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2025년 새해 첫 방송이네요. 기쁘게 시작하면 좋겠는데 사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작년 북한의 농업 사정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인데요.
북한 농민 , 올해 생존권 해결에 집중해야
조현: 맞습니다. 저와 한국 국민 그리고 국제 사회는 2024년, 북한 노동당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농민들의 아픔과 희생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데요. 가난과 기아 그리고 홍수 피해로 인한 농민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유엔대북제재위원회에서도 2024년에는 벼 이앙기와 비료, 콩우유 등 2023년의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의 대북제재의 면제를 승인해 줬습니다. 북한 정권을 제외한 모두가 농민 여러분 편입니다. 농민 여러분께서도 힘내시고 올해는 주어진 과제 해결이 아닌 농민의 생존권 해결을 중심으로 올 한해를 보내셔야 하겠습니다.
MC: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한 안팎에서 힘을 합치면 잘 극복해 내리라 믿습니다. 일단 작년 말, 노동당 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선 작년 알곡 생산을 107%나 높였다고 발표했네요.
조현: 그건 거짓입니다. 믿지 마세요. 우선 알곡이 107%면 곡물이 약 600만 톤은 생산되어야 하는데요. 곡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이잖아요. 또 질소비료도 103%나 높였다고 하는데 이것도 턱없는 거짓말입니다. 비료나, 살초제, 영양제 모두 2023년의 절반도 공급이 안 되었습니다.
MC: 이런 진실에 대해 회의에 참석하는 노동당 간부들도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건가요?
조현: 그럼요. 다 알아요. 그러면서도 책임 추궁 당할까 봐 이도 저도 못 하는 거죠. 그분들께, 양심이 있다면 올해는 사상 학습이 아니라 기술 강의가 우선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북한 농사가 잘 되려면 가장 먼저 새 품종 도입, 기술적 토대 발전, 배수 관리를 강화시키는 정부의 투자가 제 1순위이지만요. 그게 안 된다면, 간부 여러분이 농업 교육이라도 잘 시켜줬으면 합니다. 간부 여러분께서는 이상 기후에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역별, 계절별 대책안을 작성하고 농민과 농장에 보급해 주시고요. 주체농법 강습 시간에 사상 학습이 아닌 과학 기술 강의를 진행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농업이 상당히 발달한 한국도 항상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농업 교육을 하거든요. 끊임없이 발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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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네. 기후 환경의 변화로 사실 한국도 농업의 변화를 꾀해야만 하는 시기이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교육을 했는데 한국엔 작년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
조현: 다양한 성과의 예가 많은데요. 하나 들자면, 한국은 고구마 새 품종 육성에 성공했습니다. 새 고구마의 이름은 '호풍미'라고 하는데요. 기존의 호박고구마를 '풍원미'라는 또 다른 품종과 교배해서 만든 겁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재배 안정성이 높고 수확량이 높은 게 특징입니다. 다른 작물도 이렇게 자급률을 높이고 있지요. 북한도 2025년에는 기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농사짓지 말고요. 우수한 해외 신품종을 많이 들여와 토착화에 성공하고 농장에 보급해서 자급률도 높이고요. 고품질 제품을 판매하고 고수익을 만들어 내야 하겠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럼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할지 좀 더 자세한 방법을 듣고 싶네요. 중요한 것부터 정리를 시작해보죠. 먼저 북한의 주작물은 벼입니다. 벼농사 부문에서 특별히, 올해 꼭 이뤄내야 하는 변화는 무엇인지요?
영양냉상모의 집중화와
고추의 우량품종 도입이 시급
조현: 네. 다행히 북한 일부 지역에선 1~2년 전부터 영양냉상모(영양알판)가 도입되었다고 해요. 모내기를 그냥 하지 말고 먼저 알판을 만들어서, 거기에 영양 흙을 담고 씨를 넣어서 일정 기간 자란 다음에 땅에 옮겨 심는 기술인데요. 이 기술이 시작된 건 다행인데 아직 전국에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2024년에 조금 높였다고 하네요. 올해는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하겠어요. 구체적으로는 영양냉상모를 잘 만들 수 있도록 종자, 비료, 농약, 성장 촉진제가 필요하겠죠. 영양 흙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이나 피복제도 더 많이 보급되어야 하고요. 이미 북한에서 시작된 기술이니까 올해 이 사업을 노동당에서 중점적으로 집중하기만 해도 훨씬 수확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영양냉상모를 많이 만들어 놓으면, 다른 기계를 들여오지 않는다고 해도, 현재 북한이 가지고 있는 농기계 이용률을 높일 수 있어서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건 해 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벼농사도 중요하지만 제가 늘 작물의 다양화도 강조해왔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기들 입으로 밀보리 면적을 30% 늘린다고 했는데 종곡의 부족으로 지금 20%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요. 밀보리는 당연하고 다른 작물도 우량 품종을 좀 들여와야 하겠지요.
MC: 사실 바꾸고 들여와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이게 진짜 될까 싶은 마음도 있어요. 북한 농업 간부들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수도 있겠죠. 한두 가지만이라도 집중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작물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면 당장 시급한 작물이 뭘까요?
조현: 하나만 고르라니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현재는 폭염에 강한 작물의 개발과 실용화가 필요한데요. 북한은 품종 개발은 꿈도 못 꾸고 있고요. 있는 거라곤 그저 70년대 초에 개발된 품종들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병해충 피해가 더 많았던 거예요. 그래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전 고추를 들겠습니다. 고추, 마늘 수요가 급증했지만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을 강조하기만 했습니다. 품종 개량에 진전이 없자, 품종 개량에 맞춰 개발하기로 한 수확기 기계화율도 진전이 전혀 없었습니다. 자료를 보면 현재 북한 고추 수확의 기계화율은 0%라고 합니다. 모든 작물 중에서도 가장 낮아요. 고추의 자급률은 2000년 기준 90%에서 2022년 기준 33%, 3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고춧가루의 60% 이상이 중국산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이 원하는 대로 김치 종주국의 지위까지 상실할 것 같습니다. 이거 하나만이라도 좋은 품종을 국가 차원에서 들여와야 하겠습니다.
MC: 북한 당국이 그 심각성을 느꼈으면 좋겠네요. 이런 형편인데도 농민들은 자력갱생을 해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2025년 한 해, 농민들의 입장에선 어떤 농업 전략을 펼쳐야 할까요?
농사 문제 , 이젠 농민이 직접 목소리 내야
조현: 저는 이제 북한 농장과 농민도 자신들의 문제와 필요를 외부로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엔 국제 사회의 봉사단이나 해외의 기자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물어서 북한 내 사정을 알아내야 했어요. 그러나 이젠 여러분들 스스로도 드러내면 좋겠습니다. 일단 중국에 친척 있는 분들도 많고요. 외화벌이 일꾼도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북한 내부 현실과 농장의 필요를 더 알려주세요.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그것이 북한 농민을 살릴 방법이 된다는 것을 연초에 꼭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강조하지만 올해 여러분의 목표는 농장의 계획된 생산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러분 개개인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 그것을 1순위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세계 농업생산의 흐름, 기후의 변화 이런 것들을 토대로 저도 다양한 작물을 추천하고 변화의 방법을 알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지난 한 해 너무나 힘들었던 북한 농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이 가득한 2025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