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협동농장이 성공할 수 있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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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올해 북한 협동농장의 생산량이 굉장히 적었는데요. 하지만 세계 곳곳에선 개인 농민들이 다시 협동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네요. 이건 무슨 이야기인지요?

조현: 네. 요즘 국제사회의 흐름이 소규모의 개인 농업보다는 농장을 크게 확대해서 함께, 기계로 농사를 짓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 소련의 꼴호스, 쏩호스처럼 사회주의 협동농장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고요. 협동농장보다도 협동조합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씁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에서 이런 움직임이 많이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보면 이탈리아에는 VAL VENOSA라는 사과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이 조합에 가입된 사과 생산 농민들은 생산, 저장, 포장을 담당하고요. 조합이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서 판매합니다. 현재 세계 사과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유럽에서도 소수의 다국적 유통회사 대여섯 기업이 판매의 상당량을 독점하고 있어서 개별 생산자의 입지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조합은 자국이나 다른 나라의 판로를 찾아내고 구매자와의 유대를 강화해서 전체 사과 수출을 책임지는 건데요. 이는 그대로 농민의 소득으로 이어집니다. 또 다른 예로는, 독일 아이젠베르크에 있는 부흐하임-고센 농업협동조합이 있는데요. 여긴 과거 동독 시절 2개의 집단농장을 병합하여 협동조합을 결성한 곳입니다. 1ha 당 곡물 생산량이 8.8톤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500여 마리 젖소도 함께 키우고, 조합의 운영을 위해 바이오 가스발전, 직판장 개선, 다른 지역 농산작업 대행 등... 다양한 사업을 한꺼번에 전개합니다. 게다가 이 마을에 이런 농축산업 과정을 견학할 수 있도록 호텔과 식당도 운영하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MC: 말씀하신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사과 생산 농민들의 판로를 책임지고, 독일의 농장은 농업생산 외에도 마을의 소득까지 높이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네요. 농민들의 단합된 힘과 합리적인 운영방식이 이어진다면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될 것 같습니다. 북한 협동농장과 달리 이런 해외의 협동농장들이 성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조현: 당연히 자율성입니다.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협동농장의 특징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필요한 것을 자신들이 선택하고 결정하며 협동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수익을 동시에 나눠 갖습니다. 물론 기여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죠. 하지만 누가 얼마를 갖는 지도 농민들이 결정합니다. 이런 방식은 개인이 혼자서 농사짓는 것과 비할 수 없는 큰 효율을 만들어내죠. 북한은 겨우 노동당 간부 한두 사람이 결정해서 과제를 내려 먹이잖아요. 북한의 협동농장은 농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 아니라 노동당의 집행기관 농민을 동원시키는 독재기구로 전락됐죠. 협동농장 운영진을 결정할 때도 서로 합의하거나 선거를 통해 정해야 하는데요. 노동당이 임명한 사람, 농민들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 타군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나타나 하루아침에 방식을 다 바꾸고 뜯어고치고 이러니 농민들만 힘들어지고 불만도 커지는 겁니다.

MC: 그래서 그런지 북한의 협동농장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는데요. 소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북한의 협동농장도 해외 사례처럼 개선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조현: 네. 협동농장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걸 저도 잘 알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북한의 협동농장도 제도나 구조적인 문제를 좀 바꾸고요. 규모를 줄이고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지금 협동농장을 완전히 해체하고 농민들에게 땅을 다 나눠주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가져올 수도 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북한 농업은 지금 농민들이 농장 경영에 익숙하지 않고 또 기계 농업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되면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대신 협동농장 제도를 잘 개선해서 농민들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또 말씀드렸다시피 세계적인 흐름도 '협동'이라는 구조를 만드는 분위기인데, 북한 농민들이 개인 농민으로 갔다가 다시 그 흐름을 따라 다시 협동으로 올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까 유럽처럼 협동농장의 규모를 좀 줄이고 역할을 바꾸면 북한 경제나 농민의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MC: 협동농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줄이면 될까요?

조현: 북한 농촌에서 1개 마을은 50~100가구 정도 됩니다. 지금은 이런 마을을 10개, 20개 합쳐서 한 개의 협동농장이 되는 건데요. 이렇게 큰 농장의 일을 겨우 한두 사람이 결정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요. 그래서 각 마을 단위로 협동농장의 규모를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을에 50가구가 있다면 이들은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로서 친척관계, 아니면 정말 잘 아는 관계입니다. 이들을 하나의 협동농장으로 묶으면 자기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한 마음으로 노력할 겁니다. 만약 농사가 잘못되더라도 마을 하나의 문제이지 지금처럼 국가 전체가 잘못되는 일은 없을 거고요. 돈주나 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어느 누가 농장을 돕겠다고 해도 전체 20개 마을을 한 번에 돕긴 힘들지만 하나의 마을은 도와줄 수가 있어요. 마을 사람들은 어디에 물이 차고 어디가 가물고… 이렇게 자기 마을의 특징을 잘 압니다. 이에 맞는 관개, 배수, 토지 개량, 종자를 스스로 선택하게 해보세요. 훨씬 생산량이 높아질 걸요. 또 보통 50가구 정도면 트랙터 1~3개까지 준비할 수 있는데요. 그 트랙터가 대형농장을 다 돌지 않고 마을농장에서만 일한다면 고장도 적고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겠죠.

MC: 그렇군요. 농민들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책임감을 높이는 방법도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협동농장을 관리하는 단체도 필요할 텐데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할 것 같네요.

조현: 네. 좀 더 큰 일이 필요할 때가 있죠. 물, 전기, 비료 공급 등등 이런 것들은 현재 북한 단계에서 협동농장 스스로 하긴 어렵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협동농장 관리위원회가 현재 가진 행정명령, 정책집행 기구, 조직적 기구 역할을 없애고 농업물자공급소, 농업기술보급소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위원회가 기계를 구입하고 협동농장으로부터 일정금액을 받아 임대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혹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모아 판매하는 판매소 역할도 할 수 있지요. 좀 더 상위 개념인 군 협동농장 관리위원회는 아무래도 중앙과 잘 연관되어 있으니 그 힘을 이용해 해외시장을 연결하고 수출로를 개척할 수 있고요. 리 협동농장 관리위원회는 좀 더 작게, 농장에 필요한 역할을 공급하는 판매소 혹은 봉사소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또 농장원들의 합의에 따라 공평하게 잘 분배하면 개인 농민들의 수익도 많아져서 농민들이 지금처럼 1년 365일 논밭에 갇혀 손톱이 으스러지도록 농사를 안 지어도 됩니다. 그리고 1개 협동농장 즉 50~100가구의 마을에는 공부 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갖가지 사업에 능통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 장점들을 살려 앞서 유럽의 협동농장들처럼 자기 마을을 선전할 수도 있어요. 농사만 짓는 개념을 벗어나서 가공품도 만들어보고 그 외에 협동농장 나름의 수익을 내는 사업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농장에 자율성을 주는 일, 바로 진정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