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2024 북한 농업의 문제점과 개선책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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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네. 안녕하세요.

MC: 올 한해가 거의 끝나갑니다. 북한에서는 농민의 결산 분배도 거의 마무리가 됐죠. 이쯤 해서 2024년 북한의 농업정책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현 :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북한 농업 분야에서 1년 농사의 결함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새해에는 잘 한 것은 널리 일반화하고 잘못된 것은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겠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북한 당국은 생산량 조사만 했지 이런 평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요. 농민도 진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그럼 지금부터 북한 농업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소장님이 보시기에 북한 농업, 올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주체농법은 틀렸다

농업생산량이 아닌 농가소득 중심의 정책으로

조현 :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올해도 북한 농업 당국은 주체농법을 강습하며 "농민의 충성심이 높아야 나라 쌀독을 채울 수 있다. 농민의 정신상태가 생산을 좌우한다"는 사상제일주의를 강조했어요. 정말 구태의연하지 않습니까? 그런 문구는 1960년대에나 가능했지요. 변화되어야 할 게 너무 많지만 일단 정확히 짚어야 할 것은 주체농법은 틀렸다는 거고요. 그리고 북한 농업정책은 농업생산량의 증가가 아니라, 농가의 소득증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많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의 소득 증가를 통한 국민의 자율적인 식량 권리 보장이 더 중요합니다.

MC: 항상 농가 소득을 강조하셨어요. 소장님이 말씀하시는 농가 소득이란 어떤 건지 다시 한번 알려주시겠어요?

조현 : 네. 북한 분들은 혹시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요. 원래 농가 소득이란 농업 소득과 농업 외 소득으로 나뉩니다. 농업 소득은 농사를 지어 얻은 생산물 자체를 말하고요. 농업 외 소득은 생산 외에 사업을 경영해서 취득한 소득을 말합니다. 쌀을 예로 들면 쌀을 생산해서 떡이나 각종 음식을 만들어서 그걸 팔아 수입을 얻는다면 그건 농업 외 소득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많은 딸기 농장은 겨울철에 딸기 따는 체험 행사를 열어서 사람들을 농장에 초청하고 그렇게 돈을 버는데 그것도 농업 외 소득에 포함됩니다. 북한 농민들도 이처럼 생산물을 가지고 2차로 가공하거나 다른 활동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저 농업 소득만 가져가지요. 그것도 국가에 거의 바치고 그저 1년 먹을 식량을 가져가는 것 정도만 만족하는데요. 그 양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30~40평의 텃밭 생산물을 각자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축은 생각도 못 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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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국의 경우 농가 소득 중에서 작물 생산을 뜻하는 농업 소득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고 하죠. 대부분이 그 이후 영리 활동을 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가지고 살잖아요?

조현 : 네. 맞습니다. 지난 5월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농가 소득은 한국 돈으로 농업 소득 1,114만원(약 8560달러), 농업 외 소득 2,000만원(15,380달러)이라고 합니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농업 외 소득을 10만 달러까지도 법니다. 농업 외 소득이 훨씬 높죠. 한국에서 농업 소득은 이미 16년 전인 2007년부터 농업 외 소득보다 적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 소득이 8560달러나 됩니다. 북한 농가는 농작물 수입이 1년에 곡물 300kg 정도인데 이걸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35달러 정도 됩니다. 여기에 각자 텃밭에서 생산한 작물을 모두 합해도 농작물에 의한 1개 농가의 연간 수입이 300달러 미만입니다. 북한 농민은 농업 외 소득은 거의 생각도 못합니다. 한국의 농민도 도시 근로자에 비하면 소득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북한 농민에 비하면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겠죠. 이게 바로 한국이 농가 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C: 만약 북한 농업 당국이 농가 소득 증진 정책을 시행한다면 뭣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조현 : 네. 구체적으로 농가 소득 문제를 푸는 첫 고리는 지역의 차이에서 찾아야 합니다. 지금 북한의 농가 소득은 영농 형태, 벌방과 산지 등의 지역, 경지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서해 벌방 농민이 중간 산지 농민보다 소득이 7.2배 높고, 경제 규모별로는 농민 1인당 1.5ha 미만과 3ha 이상을 가진 농민이 2.5배 이상 차이를 보입니다. 이건 지역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그 차이를 간과하고 당국에서 항상 같은 작물을 심게 하고 같은 과제를 내려 먹이니까 벌어지는 현상이지요. 만약 지역마다 각자 사정에 맞는 농작물과 축산물을 선택하도록 한다면 각 농가의 소득이 성장하면서 고르게 분포될 것입니다. 농가 소득 위주 정책은 부를 쌓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농민 각자가 자기 환경에서 최적의 생산 방법을 찾아낼 것이기에 식량 안보나 기후 변화에 대한 작물 재배치 등 발전이 연이어 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MC: 네. 그렇군요. 한편 북한도 올해 옥수수 재배 지역을 상당수 밀보리 재배로 전환한다는, 기존과 다른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당국의 특별한 노력이라도 있었습니까?

조현 : 아닙니다. 말만 했을 뿐 여기에 상응하는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평안남도 농촌 경영위원회 산하 농장 약 400개에서도 밀보리 재배와 관련하여 종자, 비료, 농기계 구매를 위한 재정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고 면적만 늘리라는 지시만 받으면서 결과만 추궁 당했죠. 또 우량 품종 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벼와 옥수수는 물론 밀보리에서도 우량 작물이 1가지도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밀보리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품종이 있었지만 아직 현지 적응 단계이므로 우량 품종 도입이라고 하긴 이릅니다. 한국의 경우 농업진흥청은 2016년부터 국산 쌀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2017년 8만 2952ha에 달했던 외래 품종 재배면적이 올해 2만 7766ha로 76%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이렇게 만들어진 경기 이천의 대표적인 쌀 '임금님표 이천쌀은' 벼의 쓰러짐과 병해충에 강하고 맛과 향이 더 좋아져서 한국에서 인기 품종이었던 일본 쌀 고시히카리, 추청(아끼바레) 등을 대체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새 품종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품질 벼를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MC: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 농업 당국은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나 투자가 전무했다는 건데요. 농업을 농민들에게 맡기는 것, 북한에선 실현 불가능한 일일까요?

농업은 농민에게

농가 대출제도 도입과 배수 시스템 건설도 시급

조현 : 꿈에 가까운 일일지 모르지만 살기 위해선 꼭 해야 할 일입니다. 북한 당국은 농장, 작업반, 분조에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품종 선택부터 재배, 수확에 이르는 전 과정에 노동당의 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죠. 정부의 의무수매 계획제도를 철폐해야 하고요. 여기에 더해서, 정말 농업 발전을 원한다면 당국이 농민과 농장에 대한 투자를 위해 농민은행을 설치하고 농업자금을 지원해 줘야 하겠죠. 현재 경영 위기 상태인 농장과 농민들 대상으로 농지의 가격을 설정하고 그걸 담보로 잡아 자금 대출을 해주는 방식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으면 올해도 북한은 배수 대책을 세우지 않아, 압록강 중·하류 주변 수천 정보의 토지를 유실했습니다. 농업의 수리화 정책이 발표된 지 70년이 넘도록 배수 체계를 만들지 않은 것은 농민을 생각한다는 그들의 호소가 다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농민들도 이런 문제들을 잘 알고 계셨다가 기회가 될 때마다 권리를 주장하면 좋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감사합니다. 올해 북한 농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다음주에도 이어갑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