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한국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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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남한의 소설가 김진명 작가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 나오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도명학: 네 안녕하세요.

MC: 먼저 오늘 청취자분들과 함께 살펴 볼 작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쓴 한국의 소설가 김진명 작가는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진명 작가는 1958년 8월에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에서 활동한 물리학자 이휘소를 소재로 삼아, 1993년 이휘소가 박정희 정권 말기 핵무기 개발에 관련했다는 가설을 주 내용으로 하는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써서 일약 유명해졌습니다. 그 후에도 김진명이 쓴 많은 소설은 인기 상품이 되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문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대두할 때마다 출판됐으며, 김진명이 쓴 소설을 역사 그 자체라고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MC: 선생님께서는 남한에 오셔서 김진명 작가를 실제로 만나신 적이 있나요?

도명학: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습니다. 작가들의 말에 의하면 김진명 작가는 어느 문인단체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 작품 활동을 한다는데 그래서 만날 기회가 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시사프로그램에 간혹 출연할 때가 있는데 박식하고 세상을 보는 통찰력도 뛰어난 것 같아 보였습니다.

MC: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떻게 알고 읽게 되셨나요?

도명학: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던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책이 무려 450만부나 팔려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었다는 얘기를 듣고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렇게 유명한지 궁금증을 누를 수 없었고, 더욱이 내용이 핵문제를 취급했다기에 기어이 읽어봤습니다.

MC: 소설의 줄거리를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네, 워낙 소설이 처음에는 3권, 후에 다시 2권으로 나왔을 정도로 분량이 많다보니 줄거리 소개 자체도 좀 길어 질 것 같습니다만 대략 이렇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반도일보의 권순범기자는 최영수 부장검사에게 폭력두목 박성길이 13년 전 저지른 살인사건의 배후를 캐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권기자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중에 13년전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교통사고를 가장한 죽임을 당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핵물리학자 이용후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이용후 박사에 대한 추적 중 당시 아인슈타인과 쌍벽을 이룬 한민족이 낳은 세계최고의 핵물리학자며 노벨물리학상을 예약한 이박사가 왜 한국에 와서 그것도 원인모를 죽음을 당했는지를 캐게 됩니다. 이박사를 죽인 박성길은 평생을 폭력두목으로 지내면서 수많은 짓을 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이박사를 죽인 사실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사주해 이박사를 죽인 사람들이 보통사람들이 아닌 공무원, 그것도 국가최고의 안전에 관련된 조직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고해성사를 하듯 13년전의 사건을 고백하게 되죠. 조금씩 조금씩 베일에 싸인 사건은 꺼풀을 벗게 되는데 당시 미국에서 핵에 관한 최고의 석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이용후 박사를 국내에 데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미국은 자국 이익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군시키고 일본에 대하여는 한없이 관용하지만 한반도에는 핵에 관련된 어떤 시설이나 화학물질도 허락하지 않는 이중적인 정책을 폅니다. 이에 분노한 박대통령은 극비리에 이박사를 만나고 그를 설득하여 한국에 데려옵니다. 이유는 자체 핵개발을 위한 목적입니다. 이박사는 고민과 갈등 끝에 미국에 노모와 어린 딸을 남겨둔 채 고국을 향한 애국심과 민족애 하나로 한국에 들어와 핵개발에 몰두합니다. 이에 미국은 갖은 방법으로 이박사를 해치려 획책하고 한반도에 핵이 개발되지 않도록 훼방합니다. 이박사가 한국에 들어와 성과가 나타나고 드디어 한국은 독자적인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됩니다.

소설의 제목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핵실험 작전 암호명입니다. 하지만 이박사는 어느 날 원인모를 죽음을 당하게 되었고 한반도 핵에 대한 유일한 키를 가졌던 박대통령도 1년만에 중앙정보부장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영원히 베일에 쌓여 묻혀 버릴 뻔한 한국의 핵개발에 관한 결과는 권기자의 애국적이고 헌신적인 조사와 투지로 서서히 실태를 드러내게 됩니다. 생명을 건 인도와 파리 조사, 이박사의 딸 이미현과 이박사를 한국에서 지아비처럼 모셨던 신윤미와의 관계,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박성길의 죽음과 권기자와 함께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던 개코형사의 죽음, 그러나 초인적인 집착력으로 권순범기자는 70년대에 이미 인도에서 플류토늄 80kg을 한국에 들여왔다는 엄청난 사실을 밝혀 내기에 이릅니다. 이 정도의 플류토늄이라면 어마어마한 세계최고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이에 권기자는 최후의 방법으로 대통령을 면담하고 지금까지 밝혀낸 모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순전히 외세에 의해 한반도 비핵화선언까지 했던 대통령은 심대한 결단을 내리고 북한의 김일성에게 밀사를 보내 공동핵개발을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청와대 정원에 서 있는 인도에서 들여온 거대한 조각상 안에 숨어있던 플류토늄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갖춘 핵폭탄으로 변모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핵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한국의 국력과 경제성장을 못마땅히 여기는 일본은 호시탐탐 한국을 짓밟으려는 기회를 엿보다 소련의 시베리아개발에 자국기업들이 한국에 무참히 참패하는 상황에 이르자 독도문제를 빌미로 독도를 침범합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산업중추인 포항제철과 울산공단을 초토화 시키고 한반도를 다시 무력으로 침탈합니다.

한국대통령은 미국의 협력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일본의 야욕을 막으려하지만 경제력과 외교력에 밀려 처참한 쓴맛을 경험하며 최후의 보루라고 여겼던 미국 대통령의 본심을 확인하고 최후의 결단을 내립니다. 그리하여 북한의 김정일 서울에 도착하고 남북한 정상들이 가지고 있던 핵폭탄을 작동하는 키를 조합하여 드디어 일본을 향한 핵폭탄을 발사합니다. 기고만장해 있던 일본 각료들은 한국에서 발사된 핵폭탄을 우습게 여깁니다. 자국이 가진 전자장비와 요격시스템으로 간단하게 해결 할 수 있다고 믿은 거죠. 그러나 그것은 세계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최고의 기술력과 파괴력을 갖춘 핵폭탄임을 발견하고 비굴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발 2차 3차 발사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일본수상의 간청에 대통령은 1차 핵폭탄으로 동경 부근의 무인도를 폭격하는 것으로 일본을 용서하는 것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MC: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남한 정부가 핵무기를 가지려 했다는 것인데요. 처음 이 소설을 읽어 보시고 느낌이 어땠습니까?

도명학: 저는 처음에 북핵문제를 다룬 소설이려니 했는데 예상외로 한국의 핵개발 내용이더군요. 읽어보니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을 마치 논픽션으로 착각할만큼 쓴 것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MC: 북한에도 이렇게 핵무기 개발을 소제로 한 소설이 있나요?

도명학: 북한에 핵개발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제가 떠난 후에 나온 것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있을 땐 없었습니다. 지금은 핵 선제타격까지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그땐 핵개발을 안하는 척 했고 인민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오히려 북조선이 핵개발을 한다고 미국이 누명을 씌워 침략전쟁 구실을 만드는 거라고 선전했으니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없는 건 당연하죠. 다만 김일성의 생애 마지막 시기를 내용으로 한 장편소설 "영생"에 김일성과 카터와의 만남,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확정 등을 취급한 부분에서 북핵개발에 관한 부분이 약간 나오긴 하는데 그것도 핵개발을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는데 한다고 몰아세우지 마라 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MC: 북한 주민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반응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우리만 핵개발 하는 줄 알았더니 남조선은 더 일찍 했었네. 박정희가 매국노라더니 사실과 다르네. 그도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자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론 미국을 아주 나쁜 놈이라고 욕하겠죠. 우리만 핵무기 만들지 말라고 하는 줄 알았더니 같은 편인 남조선도 만들지 못하게 하느라 암살까지 하는 놈들이구나. 남북이 힘을 합쳐 쳐부숴야 할 민족 공동의 적이 미국이 아닌가,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북한주민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심중이 아주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착각을 좀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작품에서 남북이 합작해 핵무기를 만드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북한이 자기들만 핵무기를 가지면 될 것을 남한도 가지라고 돕겠습니까. 북핵을 본격 개발하게 된 목적이 구소련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조건에서 자주국방력을 키워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남한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적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도 영향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죠.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봐도 그렇구요.

MC: 핵물리학자 이휘소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3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그러니까 인기판매 도서가 되었는데 그 인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소설이 나올 당시 북핵문제가 굉장히 이슈화 되었던 때라 그 책이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 겄입니다. 예술적 측면에서 봐도 상당히 잘 썼구요. 재미도 있고 흥미도 있고, 특히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는 동선이 흥미롭거든요. 그런데 훗날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때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영화제작 수준이 낮아서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북핵문제에 대한 이슈가 이미 수그러들었을 때 개봉된 탓이 아닐까 합니다.

MC: 최근들어 북한이 계속해서 탄도미사일 등을 잇따라 쏘고 있습니다. 7차 핵실험도 강행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책에서처럼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남한도 보유해야 된다고 봅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보호해준다지만 북이 모든 종류의 핵투발수단을 다 가진 마당에 다른 대응책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 핵탄두에 샌프랜시코나 뉴욕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준다면 몰라도 저는 그건 한국 입장에서도 믿을 것이 못되거니와 설사 미국이 그럴 용의가 있다고 해도 양심 없는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지키는 데 한국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옳지 타국의 수백만 인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옳을 까요. 아니죠, 그래서 저는 한국의 자체 핵보유를 찬성합니다. 핵도미노 현상을 우려해 한국 핵무장을 반대하는 미국도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이미 동북아시아는 북핵 완성으로 핵도미노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진입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MC: 이렇게 소설이지만 현실적인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특히 전쟁이나 무기와 관련해서는 그 강력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문학도 민감한 현실문제에는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순수문학은 정치나 사상, 그리고 특정 이념에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그건 때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시대정신이 작가를 그렇게 하길 부를 때는 정치, 사상이념을 도피하지 말아야죠. 왜냐면 문학 자체가 인간을 그리기 때문에 그런 시대정신의 회오리바람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외면하고 누가 어디서 불륜 저지르는 이야기나 쓰는 것으로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MC: 소설에서 언급된 한국의 핵무기 보유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명학: 지극히 애국적이고 책임적인 노력이라고 봅니다. 작품을 읽고 나서 애국심이 솟구쳤다는 독후감들이 많던데 그래서일 것입니다. 저는 혹시 지금도 한국정부 어느 곳에서 극비리에 개발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듭니다.

MC: 이러한 소재와 내용으로 글을 쓰신다면 결론을 어떻게 맺고 싶으시나요?

도명학: 앞에서 말씀 드린 저의 생각대로 결론을 맺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 김진명 작가와는 결말이 다른 작품이 되겠죠. 예컨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주고 오히려 협력해 동북아시아에서 입지를 더 굳히는 역발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북핵개발이 무용지물이 되어 멘탈이 붕괴된 북한정권이 허우적거리다 붕괴상황을 맞고 한반도가 자유통일 되는 마무리가 될 수 있겠죠.

MC: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작품이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한 말씀 해주시죠.

도명학: 아마도 독자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한국의 핵무장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겠죠. 물론 주변강대국들에 대한, 특히 미국에 대한 인식은 나빠지겠지만요. 이건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MC: 네,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도명학 선생님 수고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그럼 저희는 다음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데스크: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