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라오스 농가가 북한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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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 소장님께서 동남아시아 국가, 라오스에 다녀오느라 일정이 좀 바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가신 건가요?

조현: 네. 제가 소속된 굿파머스연구소를 통해 라오스를 방문했습니다. 농가 1가구당 닭 100마리를 전달하는 게 우리 일이었어요. 가정에 조그맣게 사육사 지어주고 키우는 방법 잘 전수하면, 닭이 계란을 생산하잖아요. 그럼 한 달에 평균 150 달러는 벌 수 있게 됩니다. 저희가 3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현재 60 가정을 도왔는데요. 이번에 가보니, 이 소득으로 3년 안에 새 집을 지은 농가도 있더라고요. 그런 결과들을 직접 보니 흐뭇했습니다.

공산주의 잔재 남아 있는 라오스

북한과 다른 점

MC: 굿파머스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의 농촌 빈곤층이나 한국내 소외계층, 더 나아가 북한 농촌지역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잖아요. 이번에도 참 훌륭한 일을 하고 오셨네요. 라오스 농가 환경을 보면서 북한과 비교도 많이 됐을 것 같은데,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보죠. 우선 라오스라면 영토는 한반도보다 조금 넓지만 인구는 약 70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인데요. 여전히 1당 독재체제로 사회 곳곳에 공산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소장님처럼 외국인이 활동하는 부분에선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조현: 그럼요. 인도적 차원에서 아무 목적 없이 도와주는 외국 사회봉사단체가 들어와 농가를 돕는 것엔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처음엔 라오스 농민들도 우리가 오히려 자신들을 뜯어먹지 않을까 불신했죠. 저희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몇 백 년 동안 내려오던 전통, 농사방식을 바꾸라는 거였으니까요. 벼만 생산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품종 재배하라고 하고, 자기네 토종닭에 한국 품종 교접시키라 하니, 한참을 의심했어요. 결국 우리가 만들어준 닭들이 알도 많이 낳고 좋은 결과를 보이니까 우리와 신뢰관계가 생겼습니다. 갈 때마다 즐겁게 다녀오고 있습니다.

MC: 라오스는 과거, 1974년에 한국과 수교했다가 1975년에 북한과 수교하면서 한국과 10년 정도 단교를 했는데요. 북한 역사에서 농업 생산성이 가장 높았을 때 북한과 가까웠던 국가잖아요. 농업제도면에서도 북한과 유사한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조현: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도 라오스는 태국, 캄보디아 등 주변의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가장 북한스러운 나라입니다. 1990년대 이전엔 북한보다 더 못 살았고요. 지금도 1당 독재에,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이 떠오르는 것도 북한과 똑같아요. 한 달 월급이 300달러를 넘기기 어렵다는 점, 농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인 것도 북한과 비슷합니다. 다만 기후조건을 볼 때 라오스는 북한과 달리, 연중 이모작, 삼모작도 가능하거든요. 그럼 북한보다 더 나은 게 아닌가 생각도 했어요. 웃기는 것은 라오스 농민들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이 제일 싫어했던 게 사회주의 협동농장이었답니다. 그건 농민을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제도니까요. 저야 북한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 말이 뭔지 충분히 알죠.

외국인투자법 제정 후

달라진 라오스 농촌의 큰 변화

MC: 그렇군요. 198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베트남도 1986년부터 개혁개방을 뜻하는 도이모이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라오스는 침묵을 지키다가 1990년대 들어서야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하면서 혼합정책을 실시했거든요. 이런 변화가 농촌에 주는 영향도 있었나요?

조현: 맞습니다. 그쯤부터 외국 기업이 들어가서 2000년대 초부터 라오스에서 전기가 원활히 공급됐고 바야흐로 수출이 시작됐습니다. 라오스 농촌의 가장 큰 변화는 어디나 전기가 꽝꽝 들어온다는 겁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라오스 정부에선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과거엔 북한처럼 농사의 의무만 있을 뿐 농작물 소유권이 없어서 라오스 농민들도 그렇게 힘들게 농사짓고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요. 농민이 경영을 하게 되면서 자기 소출을 먹게 된 겁니다. 여기에 빠릿빠릿한 사람들이 돈이 되는 작물을 심게 되면서 라오스 농촌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2022년인 지금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과 달리 전기도 꽝꽝

정원 딸린 집 소유한 라오스 농가

MC: 어떤 변화를 보셨습니까?

조현: 먼저 농촌의 집들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옛날엔 지붕에 바나나 잎 씌우고 목조건물이 오래 되어서 집에 뱀 기어다니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대부분 정원이 딸렸어요. 북한처럼 국가설계에 따라 동일하게 짓는 집이 아니고요. 농가에서 각자 벌어 지은 공간, 예쁜 타일도 붙인 집입니다. 그 땅이 자기 땅이다 보니 멋진 나무와 잔디, 조명까지 설치했더라고요. 게다가 진짜 놀란 것은 이젠 농가마다 차를 한 대씩 가지고 있습니다. 라오스 농민 전부가 이렇진 않겠지만 제가 이번 여행에서 본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MC: 저도 그간 라오스를 잘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니 놀랍네요. 부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서울에서 직장인이 정원을 가진 집을 사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조현: 그래서 정말 부럽더군요. 라오스는 50여 개 넘는 종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국가입니다. 그중엔 라오족이 대표 종족인데요. 제가 간 곳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조금 떨어진 섬싼마인이라는 마을이었습니다. 거긴 몽족이 사는 마을입니다. 몽족은 사회주의 시기, 라오족에 비해 차별이 심했다는데요. 그래선지 지금도 교육과 발전에 굉장한 열망이 있습니다. 제가 본 농촌학교들도 웬만한 한국학교 못지않게 잘 해놨더라고요. 누가 이렇게 잘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프랑스 사회봉사단체들이 와서 도와줬답니다. 아마도 유럽 쪽 교육 방식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선의의 해외 지원이 한 국가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얘기죠. 이게 바로 북한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체제를 바꾸지 않으려면 북한은 선진 농업 기술이라도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이번에 라오스 농업대학에도 가 봤는데요. 이전엔 그들이 농업을 배우러 북한에 갔어요. 지금 북한 가서야 배울 것이 없고요. 이젠 이스라엘, 유럽,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 대학에서 가르친다네요. 그렇게 해외의 농축산, 육종기술이 학생들에게 전수되고 있습니다.

해외 지원이 한 국가의 기반 세워

MC: 라오스의 농업 발전이 기대되네요. 하지만 전통적인 가치관들은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북한도 농업생산에 굉장히 의존하면서도 농민에 대한 인식은 차별적인데요. 혹시 라오스도 그럴까요?

조현: 네. 농민의 지위가 낮습니다. 국가공무원, 대학교수, 직장인, 도시주민 그 다음에 농민이더라고요. 하지만 북한과 비교할 수는 없었습니다. 농가에 승용차가 웬 말입니까? 또 라오스 농가는 집집마다 소도 2~3마리씩 소유할 수 있는데요. 북한처럼 코뚜레끼고 종일 일만시키는 게 아니라 그걸 팔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개인의 재산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라오스 농촌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요. 여전히 농민들이 벼만 심으려는 것도 문제고 전반적으로 우량품종 도입도 안 되고 있습니다. 관개나 배수시설도 노후해서, 벼는 우기 때에 물에 잠긴 채로 자랄 수 있는 품종을 쓰더라거요. 이건 생산량이 현저히 적습니다. 또 북한처럼 아예 흙도로는 아니지만 농촌의 도로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좀 더 마음을 열고 선진사례를 잘 연구하면 더욱 성장할 것 같습니다. 북한과 비슷해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이번에 가서 또 느꼈지만 북한과 가장 다른 점은 농민들의 자율성이었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말씀 잘 들었습니다. 농민이 가장 행복하고 그들의 노력이 인정받는 곳이라면 그곳이 가장 살기좋은 나라라는 것,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라오스의 농촌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