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박경리, 남편의 납북 슬픔 딛고 ‘토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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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과 북한의 문학세계를 들여다 보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남한의 문학관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 나오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은 어떤 작가의 문학관을 가 볼까요?

도명학: 네, 오늘은 박경리 문학관을 준비했습니다.

MC:박경리 작가라고 하면 남한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소설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박경리 작가는 북한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요?

도명학: 특별한 인연은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황해도 연안에서 한동안 지내긴 했으나 6.25 전쟁 전 일이고 그때는 황해도 연안이 38선 이남 경기도에 속해 있었습니다. 휴전 후 북한에 속하게 됐고 현재는 황해남도 연안군으로 북한에서는 원래 남한에 속했다가 6.25 때 중공군에 점령 되어 북한이 된 38선 이남 지역 개성, 연안, 청단, 배천, 옹진 등을 신해방지구라고 합니다. 다만 남편이 6.25 전쟁 때 납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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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의 일본어판. /연합

MC: 먼저 박경리 작가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박경리 작가는 1926년 12월 2일에 태어나 2008년 5월 5일 작고한 한국문학의 거대한 산봉우리 같은 걸출한 소설가입니다. 본명은 박금이고.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대하소설 "토지" 외에도 "김약국의 딸들", "불신 시대" 등 많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박경리 작가가 태어난 곳은 경상남도 통영군 통영읍, 현재의 통영시고, 1945년 진주공립고등여학교를 졸업한 뒤 남편 김행도와 1946년 결혼하고, 1950년 서울가정보육사범학교 가정과, 현재의 세종대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같은 해 황해도 연안여자중학교에 근무하였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남편 김행도는 좌익에 연루 돼 서대문 형무소로 끌려간 뒤 납북되었습니다. 박경리 작가는 19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과 1956년 단편 〈흑흑백백〉이 현대문학에 발표되면서 작가로서의 본격적인 삶을 시작해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2007년 7월 말 폐암이 발견됐으나 고령의 나이를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세가 악화되어, 2008년 4월 4일 뇌졸중 증세까지 나타나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2008년 5월 5일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사망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였습니다.

가족은 김행도와 결혼하여 낳은 딸 김영주와 아들 김철수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아들 김철수는 어린 나이에 사고로 죽고. 딸 김영주는 강원도 원주시 토지문화관 관장으로 일하다 2019년 9월 사망했습니다.

MC: 시인 김지하와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관계인가요?

도명학: 시인 김지하는 1973년 박경리 작가의 딸 김영주와 결혼한 사위입니다. 김지하 시인은 장모를 스승으로 존경했고, 아내를 평생의 은인으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반독재 민주화에 몸을 던지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하는 시로 유명해진 사위 때문에 겪은 고충도 많았다고 합니다. 김지하 시인이 감옥살이에서 풀려나 석방되는 날 박경리 작가가 마중을 갔었는데 김지하는 장모가 아니라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는 일화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는 장모와 사위의 가치관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훗날 김지하 시인이 장모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고장들이 지리산 빨치산 등 좌익 세력이 많이 활동하던 지역이어서 혹시 장모가 공산주의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장모 박경리는 공산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MC: 강원도 원주에 '박경리 문학공원'이라는 공간이 있다는데 어떤 곳인가요?

도명학: 박경리 작가는 세 개의 문학관을 가진 작가로도 특이한데, 강원도 원주시에 토지문화관과 박경리 문학공원이 있습니다. 헷갈리기 쉬운데, 박경리 문학공원을 토지문학공원으로 부르기도 하고 소재한 곳은 원주시 단구동입니다.

박경리문학공원은 박경리문학공원은 작가 박경리의 소설 혼이 담긴 공간이며, 소설 『토지』의 산실입니다. 박경리 작가는 통영에서 출생하였으나 원주에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원주'를 '근원이 되는 땅'이라 여기고 그 근원의 땅에 터를 잡고 많은 집필활동을 하였습니다.

특히 생의 결핍과 고통, 고독을 작품 속에 녹여내어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승화시킨 소설 『토지』 중 4, 5부를 완성한 곳이기에 더 의미있는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박경리문학공원은 1999년 5월 완성 후 '토지문학공원'으로 불리다가 토지문화관과 명칭이 유사하여 관광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박경리 문학공원' 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작가가 손수 가꾸던 텃밭과 옛집, 정원, 집필실 등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였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평사리 마당, 홍이 동산, 용두레 벌을 테마로 꾸며놓았습니다.

또 2010년 박경리문학공원 내 개관한 박경리 문학의집은 국내 유명 건축가가 설계하고 디자이너가 공을 들인 공간으로 2층에는 생전의 작가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과 유품이, 3층에는 소설 “토지』”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고 각종 문학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학공원 내 북카페는 원주시민과 관광객이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연간 1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원주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반면 토지문화관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570번지에 있는 문화시설로 1999년 개관한 곳입니다. 토지문화관은 박경리 작가가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 하던 곳으로 현재는 토지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학관 안에는 박경리 뮤지엄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민을 위한 문학 강좌와 유망작가를 위한 집필실 대여도 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박경리 문학관이 있습니다. 박경리 문학관은 박경리 작가의 업적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해 지상 1층 한옥식 목조 건물로 2016년 5월 4일 개관하였습니다. 문학관에는 작가가 평소 사용했거나 아끼던 유품 41점과 각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 “토지” 전질, 초상화, 영상물, “토지 속 인물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문학관 마당에는 박경리 작가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박경리 작가가 출생한 경상남도 통영시에는 박경리 기념관이 있습니다. 박경리기념관은 통영 출신의 소설가 박경리 작가를 기념하고, 작품에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한 고향 통영을 소개함으로써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2010년 건립됐습니다.

전시관 내에는 쪽진 머리와 수수한 한복 차림의 젊은 시절 모습과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결혼한 당시 모습, 6.25 전쟁 때 남편이 납북된 후 딸과 함께 살았던 시절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 박경리 작가가 살아온 시간들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또, 대표작인 “토지” 친필 원고와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작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실, 집필한 책과 작품에 관한 논문 등을 모아놓은 자료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념관이 있는 박경리 공원에는 박경리 선생 묘소와 육각정 등이 있어 예술을 향유하고, 자연을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습니다.

MC: 소설가 박경리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토지'인데요. 박경리 작가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집필한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대하소설 "토지"는 박경리 작가의 필생의 역작으로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1994년에야 완성된 집필에 25년이 걸린 소설로, 방대한 양입니다. 총 5부 25편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도 책 1권에 약 400페이지 분량이 담겨 있습니다. 설정에서 헷갈리지 않은 것이 대단한 데다 그 길이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청소년용으로 12권짜리, 만화로 각색한 토지 등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토지”의 지리적 배경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 일가와 이용 일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모두 5부 16권의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1894년 평사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최참판 일가의 몰락을 그리고 있으며, 2부에서는 배경을 만주 용정으로 옮겨 최서희의 치부와 조준구에 대한 복수, 그리고 최서희와 두 아들을 비롯한 평사리 사람들의 귀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배경이 넓어져 만주와 일본 동경, 서울과 진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4부에서는 김길상의 출옥과 탱화의 완성, 봉순이의 죽음, 그리고 오가다 지로와 유인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으며, 2세대인 이 용의 아들 이홍과, 최서희와 김길상의 두 아들 최환국과 최윤국이 이야기의 전면에 서서히 등장합니다. 5부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와중에 겪는 조선인들의 고난과 소망을 형상하고 있으며, 주요 사건은 이상현과 기화의 딸 이양현과 최윤국, 그리고 송관수의 아들 송영광의 삼각관계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을 들은 이양현이 최서희에게 달려와 그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MC: 박경리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김약국의 딸들'이 있는데, 여성의 인권와 남녀평등을 다룬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의 북한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는 평가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을 강조하는 데서는 남녀평등을 말하지만 실지 생활 세태는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MC: 북한에도 이 '토지'같은 장편의 대하소설이 있나요?

도명학: 김일성을 주인공으로 형상한 총서 "불멸의 역사", 김정일을 주인공으로 한 총서 "불멸의 향도" 외에 특정인물을 중심으로 쓴 대하소설이 있었던지 아리송합니다. 이기영이 해방 전에 시작하고 광복된 후에 월북하여 북한에서 완성한 "두만강"이 있고, 머슴을 주인공으로 해방 전부터 해방 후까지의 농촌의 변천사를 그린 "땅"이라는 소설 외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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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박경리 동상 제막 지난 2018년 6월 20일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러시아 상트페테르국립대 현대조각정원에서 열린 박경리 작가 동상 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동상 제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웅/YNA)

MC: 박경리 작가가 대한민국의 대표 소설가의 한 명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박경리 작가는 함부로 엄두를 내지 못할 방대한 분량의 대 장편소설 "토지"를 훌륭하게 창작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필력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작품세계는 인간 생활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고뇌와 소망과 휴머니즘적 지향성, 등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으로 하여 한국문학의 거대한 봉우리로 인정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탁월한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남한에서 문학관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던 문학관 시리즈. 오늘은 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네, 수고하셨습니다.

MC: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