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선선한 바람이 참 좋은 요즘인데요. 벌써 밀보리 가을 파종 시기가 오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의 특별한 대책이라도 있을까요?
밀보리 파종 시기 일괄 지정은 잘못된 해결책
조현: 네. 약간의 변화는 있습니다. 최근 북한 농업위원회가 주최한 회의에서 밀보리 재배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우량품종 부족과 변화가 없는 재배방식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해외 무역일꾼들에게 밀보리 우량품종 종자의 구매를 부탁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여기까진 좋았는데, 결국 또 제시한 해결책이 농업위원회가 일률적으로 밀보리 파종시기를 지정했다고 하네요. 이건 잘못된 겁니다.
MC: 북한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걸 일률적으로 지정하는 방식 아닙니까? 지역마다, 토양 마다 상황이 다 다를 텐데 이번에도 잘못 짚은 것 같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방법이 틀렸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더욱 파종 시기를 주의해야 합니다. 밀보리 제철 파종 적기가 달라졌거든요. 밀보리를 합쳐서 ‘맥류’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기후 온난화 때문에 어디든지 맥류의 생산량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어요. 이 맥류의 안전한 겨울 나기와 생산량 확보를 위해서는 제때 심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제가 북한 안에 있을 때나 북한 밖에 있는 지금도 북한 농업정책을 쭉 보다 보니까,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요. 노동당이 하라는 대로 하면 꼭 망한다는 겁니다. 이 방송을 통해 농민들께서 밀보리 파종 적기를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MC: 그럼 밀보리 파종 적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조현: 네. 일단, 기존보다 평균 7일 정도 늦어졌습니다. 한국의 농업진흥청도 기후 변화에 따라 파종 적기를 재설정해서 발표했는데 중부지역은 10월 15일~31일, 남부지역은 10월 20일~11월 10일입니다. 따라서 북한도 파종 시기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주로 봄보리를 재배하는 양강도와 자강도, 함경북도는 제외하고요. 나머지 지역, 즉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강원도와 함경남도 일부는 10월 10일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맥류는 일찍 심은 상태에서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 추워지기 전에 웃자랍니다. 그렇게 되면 겨울에 일찍 나온, 어린 포기가 얼어 죽거든요. 맥류는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잎이 5~6개 정도 나와야 겨울을 안전하게 날 수 있습니다. 이 논리를 잘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노동당 지시대로 하면 꼭 망합니다.
MC: 네. 소장님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아까 북한 당국이 해외 무역일꾼들을 통해서 우량 품종을 도입하려 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들여와도 원만한 수확을 하려면 몇 년 걸리잖아요?
조현: 그렇습니다. 전에도 방송을 통해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좋은 품종을 들여와서 현지화를 이루려면 최소 3년 정도는 걸립니다. 그 사이엔 곡물을 수입해서 먹어야 식량난이 해결되는 거죠. 맥류의 품종은 북한과 풍토가 비슷한 지역에서 들여오면 좋은데, 그런 곳으로는 중국의 내몽골, 산시성, 허베이성, 라오닝성 등이 있고요.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혼슈제품도 좋습니다. 세계 밀 생산 국가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미국, 유럽의 스페인과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등이 있는데요. 이런 곳에서 밀보리 종자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풍토의 순화과정 즉 적응과정을 꼭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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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은 식량난이 심각하잖아요. 그 풍토의 적응과정을 좀더 단축시킬 방법이 없습니까?
조현: 네. 그러려면 고급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봄, 가을 상관없이 언제든 재배할 수 있는 밀 종자를 개발했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종자를 바탕으로 연구개발한 거죠. 이 기술은 잎이 2~3개 나올 때까지 4주 동안 밀이 원하는 온도를 딱 맞춘 저온의 조명을 개발해서 이삭이 빨리 나올 수 있게 만든 겁니다. 원래 밀을 재배할 때는 파종 후 170일 후에 이삭이 나오고, 21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는데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파종 후 55~60일 만에 이삭이 나오고, 88일 만에 수확할 수 있어서 1년에 4회나 재배가 가능합니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극찬을 받아 세계 3대 유명 학술지인 ‘분자 식물(molecular plant)’에 게재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밀 품종은 정보당 5~6톤 정도 생산되고, 주요 품종은 금강, 새금강, 조경, 백경 등 41품종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같은 민족인 한국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제일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김정은과 북한 노동당을 싫어할 뿐이지 북한 인민들의 식량은 얼마든지 도와주려고 하니까요.
MC: 네. 지금은 기후와 풍토 변화 때문에 전 세계 어디나 새로운 농법과 기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소장님, 지난 주엔 축산 부산물을 통해 농민 가계에 보탬이 될 방법을 알려주셨는데요. 오늘도 혹시 추천하실 작물이나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요?
10월, 유채 재배 시도해 볼 것
조현: 네. 제가 매번 뭘 심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현재 경직된 북한의 농업제도에서 우리 농민들이 살아남으려면 돈이 될 작물을 적극 재배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제가 늘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가 한국에 와 보니, 여긴 유채 재배를 많이 해서 풍경도 예쁘고, 기름도 풍성하게 먹어서 좋더라고요. 유채 잎은 쌈 채소, 국, 무침, 겉절이 등 다양한 용도로 쓰입니다. 유채를 가을에 재배하면 벼나 다른 작물과 이모작으로 시간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유채는 특히 기름이 몸에 좋습니다. 포화지방이 다른 식용유에 비해 낮고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건강한 기름입니다. 여린 싹은 쌉쌀하고 또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라 봄나물로 이용하고요.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는 모두 가축 사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유채도 주의할 점은 바로 파종 시기입니다. 유채는 파종이 늦어지면 겨울 전에 충분한 생육기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수확량이 감소하거든요. 청천강 이북, 양덕 이북 지역은 10월 초인 지금 파종하는 게 좋고요. 양덕 이남 지역은 10월 중순에 파종하는 게 좋습니다. 어서 종자를 좀 구하시면 좋겠네요.
MC: 네. 농민 가정경제에 꼭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물가를 보니까 작년에 천정부지로 올랐던 사과 가격이 좀 내렸습니다. 반가운 소식인데요. 북한 장마당의 과일 가격은 어떤가요?
조현: 네. 어떤 과일을 막론하고 모두 가격이 올라서 북한 농민은 현재 과일을 거의 사먹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사과 하나에 북한돈 1천원 하던 것이 지금 세 배나 올랐습니다. 아쉽지만 또 내년을 기약해야죠. 10월은 과일을 수확한 후 땅의 지력을 회복시키는 때입니다. 땅에 거름을 주고 과원을 정리하면서 새해 농사를 준비해야 내년에 더 많은 수확을 낼 수 있습니다. 과일 나무 내 양분의 축적은 겨울을 잘 버티게 할 뿐 아니라 봄에 나무 성장과 다음 가을의 결실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관리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은데요. 먼저 포도입니다. 포도 수확이 끝나고 잎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뿌리, 가지 등에 축적된 양분이 겨울철의 저온과 건조함을 견디게 합니다. 그래서 수확을 마치면 잎을 모아 안전한 곳에서 태워서 땅 속에 묻어주는 게 좋습니다. 복숭아 같은 경우는 밑거름을 땅이 얼기 전 11월에 한번 주는 게 좋습니다. 봄에 비료를 주면 그땐 가뭄철이라 비가 내릴 때까지 땅이 비료를 흡수하지 못하다가 늦게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효과를 잘 내지 못하거든요. 당연히 과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겠죠. 복숭아 밑거름은 질소 60%, 인산 100% 칼륨 60%, 질소 대 인산 대 칼륨을 1대 1.6대 1, 이렇게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MC: 네. 오늘은 10월 초인 지금, 겨울을 앞두고 북한 농민들이 서둘러 챙겨야 할 것을 알아봤습니다. 선선한 바람처럼 농민들 마음도 시원해지는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