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바야흐로 벼 수확철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황해남도에 5,500대의 농기계가 보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가을하는 데 작업 속도가 빨라졌겠죠?
조현: 아닙니다. 황해남도는 80~90% 벼수확을 했다고 하는데요. 다른 곳은 수확이 10%도 진행이 안 되었어요. 황해남도만 해도 탈곡기 5만 대가 필요한데 그거 받아서 뭐가 되겠나요? 그래서 지금 북한에선 밥 숟가락 뜨는 사람은 모두 나와서 수확하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농촌에 기계화가 안 되어서인데 애먼 데서 해결 방도를 찾고 있네요.
농기계 부족한 북한
이번에도 총동원만이 살 길?
MC: 소장님이 북한 농촌에 기계화가 필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죠. 하지만 북한정부가 바뀌지 않는 한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지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인력 동원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조현: 그래서 동원령이 필요하긴 하죠. 다만 제 경험으로 보면 수확할 때 사람 많으면 손실이 더 많습니다. 북한 농촌에서 벼 수확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손실을 없애는 겁니다. 한국은 수확할 때 '콤바인'이라고 부르는 종합수확기를 가지고 작업합니다. 거대한 트랙터처럼 생겼는데 논을 휙휙 돌면서 직접 벼를 베죠. 그럼 베어진 벼가 기계를 통과하면서 알알이 벼알과 볏짚이 분리됩니다. 사람은 그저, 미리 마대만 준비해서 종합수확기의 벼알 나오는 구멍에 받쳐놓고 있으면 돼요. 이렇게 벼알이 가득 쌓인 마대를, 이동시킨다고 트럭 위에 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종합수확기에서 직접 높이 조절이 가능하니, 아예 빈 마대를 트럭 위에 올려놓고 거기서 벼알을 받아내면 됩니다.
MC: 저도 이 과정을 봤는데 하루면 기계 한 대로 10,000평 즉 3정보를 다 해내더라고요. 북한에선 이 작업을 모두 손으로 해야 한다는 건데요. 일꾼들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확실히 어렵겠네요.
조현: 그게 바로 총동원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황해남도에 보급했다는 이동식 탈곡기는 한국의 종합수확기처럼 제 발로 농경지에 들어가지 못하고요. 논 밖에 서서 탈곡만 하는 기계입니다. 벼는 사람들이 낫으로 베어야 해요. 그래서 총동원 시키는 건데 여기서부터 손실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벼를 베고 볏단을 논에 쌓아두잖아요. 바로바로 탈곡을 못 시키니, 쌓고 무너지고 또 이동하는 중에 벼알이 떨어져 나갑니다. 그렇게 생기는 손실이 약 30%까지 되는 겁니다.
북한, 농기계 부족으로
수확량의 30% 길바닥에 버려져
MC: 손실량이 정말 많네요. 북한의 쌀 생산량을 500만 톤으로 잡는다면 150만 톤이나 없어진다는 얘기인데요. 이러면 관계자들이 처벌 받지 않습니까?
답: 처벌 쎕니다. 보통 북한에서 20~25% 손실은 봐 줍니다. 그런데 30%를 넘기면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작업반장들이 머리깎고 10일 영창에 들어갔고요. 강제노동, 심하면 교도소까지 갑니다. 이건 행정적 처벌이고, 당원에서 제명하거나 하는 당적 처벌도 받습니다. 처벌은 둘째치고 올해처럼 농사가 안 됐는데 30%는 뼈를 깍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걸 최대한 줄이자고 제가 지적하는 겁니다.
MC: 제가 볼 때 한국과 북한의 다른 점 중 하나가 추수와 탈곡을 같은 자리에서 하느냐, 이동하느냐인데요. 북한처럼 이동하는 단계에서 알곡을 잘 지켜내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현: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수확과 탈곡이 같은 자리에서 진행되는 한국은 손실률이 5% 미만입니다. 수확할 때 기계화율은 98%를 넘어서, 기계가 닿지 않는 구석자리 정도만 사람이 낫으로 벱니다. 북한에선 낫으로 벼를 베고 그걸 논에서 좀 말렸다가 트랙터, 달구지, 등짐에 가득 싣고 탈곡장으로 가는데요. 이 거리가 1~10km쯤 되죠. 도로사정이 워낙 안 좋아서 가다가 엎어지고 다시 쌓다보면 벼알이 많이 쏟아져요. 일단 국가나 지역 차원에서 논판에서 탈곡장까지 가는 길을 잘 다듬어 주십시오. 외부에서 온 지원자들은 이때 벼알이 손실되는 걸 잘 모르니, 모두 벼를 계란 다루듯이 조심히 다뤄야 한다고 알려주셔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계입니다. 북한 탈곡기는 1960년대에 만든 거라 베어링, 피데 이런 것들이 낡아서 정밀도가 보장되지 않아 탈곡이 깨끗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탈곡기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볏짚도 다시 모아 두 번, 세 번 탈곡시켜야 합니다. 사람이 많다면 탈곡을 끝낸 볏단도 다시 훑으면서 벼알을 찾아내야 하고요.
가을걷이에 아무나 총동원되는 북한
협동농장부터 사전준비 철저히 해야
MC: 결국 농민들의 할 일이 가중된 것 아닌가요?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농장 중심의 체계적인 지도나, 벼가을을 위한 협동농장의 사전준비가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조현: 맞아요. 일반인들이 수확 못 하죠. 서울 사는 사람들이 농촌에서 지금 뭐 하는지를 압니까? 도시 사람들 농촌에서 돌아다녀봤자 해만 입힐 걸요? 그런데 북한에서 받 숟가락 뜨는 사람 다 나오라면 애들까지 나오라는 건데 당연히 못 합니다. 그래서 농장의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협동농장에선 낫을 잘 준비하고 갈아줘야 하고요. 작업 전에 낫을 쓰는 교육도 잘 시켜줘야 일꾼들이 쑥쑥 벼를 베고 도중 손실을 줄입니다. 그리고 일꾼들, 현장에서 벼알 구워먹고 생쌀 씹어먹거든요. 잘 좀 먹여주세요. 동원기간에 먹여주기라도 해야 힘을 내서 일하지요.
MC: 꼭 필요하지요. 그럼 벼 수확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건조에 대해서도 얘길 해보죠. 벼알을 급격하게 건조하거나 과하게 가열하면 품질이 상하잖아요.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요?
조현: 한국은 건조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북한은 따로 시설이나 기계가 없어서 도로에 펴 놓고 건조시킵니다. 낮밤 기온차가 심하니 밤엔 좀 덮어놨다가 낮엔 펴 놓거든요. 이 일은 진짜 책임감 있는 분들이 맡아야 해요. 밤에 그냥 놔 두면 벼알이 이슬맞고 쪼개지고 해서, 껍질 벗길 때 또 평균 10%나 손실됩니다. 어려운 일 전혀 아니니 가급적이면 건조시설을 만드세요. 한국은 탈곡하면서 바로바로 마대에 넣은 후 건조기에 넣고 온도를 맞춰주면 자동적으로 벼가 건조됩니다. 벼 안의 수분이 15% 이하가 되면 기계에서 삑삑 소리가 나며 작업을 끝냈다고 알려줍니다. 북한은 이런 기계 사용은 못 하더라도 건조장이라는 독립된 공간에서 쌀 쫙 펴 놓고 거기에 온도만 맞춰놓고 선풍기 몇대 돌리기만 해도 훨씬 낫습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벌써 방송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량이 적다는 점에 대해서 한국은 물론 세계시민들도 너무나 안타까워하는데요. 오늘 말씀해주신 부분들만 잘 지킨다면 내년 수확엔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끝으로 가을하는데 꼭 필요한 조언을 주신다면요.
조현: 북한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지금 가을걷이라고 해서 총동원 명령을 내렸지만 산간과 평지, 지역별로 또 품종별로 벼 베는 시기가 다 달라요. 벼는 지역마다 적기에 베어야 합니다. 그래야 쭉정이가 쉽게 빠지고요. 또 늦게 베면 벼알이 사전에 상한 채로 떨어져 나가요. 그래서 지역별로 시기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이거 어려우면 농민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한국은 농민이 알아서 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한국 농촌도 인구가 부족하지만 때 되면 농민이 자기 돈으로 일꾼을 사서 수확하거든요. 그리고 벼도 탈곡할 때 벼알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품종이 있습니다. 농업전문가나 협동농장관리들을 중심으로 품종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내년 농사 망하지 않게 하는 길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