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문학기행의 홍알벗입니다. 여러분들은 마지막으로 서점에 갔다 온게 언제인지 기억 하시나요?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북한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히 책을 골라 계산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장 앞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가 하면,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가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합니다. 보고싶은 친구를 만나는 만남의 광장 역할도 하는 곳, 오늘은 이 서점에 관해 시인이자 소설가인 탈북자 출신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한 서점의 특징과, 남한의 서점이 북한의 서점과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 보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지난 주에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잠시 서점이 언급됐습니다. 서울같은 큰 도시도 아젠작은 곳은 문을 닫고 큰 곳만 남아있기 때문에 서점 찾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한국에 오셔서 제일 먼저 들른 서점이 어디였는지 기억하시는지요?
도명학 : 제일 먼저 간곳이 서울 광화문 광장 밑에 있는 교보문고였습니다. 일부러 알고 간건 아니고 당시 그 인근에 있는 북한인권단체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점심시간이 되자 사무국장이 식사하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신다면서 들어간 곳이 뜻밖에도 교보문고였습니다. 서점에서 책만 파는 줄 알았는데 커피도 사마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MC: 말씀하신 것처럼 서점의 여러가지 모습들이 굉장히 낯설었을거 같은데 말이죠. 첫 인상을 말씀해 주세요.
도명학-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크고 책이 바다를 이룬 서점을 처음 봤습니다. 북에도 서점들이 있지만 비교 자체가 불가였습니다. 북에서는 책이 너무 적어 두 눈이 남았는데 남한에 오니 두 눈이 모자랄 정도로 책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습니다.
MC: 서점에 진열돼 있는 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도명학: 네, 저는 베스트셀러라고 쓰여 있는 진열장을 보고 베스트셀러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북에는 그런 말 자체가 없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죠. 직원에게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무식하다고 비웃을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 훗날 저보다 먼저 한국에 온 탈북시인과 함께 갔을 때에야 그한테서 베스트셀러가 무엇이고 밀리언셀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책 중에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어떻게 골라내면 좋을지 정말 어려웠습니다. 서가를 낯선 골목 누비듯 헤매야 했는데 서점 시스템을 모르다보니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훗날 필요한 책이 있는 서가를 찾는 요령도 알게 되고 도서검색기를 활용할 줄도 알게 됐지만 처음엔 그냥 헤매고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MC: 북한의 책들과 비교할 때 남한의 책들은 어떤 점이 많이 다른가요? 종이나 인쇄의 질, 등등.
도명학: 우선 종이가 다릅니다. 북한은 종이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책을 많이 찍어내지 못하거니와 찍어낸 책도 보면 종이 질이 한심합니다. 잘 찢어지기도 하고 종이 표면은 거칠고 어둡습니다. 그런데 남한 책들은 전부 김일성 김정일 사진이나 인쇄할 정도의 고급종이로 만들어져 책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떻든지 겉모습만으로도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좀 지나고 보니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책들이 너무 무겁습니다. 가방에 몇 개만 넣어도 어깨가 아픕니다. 북한 책은 종이는 나쁘지만 가벼운데 말이죠. 책이 왜 무거운가 했더니 종이를 만들 때 들어가는 활석분인지 하는 것을 많이 넣어 그렇다고 하네요. 그걸 적게 넣으면 종이가 덜 희게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있던데, 맞는지 모르지만 제가 제지기술자가 아니니 그저 그런가보다 합니다.
다음으로 북한 책과 차이나는 점은 표지디자인입니다. 북한 책들은 표지에 사실주의적인 그림이나 사진을 넣는데 남한 책들은 대개가 추상파 미술 같은 그림이나 문양들로 디자인합니다. 그래서 표지만 보곤 책의 내용이 선뜻 안겨오지 않고 아리송하더군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그것을 장점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MC: 디자인 말씀을 하셔서 말인데요. 북한의 경우 글씨체가 2~3개 정도로 제한돼 있는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책이고 매체이지만 글씨체는 거의 똑같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선전선동용 인쇄물은 언제나 옆으로 누워있는 붓글씨체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남한의 글씨체는 읽기에 편하신가요?
도명학- 글쎄요. 북한에 글씨체가 몇 개인지 알아볼 생각을 한 적 없어 모르긴 하겠습니다만 백두산서체니 만경대서체니 하는 것은 있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필체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인쇄체는 세로 방향으로 약간 길쭉한 것, 가로세로가 꼭 같은 것 외에 어떤 것이 있었던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붓글씨는 다양했는데 인쇄체는 아마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다양해지지 않았을지, 남한의 아래한글을 모방하거나 참고해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겠죠.
MC: 한국 서점에 가서 보시고 가장 부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도명학; 앞에서 말씀 드렸지만 원하는 책을 제한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고, 다음으론 서가에서 책을 뽑아 열람료도 내지 않고 온종일 책을 봐도 되니 좋습니다. 책을 고를 때 어느 정도 읽어보고 나서 구매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으니 괜히 책을 잘못 골라 사고는 괜히 샀다고 후회할 일이 없을 게 아닙니까. 그런 점에선 온라인서점보다 오프라인서점이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MC: 북한의 서점은 어떤 모습인지 잠깐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북한 서점은 평소에 한적 합니다. 경제난으로 책을 많이 찍어내지 못하면서 서점에 책이 없어 찾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서가에 진열한 책들이 있는데 그건 장식품에 불과하지 팔지 않습니다. 판매원도 걸상에 앉아 온종일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예 문을 열지 않는 날도 많은데 그런 날엔 직원들이 노력동원을 가거나 다른 업무에 동원된 날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 서점에 갔다가도 헛걸음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큰 명절에는 다릅니다. 보통 10시부터 문을 여는데 그 전부터 미리 문앞에서 숱한 청소년들이 문 열기를 기다립니다. 신간도서를 큰 명절에 팔기 때문인데 부수가 많지 않아 늦게 가면 책이 다 팔려 사지 못합니다. 줄을 서도 책이 거의 다 팔린 기미가 보이면 줄이고 뭐고 막무가내로 밀고 당기고 합니다. 아마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광경은 없을 것 같습니다.
MC: 남한의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휴식공간이면서, 만남의 장소이자, 또 때로는 도서관의 역할까지 합니다. 북한은 어떻습니까?
도명학- 말씀 드린대로 북한 서점은 그냥 책을 파는 곳이지 휴식공간이나 만남의 장소, 도서관 역할과 전혀 무관합니다. 서가에 판매원 외에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책은 꼭 판매원의 손을 거쳐야만 합니다.
MC: 북한에서는 서점을 누가 운영하나요? 한국은 개인이 운영하는데요. 어떤 시스템이 더 좋다고 보시나요?
도명학- 북한은 사기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서점은 국가만이 운영합니다. 다만 공식적인 서점은 아니지만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장마당에 책을 전문으로 파는 장사꾼들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책 몇 가지를 놓고 팔았는데 나중엔 많이 커졌고 나중엔 전국적인 도소매 시스템까지 자리 잡더군요. 출판계에 빽이 있는 몇몇 장사꾼들은 신간도서가 출간되면 책을 무더기로 구매해 거기다 몇 갑절 비싼 값을 얹어 각 지방 도매상들에게 넘겨주는데 그 책을 다시 소매상들이 받아 판매합니다. 앞에서 서점이 도서관 역할까지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북한 책장사꾼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국가서점에선 책을 열람할 수 없지만 책 장사꾼한테 가선 열람료를 지불하고 열람할 수 있습니다. 또 며칠이라는 기한을 정해 대출비용을 내고 빌려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보면 개인이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당국이 이런 이치를 인정하고 개인기업을 허용하는 개혁개방을 한시바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네,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한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선생님, 오늘도 말씀 감사 드립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이번엔 남한의 신간 도서 출판 및 인기 도서 현황을 알아 보는 시간입니다. 자료는 한국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먼저, 제목에 ‘북한’이 들어가는 도서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출간된 날짜별로 검색했더니 북한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 중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가 쉬워지는 한국사여행’ 이란 책이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22일에 출간됐습니다. 그 다음 출판된 책 역시 어린이들을 위한 것인데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한국사이야기 6편’이 8월 19일에 나왔습니다. 두 권 모두 어린이를 위한 참고서 형태의 책이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6일에 경기연구원이 출간한 ‘서해-경기만 접경권 남북공동경제특구 조성’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책설명을 잠시 보겠습니다. 한반도 메가리전은 남북한이 인프라를 공유하고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계하며 인적자원과 자본이 집적되는 대도시권역을 지칭한다. ‘메가리전’이란, 노동과 자본이 매우 낮은 비용으로 재분배될 수 있도록 도시와 그 교외의 배후지가 통합된 곳을 가리킵니다.
공동번영의 중심이자 성장 동력으로서 한반도 메가리전의 공간 범위는 남북한의 수도권과 접경지역으로, 한반도 메가리전은 남북 간 신뢰와 교류협력의 축적을 바탕으로 완성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란 설명입니다.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한반도 메가리전의 초기 단계에 공동경제특구를 조성하여 남북 경제통합의 실험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서해-경기만 접경권을 중심으로 한 남북공동경제특구와 한반도 메가리전, 그 토대가 되는 한강하구를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동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남북협력의 흐름을 잇고 중립수역을 포함한 경기만 일대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이 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북 간 평화협력과 남북공동의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발전 과제로 기존의 개성공단과는 규모, 개방성, 연결성, 기술 수준의 측면에서 다른 차원의 남북공동경제특구 조성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MC: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