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이번주 서울 날씨가 아주 매섭습니다. 11월만 해도 이게 겨울인가 싶을 만큼 포근했는데 며칠 전부터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더니 이젠 저는 머리가 얼어붙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더 불안한 건, 이런 기후 이상화 현상이 계속될 거라서 내년 겨울은 이보다 더 추울 것 같다는 거죠.
조현: 그렇죠. 지금은 평년보다 추워서 문제지만 우리가 지난 여름, 그동안 상상할 수도 없던 폭염도 겪어봤잖아요. 앞으로 이런 이상 기온, 또 기후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니 남북한 모두 변화하는 기후를 대비해서 먹거리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북한도 새로운 기후에 맞게 여러 작물의 다변화를 고민해야 북한 주민의 안전한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도
기후 온난화에 따른 농업정책 바뀌어야 한다
MC: 20년이 넘었네요. 제가 해외에서 망고라는 열대과일을 처음 먹어보고 이렇게 맛있는 게 있을까, 아주 신기하게 여겼던 기억이 있는데 그새 한국에서도 망고를 들여와 재배하고 판매도 해서 이젠 쉽게 볼 수 있는 과일이 됐거든요. 둘러보니 이런 작물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조현: 한국 과일이 많이 변했죠. 망고같은 남방과일들이 한국에서 이젠 많이 재배됩니다. 귤도 원래는 제주도에서만 재배됐는데 이젠 한국 본토로 많이 올라왔고요. 최근에 샤인머스켓이라고, 일본에서 처음 재배된 청포도 종이 아주 인기입니다. 씨도 없는데다 달고 맛있잖아요. 2006년에 한국에 처음 들여와서 15년 넘도록, 이 품종을 심는 농가가 많아지니 이젠 재배량도 많아서 초기보다 가격도 많이 내려갔어요. 북한도 강원도 고산에 있는 과수농장, 황해남도 과일군, 사리원에 전문 포도농장이 있는데 여기서도 샤인머스켓을 심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네요. 내친김에 이 지역에 포도주 농장까지 세우면 좋을텐데 그것까진 너무 욕심이려나요?
MC: 포도농장만이라도 생긴다면 정말 좋겠네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품종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북한도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시도해도 결실을 보는 건 몇 년 뒤가 될 테니까요.
조현: 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건, 과감하게 감을 심어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북한에선 원래 따뜻한 강원도에서만 감을 심어왔고 또 그래야 하는 줄로 아실 겁니다. 감은 크게 떫은 감과 단감으로 나뉘는데 북한 강원도에서 심는 감은 상시, 고반시, 장준시 이런 좀 떫은 감 계열에 속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전라도나 경상도에서 재배된 홍시, 대봉, 장둥이 같은 단감 즉 맛있는 감을 이젠 평안남도, 황해도에서도 무난히 재배할 수 있게 됐어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세계 먹거리 지도가 바뀐 겁니다. 이런 변화, 북한도 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감나무 묘목을 가져다가 혹은 사다가 심으면 병해충이 적어서 관리도 용이하고 특별한 기술 없이도 재배가 쉽습니다. 3년이면 수확도 가능해요. 이 정도면 경제적 효율이 아주 좋은 겁니다.
이상 기온으로
한국에서 재배되는 품종도
북한 농업 환경에 맞아
MC: 네. 한국 감은 무공해 유실수로써 세계적으로 수요도 높다고 들었는데요. 이런 품종을 교류할 수 있는 남북 협력의 기회도 많아지면 좋겠네요. 그런가하면 채소도 마찬가지겠죠? 지금까지 한국에서 재배되던 품종들이 이젠 북한에서도 가능하겠는데요?
조현: 당연하죠. 채소, 그러니까 남새도 당연히 기후와 토양에 맞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국에선 고랭지 채소가 아주 인기인데요. 고랭지 채소란 남한 강원도의 해발 400m~1000m 사이의 고산지역에서 여름철 선선한 기후와 긴 일조시간 또 많은 강우량을 이용해 재배하는 채소를 말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좋은 식재료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주 높아요. 달고 맛있고 병해충 없는, 안전한 식품을 요구합니다. 북한도 전보다는 좀 따뜻해졌으니 이런 신선하고 맛 좋은 채소를 이제 북한에 도입해야 되지요. 지금 북한에서 좋다고 인정되는 대청 1호, 대청 2호 배추는 줄기가 너무 단단하고 강해서 맛이 없어요. 그것보다는 한국 고랭지 배추가 달고 맛있고 속살도 탄탄합니다. 북한 농업관계자들이 이런 품종에 관심이라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MC: 그런가하면 북한은 대자연을 개조해서 식량증산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간석지 개간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제가 알기론 북한에선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간석지 개간을 지속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현: 간석지 개간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려면 여러 기준이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환경보호 차원에선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겠죠. 그러나 정말 북한 인민의 식량 증산을 위해서라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바꿔야 합니다. 북한은 계속 간석지에 벼나 옥수수를 심으려 하는데요. 사실 말도 안 되는 계획입니다. 간석지를 개간하면 그 땅엔 염기가 많아서 벼와 옥수수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거든요. 저는 지난 방송에서도 강조한 적이 있는데요. 이런 땅에는 토마토를 심는 것이 제일 적격이라고 봅니다.
북한, 더 이상 간석지에 벼, 옥수수 심으면 안 돼
MC: 네. 소장님, 토마토가 경제성이 좋다고 강조하셨죠? 특히 방울토마토를 좋아하셨고요?
조현: 맞아요. 방울토마토라고 엄지손가락만한 조그만 토마토를 제가 유독 좋아하는데 이건 땅의 염기를 견디는 능력이 강합니다. 또 그 염기를 제거하는 기능도 하니, 개간된 땅을 지금처럼 놀리지 않고 북한 농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종목입니다. 지금 한국 방울토마토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대만에서 아주 인기가 좋거든요. 이 토마토가 작아서 넣고 다니기도 편하고요. 영양도 풍부합니다. 한국에서 다른 작물들과 품종 조합을 잘 해서 빨간색, 주황색, 예쁘기도 하고요. 이렇게 수출해서 번 돈이 한국 농민들의 손에 들어가니 정말 효과적이죠. 이렇게 해외에서 한국 품종을 도입해서 인기를 얻은 사례가 꽤 됩니다. 제가 너무 한국 것만 좋다고 말하는데요. 한국이 품종관리를 열심히 하고, 부족한 것들은 국가에서 과감히 투자해서 바로바로 외국에서 사들여 오기도 하고요. 그러니 좋을 수밖에요.
MC: 좋은 품종들 얘기를 많이 하셨지만 한국 국민은 여전히 목이 마릅니다. 작년에도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2년 뒤에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요. 선거 때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공약이 빠지지 않고 있어요. 북한도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런 고민이 필수겠네요.
조현: 미래세대 중요합니다. 그런데 북한 아이들이 잘 못 먹고 자라잖아요. 김정은이 그래서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말만 하지 말고 아이들 먹거리에도 신경 써야죠. 우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겐 견과류 그 중에서도 특히 호두가 좋습니다. 호두는 오메가3라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서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데 탁월하고 아이들의 뼈 발달에도 도움을 주거든요. 이젠 북한의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에서도 호두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농가에서 이렇게 호두도 가래도 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좋은 작물들이 많은데 지금처럼 벼농사나 옥수수만 고집해선 안 됩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외교를 잘 해서 인민들을 위해 다양한 작물들을 도입하길 바라고요. 다 돈 주고 사야 하지만… 북한이라면, 외교를 잘 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길도 많다는 것,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MC: 네, 소장님께서 앞으로의 북한 농업정책을 제대로 설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북한당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농민들부터 일반 주민들까지 굶을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청취자 여러분,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