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11월 중순입니다. 북한 농장에선 가을철 밀보리 파종도 모두 마쳤는데요. 일전에 소장님이 북한 당국이 올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파종시기를 정해서 아마도 이런 경우엔 생산량이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북한 당국 종자 없는데도 밀보리 파종 강제해
조현: 네. 맞습니다. 파종 적기를 지켰을 때에 비해 수확량은 그의 반도 못 미칠 겁니다. 지금 북한 농장들이 이 밀보리 때문에 다 난리라고 해요. 제 소식통에게 들어보니 대부분 농장은 노동당이 정해놓은 밀보리 파종 면적의 50%도 채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종자가 없기 때문이에요. 지금 북한 전역 장마당에서 밀보리 종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들립니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종자도 안 남겨 놓고 다 처먹었나”, “옛날 농민들은 굶어 죽더라도 종자는 베고 죽었다”, 이런 폭언까지 일삼아서 농민들과 농장 관계자들만 또 고생한다고 들립니다. 정말 가슴 아픈 소식입니다.
MC: 북한 농민들이 안쓰러울 지경인데요. 사실 북한에서 종자 부족은 계속된 문제 아니었습니까? 이젠 진짜 외부에서 들여와야만 해결되는 게 아닐까요?
조현: 그렇습니다. 해결책이 간단합니다. 종자를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라도 들여와야 하죠. 하지만 그런 다음에도 또 문제가 있어요. 사실, 작년에 북한은 러시아에서 밀보리 종자를 좀 가져오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걸 그냥 심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에요. 3년쯤 현지 적응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늘 근처 한국에 있는 걸 가져다가 심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한국은 대가 없이 도와줄 준비도 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이를 무시하는 데다 밀보리 파종을 다 마친 지금까지도, 계속 파종을 강제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너무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용성도 없는, 그러니까 지금 뿌려봤자 싹이 나올까 말까 하는 것들을 지금까지도 심는 지역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심어봤자 강추위가 오기 전에 싹도 안 나와서 자라지도 못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강제 파종은 효과를 전혀 낼 수 없습니다. 차라리 안 심는 게 훨씬 낫습니다.
MC: 네. 지난 10월, 농민들이 애써 파종했는데 또 헛고생을 한 건 아닐까 그게 염려되네요. 어쨌든 심어 놓기는 했으니 어떻게라도 살려볼 방법이 없겠습니까?
조현: 네. 그렇죠.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이미 심어 놓았으니 어떻게라도 살려 봐야지요. 올해 12월은 아주 춥다고 합니다. 밀보리는 강추위가 몰려오기 전에 2~3cm 정도의 싹이 나와야 겨울을 날 수 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상기후 때문에 11월인 지금이 따뜻하다는 거죠. 그래서 이때, 빨리 밀보리 파종한 땅에 보온재를 덮어서 싹을 보호해 줘야 합니다. 한국은 농장 용도의 보온덮개를 만들어 팔지 않습니까? 북한은 그런 게 없으니까 벼의 겨나 볏짚을 잘 덮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싹이 나왔을 때 정성껏 꾹꾹 밟아주면, 싹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종자가 없을 땐 외부에서 들여와서 풍토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하지, 인민에게 알아서 심으라는 건 전혀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 당장 북한은 풍토 적응 과정을 거칠 밀보리 종자를 국가 차원에서 들여와야 하겠습니다.
MC: 북한 농업 관계자들은 반드시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11월 중순인데 아직도 날씨가 따뜻하고 여전히 모기가 있습니다. 이런 기후 변화는 사람들도 불안하게 만드는데요. 농작물이나 가축들은 더욱 피해가 크겠죠. 게다가 환절기입니다. 가축 질병이 또 돌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조현: 네. 안 그래도 최근 평안남도 축산관리국에선 북창돼지공장을 비롯한 국영 양돈목장들에서 돼지 흉막폐렴으로 120마리의 돼지를 또 폐사시켰다고 발표하면서 호흡기 질병 주의보까지 발령했습니다. 얼마 전 새끼돼지들이 빈혈로 대량 폐사했는데 이에 겹친 악재입니다. 돼지 호흡기 질병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기후 변화, 비위생적인 사육환경, 스트레스 등의 복합 작용이며 지금처럼 겨울로 들어서는 환절기엔 환기 불량, 산소 부족 등으로 발생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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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선 나무나 석탄을 태워서 난방을 하니까 유독 가스도 많이 나올 겁니다. 반드시 환기 주의하시고요. 한국도 지금 가축 전염병을 막느라 굉장히 분주하죠. 백신 접종, 축사 보강 등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도 할 수 있는 예방 방법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현: 네. 월동준비를 잘 해야죠. 북한에선 단순한 것들만이라도 잘 지켜주면 피해가 훨씬 줄어듭니다. 일단 호흡기 질병에 감염된 새끼돼지를 반드시 칸막이로 격리시켜서 전염 확산을 막아주세요. 지금의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선, 북한에서도 구할 수 있는 린코마이신, 타이로신, 티아물린 등의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하면 되는데요. 그렇다고 항생제 치료가 너무 오래 되어선 안 됩니다. 반드시 1주일 이내에 마무리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고 축산물의 질도 좋아집니다. 돼지도 중요하지만 겨울엔 소도 많이 죽거든요. 송아지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북한의 어미소들은 일을 해야 해서 건강이 아주 나빠요. 당연히 초유를 충분히 먹지 못했거나 사육환경이 쾌적하지 않고 질 떨어지는 사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송아지가 많겠지요. 그래서 송아지 관리에 있어서는 일상적인 관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MC: 아마도 일상 관찰은 잘 하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특별히 더 챙겨야 할 게 있다는 말씀인가요?
소 관리 농장원 , 관찰할 시간이 없어 소 폐사 증가
조현: 아닙니다. 북한 농장에선 소를 관리하는 농장원에게도 다른 일을 많이 시키기 때문에 송아지 일상 관찰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드시 해당 농민에겐 다른 일을 시키지 말고 소 관리에 집중하도록 여건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얘기죠. 북한에서 환절기에 걸리는 송아지 병은 화농성 콧물, 림프샘 종양이 대부분입니다. 이때 관리를 잘 못해서 전국적으로 수백 마리 송아지가 폐사합니다. 그럼 꼭 폐사한 다음에, 죄가 없는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거든요. 이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 하지 말고, 사전에 대책을 잘 세울 수 있도록 시간과 물질적 보장을 잘 해줘야 하고요. 소를 잘 관찰할 시간만 줘도 상황은 훨씬 나아집니다. 소를 관리하는 농장원은 기침, 콧물, 운동 저하가 같은 호흡기 질병 증상이 보이면 즉시 전문가에게 전달해 치료받도록 해 주세요. 북한에도 이 정도는 치료할 전문가가 있습니다. 송아지를 다 치료하고 회복됐다고 해도 재발 방지를 위해 2~3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MC: 소를 관찰할 시간마저 부족하다니 북한 농민들이 얼마나 바쁜 지 느껴집니다. 전염병이 발병하면 격리가 우선인데요. 그것보다 병이 생기기 이전에 사육 면적 당 마리 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송아지 적정 사육 면적이 어떻게 되나요?
조현: 그렇죠. 그 면적만 유지해도 훨씬 좋습니다. 북한에서도 적정 사육 면적은 송아지 1마리당 2.5㎡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환절기에는 밤과 새벽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니까 보온에 신경 써줘야 하고요. 또한 축사 바닥의 볏짚이 분변에 오염되어 눅눅해지면 균이 증식하기 쉬우므로 즉시 교체해야 합니다. 축사 바닥에 볏짚을 충분히 깔아줘야 하지만 볏짚이 부족한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쪽은 톱밥을 깔아 마른 상태를 유지해 주세요. 외부에서 들어온 송아지는 반드시 일정 기간을 격리해서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에 사육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