편한 장점이 있다는데요. 아무래도 소장님이 북한의 염소 우유 정책을 반대하시는 건 경제성 때문인가요?

조현: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 염소는 우유를 잘 생산하는 녀석들이 매일 2~3리터 뽑아내는데요. 이거 가지고는 절대 수요를 채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염소는 풀의 뿌리까지 뽑아 먹거든요. 지금 북한 상황을 볼 땐 땅을 더 황폐화 시키는 일이죠. 그래서 염소는 잘 키워서 고기로 쓰는 것이 효과적이고요. 우유 생산은 젖소가 담당해야 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염소 마릿수 늘리는 정책으론 우유 공급은 완전히,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최근에도 김정은이 염소 우유 강조하던데 그거 만들어서 누굴 먹이려는 생각일까요?

MC: 그렇군요. 한국의 몇몇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몇 차례에 걸쳐 북한에 꾸준히 젖소를 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우유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는데요. 이 소들을 보내기 위해 한국 일반인들이 기부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이 소들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나요?

조현: 총 1,000마리가 넘게 왔을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몇몇 사회봉사단체가 많은 일반인들의 후원금을 모아서 북한에 몇 차례 젖소를 보냈는데요. 하지만 그것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2년 정도 지나니 다 죽었어요. 이 젖소들로 인해 목장이 4~5개나 생겼는데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그냥 초지에 풀어놓기만 한 겁니다. 결국 지금 북한엔 젖소목장이 12~13개 있는데 결국 1개 목장당 젖소가 50마리도 채 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그래도 좀 잘 나간다고 하는 강동군 구빈리 축산협동농장에도 젖소보다 염소가 많고요. 또 북한이 2015년에는 강원도 세포군에 '세포등판'이라고 5만평의 대규모 풀판을 조성했는데요. 북한의 최대 목장이라고 불리는 여기도 젖소를 관리하지 못해서 초기 의도와 달리 지금 소, 염소, 돼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MC: 결국 인민들에게 우유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젖소를 잘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건데요. 한 마리에 10만 달러가 넘는 젖소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조현: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시작은 한국의 도태된 젖소를 받아들여서 하는 방법입니다. 한국엔 1년에 몇 만 마리씩 우유생산으로부터 도태시키는 젖소들이 있습니다. 보통 1~2년 정도 생산하면 그 이후엔 우유 생산량이 좀 줄거든요. 이걸 한국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면, 살짝 살 찌워서 냉동소고기로 동남아에 수출합니다. 이 젖소를 가져오고 여기에다가 한국에서 우량 수소의 정자를 가져다가 인공수정 시키면 됩니다. 사실 한국의 우유 가격이 싼 이유는 현대적인 방법의 인공수정으로 새끼생산을 하기 때문인데, 기술이 체계적이고 수준이 높다 보니 개체도 많아지거든요. 북한도 이렇게 새끼생산을 해서 1개 목장에 200~300 마리씩, 각도에 목장 1개씩만 구비해도 북한 사람들이 우유 먹기가 쉬워집니다. 이 정도 되는데 시간은 3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3년 뒤 어느 정도 개체수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젖소들에게 좋은 풀판을 마련해주는 겁니다. 한국의 대관령 풀판은 기계로 좋은 풀씨를 계속 뿌리고 독풀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면서, 정교하게 좋은 풀만 자랄 수 있도록 하는데 5년 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북한도 지금부터 3~5년 정도 준비해야 합니다. 또 지난번에 한번 말씀 드렸는데요. 평양 강동군 구빈목장에는 한국에서 보내준 우유 생산 설비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지원 받은 건데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현대적인 설비는 아니지만 북한에선 충분히 보고 배울 만큼 고급 설비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토대로 잘 준비하면 3~5년 뒤에는 우유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기초를 잘 쌓아야 하겠죠.

MC: 소장님 의견으론 당장 3~5년은 북한에서 젖소를 통한 우유 생산이 아예 불가하다는 건데 북한 분들이 당장 젖소 우유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조현: 제가 얼마 전에 라오스에 갔는데요. 라오스도 우유 생산 못 해요. 그런데 마트에 가보니 태국, 베트남에서 우유가 어디든지 진열돼 있더라고요. 북한도 당장은 수입으로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국제사회에서 농축산 무역하는 거 보니까 돈이 없으면 먼저 물건을 들여다가 장마당에 팔고 후불제로 계산하는 방법도 있더라고요. 북한처럼 가난한 나라라면 초반엔 이런 식으로도 도와줄 나라들이 많습니다. 오늘 시간이 없어서 다 말을 못했는데요. 다음 시간엔 젖소에서 우유 짜내면 그걸 어떻게 살균하고 가공하는지 방법을 좀 더 얘기하고 싶고요. 그런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치즈, 버터, 요구르트 같은 부산물들이 있잖아요. 제가 북한에서 버터 먹어봤는데 거기 벌레, 나무껍질들이 섞여 있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만드는 기술, '낙농업'에 대해서도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고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