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한국에서 한겨울에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 있죠. 거리 곳곳에서 직접 구워 파는 뜨거운 고구마, 고구마를 호호 불면서 먹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북한도 비슷한가요?
조현: 그럼요. 겨울이면 평양시 곳곳에서 고구마를 팝니다. 한국과는 좀 다른데요. 거리 노점이 아니라 약간 창고 같은 매장을 지어놓고 직접 석탄불에 구워요. 겨울에 퇴근 때면 그거 먹으려고 줄을 200m씩 서고 그랬습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평양 고구마 좀 사주라고 강조한 적도 있었고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인기 좋은 겨울 간식 고구마
MC: 겨울 간식 군고구마 정말 맛있죠. 그런데 탈북민들을 만나보면 북한에서 감자 드셨다는 얘긴 많이 듣는데 고구마 얘긴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조현: 맞습니다. 방금 얘기가 일부지역에 국한된 얘기여서 그렇습니다. 북한에선 평안남도, 황해도, 강원도, 평양, 사리원, 이 정도에서만 고구마를 재배하고요. 길주 이북 지방은 추워서 재배가 어렵습니다. 한국은 전통 고구마에 다른 작물을 조합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죠. 예를 들어서 호박고구마, 노란색의 예쁜 고구마 속살을 먹어보면 호박의 단맛도 느껴집니다. 이렇게 밤고구마, 주황색고구마, 자색고구마…. 바나나처럼 길쭉한 것, 단단한 것, 물렁물렁한 것, 제가 다 먹어봤거든요. 모두 너무 맛있습니다. 북한 고구마는 품종이 너무 단순한데요. 그렇다고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다양한 품종을 받아들여 많이 생산하는 게 지금 북한의 입장에선 필요합니다.
MC: 네. 북한의 고구마는 아마 제가 어릴 때 먹었던 고구마와 비슷할 것 같네요. 현재는 한국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저도 그 맛을 기억합니다. 지금 다시 먹으면 그 맛이 안 느껴질 것도 같아요.
조현: 요즘 고구마가 훨씬 달고 맛있으니까요. 일단 한국은 선진적이고 현대적인 재배방식을 갖췄기 때문에 다양하고 맛있는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는 거고요. 또 먹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그냥 쪄서 먹거나 군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전부인데…
MC: 저희도 뭐, 그런 기본적인 방식으로 가장 많이 즐기기는 하죠.
조현: 네. 하지만 북한 분들이 한국의 고구마 요리들을 들어보시면 고구마를 저렇게도 먹나, 기가 차실 것 같아요. 고구마라떼라고 고구마를 갈아서 우유와 섞은 후 차처럼 끓여마시기도 하고, 마탕이라고 고구마를 튀겨서 달달한 물엿에 담가서도 먹고, 애들 학교 근처가면 고구마 튀김도 팔잖아요. 그걸 매운 떡볶이 국물에 묻혀 먹기도 합니다. 서양식의 요구르트 소스에 묻혀먹는 방식도 있고요. 고구마 가지고 양갱, 과자, 엿도 만들어 먹죠. 사실 북한의 주식 중 하나가 감자인데 고구마가 훨씬 좋거든요. 그래서 저도 북한에서 고구마를 더 넓게, 많이 재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MC: 저 개인적으로는 감자가 더 좋은데 많은 분들이 고구마를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소장님도 감자에 비해 고구마가 더 좋다고 하셨거든요. 어떤 점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조현: 기자님이 감자를 더 좋아하시는 걸 보니 아마 단 걸 싫어하시는 것 같네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에겐 당이 좀 필요합니다. 한국이야 겨울에도 사탕, 초콜릿, 밀가루 음식, 튀김 등 먹을 간식이 많지만 북한은 겨울간식이라고는 옥수수 뻥튀기, 감자와 고구마뿐이라서요. 게다가 고구마엔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건 동맥경화증과 협심증 예방에도 효과가 좋습니다. 간 보호기능도 뛰어나고 항산화 활성이 높아서 노화방지에도 좋고요. 이런 어려운 말 빼고, 고구마 먹으면 당장 변비도 해결되고요.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서 애들이나 노인에게 훌륭한 간식이 되잖아요. 그런 의미였죠.
산성화된 북한 땅
어디에서도 고구마 재배 가능해
MC: 그렇군요. 하지만 아까 말씀하신 바로는 길주 이북지역에는 추워서 재배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북한에선 온실재배도 일반화된 것이 아니라서 재배 지역을 확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조현: 아, 오늘 꼭 그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닙니다. 고구마는 얼마든지 재배가 가능합니다. 고구마는 땅을 가리지 않습니다. 북한 땅은 비료를 너무 많이 써서 땅이 이미 산성화되었는데요. 고구마는 이런 땅도 잘 견딥니다. 북한에선 고구마 종자를 개인 집에서 길러서 싹을 내고 또 그 싹을 개인 땅에 심는 방식으로 재배하는데 북한은 이걸 공업화 할 필요가 있어요. 협동농장에서도 고구마 전문반을 만들어 온상을 크게 확장해야 합니다. 당장 내년 3월 중순부터 비닐박막으로 온상을 만들어보세요. 그때 씨고구마 묻으면 5월 중에 싹이 30cm정도 자랄 겁니다. 싹이 나면 20~30cm 간격으로 심어 키우는데요. 한국은 이런 싹을 시중에 팔기도 합니다.
MC: 그럼 북한 협동농장에서도 고구마뿐만이 아니라 고구마 싹도 팔아 소득을 올릴 수 있겠네요.
조현: 바로 그겁니다. 제가 늘 강조했던 것이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바로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거였잖아요. 지금도 개인들이 고구마 싹 키워서 약간씩 나누거나 팔기도 하는데요. 협동농장에서 한 개 작업반이나 분조를 만들어 진행해도 아마 수요는 넘칠 겁니다. 고구마는 크게 돈 들어갈 것도 없어요. 적당한 건물에 석탄 난로 하나 놓고 온도만 보장하면 됩니다. 물론 갑자기 재배면적 늘리려면 고구마 종자는 확보해야 되겠죠. 국제시장에서 돈 주고 사와야 하는 거니까요. 그러나 북한의 일부농장들에서 중국이나 한국과의 교류를 조금이라도 시작하면 적은 돈이나 혹은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북한에서 가장 이득을 본 부분이 감자농사라고 들었어요. 좋은 품종을 많이 들여갔다는데… 고구마는 재배 면에서 감자보다 효율적이라 이윤도 많이 남고요. 수요도 높아서 안 팔릴 일이 없습니다. 미처 팔지 못하면 삶아서 냉동시키고 다음해에 먹어도 맛이 전혀 변하지 않아요. 퇴비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고 병충해 영향도 별로 안 받습니다. 고구마 잎은 잘 말려놨다가 토끼나 염소 먹이면 훌륭한 가축사료가 됩니다. 한 마디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로 군불 때는 격이죠.
농가소득에도 좋은 고구마
북한에서 재배면적 적은 이유
MC: 소장님 말씀만 들어보면 지금 고구마를 심기만 해도 그냥 부자가 될 것 같은데요. 그동안 북한에선 왜 이 좋은 작물을 더 많이 심지 못했을까요?
조현: 김씨 일가가 그저 곡물 생산 정책만을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고 주민들의 식생활을 걱정하는데 진심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한국에선 농민들이 내년에 고구마가 잘 팔릴 것처럼 느껴지면 그냥 고구마 갖다 심으면 되잖아요. 북한 정권은 자기들 자리 지키는데만 혈안이었고 전쟁준비에 모든 걸 쏟으면서 농업정책을 뒤로한 탓에… 곡물 생산에만 모든 인력을 억지로 동원시켰으니 농민에겐 자신이 뭘 심을 자율성도 없었던 겁니다. 제가 보기엔 북한엔 충분히 고구마 수요가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꼭 고구마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MC: 좋은 조언입니다. 소장님, 오늘이 바로 올해의 마지막 방송이네요. 올 한해, 북한 농축산 정책에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방송 준비하느라고 고민 참 많이 하셨죠?
조현: 네. 그저 북한 농민들 삶의 질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소리도 여러 번 했는데요. 그런 제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한국에 살면서 북한 농민에게 많은 도움을 드리려고 많은 정책들을 고민하고 또 그런 정책들을 동남아의 라오스나 캄보디아에 시도해 보기도 합니다. 언젠가 방송 외에 제가 실질적으로 북한 농민에게 도움드릴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북한 농민들을 위해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MC: 네. 청취자 여러분 오늘 방송은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저희는 항상 북한 농민들을 응원합니다. 내년에는 더 유익한 방송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