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이호철 월남해 전쟁포로서 세계적 작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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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남북의 문학세계를 들여다 보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도명학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어떤 문학 이야기를 해 볼까요?

도명학 : 네, 오늘부터는 이미 월북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던 것과 반대로 월남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첫 순서로는 월남 작가 이호절 작가를 선정했습니다. 이호철 작가는 생전에 저와 몇 번 만난 적도 있는 작가입니다.

MC: 먼저, 우리가 보통 쓰는 말인 '월남 작가'라고 하면 어떤 이들을 가르키는 건가요?

도명학 : 문자 그대로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작가를 월남 작가라고 하는데 그중에는 월남한 이후에 문단에 등단한 분들도 포함할 수 있겠지만 기본은 북한에 있을 때부터 이미 작가로 활동했던 분들이 월남하여 문학 활동을 이어간 분들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MC: 이호철 작가는 월남작가로서 남들과 다른 개인사를 갖고 있다는데,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나요? 작가를 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 네, 참으로 이호철 작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낸 작가입니다. 이호철 작가는 1932년 3월 15일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났으며, 1950년 발생한 6·25 전쟁 때 인민군으로 동원됐습니다. 그러나 포로가 되어 구금됐다가 풀려났으며, 1951년 1·4 후퇴 때 홀로 월남했습니다. 휴전 후 1955년 부두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고. 이후 직접 겪은 전쟁과 남북 분단을 주요 소재로 삼아 작품 활동을 했고 등단 후 60여 년간 장편소설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중·단편소설 "판문점",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 "이단자" 등 수십 편의 작품을 집필하며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및 영미권에서도 번역 출간됐습니다. 여기에 남북 간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깊이 있게 그려낸 "판문점"으로 1961년 현대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닳아지는 살들"로는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또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4년에는 "남녘사람 북녘사람"으로 독일 예나대학이 국제 학술·예술 교류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한때 노벨문학상 후보자로도 거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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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 큰 별' 소설가 이호철 별세 전쟁과 분단의 아픔 그려낸 소설가 이호철 작가. /연합 (임헌정/YNA)

MC: 직가 자신이 겪은 전쟁에서의 경험과 기억이 아무래도 작품에 많이 녹아들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도명학 : 당연합니다. 작가 자신도 자신의 굴곡진 삶이 자신의 작품들을 낳을 수 있은 토양이이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작가의 자산은 문장력, 구성력 등 작품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준과 근거, 그리고 재능이겠지만 그보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작가 자신이 실지 경험한 체험의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험이 부족할 때 작가는 추상적인 상상에 의존하는 작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호철 작가는 남북한을 모두 경험한 작가로서 작품들도 그에 걸맞는 좋은 작품들을 쓸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C: 이호철 작가는 남한의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선 것으로 들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도명학 : 이호철 작가는 단지 문학 활동만 한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높아 유신헌법 공포 후에는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하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1974년에는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당시 10달 옥살이를 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이후 2011년 법원의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호철 작가는 민주수호국민협의회에 참여했는데 민주주의 수호가 지상 목표였고, 좌파 노선은 안 된다는 생각을 그 당시부터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호철 작가는 1974년 1월 7일 명동성당 앞에서 시국 성명을 한 뒤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엮여 국가보안법 혐의로 투옥됐지만 그때도 자신은 빨갱이와는 관계가 멀었다고 고백한 바 있고, 1987년에 직선제 대통령 선거 쟁취 후 다시 문학의 길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남한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선 거고, 이제 남은 건 북한의 민주화라고 했습니다.

MC: 6.25한국전쟁과 남한의 민주화운동 등 '굉장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의 작품에서도 그런 모습을 또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요? 이호철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도명학 : 이호철 작가는 분단과 전쟁, 독재, 민주화 등 모두를 직접 체험한 작가로서 그의 작품들은 부당한 독재 권력의 강권적 행사와 남북 관계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작가적 인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특히 간첩 혐의로 투옥된 자전적 체험을 통하여 분단체제와 독재체제 및 권력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 이호철의 장편소설 『문』인데, 월남 작가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 남과 북의 현실 문제 인식과 통일의 전망에 대한 복합적 탐색을 시도하였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직접적 피해자로서 경험한 월남 이후의 현실이 작가의 감옥 체험과 맞물리며 통일에 대한 강렬한 지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MC: 이호철 작가의 대표작 하나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 이호철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작품들이 여럿 됩니다. 모두 좋은 작품들이라서 어느 것을 소개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나 "나상"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먼저 이 작품의 제목부터 설명하면. "나상"은 벗은 알몸을 뜻하는 나체와 비슷한 의미, 그러니까 아무 꾸밈도 없고 감춰지거나 무엇으로도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의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여름 저녁 베란다에서 '나'는 '철'에게 6 · 25 때 북한군의 포로로 잡혀 함께 이송되었던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형'은 27살, 동생 '칠성'은 22살인데, 형은 둔감하고 위태위태하도록 솔직하며 좀 모자란 편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형을 단념하였고, 어머니는 형을 불쌍하게 여겼으며, 동생은 그런 형을 비웃으며 형답지 않게 대합니다. 그러다 6.25 전쟁이 터지고 형과 동생은 국군으로 참전하나, 각각 포로로 잡혀 북으로 호송되어 가는 길에 만나게 됩니다. 동생은 상황에 맞지 않는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 형을 처음에는 탐탁하지 않게 여기지만, 자신을 위하는 형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형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게 됩니다. 어느 날 밤 형이 동생에게 담증 때문에 다리가 이상하다고 말하자 동생은 눈물을 흘리고 이튿날 형은 절름거리며 걷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절룩거립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날 밤 형은 불현듯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을 형으로 여기지 말고 모른 척 하라고 당부합니다. 이튿날 형은 길을 가다가 털썩 주저앉고 맙니다. 그러자 뒤에서 인민군 경비병이 가차 없이 총질을 하고, 형은 앉은 채 꼬꾸라져 죽습니다. 여기서 형제의 이야기가 끝나고 '철'은 '나'에게 자신의 어릴 적 이름이 바로 '칠성'이었다고 말합니다. 195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천진난만한 '벌거숭이 인간'인 '형'이 외부의 폭력에 희생되는 모습을 묘사하여 근원적인 인간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줍니다. 또한 이 소설은 포로 호송이라는 상황을 빌려 구성원을 획일화하는 사회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월남 작가와 남한 출신 작가 사이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도명학 : 다른 점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남한 출신 작가들은 북한을 경험하지 못했고 월남 작가들은 남북한을 다 살아본 만큼 분단에 대한 아픔을 더 실감하고 있고,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도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MC: 월남 작가들의 작품이 남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당기는 주요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 남한의 일반적인 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인 경우엔 남한 출신 작가의 작품과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월남 작가의 작품에는 공개적이지 않을지라도 은연중 남북 간 이념 대결과 분단으로 인해 비롯된 다양한 현상들이 엿보이게 됨으로써 작품에 극적인 요소가 짙고, 독자들이 모르고 있던 것들도 알게 되는 학습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MC: 월남작가와 탈북작가의 차이점은 뭔가요? 그 작품에서도 차이점이 나타나나요?

도명학 : 남북한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는 월남 작가나 탈북작가나 공통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차이점은 있습니다. 왜냐면 월남 작가로 불리는 분들은 우선 연령대가 탈북작가들보다 한 세대 이상 차이 납니다. 그 때문에 월남 작가들의 경우 현재의 북한을 소재로 글을 쓸 때 아무래도 리얼리티가 탈북작가들에 비해 현저히 약한 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반면 탈북작가들은 현재의 북한을 잘 알지만 남한을 체험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순수 북한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보이는 리얼리티는 높은 수준이지만 남한에 대한 부분은 약하다고 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점 때문에 탈북작가인 저도 아직은 남한을 소재로 한 작품 창작은 일부러 보류하기로 하고 보다는 북한 소재 작품을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MC: 도명학 선생님께서도 탈북작가이신데요.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도명학 :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호철 작가는 대한민국의 유명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라는 것이 저의 의욕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탈북작가들도 그런 경지에 오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유명한 월남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특별합니다. 어쨌든 그들은 탈북작가들의 선배지 않습니까. 또 월남 작가들은 이젠 거의 다 생을 마감한 상태입니다. 탈북작가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탈북작가 역량이 수적으로나 능력에 있어서 청소한 단계라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MC: 남한에 계신 월남 작가의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도명학 : 글쎄요, 규모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추정하기론 월북작가보다는 적은 것 같습니다. 왜냐면 분단 이전 문화의 중심지가 서울이었던 만큼 남한에 문인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해방 후 북한이 공산사회를 지향하면서 작가 예술인들을 선전에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월북을 독려한데다, 실지로 당시 역량 있는 작가들 다수가 카프 등 좌익에 관여했던 관계로 월북을 자진하거나 큰 거부감이 없이 북으로 갔습니다. 반면 월남 작가들은 해방 후 북한 정권과 타협할 수 없는 생각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월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봅니다.

MC: 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도명학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 드립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김진국,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