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문학기행의 홍알벗입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지도 어느덧 7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치는 물론 문화, 예술 분야에서조차 서로에게 이질감이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따라오랜 세월 걷다 보니 어느새 서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마저 생기게 됐습니다. 하물며 일반인도 그런데 그 언어를 통해 문학작품을 직접 다루는 작가는 오죽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탈북자 출신시인이자 소설가인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한에 와서 집필하는데 어려웠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세요.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먼저 시인으로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남한에 오셔서 또는 북한에 계실 때 남한의 시를 접하시고 나서 이해하기 힘든 문형이라던가 표현방법, 또는 어휘 같은게 있으셨는지요?
도명학: 네.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북한을 탈출할 때 남한에 가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쓰고 싶은 시를 써서 성공하는 거였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남한 시가 북한 시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남북이 이념과 체제가 달라서 시의 내용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건 알았지만 시가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게 쓰여 지고 있었습니다. 외국어도 아니고 분명 한글로 쓴 시인데 표현이 낯설고 비약도 너무 심해 도무지 행간을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MC: 특히 어떤 면에서 힘드셨나요?
도명학: 대략 짐작으로 어떤 주제구나 하는 정도로 감만 잡힐 뿐 시에서 감흥은 고사하고 머리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소리를 하는 듯 하다가는 저 소리를 하고 저 소리를 하다가는 또 엉뚱한 문구가 나오고 문법적으로도 도저히 맞지 않는 문장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시가 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알아보기 쉽고 내용도 좋은 시들이 있었습니다.문제는 그런 시들이 삼류취급을 받는 환경이었습니다. 한국문단에서 그런 시를 써서 성공하기 틀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 어차피 시인이 시로 성공하려면 알아보기 어려운 난해한 시를 써야 하는데 제가 그걸 쓸 자신이 없었습니다. 문단에서 상을 휩쓰는 시들을 보면 다 그런 유형의 시들이었습니다.
MC: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도명학: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었습니다. 북에서 배운 작시법을 머리에서 지우고 새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이가 40대고 공부해서 그 이상한 시를 터득 하노라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를 쓰지 못했습니다. 상당한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망설이며 지낸 것이 5년 가량 되었습니다. 2012년에 탈북작가들로 구성된 국제펜클럽망명북한펜이 조직되는 기회가 없었더라면 지금도 그러고 지낼지 모릅니다. 지금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시가 아니라 소설을 씁니다. 북한시인이 소설가로 한국문단에 등단한 거죠.
MC: 소설은 시와 좀 달랐나요? 한국 소설을 읽으시면서 북한의 그것과 구조적인 면이라든가 뭔가 시처럼 어색한 면 또는 거슬리는 것들은 없었나요?
도명학: 소설은 이야기를 서술한 작품이니까 시와는 달랐습니다. 재미도 있고 진솔하게쓰여진 점이 좋았습니다. 문체는 북한 소설과 차이가 있었지만 큰 차이는 아닙니다. 문체와 문장이 북한에 비해 입말투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데 웹소설이 더 그렇습니다. 또 단순문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특징인데, 이건 세계적으로 거의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긴 문장보다 짧은 문장을 많이 사용하라고는 합니다. 그런데 남한에 비하면 아직 문장이 긴 것 같습니다. 내용도 남한작품이 리얼리즘 소설은 진솔해서 좋은데 판타지소설 같은 것이 생소하고 저로선 재미가 별로고 오히려 소설 속 비현실적인 가상세계가 머리를 어지럽히는 느낌이라서 잘 읽게 안되더라구요. 저도 앞으로는 모르긴 하겠지만 지금 같아선 판타지 소설 같은 건 쓰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MC: 눈에 띄는 다른 점은 또 없었나요?
도명학: 또 한 가지는 소설들이 취급하는 주제와 소재 등이 무게감이 없는 소설들이 너무 많습니다. 잡다한 일화를 가지고 소설을 만들더라도 소설가는 별치 않은 이야기를 별난 이야기로,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를 문제작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이 그저 주저리주저리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동네 사랑방 얘기수준인 작품이 많습니다. 그런 작품이 말 대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니 독자들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작품 골라보기가 쉽겠습니까. 소설가로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작품을 마구 마구 써내면서도 스스로를 다작을 한다며 자부심조차 느끼는 경우도 있더군요.표현의 자유가 있고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이니만큼 이해는 되지만 그러고도 소설가를 자처하는 건 일종의 문화공해라고 봅니다.
MC: 남한의 문학작품들을 읽으실 때 이해가 어려운 어휘(단어) 또는 표현방법이 있었나요?
도명 학: 시에서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형상할 때 사용하는 상징적 표현들이 낯섭니다. 예컨대 고령의 노인이 황혼이 깃든 시골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때입니다. "뒤에서 앞에서 옆에서 산들이 어슬렁어슬렁, 노인을 먹으러 그 커다란 입을 벌려 소리 없이 빨아들여, 하늘은 이글이글 불고기판을 챙겨오고" 생의 마지막을 사는 노인의 삶과 처지와 사후세계 같은 것을 표현한 시어라고 볼 수 있는데, 제가 지금 이렇게나마 알아듣는 표현이지만 남한에 처음 왔을 땐 무슨 도깨비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설 등 산문에서도 낯선 표현들이 있습니다만 그건 내용과 문장의 맥락을 통해 "아 대충 이런 말인가보다"하고 넘어갑니다. 자꾸 반복되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구요.
MC: 그렇군요. 남한에서는 한자어나 외래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영어 사용이 많은 작금의 상황에서 이를 북한 출신 작가의 입장에서 볼때 어떻게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도명학; 예, 외래어 사용이 엄청납니다. 저도 이젠 외래어를 제법 사용하긴 하는데 가급적이면 자제합니다. 그런데 저도 몰래 외래어가 툭 튀어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문득문득 이렇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 내가 북에 그냥 있다면 이런 경우 어떤 단어를사용했을까. 그러면 답이 나옵니다. 외래어를 쓰지 않고도 분명 한국어로 표현했을 거라고,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내가 외래어를 썼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환경지배를 받는 사회적 존재고 보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제가 그렇게 되길 원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MC: 남한이 이렇게 된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도명학: 저는 개인적으로 남한에서 외래어 사용이 일상화 된 것은 한국이 일찍부터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와 일찍부터 왕래도 많이 하고 유학도 가고, 해외취업, 해외투자, 어학연수, 관광을하는 등 문호가 개방되고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진데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다보니 영어로 된 전문용어, 기술용어, 지어 생활용어, 생필품 명까지도 날 것으로 그냥 들어와 변형돼 숱한 외래어가 확산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좋지 않은 이유로 확산되는 점도 있다고 봅니다. 그건 바로 조선 사람이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사대근성입니다. 조선이 하도 가난하고 낙후하고 문맹자가 많으니까 그 속에서 어쩌다 몇몇 잘 난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외국문물을 먹고 들어오면 괜히 우쭐해지고 외래어를 사용하여 유식을 뽐내며 아주 고명한 척, 잘난 척을 했죠. 또 배우지 못하거나 덜 배운 사람들은 그걸 부러워하고 시기도 하겠지만 정작 낯선 곳에 가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자기도 외래어 한두개쯤 사용하면서 잘난 척을 했습니다. 그 습성이 남아있어 외래어가 더 빨리 확산되고 남발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한국도 엄청난 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원래 습성이란 단시간에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죠.
MC: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겪는 어려움 중에 외래어 사용 문제도 상당히 크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도명학: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남한사회의 외래어 사용문제가 탈북민들에게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 외래어에 당황하고 어려움을 겪지만 좀 있으면 외래어 한두 개 씩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재밌는 것은 정확한 의미도 모르면서 아무데나 사용할 때가 있고, 또 뒤늦게 한국에 갓 들어온 신규탈북자들을 만나면 굳이 외래어를 섞어가면서 말을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탈북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잘 난 척 하는 거죠. 북한에서도 외래어 용도가 마찬가집니다. 과학기술용어 외에 생활용어는 대개 잘난척을 하느라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영어 외래어보다 일본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에서 나온 외래어들입니다. 구 소련시절 북한에서 소련에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일부러 폼 잡느라 조선말로 할 수 있는 단어도 러시아말로 하는 현상이 많았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높이 봐줄 것 같고, 그런데 실지로 저도 청년시절 그런 사람들이 높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MC: 북한 당국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도명학: 북한당국은 일찍부터 이런 현상을 많이 지적하면서 외래어 사용을 억제했습니다. 사대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교양도 하고 선전선동도 하고 그런 것을 내용으로 한 예술작품도 만들고 했습니다. 하도 그랬기에 남한보다 외래어 사용이 적어진 것이지북한사람이나 남한사람이나 다 같은 조선 사람들인데 환경이 같았다면 같고 같을 것입니다. 아마 통일이 되면 북한사람들이 외래어를 남발하는 남한사람들을 비난하면서도 슬금슬금 따라할 게 뻔합니다. 외래어 남발은 국가가 나서 물리적으로 억제하고 제도적으로 장치를 만드는 등을 하지 않는 한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다면 독재정권이라고 들고 일어날지 모르죠.
MC: 그렇다면, 남북한 언어 통일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남북한 언어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도명학: 저는 언어통일이란 용어자체가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한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남북한 언어가 상당한 정도로 이질화 된 것처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솔직히 제가 보고 느낀바가 있는데, 일부러 이질감을 크게 부각시켜 뭔가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금전이든 명예든 연구용역이든.... 그들에겐 북한을 완전 이상한 세상으로 색칠을 해서 남한사람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고소통도 되지 않는 외계인들 세계로 만들어놔야 밥그릇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남북한이 한때 시작하다 중단상태인 "겨레말큰사전"편찬 사업도 저는 그렇게까지 막대한 자금을 퍼부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저도 만들 수 있습니다.
MC: 그럼 저희가 생각하는것처럼 남북한의 언어가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도명학: 그렇습니다. 북한의 조선어대사전과 한국대사전을 앞에 놓고 넘겨보면 99%이상 동일한 것을 금방 알수 있습니다. 다른 건 1%도 안 됩니다. 다만 북한에서 외래어 사용을 막을 목적으로 외래어나 한자말을 조선말로 만드는 말다듬기라는 것을 하면서 생긴 단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말다듬기를 통해 만들어진 단어들이 북에서 실지론 80가량 죽은 언어나 같습니다. 사람들이처음에 좀 사용하다가는 다 버리고 그냥 외래어를씁니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라고 고친지 오랜데 처음에 평양사람들부터 모범을 보이라고 해서 얼음보숭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니 평양양반님들이 쓰는 말이 멋있어보여 지방에서도 쓰기 시작했고 매점 간판도 "얼음보숭이"로 붙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굳어질 줄 알았는데 반대로 지금은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하지 얼음보숭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어색합니다. 매점 간판도 당국에서 지시한 적도 없는데 저절로 알아서 "아이스크림"이라고 싹다 바꿔달았습니다. 그러니 남북한 언어통일이란 말 자체가 적절한 것 같지 않고, 그래도 뭔가 해야만 한다면 남북한 언어재확인이라고 해서 민족동질성확인에 초점을 두면 될 것입니다. 다른 걸 찾아내는 데 초점을 두면 지어냅니다. 왜냐. 암만 찾아봐도 다른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과제 수행하느라 지어냅니다. 함경도 어느 시골노인들이나 사용하는 사투리와 서울표준어를 남북한 언어비교라고 제목을 달아놓고 남북한 언어가 이렇게 다르고 이질화 되었습니다 하는 건 국민통일의식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MC: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남북한이 문학의 표현에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도명학: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동결상태고 또 회담이나 뭘 한다고 해도 불확실성이 늘 존재하는 관계니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남북한 작가 학자들 몇몇이 왔다갔다하다 무슨 선언문 같은 것이나 공표하고 마는 것이전부일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어느 정도 세월까지가 장기적인가 하는 건데, 북한이 개혁개방되고 남북관계가 완전히 풀린다면 할일이 엄청 많아지겠죠. 남북한 문단이 함께 섞여 돌아가고 세미나도 하고 책도 같이 만들고, 해외연수도 함께 다니고 문화관광도 하는 등 미처 다 하지 못해 아이디어가 남아돌아갈 것입니다.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되긴 되리라 믿습니다.
MC: 네 선생님, 오늘도 말씀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네,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하는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