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한 소설가 이정의 ‘국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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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소설가인 탈북작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한국의 작가, 그리고 한국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 소개해 주실 작가와 작품은 어떤 건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한국의 소설가 이정작가에 대해서와 그의 작품 장편소설 "국경"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MC: 저에게는 생소한 작가여서 어떤 분인지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잠깐 소개를 해 드리면요. 이정 작가는 남한의 충남 논산 출생으로 동국대학교에서 승가학과 학사, 전산학과 석사를 마치고 2010년 봄 《계간문예》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정부 출연 연구소와 불교방송, 경향신문 등에서 직장 생활을 했구요. 경향신문 민족문화네트워크연구소 부소장 재직 시 1998년부터 북한에 관심을 갖고 남북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북한을 왕래했습니다. 이때부터 중국과 북한에서 북한 사람들을 수백 차례에 걸쳐 만나왔습니다. 현재는 통일문학포럼 상임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붉은 댕기머리새」 「별밤 너머」 「삼지연 카페」 「유산」 「만리장성」과 중편소설 「국경의 봄」 등이 있구요. 주로 북한과 북한 사람을 소재로 한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명학 선생님께서도 이정 작가와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도명학: 예, 저와는 아주 각별한 사이입니다. 제가 남한에서 처음으로 친교를 맺은 분이고 형님처럼 따르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탈북작가들의 훌륭한 멘토이고 한국문단에 등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참 신세를 많이 졌음에도 보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을 통해 이문열작가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요즘도 제가 모르고 지나칠 뻔한 정부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인지원 사업에 대해 알려주셔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MC: 이정 작가가 북한을 적잖이 왕래를 했다는데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소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이정 작가님은 한국 작가들 중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으신 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는 소설가가 아니라 기자였습니다. 경향신문에 오래 근무했는데 그때부터 북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에 계실 때인1997년부터, 그러니까 25년 전이죠. 그때부터 북한측과의 문화교류를 위해서 기자를 하면서 북한을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문화재 자료들을 데이타베스화 한다든가, 그 다음에 북한측과 공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든가, 했죠. 그래서 최초로 단편만화영화를 북한과 공동으로 만들었고, 또 임권택감독, 문성근 강호석 등 영화계 대표적 인물들을 모시고 방북했습니다. 그런 과정에 한편으론 북한의 어려운 상황들을 봤고, 북한의 위선적인 모습, 예컨대 묘향산 에 있는 절에 갔을 때 북한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 듯이 보여주려고 가짜 스님들을 데려다 놓았다는 것을 대뜸 눈치채던 일 등 여러가지 일화들을 이정작가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한편 이정작가님은 중국에서 떠도는 탈북자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 탈북자들 10여명을 사비를 털어가며 한국에 데려왔을 정도로 탈북자들에겐 참 고마운 은인입니다.

MC: 그렇게 북한을 오가며 보고 들은 것들이 이정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간 건가요?

도명학: 그렇죠. 북한에 가서 고위층들의 일면뿐 아니라 하층민들의 생활도 엿볼 수 있었고 특히 중국에 가서 탈북자들과 만나고부터는 북한의 속살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북한에 대해 막연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북에서 살다 온 것처럼 잘 알게 되었고, 그런 체험과 경험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갔죠.

MC: 그렇다면 오늘 소개해 주실 이전 작가의 장편소설 '국경'의 줄거리부터 말씀해 주시죠.

도명학: 이 소설은 이인철이라는 기자가 주인공인데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에서 대남사업을 하는 간부들을 만나게 되고 알고 지내는 과정에 벌어지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설에서 황철호라는 북한 참사는 자기 부하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문화재 밀매를 이인철 기자에게 부탁합니다. 밀매하려는 문화재는 국보급에 속한 신라금관입니다. 그것이 위험한 일인 줄 알면서도 이인철기자는 북한간부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못하고 돕기로 하는 데 그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중국과 북한, 남한이 번갈아 나오는데 주무대가 중구인만큼 거기서 기자는 탈북자를 만나게 되고 돕게 됩니다. 기자가 만난 탈북자는 여성인데 이 여성은 북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면 대학공부를 하던 여성입니다. 하지만 기숙사에 먹을 것이 없어 공부를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갑니다. 그러나 집은 부모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상황입니다. 여성은 부모들이 중국으로 갔을 거라는 막연한 짐작으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가는데, 그만 인신매매범들에게 붙잡혔다 도망해 백두산근처 산속에 사냥군들이 사용하려고 만들어 놓은 토굴에 숨어 지냅니다. 이인철 기자는 그가 토굴에서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보고 안 도와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를 숨겨주고 북경에 있는 식당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소개도 해주고 찾아가 도와줍니다. 하지만 여자는 공안에 발각되어 붙잡히고 북송당합니다. 이인철기자는 황철호참사에게 북송된 여성이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하게 되며 결국 여성은 풀려나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결국은 남한에 갑니다. 하지만 불행은 끝나지 않습니다. 여성은 중국에서 북송되면서 헤어진 아이를 찾지 못해 속을 태우다 결국은 자살하기에 이릅니다. 이처럼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북한 간부층과 하층민들의 처지를 다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열악한 상황은 물론 체제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과 내적갈등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것으로 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MC: 북한이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발생 직후 북중 국경을 꽁꽁 걸어 잠그지 않았습니까? 이 작품 속에 담겨있는 '국경'이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존재이고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도명학: 북한주민들에 있어 국경은 페쇄의 철창인 동시에 외부세계에 대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같은 것이기도 하구요. 이 작품의 제목이 "국경"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MC: 이 작품 속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부분은 어디이고,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뭔가요?

도명학: 개인적으로는 문화재 밀매가 흥미로웠습니다. 왜냐면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된 시기는 제가 북에 있을 때고 저 역시 문화재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면서 그 분야에 대해 일정한 조예를 가지게 됐죠. 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문화재를 손에 넣는 과정, 그것을 밀매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등이 저의 경험과 잇닿아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감동을 주는 부분은 부하들을 먹여살리려고 불법밀매까지 마다하지 않는 북한간부의 인간적인 면이 북한체제와 정치이념과 배치되는 모습에서, 어떤 체제와 사상도 인간적인 것을 항상 이길 수만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탈북여성의 고단한 여정과 불행한 결말이 그 한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탈북민 전체가 겪는 아픔이고 언제까지나 진행형이라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MC: 북한 주민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아마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국경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에 대해 상상도 할 것이고, 마음 아파하고, 또 북한간부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말못할 속사정들에 대해서도 공감하리라 봅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 작가가 어떻게 북한 현실을 이렇게도 잘 담아냈을 지에 대해 신기해 할 것 같습니다.

MC: 오늘은 한국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실린 출판사 총평을 끝으로 이번 순서를 마치겠습니다. 도명학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국경』은 무려 15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북한 사람들을 취재해온 소설가 이정이 취재수첩을 풀어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남과 북에 사는 등장인물들이 우정과 사랑을 나누면서 현시점의 한반도 분단 현실을 정직하게 증언한다.

그동안의 분단문학이 전쟁, 이산가족, 탈북자, 간첩 등을 등장시켜 제한적이며 옹색한 남북 간 주민들의 만남을 소재로 다루었다면, 『국경』은 남북 주민이 평양과 중국에서 직접 만나는 현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생생한 체험이 바탕이 되고 있는 만큼 90년대 후반 이후의 남북 현실이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남북문제에 대해 이만한 리얼리티를 구현한 작품은 최근 우리 문학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며, 그래서 『국경』은 분단문학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문제에 해박한 작가의 지식과 경험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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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근래들어 남한에서 출간된 북한관련 책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남한의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 서점이 10월 25일 현재 자체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북한 관련 책을 출간일 순서대로 소개해 드립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이 집필한 패러다임북 출판사의 '남북의 가치, 정서, 문화 충돌과 포스트 통일 연구의 방향'입니다.

알라딘 웹사이트에 올라온 책소개를 보면, 이 책은 '남북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위한 세 번째 연구성과를 다룬 것으로,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 및 가치를 지향하면서 경쟁을 벌여온 분단국가이다. 남북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지형 위에서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상이한 체제를 국가 정체성의 한 축으로 삼고 그에 걸맞는 생활방식과 인식체계를 각각의 주민들에게 요구하면서 가치와 정서, 생활문화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형성해왔다. 더욱이 두 분단국가는 체제경쟁을 벌이면서 서로 다른 가치와 생활문화들을 민족적인 대표성을 지닌 것으로 내세워왔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치지향성과 행동 양식의 차이는

남북 구성원들의 상호 충돌과 갈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을 통해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과제는 단순히 체제 중심의 통일 논리로만 해결할 수 없다. 여기에 통일인문학 연구의 중요성이 있다. 통일을 인문학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통일을 체제나 제도의 통합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사회과학적인 연구방법을 벗어나 남북 두 주민들 사이의 가치, 정서, 생활문화적인 갈등의 해결과 통합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올해 7월에는 정상돈 작가 박영사 출판사의 '실패한 정치는 전쟁을 부른다'가 출간됐고, 같은 달 북랩 출판사에서 이형동, 이영석 작가의 '연백평야'가 출간됐습니다.

이 중 '연백평야'의 책소개를 잠싼 들어 보시겠습니다.

'월남 실향민이 써 내려간 일제 강점기, 전쟁과 분단

한민족의 역사가 담긴 생애의 기록

할아버지의 고향은 북한, 할머니의 고향은 일본, 아버지는 부산, 어머니는 대구, 큰아이는 서울, 동생은 광주, 우리 가족은 모두 각기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 그 흔적이 우리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실향민이다. 고향에 가도 고향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게 되었다. 흔적이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세상이다. 그러나 가족 중에는 진정으로 고향에 갈 수가 없어 꿈속에서만 고향을 느낄 수 있었던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이 남긴 기록이 이 책의 고향이다. 기억의 정리에서 출발한 사실의 전달이다. 한반도의 소수자엔 이산가족이 있고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다. 마치 소설이나 드라마같이 파란만장한 실화. 부친의 유고 속에서 역사적 진실을 발견하는 순간, 가족과 가문을 넘어 세상에 펼쳐 보이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다. 북녘의 가족을 떠나 혈혈단신 월남하여 통일을 기다리다 절망의 터널 속에 갇혀 버린 실향민. 그가 생전에 남긴 처절한 고통과 인내의 기록이며, 나라를 잃은 민족으로서 3대에 걸쳐 겪은 수난과 독립운동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또한 김구 선생의 남북대표 협상도 이루지 못한 연백평야 통수를 농민들의 간절한 소망으로 이룬 남북 협상의 역사적 진실의 발견을 통하여 통일로 가는 길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6·25라는 민족 분단이 양산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실낱같은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게 하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한다.'

이밖에도 6월 한달동안 박영사에서 서보혁, 문인철, 진희관의 '통일과 평화,그리고 북한'이란 책과 마음서재 출판사와 문현진 작가의 '코리안 드림'이 출간됐고, 대영출판사에서는 이종수의 '백두산 영봉에 통일꽃은 피는가'를 내놨습니다.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끝>

기자: 홍알벗, 에디어: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