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한국의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은 어떤 걸 소개해 주실 건가요?
도명학: 예, 오늘은 "통일열차"라는 노래를 가지고 얘기할까 합니다.
MC:노래 가사도 충분히 문학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말씀을 예전에 해주셨는데요. 특히 제목에 '통일'이란 말이 들어가 있는걸 보면 더 의미가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 나오는 '통일열차'라는 건 어떤 건가요? 실제로 있는 건가요?
도명학: 통일 열차란 명칭을 가진 열차는 없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거죠. 휴전선에 가로 막혀 분단된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 열차가 남북을 오가는 상상은 즐거운 상상이고 민족구성원 모두의 꿈이 아닐 수 없죠. 북한에도 "통일열차 달린다"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전기기관차에도 “조국통일호”라고 써붙인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통일열차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기관차 차종 명칭이 “붉은기호”인데 거기에 별칭을 덧붙였을 뿐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남한에도 통일열차에 대한 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있긴 있네요. 공교롭게도 불과 며칠 전에야 접한 것이 좀 아쉽네요. 들어보니 참 좋던데 말이죠. 가사도 그렇고 곡도 그렇고 중저음의 남성 가수 박진도의 음성도 좋구요. 북한에서 부르는 노래 “통일열차 달린다”에 비해 훨씬 더 통일에 대한 갈망을 절절하게 느끼게 하더군요.
MC: 검색해 보니까 이 노래를 부른 가수 박진도가 '통일열차' 의 가사를 직접 썼네요. 1963년생이고 권투선수를 거쳐 가수가 됐는데 말이죠. 남북문제라든가 이산가족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도명학= 네, 저도 가수가 혹시 실향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그럼에도 꼭 실향민이 직접 쓴 것처럼 가사를 절절하게 잘 썼네요. 아마 실향민들과 무슨 깊은 인연이 있어서 이런 가사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탈북민들 입장에도 정말 심금을 울리는 노래입니다.
MC: 그럼 일단 노래부터 먼저 들어 보시겠습니다.
바람불고 꽃이 피면 기차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넘어 고향에 가고싶네
부모형제 보고싶어 정든 내고향에
모진세월 그리운 얼굴들
반백년이 지나버렸네
살아계실까 옛모습 그대로 일까
한맺힌 휴전선아
어서가자 내고향으로
어서가자 통일열차야
바람불고 꽃이 피면 기차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넘어 고향에 가고싶네
부모형제 보고싶어 꽃분이도 보고 싶어
모진세월 그리운 얼굴들
반백년이 지나버렸네
살아계실까 옛모습 그대로 일까
한맺힌 휴전선아
어서가자 내고향으로
어서가자 통일열차야
어서가자 내고향으로
어서가자 통일열차야
(출처: 유투브채널 ‘박진도-주제’)
MC: 듣고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통일열차라는 열차가 실제로 있다기보다는 고향에 가고 싶은 실향민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 노래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려지고 있는 건가요?
도명학: 글쎄요. 이 노래가 2016년에 나왔더라구요. 그동안 이 노래가 북한에 유입됐는지는 들은 바 없어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들어 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죠.
MC: 선생님께서는 이 노래의 가사를 어떻게 보십니까? 무엇을 표현하려고 한 걸까요?
도명학: 휴전선 때문에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의 애환을 토로한 노래입니다. 통일이 돼야 고향에 갈 수 있으니까 그 마음을 통일열차라는 상징적인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거죠. 여기에 통일에 대한 그 어떤 이념이나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표출된 것이 없네요.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한 내용이라고 보여집니다.
MC: 한국전쟁이 멈춘지도 오래됐고 실향민 1세대들은 이제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남한의 실향민들에게 이 노래는 어떤 의미를,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까요?
도명학: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 받겠죠. 한편으론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생전에 통일을 끝내 보지 못하고 생을 마치면 어쩌나 싶어 더 가슴이 미어질 수도 있죠. 무려 70여년을 그렇게 고향 갈 날을 고대했는데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MC: 그런가 하면, 남한에 있는 탈북민 또는 북한에 있는 실향민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합니다.
도명학: 최근엔 남한에 온지 오래지 않은 탈북민들조차 혹시라도 생전에 통일이 안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정도입니다. 저도 북한을 떠날 때 한 10년 안에는 통일이 돼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17년째 잡혔습니다. 이러다간 금방 20년이 되고 30년이 지나겠구나 생각하면,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북한에 있는 남한출신 실향민들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같습니다. 그러니 남한 노래 “통일열차”를 듣게 되면 남한에 있는 실향민들과 똑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제가 북에 살 때 남반부 출신이라고 부르는 실향민들 몇 분을 알고 지냈는데 한결같이 고향 갈 날을 그리워 했습니다. 6.15공동선언이 발표 된 날에도 남한출신 어르신 한분은 당장 고향에 가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 술 마시고 춤까지 추더군요. 아마 이제는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참 통탄할 일입니다.
MC: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예전처럼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강한가요? 왜 그런가요?
도명학: 북한에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 있으면 솔직하게 손들어보라고 하면 몇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장담컨대 0.0001%도 안될 것 같습니다. 통일에 대한 열망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겠죠. 아마 연방제통일에 찬성하는 사람이 제일 많을 것 같고, 내색은 안하지만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바라는 사람도 은근히 많습니다. 남침전쟁이나 혁명에 의한 적화통일을 찬성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아무튼 북한주민들 전부가 통일을 바라는 이유는 어떤 통일인가에 관계없이 통일이 돼야만 잘 살 수 있고, 민족의 자주권도 튼튼히 담보될 수 있고, 분단으로 인해 제한되는 자유도 확대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북한 사람들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소련이나 중국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 인민들은 북한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은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이 다 국토분단에 있고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쟁을 해서라도 미군을 내쫓고 남조선을 해방하고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세뇌 교육을 받았으니 이상할 것도 없죠.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은 그런 세뇌교육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으로선 상당히 두려운 변화가 생긴 거죠. 한류가 북한에 유입돼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런 변화를 보여주죠. 소수의 특권층 생각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될 경우 기득권을 잃을것이 두려워 반대하겠지만 일반 주민들은 사실 흡수통일이든 연방제통일이든 무력통일이든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랬던 저랬던 통일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MC: 남한의 경우는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이 예전 같지 않아 보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그건 남한이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해 잘살게 되고 자유가 보장된 생활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통일이 되지 않아도 당장 살아가는데 별 지장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말도 자유롭게 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고, 돈도 노력하는 만큼 벌수 있고, 해외여행도 제한없이 다니는데 통일이 당장 눈앞의 쌀이나 채소처럼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겠죠. 거기다 암만 통일을 외쳐봐야 되지도 않으니 피로감도 느낄 거고, 한마디로 식상할 것입니다. 통일이란 말만 들어도 흥분하는 국민 정서가 마련돼야 통일이 앞당겨지겠는데 정치인들부터 통일문제는 뒷전이고 오히려 그것을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있는 아젠다 중 하나로 이용하다 보니 통일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북한주민들이 통일을 원해야 통일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죠. 북한주민들이 원하지 않아 통일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한이 통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MC: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명학: 통일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남한이 준비돼야 합니다. 경제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통일문제를 국정의 첫 자리에 놓고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야죠. 사실 남한이 의지만 있으면 북한주민 의식변화를 단기간에 도모할 수 있고 북한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봅니다. 통일에 힘을 쓰지 않으니 그걸 알고 북한정권이 함부로 대하는 겁니다.
동시에 통일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외교로 한반도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는 미중러일 등 주변국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현 분단체제 유지보다 한반도통일이 오히려 더 주변국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해내지 못하면 통일이 어렵습니다. 설사 북한이 스스로 붕괴된다 해도 주변국 설득에 실패하면 오히려 주변국들이 분단유지를 위해 각자 알아서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죠. 무엇보다 혈맹인 미국을 특별히 잘 설득해야 합니다. 미국이 한반도통일에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나서면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는 일은 순조롭게 될 것입니다. 독일통일 사례를 봐도 미국이 소련을 설득하는데 성공하니까 독일통일을 극구 반대하던 유럽 국가들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습니까. 한반도통일도 그렇게 될 때 성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통일열차'라는게 정말 가능할까요?
도명학: 통일이 되면 당연히 부산을 떠난 열차가 신의주, 청진까지 다닐 것인데 그거면 통일열차 아니겠습니까. 아니 단순히 한반도 남북을 오가는 통일열차가 아니라 극동 한반도에서 출발해 서유럽 대서양국가들까지 연결하는 세계최대 대륙힁단열차도 가능하죠.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MC: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이 노래 가사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평을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두고두고 외워서 부르고 싶을만큼 통일에 대해 이렇게 절절하게 그리는 노래는 처음입니다. 가사를 보면 남과 북에서 다 불러도 정치색이 띠지 않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가사를 참 잘 썼습니다. 곡이 없이 가사만 읽어도 느낌이 팍팍 와닿습니다. 또 가사가 복잡하지 않아 기억하기도 쉽고, 어려운 용어도 없어 통속적입니다. 이런 유형의 통일 노래가 더 많이 만들어져 북한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MC: 네,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한의 대중가요 '통일열차'를 듣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