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잊혀진 전쟁, 한국전쟁”

지난해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은 25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한 부대 장병이 묘역정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은 25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한 부대 장병이 묘역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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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문학기행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아시다시피6월은 지난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달입니다. 6월 한달동안은 탈북자 출신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한국전쟁과 남북한 문학에 관해 이야기 나눕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주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잘 지냈습니다.

MC: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6월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달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6.25 한국전쟁을 두고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남한사람들은 한국전쟁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생각하나요? 어떻습니까?

도명학: 대개 연령대가 높을수록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쟁을 직접 경험했거나 전쟁에 서 부모형제 등이 피해를 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관심이 낮은 층은 전쟁을 영화나 소설, 전해지는 얘기로만 듣고 자란 신세대들입니다. 다만 북한도발에 의한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휴전선지뢰도발 등이 발생하는 경우엔 관심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북한이 영원히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6.25 는 그야말로 역사교과서에서나 읽을 수 있는 잊혀 진 전쟁이 될 것 같아 좀 우려됩니다. 북 한이 변하지 않았는데 전쟁불감증에 사로잡혀 지내다간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죠. 크게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해도 그땐 이미 늦을 수 있죠. 북한이 노리는 것이 그거죠.

MC: .남한에서 한국전쟁 또는 한국전 전쟁영웅에 대한 책을 보신 적이 있나요? 어떠셨습니까?

도명학: 네. 좀 읽었는데 그중 고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내가 돌아서면 나를 쏴라"를 특별히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4성장군인 백선엽장군이 전하는 치열하면서도 고통스러웠던 한 국전쟁 1128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인데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쟁터에서 나타나 는 인간의 솔직한 모습들을 통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승리했으며 어떻게 패배했는지를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는 책이었습니다. 전쟁을 잊지 않으려는 세대, 그리고 전쟁의 참상을 알고자 하는 신세대에게 전쟁의 의미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참 소중한 내용이라고 느꼈습니다. 문학작품도 꽤 있는데 저에게는 시, 소설, 영화 등에서 다룬 전쟁 이야기보다 이런 증언이나 자료적인 글들이 더 생동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북과는 반대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북에는 전쟁물을 취급한 문학작품은 많지만 이런 증언록이나 전쟁에 관한 자료를 서술한 책 은 적습니다. 전쟁에 대해 왜곡하려다보니 지나치게 깊은 자료, 진솔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 올 경우 자칫 거기서 역사를 왜곡한 실마리라도 은연 중 노출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

려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MC: 그렇군요. 조금 전에 역사를 언급하셨는데요. 문학작품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또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문학작품은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이유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기 십상인데 사회주의 문학이 바 로 그거죠. 물론 작가가 본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작품을 창작하는 것을 잘못된 행위라고 비난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문제는 스스로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외압이나 환경에 떠밀려 쓰는 경우라고 봅니다. 저 역시 북한에서 마음 내키지 않는 작품을 썼던 사람으로서 그것이 어떤 고통인지 너무나 잘 압니다.

MC: 특히 그런 영향은 뭐든지 거르지 않고 흡수해 버러는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거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도명학: 문학작품은 독자의 세계관 형성, 특히 청소년들에게 주는 영향이 큽니다. 사회주의 문학이 이점을 중시하고 창작되죠. 어렸을 때부터 머리에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시킴으로서 그들이 체제를 위한 인생을 살아가게끔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국전쟁에 관한 작품도 그런 방향에서 써야 합니다. 혁명전쟁에 목숨 바치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써야 합니다. 그런 작품을 읽고 자라면 전쟁이 그리워지게까지 됩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한때 북한 청소년들이 그랬습니다. 군에 입대해도 제대되기 전에 꼭 전쟁이 일어나길 바랬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야 공을 세우고 적탄이 빗발치는 돌격전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겠는데 전쟁이 끝내 일어나지 않고 군복무가 끝나는 것을 서운하게 여겼습니다. 문학작품의 영향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사회주의 문학 말고도 문학작품이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세계적으로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남북전쟁이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인해 일어났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문학작품의 영향력이 큽니다. 따라서 작가가 작품을 쓰기에 앞서 그것이 독자에게 줄 영향을 심중히 고려하고 쓰는 것이 작가적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MC: 소설이든 시든 문학작품을 집필할 때 독자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을 것같습니다. 전쟁 문학이 대중에게 던지는 의미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도명학: 무엇보다 전쟁의 참상을 진솔하게 전달함으로서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를 느끼도록 써야 한다고 봅니다. 전쟁 상황을 왜곡해 전달하면 전쟁의 참혹함을 가볍게 여기고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지 못하겠죠. 반대로 전쟁이란 말만 들어도 무서워 부들부들 떨게 만들어도 안되겠죠. 전쟁을 바라지는 않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가지도록 해야 평화를 해치려는 세력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MC: 한국전쟁을 소재로 집필한 책들 가운데 남한의 작품들은 북한의 작품과 다르지 않을까 막연한 추측을 해보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셨는지요?

도명학: 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같은 전쟁 같은 전투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 해도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쓰여집니다. 예컨대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작품이라면 남한은 작전이 성공하기까지 등장인물들의 내면, 갈등, 공포, 좌절감, 의지, 각오, 승리에 대한 쾌감 등을 두루 묘사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인천상륙작전에서 패배했음에도 그것을 패배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부 전선부대들이 후퇴할 시간을 얻으라는 최고사령부 명령 수행에 성공한 전투로 묘사합니다. 등장인물들도 저항하다 모두 전사하지만 목숨 바쳐 명령을 수행함으로서 수십만 인민군장병들을 구해냈다는 영예감을 느끼며 숨을 거둡니다. 이런 것을 흔히 혁명적 낙관주의, 혹은 낙천적 비극이라고 표현합니다.

MC: 대중들에게 전쟁을 묘사하고 이해시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명학: 개인적인 생각으론 전쟁작품 창작이 남한과 북한 것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치우친 느낌이 드는 만큼 서로 가운데로 한발 다가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쓴다면 그렇게 쓸 것 같습니다. 전쟁을 너무 나약하게 대하지도, 너무 미화하지도 않도록 쓰는 것이 균형 잡힌 창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겠죠. 우선은 전쟁에 대한 작가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가가 전쟁을 무서워만 하고 나약하고 염전사상에 물젖어 있다면 그런 감정이 짙게 배인 작품이 나올 것이고 작가 자신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를 목숨 바쳐 지켜낼 의지를 가졌다면 그에 따른 결연한 의지의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그런 만큼 펜을 들기에 앞서 작가 자신이 나는 전쟁에 관해 어떤 존재인가 하고 자문 자답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그런 면에서 남한 작품 중 한국전쟁을 가장 잘 그린 것은 어떤게 있을까요?

도명학: 전회에도 말씀 드렸지만 "장마", "산불" 같은 작품이 좋았고, 장편소설로는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최인훈의 "광장"이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한 작품이었습니다. '태백산맥'은 좌편향 된 작품이라는 비난도 일부 있던데 제가 보기엔 그건 한국사회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이념대결 의식이 반영된 이견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좌우 대결로 인한 동족간의 상호피해가 얼마나 참담한 비극었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인훈의 "광장"은 북한출신 월남작가가 쓴 작품이라 그런지 "태백산맥"과는 결이 좀 다르더군요. "태백산맥"이 좌편향 된 작품이라고 비난받는다면 "광장"은 우편향 됐다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MC: 네, 선생님. 이번 주에도 재밌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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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에는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이 남한에 내려와 감명깊게 읽었다는 6.25 한국전쟁 관련 작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소설가 조정래의 명작 ‘태백산맥’입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인 태백산맥은 1983년 9월부터 한국의 월간지 현대문학에 연재되기 시작해 1986년 제1부 3권, 1987년 제2부 2권, 1988년 제3부 2권, 1989년 제4부 3권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주요 배경은 지리산이지만 제목인 '태백산맥'은 한민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좌익세력은 여순사건으로 벌교를 장악했으나 군경에 밀려 산 속으로 퇴각하게 된다. 정하섭은 좌익의 비밀당원으로 밀명을 갖고 벌교에 잠입하게 된다. 그는 외딴 곳에 살고 있는 무당의 딸 소화를 심부름꾼으로 이용하는 가운데 그녀와 사랑을 싹틔운다. 이즈음 염상구의 청년단은 좌익세력을 척살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한편 이승만의 농지개혁이 실패하자 농민들의 불만은 날로 심해간다. 1950년 6.25가 발발한 후, 벌교는 다시 좌익의 수중에 들어가지만 곧 살벌한 살육의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이 과정에서 김범우와 같은 중도적 인물들도 빨치산에 가담하게 된다. 하지만 김범우는 곧 미군에게 붙들려가 통역관 노릇을 하게 되고, 그들의 추악한 행태를 목격한다. 시간이 흐르고 점차 전세는 좌익과 빨치산 세력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어간다. 그들은 무장투쟁을 계속하지만 결국 퇴로가 막히고, 염상진은 부하들과 함께 수류탄으로 자폭한다. 결국 염상진의 ‘인민해방’은 실패로 돌아가지만 살아남은 그의 부하들은 그의 무덤 앞에서 새로운 투지와 결의를 다진다.”

이 책은,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때까지 치열했던 이념 대립과 민중들의 한을 묘사하여, 출판 당시 우파진영으로부터는 좌파에 치우친 작품, 이적물이라고 매도를 당했으나,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지식인들의 대화에서는 모두 표준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대다수 주인공들의 대사에서는 전라도사투리를 사용하고,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그림그리듯이 세밀하게 표현하여 지역 고유의 특색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입니다.

다음에 살펴 볼 책은 1960년 11월에 발표한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입니다. ‘광장’은 소설가 최인훈이 집필한 중편 소설로,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방 직후에서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남북한의 이념 대립과 그 사이에서 파멸해가는 '이명준'이라는 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1960년 4.19 혁명 이후 남북한 통일론에 대한 논의가 자유로워지면서 등장했으며 남북한 이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소설로 꼽힙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보면, “남한의 대학생 이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명준은 결국 연인 윤애를 남겨둔 채 월북한다. 그러나 북한 또한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받는, 각종 집단주의를 위한 광장은 있으나 개인의 '밀실'이 없는 곳이었다.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의 힘으로 전공을 살려 처음에는 노동신문에 들어갔는데, 이러한 면들에 실망하고 일부러 건설 현장으로 나간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벌어지고, 공산군 고위 장교로 참전한 명준은 친구 태식을 고문하고 친구 태식의 아내가 된 옛 연인을 유린한다. 이후 포로가 된 명준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행을 선택하게 된다. 남, 북에 모두 실망한 탓도 있었고, 남한으로 가봐야 빨갱이 취급 받으며 계속해서 괴롭힘 당할 게 뻔하고, 북한으로 가 봐야 남로당계인 아버지는 숙청당할 것이라 명준 자신도 무사할 수 없었다. 명준은 중립국으로 지정된 인도로 향하는 타고르 호에 오른다. 그러나 중립국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할 것을 갈등하던 명준은 마지막 자유의 공간인 푸른 광장으로 뛰어든다.”

MC: 오늘 남북문학기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끝>

진행: 홍알벗, 참여: 도명학 / 에디터: 이진서 / 웹 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