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연포온실농장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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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김정은 총비서가 이달에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해서 함흥과 함경남도 지역에 사시사철 신선한 남새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모두가 바라는 대로 인민들의 채소 공급이 원활해질까요?

연포온실농장이 인민들에게 도움이 될까?

조현: 아니오. 연포에서 재배하는 품목을 쭉 봤는데 북한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주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제품 공급이 첫째여야 하는데요. 장마당에서 가을배추가 1포기당 1000원, 1500원 했는데 지금 2000원이 넘어갔어요. 김정은이 연포 가서 피망 들고 좋아하던데 지금은 무와 배추가 더 중요합니다. 가을에 어서 절여 놓고 김치 해 먹어야죠. 하지만 연포온실농장엔 무와 배추는 보이지 않고 피망, 오이 같은 작물을 주로 심는다네요. 작물을 선정할 때는 북한 주민들의 수요에 맞으면서도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는 걸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키가 낮고 생산이 잘 되고 추위도 잘 견디는 열무, 배추, 상추, 부추, 파, 시금치, 아욱, 근대, 이런 것들입니다. 저렇게 큰 온실 농장 지어놓고 어떻게 경영하고 유지할 지 걱정이네요.

MC: 그럼 소장님 생각엔 연포온실농장 건설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보시는 건지요?

조현: 꼭 그런 얘긴 아닙니다. 군대 비행장을 전환시켜 채소농장을 만든 건 잘 한 거죠. 그런데 지금 방식으로는 김정은이 말한 대로 양덕 이북지방의 원활한 채소 공급이 믿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일례로 3년 전에 북한이 중평온실농장을 건설했잖아요. 거기도 위에서 오이랑 피망, 이런 것만 심으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온실농장 덕을 못 보고 있대요. 생산량도 많고 또 잘 팔려야 그 돈으로 일하는 사람 로임이나 식량도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다들 농장에서 도망가고 있답니다. 이런 대형 온실농장엔 문제가 많습니다. 경영관리위원회의 경직성이나 퇴화된 품종도 문제지만, 온실 재배는 상당한 경험과 기술을 요구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큰 문제죠.

대형 온실농장의

MC: 그렇다면 혹시 연포나 중평 같은 대형 농장이 아니라 작은 규모였다면 더 효과적이었을까요?

조현: 맞습니다. 온실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경제성입니다. 제한된 면적에 종자를 밀집해서 심고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거죠. 이걸 집약농법이라고 말해요. 북한 상황에선 큰 농장을 만드는 것보다 각 지역마다 한 개씩 작은 규모 온실을 만들어서 작업반 마다 자체로 재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함경남도 내 농장만 해도 400개가 되거든요. 여기에 각각 온실을 만들도록 지원해줬다면 연포온실농장의 1/50 비용만 들여도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또 연포온실농장을 위해 마을이 만들어졌잖아요. 농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거기 살아야 하는데, 집 지어 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살 수 있게 해줘야죠. 땔감도 없고 집들이 관리도 안 될 거고요. 무엇보다 추운 산골짜기에 그렇게 다닥다닥 집을 모아서 짓는 게 아닙니다. 농촌을 산기슭 따라 조금씩 떨어져 지어야 안전하고요. 온실농장 주변에는 당연히 밑거름을 위한 목장이 필요한데 거기 가축을 사용할 목장이 없더군요. 500마리~1000마리 정도 키우는 돼지 농장을 하나 만들면 거름 생산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요.

MC: 아쉬운 점이 많이 있군요. 이런 사실을 북한 당국이 모르지 않을 텐데요.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데도 북한이 중평에 이어 연포온실농장을 또 만든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조현: 김정은의 치적 쌓기죠. 김정은이 집권 초기에 "절대로 인민들 허리띠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솔직히 임기 10년 넘도록 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핵무기 만들고는 국제사회의 미움 받아 대북제재를 받으면서 북한 내부 경제상황은 김정은이 집권하기 전보다 훨씬 나빠졌어요. 그러니 이런 거라도 만들어 뭐라도 내세워 보려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어디 채소 공급이 문제인가요? 대통령이 온실농장에 가서 피망 들고 사진 찍고 있으면, 당장에 사람들 촛불 들고 거리 나와서 대통령 퇴진하라고 시위할 걸요?

북한주민

온실농장은 간부들을 위한 것으로

MC: 그럼 주민들은요? 북한인민들도 이 농장이 본인의 삶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까요?

조현: 대부분이 간부들을 위한 농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일단 만든 걸 되돌릴 수는 없으니 거기서 이윤도 내고 제대로 덕을 보게 만들어야죠. 중평온실농장은 청진농업대학을 나온 대학생들을 거기에 무리로 배치시켰어요. 대학 졸업했다고 비닐하우스 농법을 아는 게 아닙니다. 그런 기술을 배우기 위해선 적어도 6개월 이상 실전에서 경험을 해봐야 해요. 특히 한국은 온실 재배에서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술국가입니다. 중평, 연포농장처럼 방대한 면적이라면 이렇게 배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배워서 돌아갈 때 종자도 좀 얻어 가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MC: 그렇군요. 이젠 그야말로 잘 운영되기를, 인민들 식생활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인데요. 연포온실농장의 원래 터가 비행장이어서 그걸 옥토로 만드는 데는 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조현: 맞습니다. 급한 대로 빨리 무, 배추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농사계획을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12월에 무, 배추를 파종하면 40~50일 후에는 그걸 먹을 수 있어요. 비닐하우스에서 토양관리는 굉장히 중요한데요. 비닐박막 안에서의 작물 재배는 환경을 모두 인위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니까요. 빨리 심토파쇄를 해야 합니다. 굳어진 땅을 들춰줘서 밑거름을 잘 주고 거기에 볏짚이나 곡식 단을 잘게 썰어서 묻어줘야 해요. 이런 걸 파종하기 2~3개월 해야되는데 지금 해야 12월 가서 파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닐 씌워 놓았다고 온도가 따뜻해지는 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비닐하우스 농법이 발전된 한국은 겨울에 추울 때 비닐 위에 한번 더 비닐을 씌워준다거나 보온재를 덮어놓습니다. 해가 날 때는 벗겨놨다가 그늘이 지면 다시 덮어서 온실 내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거든요. 게다가 연포가 바닷바람 세게 불고 추운 지역이라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그래서 보온재나 비닐박막을 외부로부터 가져다가 공급해줘야 합니다.

MC: 온실재배에 또 중요한 게 물과 전기 공급이잖아요. 이런 시설도 잘 갖춰져 있을까요?

온실에서도 가장 중요한 결국

조현: 들어보니 물 공급하는 시설은 잘 되어있다고 합니다. 다만 전기가 와야지 작동하겠죠. 아마 김정은에겐 전기가 잘 들어오는 공간만 보여줬을 거예요. 전기 공급 잘 되도록 국가 차원에서 신경 쓰셔야 합니다. 일단 이 정도만이라도 해서 1차적으로 배추, 무 생산하면 그 다음에는 장기적으로 계획해서 돈이 되는 작물을 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북한에선 무, 배추가 가장 중요하고요. 1/10정도 면적에서 버섯, 방울토마토, 새싹 삼, 마늘, 고추, 수박, 딸기…. 이런 작물들을 같이 겸해서 심으면 됩니다. 말씀드린 고소득 작물들, 좋은 종자를 구해서 심으면 이건 중국 쪽에서도 잘 사갈 겁니다. 한쪽에 재배해서 소득을 올리고 거기 일하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로임을 주면 중평보다는 운영이 잘 될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왕 만들어놓은 거 이제 잘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김정은 정권을 싫어하지만 인민들은 잘 살아야지요.

MC: 그렇습니다. 사실상 국제사회의 농업 전문가들은 연포온실농장의 건설은 인민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과 농업전문가들이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죠. 아무쪼록 내년에는 북한에 넉넉하게 남새가 생산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