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우유는 배급이 아니라 유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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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한국에선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인 우유를 어려서부터 유치원 또는 학교 급식으로 먹도록 하고 있는데요. 그게 버릇이 됐는지 저는 지금도 매일 우유 한 잔씩 하게 되더라고요. 소장님은 어떠신가요?

조현: 네. 저도 자주 마시지만 오늘은 안 마셨네요. 한국에서야 쉽게 먹을 수 있죠. 제 생각엔 한국에선 많이 못 배운 사람들이 일용직을 전전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한 달에 200만원 즉 1,800 달러 정도는 버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우유 한 잔씩, 총 500㎖를 마신다고 하면 그 금액이 1 달러 정도거든요. 인터넷이나 싸게 파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서 사면 0.5 달러 혹은 그 이하로도 살 수 있어요. 매일 마셔도 한 달에 20~30 달러니까 누구나 원하면 충분히 마실 수 있습니다. 북한은 원한다고 해도 우유가 부족해 마실 수도 없지만 우유를 잘 공급 받는다고 해도 배탈 환자가 많아요.

MC: 왜 그런가요?

북한에서 우유 배탈환자 많은 이유

조현: 일단 우유 가공 기술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우유를 먹으려면 먼저 살균해야 하는데 이게 단순히 끓여 마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기압을 4~5기압으로 높이고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북한이 압력 조절하는 건 아직 잘 하지 못합니다. 그 이후, 한국은 고온 멸균이나 저온 멸균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하는데 고온 멸균은 130도로 높여준 뒤에 3초간 살균합니다. 저온 멸균은 65~75도에서 15분 혹은 30분 정도 놓아둠으로써 살균하는 과정을 거치죠.

MC: 그렇군요. 이런 살균 기술이 굉장히 중요하긴 한데, 저는 먹거리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청결한 환경이라고 보거든요.

조현: 맞습니다. 일단 한국 젖소들은 깨끗하게 성장하고요. 또 우유 살균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아주 민감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겁니다.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되니 한국 우유공장 가보면 사람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방진복을 입고요. 손에는 항상 몇 겹의 장갑을 낍니다. 한국 우유는 젖소에서 착유해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통상 2~3일밖에 안 걸립니다. 우유에 첨가물이 없어 유통기한도 10일에서 15일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북한은 여러 도구들이나 스테인리스가 녹슨 경우도 많고 우유 운반과정도 쉽지 않아서 우유 안에 칼슘과 단백질, 지방 이런 것들이 쉽게 변질되거든요. 그래서 배탈이 많이 나는데, 만약 우유를 평소 안 드시는 분들이라면 우유가 생겼을 때 한 번에 많이 마시지 마시고 조금씩 나눠 마셔 보세요. 어린 아이가 젖 먹다가 갑자기 밥을 먹지 못하듯이 우유를 갑자기 먹으면 1주일 정도 설사할 수 있거든요. 몸에서 우유를 소화하는 균이 생길 수 있도록 천천히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MC: 이런 것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저는 음료 중에 커피에 우유를 섞어 먹는 라떼를 좋아하는데요. 한국의 대형 커피 매장에선 우유가 몸에 잘 안 받는 분들을 위해 우유 대신 두유 즉 콩우유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거든요. 북한에서도 우유 대신 콩우유를 배급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한국 두유 VS 북한 콩우유

조현: 그렇진 않습니다. 절대로 우유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북한 콩우유는 한국에 비하면 콩 냄새나는 비린 물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한국 두유는 북한에 비하면 콩죽이죠. 한국 제품에는 콩에 있는 영양소가 명확하게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콩 생산량이 적어서 중국에서 수입한 콩으로 우유를 만드는데요. 콩즙이 아니라 맹물이라 아이들이 설사 많이 합니다. 당연히 건강한 단백질과 칼슘을 보급할 수 없죠. 북한 정권은 우유 생산이 어려우니 콩우유라도 공급하라고 강요하는데 이게 북한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유는 배급이 아니라 유통되어야 합니다. 시장에서, 인민들이 스스로 만들어서 팔 수 있어야 하고 그것들을 사람들이 사먹을 때 제품의 질에 따라서 가격이 정해질 수 있는 겁니다. 사람들은 비싸게 받고 싶어 더 좋은 제품 만들 것 아닙니까?

MC: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데요. 한국의 어떤 우유 제품은 용기에 목장 주인의 사진을 넣었어요. 그만큼 자신이 만든 우유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그런 건강한 경쟁이 있어야 우유 품질이 좋아지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북한도 이와 관련한 성공사례가 있긴 해요. 제가 종종 축산업 얘기를 하면서 평양 강동군의 구빈목장이 잘 되어있다고 말했는데, 물론 구빈목장이 과거 한국의 지원을 받아서 좋은 설비를 갖추기도 했고 북한 정권이 이곳을 집중해서 잘 운영하는 점도 있지만, 한때는 구빈목장에서 젖소를 민가에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민가에선 이걸 정말 자식처럼 키웠습니다. 깨끗하게 관리하고 잘 먹여서 보살피다 보니 좋은 우유가 나왔고 젖소도 건강해졌습니다. 지금은 다시 젖소들이 목장으로 돌아왔다는데요. 만약 민가에서 키우고 그 수익을 키운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면 누가 관리를 소홀히 할까요? 바로 이런 거죠.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건 목장의 젖소를 관리가 가능한 민가에 배분한다거나 혹은 각 축산농장에 젖소만을 키우는 분조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농장들에 생산반, 채소반, 과일반 등이 있잖아요. 하지만 젖소를 전담해서 키우는 분조가 없거든요. 이것 하나만 제도를 바꿔도 젖소의 건강과 우유의 품질은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젖소 전담 분조 생겨야

우유 품질 좋아져

MC: 네. 그런데 지난주에 소장님께서 북한이 제대로 우유를 생산하려면 3~5년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분조가 생겨도 젖소 종자도 들여오고 풀판도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일단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것과 함께 준비되어야 할 것이 우유 설비입니다. 북한에도 우유 살균하는 기계들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이런 기계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말아야 합니다. 철저하게 세균이 묻지 않아야 하고요. 그리고 이런 시설은 철저하게 주변과 분리되는 방역정책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대부분 녹슨 철판을 갖고 있거든요. 농담 좀 하면 구석기 시대 같아요. 정부는 이런 기술 설비 등을 점검하고 보수해서 각 도, 시, 군 목장에 나눠주고 또 생산된 우유를 최대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냉동차 같은 것도 각 목장에 준비해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정부의 할 일입니다. 이거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동안에 축산농장이나 민가에서는 우유 부산물에 한번 집중해 보세요. 우유 만들고 남은 것으로 버터, 요구르트, 치즈 이런 것들 조그맣게 만들어 보는 겁니다. 목장 한 켠이나 혹은 집에서 소소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들면 됩니다. 이렇게 젖소 한 마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고 이걸 장마당에 팔면 수익이 조금 나올 겁니다. 그걸 모으고 또 모아서 젖소 먹이감을 사고 또 목장 시설도 바꾸고… 이렇게 정부와 민간이 하나 둘씩 단계를 밟아가면 제가 말한 3~5년 뒤에는 북한에도 우유가 널리 공급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편의점에 가면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초코우유 이런 것들이 많잖아요. 이건 첨가물이 들어간 거라, 맛은 있더라도 흰 우유보다는 영양은 부족하죠.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 잘 안 먹이려고 하는데, 애들은 더 맛있으니까 이거 사달라고 엄마한테 조르고 또 그래서 싸우고 그래요. 북한에도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MC: 소장님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남한의 우유가 그렇듯이 북한의 우유도 하루속히 세계에서 인정받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