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한은 소설, 남한은 자기계발서 인기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자기계발서 구역.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자기계발서 구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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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볼까요?

도명학: 네, 오늘 준비한 내용은 북한에서 책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MC: 선생님, 대충 보더라도 남한이 북한보다 책이 많긴 많죠? 처음에 남한에 오셔서 서점에 가셨을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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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

도명학: 북한에 비하면 남한에 책이 많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책이 산이나 바다를 이룬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정말 책이 부족합니다. 제가 남한에 와서 제일 먼저 가본 서점이 서울 도심 지하철 광화문역과 연결된 지하 서점 교보문고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땐 그곳이 대한민국 최대의 서점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인을 따라갔는 데 얼마나 책이 많고 넓은지 돌아보는데 현기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한 정신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방향감각마저 잃고 함께 간 지인을 잃어버렸다가 한참 걸려서야 찾았을 정도입니다. 저는 세상에 이렇게 큰 서점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물론,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북에서는 두 눈이 남아돈다고 할만큼 책이 부족해 보지 못했는데 남한은 눈이 두 개가 아니라 열 개 이상 있어야 이 많은 책을 다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손에 잡히는 책마다 다 가지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설사 공짜로 거저 준다고 해도 그 책을 어떻게 다 읽겠습니까. 그리고 서점이란 책을 팔기만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마음대로 서가에 꽃힌 책들을 뽑아 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도서관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남한은 서점과 도서관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MC: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남한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습니까, 어;떻습니까?

도명학: 책이 많으니까 당연히 남한 주민들이 더 많이 보겠죠. 다만 책이 많은 데 비해 독서량이 아주 높은 것 같진 않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인들 독서량의 반 수준 밖에 안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만 실지 제가 일본에 몇 번 갔을 때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더군요.

MC: 북한 주민들도 책을 많이 읽나요? 어느 정도인지요?

도명학: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북한에도 책이 많다면 남북한 주민들의 독서량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책이 많아지고 난 다음에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같은 유전자를 가진 동족인데 차이가 나면 얼마나 차이 나겠습니까. 비슷하겠죠. 책 읽는 시간보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룰루랄라 즐기기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MC: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책을 어디서 구해서 읽나요? 남한하고 비교 좀 해 주시죠.

도명학: 북한 역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책방이라고 부르는 서점과 도서관입니다. 다만 경제난으로 책이 절대적으로 품귀현상을 보이면서부터는 장마당에서 사서 보거나 빌리는 값을 내고 보는 채널이 또 하나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들끼리 책을 서로 빌려보는 경우가 남한보다 훨씬 많습니다. 도서관에 가도 보고 싶은 책을 누가 먼저 빌려 갔으면 볼 수 없는 형편이니 누가 좋은 책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지면 빌려보려고 떼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빌려줘도 돌려받기 힘들 때가 많은데 빌려간 사람이 또 다른 사람 성화에 못이겨 2차 3차로 빌려주다보면 책이 어디로 갔는지 증발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제일 좋기는 보고 싶은 책을 가지고 있는 친구네 집에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슬그머니 책을 훔치는 방법인데, 발각돼도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며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습니다.

MC: 네. 그만큼 책이 많이 부족하다는 충분한 설명 같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책 공급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도명학: 북한은 책 공급 체계가 단순합니다. 먼저 출판사에서 책을 찍어내면 출판물보급소라는 기관이 책을 평양과 지방에 배분하고 그것이 책방이라고 부르는 서점과 도서관들에 정해진 지침대로 공급됩니다. 하지만 워낙 찍어내 책이 많지 못하기에 출판물 보급기관이 콧대가 높아져 자기들 비위에 맞는 곳엔 좀 더 보내고 껄끄럽게 구는 곳에 적게 보냅니다. 원칙에 어긋나는 현상인데도 어떤 제재와 처벌을 받았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뇌물이든 뭐든 써서 상부에서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겁니다. 그러면 출판사라고 가만있겠습니까. 일단 생산물은 자기들한테서 나오니까 출판물보급 기관에 넘기기 전에 일정한 양을 따로 개인 장사꾼들에게 뭉텅이로 팔아 부당이득을 챙깁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도서 공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종이부족입니다. 얼마나 부족한 정도냐면 작품을 쓴 작가 본인의 서재에도 자기 책이 없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표현의 자유가 없는 사회니 아무나 글을 써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내용의 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MC: 요즘은 인터넷과 방송 때문에 많은 이들이 책보다는 동영상을 더 본다고들 하는데요. 북한도 휴대전화로 책을 본다고 하더라구요. 남한도 마찬가지인것 같은데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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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학생들이 김부자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

도명학: 북한도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동영상을 많이 봅니다. 한국드라마, 영화, 노래,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로 특히 종이 사정이 너무 좋지 않은만큼 액정판으로 볼 수 있는 책이 더 현실적일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북한이 비록 낙후하긴 해도 현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MC: 책을 많이 봐야 하는 이유, 그리고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도명학: 책은 말없는 스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그만큼 지적 능력이 높아지고 세계관, 윤리관, 미학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문학은 곧 인간학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자아 형성과 발달,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경우에 허구로 된 소설이 사실만을 적시한 논픽션보다 오히려 더 신뢰를 받는 것은 문학은 사실보다는 진실을 담아낸 그릇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학은 지성의 등불이라는 말이 왜 생겼겠습니까,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죠.

MC: 그렇게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명학: 제일 좋기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에 재미가 붙어 그것이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은 건 옛날과 달리 동영상 등 화면 예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람들 눈길을 책에 돌리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방법은 없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독서경연대회, 독후감 쓰기 대회 같은 것을 국가가 의도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많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MC: 마칠 시간이 다 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또는 작품의 종류는 무엇이고 왜 그런 걸까요?

도명학: 순서를 꼽으라면 소설입니다. 단, 어린이들은 만화일 것이고. 한편 세계적인 위인, 명인들의 전기도 많이 읽히는 종류입니다. 시는 많이 읽힌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념적 색채가 덜한 생활적인 시들은 사랑을 받습니다.

MC: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남한 사람들은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까?

도명학: 가만 보니까 자기 개발에 관한 책을 많이 보는 것 같더군요. 문학작품 중에는 소설을 많이 읽고, 유명한 정치인들의 회고록 같은 것도 많이 팔리던데 그것도 어찌보면 자기 개발에 도움이 되는 책에 속한다고 할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웹툰이나 웹소설을 많이 보는데 종이책이 점점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 듭니다.

MC: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