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한국전쟁과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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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문학기행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아시다시피6월은 지난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달입니다. 6월 한달동안은 탈북자 출신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한국전쟁과 남북한 문학에 관해 이야기 나눕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주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잘 지냈습니다.

MC: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6월은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달인데요. 한국전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유엔입니다. 한국전은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유엔에 맞서 싸운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당시 유엔군에 속해 한국을 위해 싸운 여러 나라들은 지금도 한국과 끈끈한 형제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MC: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을 꼽으라고 하면 바로 미국입니다. 이러한 미국은 북한을 국제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묘사한 한국책이나 미국책을 본 적이 있나요?

도명학: 단행본으로 된 책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논문이나 신문과 인터넷에서 오피니언 식으로 쓰인 글은 많이 봤습니다. 다만 북핵문제를 픽션으로 다룬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본적 있습니다만 국제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비교적 의미 깊게 그려낸 것 같았습니다.

MC: 한국전쟁은 남북한만의 전쟁이 아니라 북한은 중국과 소련의 동맹이 그리고 남한은 유엔이 참전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전쟁에 참여한 국가들에 대한 표현도 문학작품에서 서로 달리 묘사됐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도명학: 남한에서는 한국전쟁 참전국들에 대해 사실대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쓴 책들을 볼 수 있는데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은 온통 북한군 위주고 소련,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별로 찾아볼만한 책과 자료가 없습니다. 국가기밀문서를 보관한 곳이나 연구소 등에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책과 자료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유엔군에 참여한 나라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강압에 못이겨 억지로 참전한 고용병에 불과하다고 가르칩니다.

MC: 적대감을 드러내는 강도를 놓고 볼때 남북한 중 어느 쪽 책이 강도가 더 높은가요?

설명 좀 해주시죠.

도명학: 당연히 북한이 더 강도 높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다만 남한도 옛날 반공을 국시로 할 땐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 정도가 강하게 표출되긴 했는데, 내용을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것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컨대 어린이 반공글짓기 경연대회 작품들은 북한사람 전체를 악당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림도 북한사람을 그릴 때 얼굴은 빨갛고 머리에 뿔달린 악당으로 그렸습니다. 북한에선 미군을 그릴 땐 승냥이로 그리고 일본군을 그릴 땐 여우로 그렸습니다. 또 남한 사람을 그릴 때 박정희, 전두환 등은 꼬리가 달리고 입도 개입처럼 그렸지만 보통사람들을 그렇게 그리진 않고 헐벗고 굶주린 불쌍한 사람들로 그렸습니다.

MC: 문학작품이 선동선전물과는 다른 점이 강한 구호 일변도가 아닌 서정성이 있고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는 것에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북한에서 작가는 노동당이 추구하는 문예정책에 따를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이 선전선동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문학이 본도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그들 입장에선 사회주의 문학이 당연히 그래야 옳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적대감을 작품에서 표현해도 선정적이고 편향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에서 사랑과 증오의 계선을 뚜렷이 할 것을 요구하며 모호하게 그리는 것은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합니다.

MC: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남한에서도 북한을 증오하도록 어린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북한과 비교해 볼때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남한은 국가에서 교육지침을 북한에 대해 증오하도록 가르치라고 하진 않습니다. 다만 학교에 따라 선생님에 따라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들에 통일교육을 좀 다녀봤는데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렇더라구요. 북한은 학교에 따라, 선생님에 따라 다르진 않습니다. 무조건 국가 교육방침과 교재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고 선생님이 자기 소신대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남한 학교 선생님들도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남한은 정치범수용소도 없고 사상검토회도 없으니 북한 선생님들과는 처지가 다르죠. 북한은 심하면 정치범수용소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북한에선 어린이들에게 남한 전체에 대해 증오감을 고취하기보다는 남한이 미국의 식민지임을 강조하면서 해방해야 할 대상으로 증오할 대상은 매판자본가, 집권세력, 군부세력, 등에 초점을 맞춥니다.

MC: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전후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의 문학 작품은 잘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북한과 비교를 해주시겠습니까?

도명학: 남한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달라지니까 그 영향 때문에 작품도 시기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이것은 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교육 측면에서 남한작품이 잘하고 있다 못하고 있다를 한마디로 단정짓지 못하겠습니다. 또 저도 저 나름대로의 정치적 성향이 있는 만큼 저의 평가가 잣대가 될 순 없겠죠.

MC: 문학을 통한 사상이나 이념 주입이 얼마나 무서운 건가요? 얼만큼의 효과가 있나요?

도명학: 어떤 작품을 자주 읽고 선호하는 가에 따라 세계관이 영향을 받는 만큼 문학을 통한 사상과 이념 주입이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효과는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거나 강연을 통한 해설보다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고 몰입도가 크기 때문에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재 경험에 의하더라도 북에서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받은 교육보다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받은 영향이 저의 뇌리에 더 깊이 박혔고 청년시절에는 그것이 신념으로 굳어졌습니다. 훗날 한국 라디오를 통해 그것이 잘못된 사상과 이념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억지로 관람시키는 선전영화라 해도 보는 순간만은 저도 몰래 한국방송에서 알게 된 이치를 망각하고 영화 내용에 감동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문학예술의 힘이 그렇게 놀랍더군요.

MC: 남한 사람들은 사상의 주입이나 일방적 주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을 합니다. 그런 것을 알기에 남한 작가들은 독자가 원하는 방향에서, 물론 모두가 그렇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서 글을 쓰게 된다고 보는데요. 북한 작가는 생각이 다르겠죠?

도명학: 남한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이고 북한은 일률적인 사회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생각들이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는 민주주의 사회인 남한에서 작가가 일방적인 사장주입을 하게 되면 성향이 비슷한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가지만 보고 한 가지 사상만 주입받기 때문에 작품이 강한 선동성을 드러내도 작품이란 본래 그런가보다 합니다. 다만 선동성이 너무 강하고 예술성이 떨어지면 재미없어 잘 보진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당국도 작가들에게 사상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높이라고 늘 요구하는데 말이 쉽지 실천하기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MC: 그런 면에서 정치나 외교 쪽에 있어서 문학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명학: 문학이 문학다워야 합니다. 물론 작가들 개개인이 다 나름대로의 정치성향을 가진 존재입니다. 따라서 그 성향이 작품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정세력을 위한 정치외교 수단으로 의도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절실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화두로 던지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작가가 바라는 답은 독자가 작품 속에서 스스로 찾도록 잘 형상하면 되리라 봅니다.

MC: 북한 작가 출신으로서, 글 잘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라고 보십니까?

도명학: 무엇보다 참 인간이 되길 지향해야 합니다. 작가가 양심 있고 사랑이 있고 정의감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니 결점이 없을 순 없지만 그렇더라도 강하게 그렇게 살기를 누구보다 강하게 지향해야죠. 군중심리는 누가 어떤 말을 하는 가보다 누가 말하는 가를 더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기량은 그 다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인간미로 거듭나기 위해, 시대에 민감하고, 더 기발한 착상과 기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글 잘 쓰는 작가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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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난 주에 이어,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이 꼽은, 감동이 가장 컸던남한 영화 중 하나로 ‘웰컴 투 동막골’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전쟁 드라마 영화. 6.25 전쟁을 배경으로 원래는 서로가 적인 국군, 인민군, 연합군들이 만나 화합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여기저기 피식거릴 만한 코미디가 다수 들어있으며, 전쟁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 곳에 모인 그들.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 이곳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한 대. 추락한 전투기 안에는 연합군 병사 스미스가 있었다. 동막골에 살고 있는 여일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 인민군 리수화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온다. 바로 그 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과 문상상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 오게 되면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게 되고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목숨을 걸고 사수하고 싶었던 그 곳, 동막골.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세 사람, 국군, 인민군, 연합군. 총을 본 적도 없는 동막골 사람들 앞에서 수류탄, 총, 철모, 무전기, 이들이 가지고 있던 특수 장비들은 아무런 힘도 못 쓰는 신기한 물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쟁의 긴장은 동막골까지 덮치고 말았다. 동막골에 추락한 미군기가 적군에 의해 폭격됐다고 오인한 국군이 마을을 집중 폭격하기로 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은 한국 전쟁 사상 유례없는 연합 공동 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그러나 이후 폭격 유도가 잘 되지 않아 연합군 전투기와 전투를 벌이게 되고, 두 명이 죽는 격렬한 전투 끝에 적 전투기들을 격추하는데 성공하지만, 이후 다른 전투기들이 급습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에 중폭격기를 앞세운 대규모 폭격이 떨어진다. 살아남은 세 명의 병사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들을 바라보다 서로를 마주보며 동막골을 지켰다는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사망한다. 한편 이런 사정을 모르는 동막골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순수한 눈으로 산너머의 폭발을 의미도 모른 채 지켜보며, 돌아가면서 폭발음을 들은 스미스 대위는 그들의 말로를 예상하고 오열한다. 이후 카메라는 눈에 파묻힌 가짜 대공초소를 비춘다. 눈에 덮힌 총과 방탄모 위로 여섯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여준 후, 처음 다섯 명의 병사가 대치 중 쓰러져서 잠들던 중 여일이 그들의 방에 들르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개봉 첫주 146만 명, 개봉 7일 200만 명, 개봉 11일 300만 명, 개봉 23일 500만 명, 개봉 31일 600만 명, 개봉 47일 700만 명을 넘어 최종 전국 800만 관객을 불러오며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고증이 제대로 안됐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 한국전쟁과 순박한 사라들과의 관계를 진솔하고 따뜻하게 풀어나갔다는 평도 많이 받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홍알벗, 도명학 / 에디터이진서 /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