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오늘은 남한에 정착해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작가들의 문학세계를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탈북작가 도명학 선생님과 이야기 나눕니다.
MC: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선생님, 오늘 소개해 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탈북자들이 공동집필한 '해주인력시장'이란 책을 함께 살펴볼까 합니다.
MC:아, 탈북작가들이 썼다고 하니 어떤 책인지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먼저 전체적인 책 소개 좀 주시죠.
도명학 :네, 단편소설 4편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서울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지역학적 북한문학 연구'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묶어낸 탈북작가 공동소설집이죠. 이전에도 수차에 걸쳐 이 프로젝트에 의해 출간한 "원산에서 철원까지", "신의주에서 개성까지"를 비롯한 여러 권의 공동소설집이 있는데 그중 일부는 북한과 탈북자를 소재로 하여 남한작가들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그 중에 황해도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이 오늘 소개하려는 "해주인력시장"입니다. 이 소설집에 묶은 네 편의 소설은 네 명의 탈북 작가들이 황해도에 대해 보고 듣고 경험한 삶의 이야기들입니다.
MC:책에 실린 소설을 쓴 작가가 모두 4명인데, 한분 한분 어떤 분들이고, 어떤 특징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도명학 :네,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이 책 저자들 중 김주성 작가는 실지 황해도 해주에 살다 왔습니다. 출생지는 일본인데 한때 재일동포 북송사업이 한창 일 때 북에 가서 황해도 해주에 살게 되었습니다. 북에서도 단편소설들을 창작 발표하는 등 작품 활동을 했고 남한에 와서는 북한인권 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소설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다음 설송아 작가는 평안남도 출신이고 소설 창작은 남한에 와서 시작했습니다. 북에서 장사를 하며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 특히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재치 있게 쓰는 것으로 주목을 받는 작가이며 현재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 기자로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음 이지명 작가입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이고 북에서도 작가로 활동했고 탈북과정에도 장편소설을 창작했을 정도로 열정이 높은 작가입니다. 탈북과정에 쓴 장편소설 제목이 “장군님 죽갔시오”인데 저자가 한국에 입국하기도 전에 출판되었고, 훗날 다시 개작하여 “삶은 어디에”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들 3명과 제가 이 소설집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황해도 데미지”라는 작품을 창작해 실었습니다.
MC:책의 가장 앞부분에 실린 김주성 작가의 '조개 전쟁'이란 소설은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소설 '조개전쟁'은 외화벌이 열풍 속에서 조개 양식으로 한몫 잡아보려던 주인공이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탈북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람들의 경제적 삶의 변화를 황해도 지역의 지리와 물산에 대한 섬세한 설명과 함께 엮어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부부는 원산에 가서 일본산 중고자전거도 가져다 팔고 외화벌이회사에 친구가 있어서 조개나 꽃게 같은 것을 위탁받아 주기도 하며 나름대로 괜찮게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러던 중 이웃으로부터 황해남도 염전 저류지에서 조개 양식을 하면 떼돈을 벌수 있을 거라는 정보를 듣고 벼락부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되지만 처음에는 잘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실패하며 애초부터 잘못되고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또 소설에는 염전 저류지 바다 건너 보이는 남한 섬 교동도의 불빛을 바라보며 동경심을 드러내는 대목도 있는데 독특한 의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한마디로 재미도 있고 깊이도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설송아 작가의 작품 제목은 이 책의 제목과 같은 '해주 인력시장'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도명학 :책의 메인 제목으로 정해진 소설 "해주인력시장" 역시 황해남도 해주를 배경으로 조개를 캐는 노동자들의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진옥이가 감방에 수감되었을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은경이를 찾기 위해 그녀가 일하러 떠났다는 해주인력시장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는 젊은 청년부터 나이든 아낙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종일 조개를 캐어 바다를 독점하고 있는 무역회사 관리자에 바쳐 일당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피라미드화 된 노동력착취 관계를 보게 되는 내용으로 된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개와 인력시장을 통해 북한 내에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노동당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민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초기자본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MC:도명학 선생님의 작품도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황해도 데미지'는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저의 작품 '황해도 데미지' 는 한때 북한에서 골동품거래가 큰돈 버는 장사로 주목받으면서 세 친구가 골동품을 구입하기 위해 황해남도 구석구석 다니는 과정에 겪게 되는 고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와 두 친구는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좋은 골동품을 찾았다가 또 우연히 잃고 마는 등 해프닝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북한의 골동품 밀거래라는 사회현상을 다루며 이와 연관된 지역들을 등장인물들의 발로 옮겨다니게 하는 여로형 구조로 되어 있고 그 속에서 각 지역들의 분위기와 세태, 물산 등을 자연스럽게 알수 있도록 썼습니다.
MC:마지막으로 이지영 작가의 '엄마의 과거'란 작품을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네, '엄마의 과거'는 북한에 만연한 황해도 지역에 대한 편견과 차별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룬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연희는 황해도 출신으로 함경북도 출신 제대군인 학수에게 시집가는데 사는 과정에 늘 "한대 주어맞은 놈처럼 뗑하다"는 황해도 사람에 대한 편견이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특히 시어머니 한씨는 "남쪽 씨다구들 제 구실하는 걸 못봤다. 뗑해도 년이니 어련할까"하며 며느리를 괴롭히고 동네 사람들도 꼬마아이에 이르기까지 연희에 대한 험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이 소설은 북한에도 지역 간 편견이 있으며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MC:이 책에 담긴 네 편의 작품에는 공통분모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도 다르고 줄거리도 다르지만 네 작품 속에 녹아있는 공통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도명학 :공통분모라고 한다면 당연히 모두 황해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음은 모두 북한사람들이 통상 가지고 있는 황해도에 대한 지역적 편견을 바탕에 깔고 썼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황해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북한사회 전반에 만연한 생활고와 부조리들을 다양한 인물형상과 사건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이 소설들이 남북한 독자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끔 쓰여진 점과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나 탈북자의 시각에서 쓴 작품이 아니라 모두 북한 내부 상황과 북한 내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시각에서 쓰여진 점은 기존의 북한관련 작품들과 크게 차별화되었다고 봅니다.
MC:이 네 작가가 쓴 작품 속에서, 북한이었다면 담지 못했을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명학 :글쎄요. 이 작품들 중에 어떤 부분을 북한이었다면 담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담았다면 전부 검열을 통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도 수차 얘기했지만 이런 작품이야말로 북에서 제가 쓰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진실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던 한이 늘 남아있었는데 남한에 와서 그 한을 풀게 된 셈입니다. 다만 이 작품들을 북한사람들이 다 읽을 수 있도록 들여보내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MC:만약 이 책이 북한으로 들어가 북한 주민들이 읽게 된다면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그리고 북한 당국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장담하건대 북한사람들이 이 작품들을 손에 쥐면 밤새는 줄 모르고 읽을 것 같습니다. 공감도 클 것이고 자신들이 겪는 처지를 이 작품들을 통해 재확인하고 사회의 병폐에 대해 다시금 느끼고 위로도 받을 것입니다. 더구나 남북을 다 경험한, 자기들과 같은 처지에서 살았던 탈북자들이 쓴 작품이라서 더 가슴에 와 닿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MC:네,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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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이번에는 남한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서 중 소설의 판매량 순위를 알아 보겠습니다. 한국의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순위 중 지난 8월 3일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하얼빈'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책은 출시 이후 한국 일간지 경향신문이 선정한 미디어 추천도서 선정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우수도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어떤 책인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실린 서평을 함께 들여다 보겠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MC:지금까지 '남북문학기행'이었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