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한국 작가들은 이렇게 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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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출신 시인이자 소설가이신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의 특징을 알아보고, 문학작품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남북한 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오늘은 탈북 작가가 남한에 와서 접한 한국 문학작품과 작가들의 특징과 느낌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주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도명학: 네, 안녕하세요. 잘 지냈습니다.

1부.

MC: 선생님께서는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의 문학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으셨는지요?

도명학: 네. 언젠가 중국 연변 조선민족출판사에서 발행되는 "연변여성"이라는 잡지 한권을 손에 넣게 된 적 있는데요. 그때 거기에 한국소설 한편이 실려있는 것을 읽은 적 있습니다. 제목이 "이혼상담소"였어요. 내용은 주인공 부부가 이혼상담소라는 것을 개업하고 부부갈등을 빚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는 이야긴데, 이혼이 좋은 점을 역설하여 숱한 가정들을 이혼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나중엔 그렇게 좋은 이혼을 우리도 하자며 먼저 제기하는 아내 때문에 남편이 충격을 받고, 결국 이혼하게 됩니다. 그 외에 북한작가동맹 대내 본, 즉 비공개로 작가들만 보는 "문학참고자료"라는 곳에 남한 문단의 폐해를 비판적으로 소개할 목적으로 작품의 몇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MC: 한국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그것들을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도명학: 네. 솔직히 느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MC: 느낌이 왜 안 좋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도명학: 그때 당시에는 자본주의 현대문학이 변태적이고 기형화되고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쪽으로 나날이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선전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은데다, 겨우 접해본 작품 내용도 그 선전에 반론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읽을 재미 하나는 있었습니다.

MC: 북한에 계실 때 남한문학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도명학: 남한에서는 작가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글을 쓰거나, 아니면 부르주아지들의 이익을 대변해 글을 쓰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제로 그런 글을 쓰거나 검열을 받는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한편 작품 형태와 종류가 훨씬 다양할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MC: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북한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뭔가요?

도명학: 남한에 와서 시와 소설들을 읽어보니 북에서 들었던 선전과는 달랐습니다. 북에서 하는 선전은 극히 일부분에서 나타나는 일탈현상을 가지고 남한문학 전체가 그런 듯이 과장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생활, 인간정서, 자연경관 등을 진솔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이 특정 정당이나 권력자의 정치선전 도구로 쓰여지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혼란을 느낀 것은 시입니다. 주제와 내용은 좋은데 문제는 작시법이라고 할지. 시를 읽으려면 난독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비약이 너무 심하고 표현도 너무 낯설고 문법적으로도너무 맞지 않아 얼핏 읽어서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어떤 암호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영문으로 된 시를 구글번역기로 돌린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물론 알아듣기 쉽게 쓰여진 시들도 많았지만 무슨 상을 받았다고 하는 시들은 대개 그랬습니다. 왜 그런 시들이 상을 받고 높은 평가를 받는 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북한 시는 알아보기 쉽습니다. 다만 주제와 내용이 전부 수령우상화와 체제결속에 함몰되어 있어 독자의 외면을 받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오니 이번에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시를 이해하는 교육을 받지 않고는 알아보기 힘들어 인기가 덜한 것 같습니다.

반면 소설은 정말 좋습니다. 내용도 북한처럼 우상화선전, 체제결속을 노리는 내용이 아닌데 다 다양한 기법으로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게 씁니다. 결과적으로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큰 것이 시이고 소설이 가장 작은 것 같습니다. 한마디 추가해 말씀 드리면 미술작품에서도 그림이 시와 마찬가지로 남북의 차이가 큰 것을 보게 됩니다. 북에는 추상파 그림이 없고 사실주의 그림만 접해봤기 때문에 남한 그림을 이해하기 더 어려울 것입니다.

MC: 그렇다면, 남한의 작가, 그러니까 소설가나 시인을 만나본 적은 있으신가요?

도명학: 남한 작가들을 많이 만나봤고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함께 술도 자주 마시는데 작품 활동에 많이 도움 됩니다. 만나면 북한 문단에 대한 이야기, 통일문학에 대한 이야기 등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요. 또 그분들이 탈북자나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쓸 때는 저에게 자문과 감수를 부탁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저 역시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등 문학단체들에 가입되어 다양한 문학행사들과 총회 등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남한 작가들 대부분이 소탈하고 자유분방하고 인간관계에서 이타적이고 인심이 넉넉한 분들입니다. 저로선 가장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죠.

MC: 북한에 있는 문학작가들에게 한국, 그러니까 남한의 문학창작 환경 같은 것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제가 보기에 북한 작가들은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남한에서는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는지, 작품으로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지 이게 첫 번째로 궁금할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작가들보다 북한작가들이 가장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니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제가 남한작가들 생활을 가만 들여다보니 전업으로 글만 써서 생활하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고, 대개 교사, 공무원, 등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생활비를 벌더군요. 이건 북한에서 현직작가라고 불리는 작가들과 비슷했고요. 전업작가는 북한에서 현역작가라고 불리는 작가들과비슷하더군요. 다만 북한 현역작가는 매일 출퇴근을 하고 월급을 받는데 남한 전업작가는 출퇴근이 필요 없고 월급도 없고 오로지 원고료만 받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또 남한작가는 개인창작실을 두는 것이 가능한데 북한작가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제가 한국의 유명소설가 이문열작가를 여러번 찾아가봤는데 돈을 많이 벌긴 벌었더라구요. 경기도 이천에 살고 계시는데 으리으리한 저택과 작업실은 물론 문인들이 입소하여 몇 개월씩 숙식을 제공받으며 글을 쓸 수 있는 2~3층짜리 큰 건물이 있더군요. 저는 국가에서 지어준 건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글을 써 번 돈으로 지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가가 갑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참말이구나 했어요.

북한작가들이 두 번째로 궁금해 할 점은 작품을 써서 출판사에 어떤 절차를 거쳐 발표하게 되는지, 작가의 인기는 어떤지, 대체로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작가와 출판사가 계약을 맺는 일, 저작권에 관한 점, 판권과 해외출판,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 팬 사인회. 출판기념회, 등등 북한작가들은 이런 걸 경험하지 못해 모릅니다. 그냥 짐작만 할뿐이지 구체적인 것을 알 수 없으니 더 궁금할 수밖에 없겠죠.

MC: 북한에서 활동하다 남한에서 작품 활동 하기란 서로 다른 환경과 여건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도명학: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계 때문에 창작에 몰두하는 시간이 제한적입니다. 남한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면 어느 정도 쌓아둔 경제적 여유가 있겠지만 이 땅에 빈손으로 온 탈북민은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론 돈을 계속 벌어야 합니다. 물론 남한 작가들 중에도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하지 못한 분들이 있습니다만 탈북 작가들은 더 분발해야 할 처지죠. 그래도 북한작가들의 어려운 처지와 환경에 비하면 이만하면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어려운 점은 문단과 출판시장이 과열된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단과 출판계에 연고가 별로 없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긴 해도 여러 고마운 분들이 도와주어 나날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MC: 남한이 드라마나 영화는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남한에서 남한 작가들이 쓴 작품들도 북한주민들이 좋아할까요?

도명학: 당연히 좋아합니다. 한류드라마, 영화, 음악 다 좋아하는데 문학작품을 반기지 않을 리 없죠. 남한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은 이미 많이 접해본 실정이지만 책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용이 어떤가에 앞서 우선은 신기해서라도 책을 손에 넣기만 하면 밤새워 가며 읽겠죠. 또 진솔하기로는 오히려 드라마, 영화보다 더 진솔할 것이기에 더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 단, 사실주의 작품일 경우에 한해서죠. 저의 경험에 의하더라도 판타지소설 같은 건 생소해서 별로 재밌어 할 것 같진 않습니다.

MC: 북한 작가의 눈으로 본 남한 작품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북한 출신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앞으로 남한에서는 어떤 작품을 한번 써 보시고 싶으신지요?

도명학: 네,.지금까지 저의 작품들은 전부 북한 현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 모두 원하면서도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대신한다는 자각으로 씁니다. 또 내가 쓰는 작품으로 인해 남한은 물론 세계인이 북한 사람의 진짜 모습과 생각,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작품을 자칭 "북한현실문학"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한국에는 "탈북문학", "분단문학", "통일문학" 등의 개념들이 이미 있습니다. 저의 작품도 그 테두리 안에 속할 것 입니다. 하지만 제가 쓰는 작품이 남한에 사는 작가의 시점이 아니라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진실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가정 하에 쓰는 것이므로 "북한현실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단정 짓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한을 소재로 한 작품도 써야겠지만 저로선 아직은 북한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차 남과 북을 다 아우를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 싶고, 나아가 글로벌 시대에 부합한 작품도 시도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뉴코리아 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제가 먼저 열어보고 싶은 욕망도 생겼습니다. 늦은 나이에 다소 무리한 꿈을 꾸지 않나 싶긴 하지만 이마저도 저 에겐 큰 행운이 아니겠습니까. 북한 문인들과 주민들에게 바깥세상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고, 무엇이든 꿈꿀 자유 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달자가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MC: 네 오늘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학의 문학, 남한의 작가에 대한 느낌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2부.

이번에는 남한국민들의 정서와 관심을 갖고 있는 문학작품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남한의 독자들이 가장 많이 사서 본 책은 무엇인지, 어떤 작품인지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하시죠.

이번 주에는 인터넷 교보문고가 5월 9일부터 15일까지 자체 조사한 내용을 기초로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며칠 전 청와대에서 나온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부문 구분없이 종합집계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인 문재인의 '문재인의 위로'라는 책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이 책 《문재인의 위로》는 평소 ‘깨어 있는 시민’의 삶을 강조해온 저자, 그러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과 글들을 간추려 뽑아서 사진과 함께 실은 사진에세이, 그러니까 수필집입니다.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어 여러 직책을 맡았다가 내려놓을 때마다 그러했듯, 이제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다시 시민으로 돌아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하려했던 말은 무엇이었는지 살짝 엿보겠습니다.

“나를 이해해 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소신껏 일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미워해 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나는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입니다. 더 자주 대화하고 더 깊이 소통하겠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십여 년 동안 경험해온, 시민 참여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담겨있는듯 합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책 2위도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출판사 더휴먼에서 나온 '대통령 문재인 명연설 100'이란 제목의 이 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5년간의 수많은 연설 가운데 100편을 엄선해서 글로 담아 문재인 정부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그의 정치 철학과 신념을 담고 있다고 출판사측은 밝혔습니다.

최근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 관련 서적이 당분간 인기몰이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행적을 되짚어보고 동시에 새롭게 출한 윤석렬 신임 대통령 체제에 거는 기대감도 독자들 사이에서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문별로 보면, 소설의 경우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가' 계속해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상큼한 표지의 책, 김지혜 작가의 장편소설 '책들의 부엌'이 눈에 띕니다. 이번 주에 베스트셀러 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려온 주인공은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북카페을 차립니다. 북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하죠. 이 북카페를 찾아온 9명이 손님들이 말하는 각자의 사연들.

인터넷 교보문고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들의 부엌》에서는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인물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한 고민을 말한다. 삶에서 휴식이 필요한 순간, 우연히 방문하게 된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그들은 휴식과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충전하며 어느덧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쉬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시간이 한 템포 느리게 흘러가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의 하루는 우리가 바라는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될 것이다. 이곳은 누군가에겐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삶에서 잠깐씩 휘청일 때마다 마음이 쉬어가는 비밀스러운 아지트 공간이다.”

지금까지 남북문학기행이었습니다.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