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에게 감동을, 그리고 사색을 안겨주는 문학작품을 찾아 떠나는 '남북한 문학기행', 탈북자 출신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의 특징을 알아보고, 문학작품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1부
MC: 먼저 북한문학의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도명학: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에서 작가 생활을 하셨는데요.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보니 그곳에 살 때는 몰랐는데 새롭게 보인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한문학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도명학: 네, 북한문학이 세계인들에게 생소할 것입니다. 그 중에도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북한문학을 접하기 가장 어렵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상인데 남북이 대결구도로 70 년 넘게 살아왔으니 당연한 현상이죠. 북한문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북한노동당, 특히 최고지도자를 위한 선전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MC: 북한주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도명학: 왜 그런 것인지, 북한문단 구조상 특징을 잠간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관상 북한 문학단체는 두 갈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조선작가동맹'과 '조선영화문학창작사'입니다.
MC: 남한에는 여러 문단이나 신인을 배출하는 대회가 있어서 그런 모임을 통해 단체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조직에 몸담고 글을 쓰진 않거든요. 이 점은 다른 것 같습니다. 조선작가 동맹은 들어봤는데요. 조선영화문학창작사는 말그대로 영화 시나리오를 전문 다루는 곳인가요?
도명학: 네, 여기서 '조선영화문학창작사'는 김정일 시대에 영화에서 시나리오 역할이 특별히 강조되면서 시 나리오작가들만의 별도 조직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문단의 주도권은 '조선작가동맹'이 가지고 있기에 사실상 북한에는 '조선작가동맹'이 유일한 문인단체나 같습니다.
또한 ‘조선작가동맹’은 성격상 조선노동당의 문예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기에 한국이나 미국 등 자유진영 국가 내 문인단체들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정치조직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작가 들에게는 소설분과, 시분과, 희곡분과, 아동문학분과, 평론분과 등에서 자신이 속한 분과는 조 선노동당이 맡겨준 혁명초소가 됩니다. 군인이 상부 명령지시 없이 초소를 마음대로 옮길 수 없듯 분과이동이나 지부이동이 마냥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도 보면 시인이었지만 시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을 품은 지 오래면서도 단 한번도 소설을 써보지 못했습니다.
MC: 북한에서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무슨 의미인지요?
도명학: 예컨대 시인이 소설가로 돌고자 하면 당이 맡겨준 혁명초소에 충실하지 못한, 마치 변절자라 도 되는 듯 여겨지고 시분과에 밉보이는 동시에 소설분과도 반기지 않거니와 주견 없는 사람이 이제 와서 소설을 쓴들 얼마나 잘 쓰겠나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물론 시를 쓰던 작가가 소설에서 생각 외로 두각을 나타내 성과 작을 쏟아낸다면 잘된 선택을 했다고 박수는 칩니다. 반대로 성과가 없으면 이쪽저쪽 다 신임을 잃고 원치 않은 고독을 만 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을 놓고 볼 때 북한에서 작가란 펜대를 총대삼아 잡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의 문필 전사라고 합니다. 또 작품은 전투 성과물이라고 할지. 가끔 작가들이 한 장소에 모여 집단숙식을 하며 집중창작을 하게 되는 경우도 그것을 '창작전투'에 진입했다고 명명합니다.
2부.
MC: 이번에는 도명학 선생님이 고르신 문학작품을 감상해 보는 순서입니다. 선생님, 오늘은 어떤 작품 을 갖고 오셨나요?
도명학: 네, 오늘은 첫 시간이니만큼 북한작품 하면 어차피 북한문학을 대표하는 메인작품이 라고 할 수 있는 소설총서 "불멸의 역사"나 "불멸의 향도"를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MC: 이 작품의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도명학: 이 작품은 총서형식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얘기하자면 발자크의 소설총서 "인간희극"을 떠 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인간희극"은 "고리오영감", "외제니그랑데"를 비롯한 90편의 작품을 하나의 주제 틀에서 창작한 것을 묶어낸 거잖아요. 총서 "불멸의 역사"나 "불멸의 향도"가 그런 형식을 취했는데 다만 주제와 소재 면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일대기 형식의 장편소설들입 니다.
MC: 저에겐 좀 어렵게 들리는데요. 좀 더 쉽게 풀어서 말씀해 주시죠.
도명학: "만경대", "배움의 천리길", "닻은 올랐다", "혁명의 여명"등 꽤 많은 장편들이 있는데 "불멸의 총서"는 김일성을 형상한 작품들이고 '불멸의 향도'는 김정일을 형상한 작품들입니다. 북한이 지금 3대세습 정권이니까 앞으로 김정은을 형상한 총서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글쎄요. 이미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MC: 이런 작품을 쓴 저자는 누구인지 알려져 있나요?
도명학: 이 작품들을 쓴 작가는 일부만 알려져 있습니다. 이 총서들은 처음에 작가이름이 표기되지 않 고 집체작이라고만 해서 나왔습니다. 그러다 아마 1990년대부터 개별 작가이름이 표기되는 것 으로 바뀌었습니다. 조선작가동맹 특수기구인 동시에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직속인 "4.15문 학창작단" 소속 작가들이죠. "4.15문학창작단"은 석윤기, 백보흠 등 가장 실력 있는 소수의 소설가들로 된 조직인데 온전히 김일성, 김정일을 직접 주인공으로 다루는 것으로 역할이 특 화되어 있습니다. 명칭에 들어간 4.15가 김일성 생일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만 봐도 무엇을 하 는 조직인지 짐작할 수 있죠.
MC:작품의 주요 내용도 설명해 주시죠.
도명학: 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작품들의 내용은 김일성, 김정일 일대기를 따라가며 쓰여졌습니 다. 그렇지만 소설인지라 평전과는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불멸의 역사" 속 소설 내용은 김일성의 유년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를 내용으로 합니다. 예를 들면 학령 전 유년기를 형상 한 작품제목이 "만경대"고 공산주의 사상을 처음 접하고 혁명을 시작한 시기를 형상한 작품 제목은 "닻은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사망할 당시 행보를 담은 작품 제목은 "영생"입니다. 다 이런 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물론 총서의 모든 작품들이 역사적 진실과 거리가 먼 허구로 북한주민들을 사실인양 착각하게 만드는 내용들입니다. 이것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 어"가 나온 후에 보니 거기에 담긴 내용과 비교해도 참 어처구니 없을 만큼 큰 괴리가 있더군 요. 회고록 자체도 부풀린 측면이 많은 허구 투성이인데 그보다 더 허구를 동원한 것이 "불멸 의 역사"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MC: 그렇다면,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총서 "불멸의 역사"와 '불멸의 향도'는 북한주민들을 수령우상화로 세뇌시키는데 엄청난 몫을 했습니다. 이 작품들을 혹시 읽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허황되고 거짓된 우상에 속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한 정신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외부정보와 역 사의 진실을 접할 수 없는 북한주민들 대부분이 그 내용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 더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대한 외부정보유입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 각합니다.
MC: 남북한의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북한의 문학세계를 살펴 봤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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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이번에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한 주동안 한국의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한국국민들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감성을 갖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먼저 소설부문 책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가 1뤼를 차지했고,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과 '제13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습니다. 이어서 장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4위, 그리고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즉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인 '작별인사'는 작가인 김영하가 씨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 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습니다. 유명한 IT, 즉 정보통신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웁니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자인 김영하 씨는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김 씨는 한 번도 자신이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상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을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해외 각국에서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이번에는 시와 수필 부문입니다.
이 부문에서 1위는 전승환 작가의 수필집 '나에게 고맙다'가 차지했고 2위와 3위는 각각 박찬위 작가의 '나는 당신이 행복해쓰면 좋겠습니다'와 탁재형의 오르막길'이 차지했습니다. 4위와 5위에는각각 조구만 스튜디오의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와 명업식 작가의 '길 위에서 쓰는 편지'가 올랐습니다. 베스트셀러 시와 수필 부문에서는 대부분 수필책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위를 차지한 전승환 씨의 수필집 '나에게 고맙다'는 2016년 출간 이후 30만 부 넘게 판매된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힐링, 그러니까 상처회복용 에세이 《나에게 고맙다》가 7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된 겁니다. 200만 독자가 사랑하는 책큐레이션 플랫폼, ‘책 읽어주는 남자’의 편집장 전승환 작가의 데뷔작인 《나에게 고맙다》는 출간 즉시 그해 교보문고 등 전국의 서점에서 팔리기 시작했으며, 예스24, 인터파크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도 했으며, 출간 후 7년 간 에세이 베스트 자리를 지켜온 스테디셀러, 즉 천천히 팔리는책이기도 하다. 전 세대에게 폭넓은 인기를 끌며 일본과 태국 등에 수출되었고, 박효신 등 한국의 유명 연계인처럼 스타가 먼저 찾아 읽고 추천한 에세이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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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문학작품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한국 독자들이 많이 찾은 눈에 띄는 책에는 어떤게 있는지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인문분야에서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가 공동집필한 심리학을 다룬 ‘마음의 법칙’이란 책이 눈에 띕니다. 심리학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아주 다양한 일에 쓰면서도 이 질문만큼은 거의 다루지 않는습니다. 그 어떤 문제보다도 우리에게 절박한 질문임에도 말이죠. 이 책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심리학자 두 사람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만 건의 상담 사례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51가지 문제에 대한 심리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뻔한 조언이 아닌, 실험으로 증명된 심리 법칙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마음의 법칙》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심리학 분야에서 60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심리학은 우리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가르쳐줍니다. 이런 지식은 우리에게 아주 실용적이죠. 이런 마음의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은 결국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수백만 명의 삶에서 찾아낸 마음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심리학자 두 사람답게 저자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낡은 이야기는 빼고, 바로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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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문학세계를 살펴보는 '남북문학기행'을 마칩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참여자: 탈북작가 도명학, 진행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