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2024년의 마지막 방송입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조현: 네. 사실 저는 1년간 이 방송을 하면서 즐거웠습니다. 비록 탈북을 했지만 북한 농민의 입장에서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일까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몇 차례, 방송이 나간 후에 제가 주장한 정책들이 북한 언론에서 비슷하게 발표되는 걸 볼 때, 아 열심히 준비한 이 방송이 영향력이 있구나' 이렇게 보람도 느꼈습니다. 내년에도 더 열심히 해서 농민 여러분들께 유익한 정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MC: 그렇죠.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우리 방송이 농민 여러분께 도움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2024년 북한 농업에 대해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소장님, 지난주에 유익한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간단하게 정리를 한번 해 주실까요?
조현: 네. 지난주에 말씀드린 것은 일단 7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주체농법이 틀렸다는 것, 북한은 생산량 중심이 아닌 농가 소득 향상 중심의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점, 이제 해외로부터 우량 품종을 들여와야 한다는 것과 북한 당국이 농민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배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농민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제가 강조했습니다.
MC: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 정도로만 변화를 줘도 굉장한 발전이 이어질 것 같은데요. 하지만 사실상 북한 당국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정말 어려운 현실입니다. 우리 농민들 스스로가 한 단계, 한 단계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변화, 그런 게 없을까요?
품종과 모내기 시기 선택만큼은
북한 농민들이 반드시 직접 해야
조현: 맞아요. 북한 당국자들 참 안 변하죠. 그래서 저도 오늘 농민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요. 먼저 가장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품종 선택입니다. 작물을 심을 때 국가에서 내주는 것 보다는 주변에서 괜찮은 종자를 농민이 직접 골라다가 그걸 심는 거죠. 이게 북한에선 안 해보던 거라 시도가 힘들 수 있습니다. 제가 외부 종자는 토착화 하는데 3년 정도 걸린다는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이건 외국에서 들여온 게 아니라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종자이니 일단 가져다 쓰면 첫해는 농사가 좀 잘 될 겁니다. 농민 여러분이 스스로 그런 걸 찾아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는 북한에선 누구보다도 농민이 가장 농사를 잘 안다고 생각하니까요.
MC: 맞아요. 북한 농업을 가장 잘 알고 농업을 일으킬 수 있는 주체가 농민이거든요. 항상 자긍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농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을까요?
조현: 네. 또 모내기 시점을 정하는 문제가 있겠네요. 2024년 북한 모내기의 특징은 모든 지역에서 강제로 이른 시기에 진행됐습니다. 4월 20일부터 농촌 동원을 강제하면서 이게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선전하고 작년보다 강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사실 제가 농업생산량이 아닌 농가소득 향상의 정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작물의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논벼가 북한의 자연조건에서 가장 안전하고 정보당 수확고가 높은 작물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시기 설정이 생산 감소로 이어집니다. 비교적 농사가 잘 됐다고 평가받는 평안남도 문덕군의 경우도 잘못된 모내기 시기 설정으로 인해 결국은 이삭 당 낟알 수가 감소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모내기를 언제 했을 때가 가장 좋았는지 작업반, 분조, 농장 단위 별로 표시해 보시고 한번 토론해 보세요. 그렇게 토론을 통해 나오는 때가 가장 적기입니다. 물론 농장이 욕을 엄청 먹을 거예요. 하지만 먼저도 늦게도 아닌 그때를 딱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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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내년에는 꼭 농민들이 선택한 그때에 모내기가 시작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데 보통은 북한에 이런 저런 동원이 많아서 그 일을 하기도 힘들겠지요.
조현: 정말 할 일이 많아서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것이 바로 '관찰'입니다. 자신의 농장과 다른 농장들의 농업 방식을 가만히 관찰해 보세요. 벼의 색깔, 물의 양, 물의 온도, 언제 김을 매는지, 이런 걸 깊이 관찰하면서 내년에는 농업일지를 써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관찰도 기록을 하면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되거든요. 제가 지금 농업전문가로서 일을 하고 있는 이유도 북한에서 이런 일들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이런 관찰을 습관화 하면 미래에는 더 많은 소득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MC: 농민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믿어라, 그리고 관찰하라… 잘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보면 북한 농민의 성실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 북한 당국의 잘못된 정책과 무관심이 문제였지요. 올해 북한 당국이 그나마 잘 한 점이 있었을까요?
조현: 네. 굳이 찾자면 평안남도의 경우 평남 관개와 개천-태성호 물길 정비가 진행되어서 주요 농업 지역인 안주, 문덕, 숙천, 평원, 개천 등에 농업용수 공급이 원만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이건 북한 전역을 봤을 때 극히 일부고요. 관계 체계가 원만하지 못한 황해남도와 함경남북도, 강원도의 경우는 초기 모내기에 필요했던 물은 5월 가뭄이 심각하지 않았기에 비교적 보장이 되었지만 모의 이앙 후 벼 초기 생육에 필요한 물 공급에는 많은 차질이 빚어졌다고 합니다. 또 황해북도 서흥, 평산 지역 농장들에선 관개시설이 노후화, 전력 부족 때문에 가동 자체가 불안했다고 하네요. 특히 이 지역은 필요한 양수기 대수가 결정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올해 북한의 연평균 강수량은 71.6mm였습니다. 평년보다 33.1mm나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도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겁니다. 북한 당국이 당연히 신경 써야 하겠죠?
MC: 참 할 일이 많습니다. 사실 올해 북한 당국은 수확량이 늘었다고 평가했는데 소장님과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그 반대를 주장했습니다. 이 방송 이후에 북한의 내년 농업정책이 정해질 텐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올해 낮은 수확은 자연재해 아닌 인재
내년 , 기상이변과 병해충에 선제 대응 필요
조현: 사실 9~10월 때 예상수확량 판정에선 올해 연평균 기온이 높고 일조가 양호해서 평년보다 좋은 작황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가을 기후에 변화가 심했고요. 무엇보다 그 구태의연한 가을걷이 공정 있잖아요? 낫으로 벼 베기, 소, 트랙터에 의한 운반, 사람 손으로 하는 건조와 탈곡… 그런 것 때문에 도중 손실이 많아서 최종 수확량이 감소한 겁니다. 그러니 올해 쌀값 오르고 먹을 게 없는 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인 거죠. 비료도 전국에서 필요한 양의 30%밖에 공급을 못 했습니다. 이렇게 벼농사에 대한 투자 없이 밀식재배 같은 옛 주체농법을 고집해서 실패했고요. 결국 실 수확량은 작년보다 적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내년에는 북한 당국이 주변 국가와 함께 정보와 신기술을 공유하고 기상이변과 각종 병해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도 안 되는 20*10 지방발전정책과 충성 요구는 집어치우고 북한 농업의 성장을 위해 힘써 주기를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한 해 동안 청취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더욱 유익한 방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