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이 시간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의 문학 그리고 작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도명학 선생님과 문학 작품 보다는, 남북한의 문학작가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선생님, 먼저 한국에 오셔서 처음 남한 문학작가들을 만났을 때 이야기 좀 들려 주세요. 그 당시 느낌이 어땠습니까?
도명학: 제가 남한에 와서 처음 만나 본 작가가 몇 달 전에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바 있는 소설 "국경"의 저자 이정 소설가입니다. 만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문득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찍힌 전화가 걸려 왔기에 받았더니 그분이었습니다. 어디서 저를 소개받아 전화하게 됐다고 하던데 그게 어디었던지 기억은 나지 않고 북한 문학과 관련한 인터뷰 요청이었습니다. 저야 남한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약속 잡고 찾아갔습니다. 만나보니 너무 소탈하고 인상이 밝았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로 재직하면서 여러번 방북한 사실, 소설가로 등단하던 얘기 등 말씀도 아주 조리 있게 잘하더군요.

MC: 처음 만나셨지만 소위 '코드가 맞았나 보네요. 뭔가 알게 모르게 통하는 게 있었나 봅니다.
도명학: 딱 드는 생각이 뭐냐면 초면임에도 금방 구면 친구처럼 통하는 거예요. 제가 북에서도 늘 경험한 바지만 작가들은 원래 초면에 만나도 금방 친해지거든요. 그런데 처음 만난 남한 작가와도 그렇더군요. 원래 작가는 별도의 특이한 종족인가 봐요. 그분을 만나고 나서 며칠 후 또 전화가 왔는데 북한산 주변 어느 가든에서 작가들 여럿이 모여 있는데 모두 저를 만나보고 싶어 한다면서 와줄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마침 시간이 있기에 당장 달려갔죠 가니까 열명 남짓 모여 있는데 그들 역시 같더라구요. 다들 소탈하고 격식도 없고 자유분방하게 말하고, 그동안 교수, 연구자, 전문가 등 많은 지식인들을 만나 봤지만 작가들만은 특이했어요.
MC: 뭐가 어떻게 다르던가요?
도명학: 서민적인 성품과 지성미를 동시에 풍긴다고 할지, 아무튼 고명한 신사숙녀 같이 틀을 차리거나 우아한 척 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북한 작가들처럼 술도 잘 마시고 농담도 잘하고, 그날 노래방에 가서도 노래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아무튼 제가 그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한국 문단에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C: 선생님께서는 북한에서 시인이셨다가 남한에 와서 소설가로 활동하시게 됐는데요. 남한에서 활동하기에 시인보다는 소설가가 더 나아서 그렇게 결정하셨나요? 어떻습니까?
도명학: 네, 전에도 언젠가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저는 원래 북에서 시인이었기에 북한을 떠날 때 남한에 가서도 시를 쓰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남한 시 문단 현실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태더군요. 남북한 문학이 차이가 있지만 시는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구요. 자신감이 대번에 뚝 떨어지더군요. 다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쓸 수가 없었습니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다른 탈북민들이 오히려 시집을 내는 경우가 있었지만 저는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도 있듯 뭐라도 쓰긴 써야겠는데 어쨌으면 좋을지 모르겠더군요.

MC: 시에서 소설로 바꾸시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요.
도명학: 당시, 시나리오나 드라마작가를 권유하는 유명한 드라마작가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선뜻 시작하기가 망설여져 시간만 허비하다가 2012년 국제펜클럽 망명북한펜센터가 설립되고 나서 마침 문예지를 급하게 발간하게 되면서 거기에 실을 원고가 있어야 하니까 급박한 상황에 떠밀려 쓴 것이 소설입니다. 갑자기 뭘 쓸 것인가를 선택하려 보니 그나마 남북한 문학에서 이질감이 가장 적은 것이 소설이더군요. 그렇게 쓴 첫 소설이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 문학 관련 세미나에서 거론되며 주목을 끌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지요. 거기에 자신감을 얻고 쓰기 시작한 것이 결국은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거죠. 저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에 대한 미련이 없진 않습니다.
MC: 오늘 이 시간 남북한 문학 작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남한에 오셔서 본 소설가나 시인 등 남한 문학작가들의 사회적 위상은 어땠습니까?
도명학: 남북한 작가들의 사회적 지위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다 있습니다. 먼저 작가라는 직업에서 보는 공통점이라면 작품을 쓰는 데 기울이는 노력입니다. 흔히 시는 피로 쓰고 소설은 엉덩이로 쓴다고 하죠. 시가 열정의 산물이라면 소설은 끈질긴 노력의 결과라고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시도 소설도 다같이 열정과 노력이 필요합니다만 굳이 무게 추를 달아본다면 그렇다는 얘기죠. 또 하나 공통점은 남북한 작가 모두 자신의 작품이 사랑을 받고 이름 석 자를 남기려고 명예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공통점으론 물질적 보상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불행하게도 남북한 작가 둘다 가난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양쪽 다 극소수는 굉장히 부유하지만 말입니다.

MC: 그렇다면 남북한 작가의 차이점은 뭔가요?
도명학: 차이점은 북한 작가들은 작품과 명성을 얻는 데 있어 독자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인정과 평가를 흭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물질적으로도 북한 작가들은 작품 판매 부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워낙 종이 사정이 긴장해 새 작품이 나와도 많이 찍어낼 수 없기에 부수가 적어 독자들은 없어서 사지 못합니다. 그러니 북한 작가들에겐 인세 개념이 없고 정해진 원고료만 받습니다. 남한 작가들 경우는 통속적으로 말하면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꼭 많이 팔리는 작품이 무조건 훌륭하다고 할 순 없겠으나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봅니다. 또 많이 팔리는 만큼 명성도 알려지고 돈도 벌고 하니까요.
MC: 그렇다면 사회적 지위라는 관점에서 볼 때, 남북한 작가 간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뭘까요?
도명학: 사회적 지위에서 남북한 작가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직군에 속합니다. 그러나 다른 점은 북한 작가의 사회적 지위는 단순히 문화인에 그치지 않고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전선동 임무에 종사하는 정치인이죠. 이 때문에 조선작가동맹 안에 당조직이 있고 당위원장이 있지만 행정책임자인 작가동맹 위원장보다 급이 낮습니다. 작가동맹 자체가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고 정치조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당위원장이 작가동맹위원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지로 북한에서 현역 작가들은 월급을 받습니다. 당 자금을 쓰는 거죠. 월급 자체가 당 간부 월급과 같습니다. 작가도 1급 2급 하는 식으로 급수가 있는데 높은 급수를 가진 작가는 중앙당 간부 대우를 받습니다. 그러나 남한 작가들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냥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문화인, 예술인에 그치죠. 물론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기 정치적 성향에 따른 글을 발표하거나 마이크를 잡고 피력할 순 있으나 정치적 의무는 없죠.
MC: '시인'과 '소설가'를 놓고 볼 때, 사회에서 문학작가들을 대하는 남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나 반응은 어떻게 보여지던가요?
도명학: 제가 보기엔 북한보다 인구 대비 작가 인원수가 15배 정도나 더 많다 보니 희소성이 떨어져 그런지 작가를 대하는 태도가 그다지 높이 보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거기다 정치적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의사나 변호사보다 훨씬 못한 것 같아요. 북한은 반대입니다. 의사, 변호사 같은 건 작가의 지위에 비교 대상도 아니죠. 하긴 작가란 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 한번 직접 본 적 없이 일생을 마치는 사람이 더 더 많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릅니다. 경제가 파탄되기 전, 배급체계가 제대로 돌아가던 때 이야기죠. 지금은 굶어 죽는 시대에 체제찬양을 하기에 돈키호테라는 소리나 듣습니다.
MC: 한때 남한의 경우 문학작가들은, 모두 배운 것은 많지만 가난하고, 게다가 허약해서 병을 달고 사는 불쌍한 사람이란 인식이 강할 때가 있었습니다. 보시기에 지금은 어떤 것 같습니까?
도명학: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작가란 옛날부터 원래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 보면 가난해야 글이 나옵니다. 돈 많고 배부르면 좋은 글이 안 나온다고 말합니다만, 한때 일본 문단에서는 가난과 실연을 경험하지 못한 작가는 작가의 자질을 인정하지 않았다고까지 하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도 선진국이니만큼 끼니를 굶는 작가야 있겠습니까만 돈에 쪼들리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MC: 조금 전 '남한에서는 작가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가 그다지 높이 보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교수 등 다른 직종의 지식인들과 비교했을 때 남한 문학 작가들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글쎄요. 제가 보기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교수든 작가든 사람에 따라 업적과 이름이 알려진 것만큼의 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MC: 문학 작가들이 대중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명학: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인만큼 얼마나 좋은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는지가 첫째고, 둘째는 작가의 바른 정신, 인간 됨이 중요합니다. 글은 괜찮게 쓰는 데 사람 됨됨이가 안된 작가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 작가는 운이 좋아 명성을 얻을 순 있지만 나중에 오히려 무명으로 있기보다 못한 상황에 떨어지는 법입니다.
MC: 이 밖에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시죠.

도명학: 혹시라도 이 방송을 듣고 계실 북한의 작가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최근 식량 사정이 특별히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나 고생 많으시겠습니까. 인민들의 원성이 누구보다 더 잘 들리는 것이 작가의 귀가 아니겠습니까. 그 원성을 마음속에 애써 눌러가며 독재정권의 어용 나팔수 노릇을 해야만 하는 북한 작가들만큼 기구한 운명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동은 튼다는 말도 있듯 반드시 좋은 날이 밝아올 것입니다.
MC: 네, 지금까지 탈북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의 문학 작가들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도명학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그러니까베스트셀러 순의를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의 순위입니다.
4월 3일 월요일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은, 한국의 데이원 출판사가 출간한 세이노 작가의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2000년부터 발표된 그의 주옥같은 글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제본서는 물론, 전자책과 앱까지 나왔던 《세이노의 가르침》이 출간됐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여러 판본을 모으고 저자의 확인을 거쳐 최근 생각을 추가로 수록했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의 이름은 본명이 아니라 필명인데, '세이 노'란 '아니요'라고 말하세요 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필명 ‘세이노(Say No)’는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를 외치고 제대로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세이노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칼럼을 통해 인생 선배로서 부와 성공에 대한 지혜와 함께 삶에 대한 체험적 지식을 나누어 주었는데요. 그래서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세이노 스승님’이라 부른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느껴질 때, 내 학력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돈을 똑바로 알자, 그리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려면 등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남한의 또다른 대형서점 '종로서적'이 뽑은 베스트셀러 순위도 알려 드립니다.
7위는 일본 이치조 미사키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6위는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그리고 5위는 김수현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가 차지했습니다.
4위는 어린이도서 '흔한남매의 흔한 호기심'이, 3위에는 게리 켈러의 '원씽'이, 그리고 2위에도 흔한남매가 올랐습니다.
1위는 남한 국민 멘토라 불리는 김미경이 쓴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차지했습니다.
출판사인 어웨이크북스는 이 책을 '마흔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마흔이면 안정될 거라 믿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40대를 향해 김미경이 들려주는 위로의 문장이자 가슴에 박힐 빝나는 응원의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MC: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