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교관의 리얼라이프④ 북 ‘외교 1번지’, 주중 북한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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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국제 무대 최전방에서 북한 외교의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네번째 순서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위상에 대해 들어보려 합니다. 이곳은 북한 외교의 1번지로 그 규모가 크고 수용 인원도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와 함께합니다.

진행자: 앞선 방송에서 북한 당국이 해외 대사관을 축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은 건재하다고 볼 수 있죠? 해외로 나가는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은 항상 이곳을 들르는 것 같습니다. 드나드는 인원의 수도 상당수인 것 같고요. 대사관의 규모가 어느정도 됩니까?

류현우: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는 여관도 있고 식당도 있습니다. 2017년으로 기억되는데요. 2017년부터 (대사관 내에) 여관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년여 동안 짓고 2018년 완공이 된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북한 주민들이 해외로 출장을 나가게 되면 베이징을 반드시 경유를 합니다. 그러니까 3국으로 나가려면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3국으로 출장을 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베이징을 경유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베이징 (대사관 내) 여관에서 묵으면서 여관, 숙식비 등을 냅니다. 식비는 1인당 1.5~2유로 정도 됩니다. 그리고 하루당 숙박비는 10유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이 원칙적으로는 대사관 밖 호텔에서 숙식을 하지 못하게끔 돼 있습니다.

진행자: 왜 바깥에서 숙식을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인가요?

류현우: 제 생각에는 통제 수단을 위해서, 대사관이 책임지고 숙박 조건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만약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원칙에 어긋나게 가족끼리만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귀국하는 와중에 나와 내 가족들이 귀국하면서 자신의 가족만 식사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이죠. 그리고 (외부) 호텔을 이용한다면 (당국의) 통제권 밖에 놓이지 않습니까. 이 사람들이 탈북할 수도 있는 그런 여지가 많단 말이죠. 그래서 대사관 안에서 숙식하도록 하면서 이 사람들의 외출을 시간 별로 통제하는 것이죠.

진행자:그럼 북한에서 나온 해외 출장자들은 100% 중국 대사관 내에서 숙식합니까?

류현우:원래는 그것이 원칙인데, 가령 (대사관 내) 여관 방이 다 찼을 때에는 그 사람들을 들이지 못하지 않습니까? 이 때는 일부 사람들이, 또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밖에서 숙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행자:류 전 대사대리님의 경우 최선희가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중국 대사관 밖에서 식사대접을 하신 적이 있잖아요?

류현우:대사관은 외무성이 관할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무성 사람들에 한해서는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니 그렇게 야박하게 원칙을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행정, 영접과 관련된 사업을 보는 참사부가 따로 있습니다. 영접참사한테 전화를 하죠. 대표단하고 같이 저녁에 식사 좀 하려고 하니 조금 늦게 들어올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러면 "알았어요"하고 눈감아준다는 말입니다.

진행자:그러면 숙박 시설이나 식당의 규모, 수용 인원은 어느 정도 되나요?

류현우: 300~500명 정도인 것으로 압니다. 꽤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재외 공관들 가운데에서 베이징 대사관이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 됩니까?

류현우:아무래도 1번지라고 말할 수 있죠. 왜냐하면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는 노동당의 부부장급이 담당합니다. 물론 현재 리룡남이라는 중국 주재 북한 대사가 내각 부총리를 하다가 나왔는데요. 어쨌든 부부장 이상급입니다. 그리고 평양 주재 중국 대사도 중국 공산당의 대외연락부 부부장급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상이 조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일각에서는 북한 외교관들이 공관 유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밀수에 뛰어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류현우:그것은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그러니까 외무성이 흔히 파견하는 사람들은 적은 월급이지만 그래도 국가 예산으로부터 월급을 보장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무성에서 파견되는 정통 외교관들에게는 외화벌이 과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사관 유지비 자체도 국가로부터 보장받습니다. 대체로 대사관 유지비에서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건물 임대료입니다. 건물 임대료가 (대사관 유지비의)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외교관들) 월급은 여기에서 10%밖에 안 됩니다.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일 경우에는 유지비가 거의 들어가는 게 없는데 임대 건물이라면 80% 정도가 건물 임대로 들어갑니다.

진행자:북한 소유 대사관 건물을 언급하셨는데, 북한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대사관 건물은 어떤 나라에 있습니까?

류현우:제가 알고 있기로는 (재외공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실례로 중국, 러시아, 그리고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옛날 동유럽권에 있던 사회주의 나라들에는 옛날부터 대사관이 존재했기 때문에 북한 소유의 건물로 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동의 시리아, 이집트, 에티오피아와 같은 나라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가 아마 임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사관들일 겁니다.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의 경우 밀수 사건에 개입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런 밀수는 왜 하는 겁니까?

류현우:외교관들 중에도 경제·무역 부문에 종사하는 외교관들이 따로 있습니다. 이분들이 나올 때에는 외교 여권 하나만 가지고 나온다는 말입니다. 국가에서 보장해 주는 것이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분들에게는 국가 납부 계획을 줍니다. 그래서 상납 과제를 받고 상납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충성의 외화벌이'라고 해서 충성 자금을 벌어서 김정은한테 직접 바치는 그런 명목의 자금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자금을 받치는데 국가에서 보장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하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불법 장사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법 장사에 노출이 돼서 언론에도 자주 나오는 겁니다. 이분들이 돈 일전 한 푼 없이 나와서 외교 여권 하나만 가지고 나온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상납 과제도 받쳐야 되고 집세라든가 사무실 임대료, 자동차 유지비, 전기세, 통신비 등을 비롯해 각종 비용을 자체로 벌어서 충당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들에게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있고 국가 차원의 이해관계도 같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북한 외교관들이 밀수에 손을 댔다가 추방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습니다. 최근 사례로는 한대성 전 스위스 대사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본국으로부터 처벌 같은 것을 받게 되나요?

류현우: 아무래도 언론에 노출되면 이것이 나라 망신이 되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는 그 자체가 김정은의 권위와 위상을 훼손시킨 것으로 처리가 됩니다. 북한의 이미지 자체가 김정은의 이미지로 돼 있는데 너희가 어떻게 외교관으로서 국가의 위상을 하락시킬 수 있냐는 식으로 문책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대성 대사와 같은 경우에는 언론에 노출만 됐지,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또 해당 나라(스위스)가 본국으로 (한 대사를) 소환해달라는 제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특별히 법적 책임을 묻거나 당적으로 책임을 묻는 등의 조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 내에 여관과 식당 등이 상당한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놀랍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는 이 또한 북한 당국의 통제 일환으로 평가하셨는데요. 해외에서 제대로 된 대우도 못 받으며 조국이 내려준 임무를 어렵게 수행하는 외교관 및 무역일꾼들이 이 같은 당국의 조치를 '배려'로 생각할지, 통제의 일환으로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 시간에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와 함께 북한 외교관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현지 생활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